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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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요즘 재계와 금융계는 바짝 엎드려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몸조심하는 게 최고라는 분위기다. 어느 정권이든 2년차 때는 가장 힘이 세기 마련이지만, 이번 정부의 ‘그립’(움켜쥐는 힘)은 유난히 더 세 보인다. 이는 검찰 출신 대통령에, 주변이 온통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때 예견된 일이었다. 오랜 기간 사정을 담당한 검찰 출신들의 리더십은 다른 조직과 다를 수밖에 없다. 잘못을 찾아내고, 이를 활용하는 데는 평생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도 쉽게 이뤄지는 지금, 재계가 갖는 부담감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 금융권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머릿속에서 지운 지 오래다. 그보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더 주목한다.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시장은 알아서 그렇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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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쌍피 스토리노믹스 초능력자도 치킨을 판다 디즈니플러스 ‘무빙’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를 살렸다면 <무빙>은 디즈니플러스를 살렸다. 박인제·박윤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무빙>은 몰락해가는 디즈니플러스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분기 디즈니플러스의 글로벌 가입자는 전분기보다 700만명이 늘어났는데, <무빙>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소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무빙>은 디즈니플러스 론칭 이후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며 “본사에서도 한국 콘텐츠를 주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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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쌍피 스토리노믹스 미국은 왜 핵폭탄 개발에 진심이었나···‘죄수’냐 ‘치킨’이냐 영화 <오펜하이머> 핵폭탄은 인류가 만든 최악의 대량살상무기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다. 폭발때 발생하는 고열과 충격파, 방사능물질은 주변 수십킬로미터 초토화시킨다. 핵전쟁은 전쟁 당사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량의 핵폭발은 핵겨울을 불러와 인류를 공멸시킬 수 있다. 전세계에는 1만2000개의 핵무기가 있고 이중 3700여개가 실전에 배치돼 있다. 자칫 누구하나 실수로라도 핵버튼을 누른다면 그 결과는 가히 공포스러울 수 있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2021년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71%는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을 찬성한다. 2006년 사회동향연구소 설문조사에서도 ‘남한도 자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가 67%에 달했다. 1980년대도, 90년대도 찬성여론은 60~70%대를 오갔다. 시대가 변하고 한반도 상황이 급변했어도, 이같은 찬성율은 변화가 없다. 전세계가 두려워하는 핵은, 그러나 한국인에게는 정의고 힘이다. 한국은 핵의 수혜를 본 적이 많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두발의 원자폭탄은 일제 식민지배에서 해방을 앞당겼다. 원자력은 중공업 육성이 절실했던 자원빈국 한국에게는 생명의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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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쌍피 스토리노믹스 아이도, 기업도 때론 ‘어른’이 되기 싫다 “아이들은 자라서 누구나 어른이 된다. 한 아이만 빼고” 첫문장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 피터팬의 이야기라는 것을. 나뭇잎으로 이어붙인 옷을 입고 하늘을 날며 칼을 휘두르는 피터팬과 빛을 내며 그를 따라 다니는 요정 팅커벨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갈고리손을 한 후크선장, 뱃속에 똑딱이는 시계가 있는 악어도 피터맨만큼 유명하다. 마이클 잭슨도 영원히 살고싶어했던 네버랜드는 명칭처럼 불멸의 세계로 남아있다. 영화로, 에니메이션으로, 연극으로도 접했을 <피터팬>은 그러나 정작 원작 <피터팬>을 읽었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원작은 잘 모르는 이야기가 <피터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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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지난 주말 행복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보는 이로서는 이보다 더 마음 졸일 수 없었다. 치명적인 무릎 부상이 있었고, 경기 시작 1분 만에 내준 실점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은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들의 관련 기사에 격려의 댓글이 봇물을 이룬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그 와중에 생뚱맞아 보이는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여자 배드민턴 단식 결승전에서 안세영이 중국의 천위페이를 꺾었다는 기사 댓글에는 “문재인, 배 아프겠네”가 달렸다. 한국 선수가 중국 선수를 이겼으니 친중 외교를 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배 아프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한국이 일본에 승리했다는 기사에는 “윤석열, 어떡하나”가 있었다. 한국 축구가 일본 축구를 이겼으니 친일 외교를 펴온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편치 않을 거라는 얘기다. 이런 종류의 댓글은 아시안게임 내내 이어졌다. 쓰기에 민망해 인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중국과 일본에 대한 심각한 혐오 댓글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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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책임회피’라는 유토피아 대학 다닐 때 큰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상대는 고소·고발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아버지와 함께 그를 찾았다.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한 아버지였지만, 당신은 상대에게 “자식을 잘못 기른 제 탓”이라며 무조건 고개를 숙였다. 민망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마 아버지와 나란히 걷지 못하고 몇 발짝 떨어졌다. 뒤에서 본 아버지의 어깨는 왜소해 보였다. 뭔가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말을 붙였다. “아버지….” 흘깃 뒤돌아본 아버지의 말은 간결했다. “됐다. 공부나 해라.” 꾸벅 인사드리고는 학교로 가는데 다시 돌아본 아버지의 등판은 참 넓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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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법치경제학 또는 공포경제학 윤석열 정부는 내세우는 뚜렷한 경제정책이 없었다. MB노믹스, 초이노믹스, 소득주도성장 등 역대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용어로 묶을 만한 일관된 흐름을 찾기도 어려웠다. 자유시장경제를 내세웠지만 관치의 입김이 강했다. 감세와 재정건전성을 외치면서도 공공기관 민영화나 작은 정부를 강조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분배는 꺼리지만 그렇다고 성장을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었다. 단초를 찾은 것은 기획재정부의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었다. 발표자료를 보면 생경한 단어 하나가 나온다. ‘경제법치’다. 당연히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용어다. 정부가 내린 정의를 찾아보니 ‘경제 전반에 법에 근거한 공정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란다. 이른바 ‘법치경제학’이다. 굳이 찾자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을 듯한데 박근혜 정부에서도 노골적으로 경제에 법치를 끌어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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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왜요, 이걸요, 지금요?” 대통령 노무현의 시간은 지루했다. 어떤 정책도 단번에 되는 것은 없었다. 제안했다가 안 되면 후퇴하고, 그러다 다시 제안하기를 반복했다. KTX 천성산 터널 공사,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등 난제들이 그런 과정을 겪었다.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신년연설과 국정연설, 시정연설을 통해 ‘왜, 이걸, 지금 해야 하는지’를 직접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대통령의 연설 뒤에는 항상 나라가 시끌벅적해졌다. 때로는 보수가, 때로는 진보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피곤했다. 뭐 하나 속시원히 해결되는 게 없었다. 대통령이 저렇게 추진력이 없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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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박근혜의 증세, 노무현의 FTA, 윤석열의? 지난달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던 날, 서울 서대문 인근의 한 식당. 김기현 당대표의 당선 뉴스를 보던 한 시민이 이렇게 툭 내뱉었다. “허허, 중국 공산당 대회 같네.” 나이 지긋한 그 시민이 보수 지지자였는지 진보 지지자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의 말을 듣고 다시 TV 화면을 바라보니 김 대표가 아닌 중국 어느 정치인으로 인물을 바꾼다면 그의 말도 틀린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 혼자 피식 웃음이 났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는 빨강을 정치에 돌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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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얍실’하거나 ‘뻔뻔’하거나 ‘금(金)감원’이 아니라 ‘검(檢)감원’. 요즘 금융권에서 금융감독원을 이렇게 부른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 광폭행보를 보였다. 금리를 높여라 내려라, 금융지주 수장 이런 사람은 된다 안 된다, 일일이 하나하나 이 원장은 코멘트를 했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SM 사태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상점(회사)을 지켜줄 종업원(이사)을 구하는데 그 종업원이 물건을 훔치는 습관이 있다면 ‘이건 안 된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산운용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얘기했다. 가장 힘이 셌다던 이헌재 전 금감원장도 이렇게까지 주요 사안에 대해 대놓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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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오늘은 이렇게 지나지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끝나간다. 지난해 11월24일 활동을 시작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현장조사와 기관보고, 청문회에 이어 공청회까지 마쳤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절규는 여전히 허공을 맴돌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다. 이번 국조가 형식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것은. 국회 특위 위원들은 나름 열심히 했겠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여당과 행정부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애초에 진실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역시나 밝혀진 것은 없다.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실망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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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람이 없다 서울 정동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은 오후 8시까지만 한다. 왜 그런가 물어보니 알바(아르바이트생)를 못 구하기 때문이란다. 광화문에 있는 이름난 식당은 오후 9시까지만 한다. 이곳은 셰프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두 곳 다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없단다. 심야에 택시 잡기 어려운 이유를 물어보니 밤에 일할 젊은 택시기사가 없다고 한다. 소규모 건축사 사무실 중에는 최근 SNS를 하는 곳이 많은데, 영업 때문이 아니라 직원 채용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7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경쟁률은 1979년 이후 4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잘나간다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도 다를 바 없다. 쓸 만한 IT 전문가를 뽑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태풍 힌남노로 침수됐던 포스코는 전기설비 긴급복구를 위한 전기기사에게 일당 125만원을 제시했다. 현장에서는 170만원이 지급됐다는 말도 있다. 빨리 고로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시급성에다 추석연휴까지 겹친 탓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만난 경북 지역에서 일하는 한 전기기사는 “제 나이 50인데 아직도 막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