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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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윤석열 정부, 169일째 10월24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69일이 됐다. 윤석열 정부의 총임기인 1826일 중 9.2%가 지났다. 1년 전 이맘때, 내년 10월에는 누가 대통령이 돼 있을까 궁금했다. 윤석열이 되든, 이재명이 되든 5년간 익숙했던 이름을 바꾸기에는 낯설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겨우 다섯 달 남짓 했을 뿐인데, 전임인 문재인 정부는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폐기된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과 물러난 장차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다섯 달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경제적 분위기는 전 정부의 자취를 빠르게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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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서울법대 망국론 2000년대 초반 서울대 망국론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서울대 출신들이 사회·경제·문화 등 대부분의 영역을 장악하면서 제기됐던 사회적 논쟁이었다. “고대 나와도 기자하느냐”는 이회창 대선 후보의 발언이 나왔던 것도 이때였다. 학벌지상주의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을까, 서울대 법대 출신의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상고를 나온 김대중,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지난주 중요한 인사청문회가 두 건 있었다. 한 건은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였고, 또 한 건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였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서울법대 출신이다. 대법관이야 그렇다쳐도 공정거래원장까지 서울법대 출신을 골라야 했을까. 더구나 한후보자는 보험연구원장을 지내는 등 기업보다는 금융전문가에 더 가깝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법대 편애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면서 대통령실을 개편하네 어쩌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서울법대에 대한 믿음은 공고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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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해피투게더 주말 낮 무더위에 시달리다 비빔면 생각이 났다. 매콤한 비빔면에는 시원한 오이채가 들어가야 제격이다. 동네 할인마트에 들렀다.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오이 두 개에 4980원. 비빔면 4개들이 한 팩은 2790원이다. 이쯤 되면 오이채에 비빔면을 넣어먹는 것인지, 비빔면에 오이채를 넣어먹는 것인지 아리송해진다. 나는 이렇게 오늘도 ‘미친 물가’를 체감했다. 요즘 발표되는 경제 지표는 몇달 전에 봤던 그 지표가 아니다. 6% 물가, 무역수지 적자, 환율 1300원, 코스피 2400. 경유 ℓ당 2100원. 숫제 다른 나라 같다. 그렇다고 IMF 외환위기와 같다며 호들갑을 떤다면 ‘오버’다.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이 상태가 ‘뉴노멀’로 굳어질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얼굴에 웃음기를 가시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물가 폭등과 주가 폭락, 금리 인상은 분명 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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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와 아륀지 아재 입장에서 ‘야, 이게 실화냐’며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손흥민 선수가 골든부트를 들고 방긋 웃는 모습도 그랬다. 상상이나 해본 적이 있나, 한국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득점왕을 먹다니. 해리 케인, 쿨루셉스키 등 동료들이 그를 득점왕으로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패스해주는 동료애는 더 놀라웠다. 한국 선수들은 실력이 뛰어나도 언어의 문제, 문화의 차이로 팀과 융화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손흥민은 이를 넘어섰다. 손흥민의 유창한 영어와 독일어가 도움이 됐겠지만, 특유의 미소와 친화력도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 때문에 동료들도 간단한 한국어는 한두 마디씩 한다고 한다. 토트넘 구단은 구단 인스타그램을 한국어로도 서비스하고 있다. 손흥민이 치르는 국가대표팀 경기도 실시간으로 전한다. 이런 위상, 마라도나나 지단을 보고 큰 세대는 상상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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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멸치 말리는 공항이라고요? “시골 가는 거죠?” 서울에 거주하는 부산 출신들이 명절을 앞두고 종종 받는 질문이다. 인구 340만명, 제2의 도시, 세계 5대 항만은 ‘시골’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된다. 서울 사람들에게는 인천보다 인구가 더 많은 메트로폴리탄도, 인구 5만의 농촌도 모두 ‘시골’이다. 태어났더니 어쩌다 부산의 산부인과였던 나 역시도 이 질문을 비켜나지 못한다. 문득 25년 전 영국 자원봉사를 갔을 때의 경험이 떠오른다. 한국에서 왔다는 내 말에 한 영국인은 “라오스, 캄보디아에 친구가 있다”고 자랑했다. 그들의 눈에 ‘파이스트 아시아’는 모두 같은 나라였다. 일본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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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MB아바타입니까 기시감이라는 게 있다.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인데도 어디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때를 말한다. 두 달 뒤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딱 그렇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정권이지만 이미 경험해본 정권 같은 느낌이 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10년 전 이명박(MB) 정부가 떠오른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배경부터 MB정부와 닮았다. MB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계기로 탄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버블세븐’을 비롯해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고, 이는 민심을 잃는 계기가 됐다. 이에 MB정부의 첫 정책은 종합부동산세 완화였다. 윤석열 정부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계기로 탄생했고, 종부세 완화는 새 정부 세제개편의 첫 번째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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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윤석열의 ‘돈 룩 업’ RE100에 대해서는 “네?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했다. EU 택소노미는 “EU 뭐라는 거, 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블루수소는 눈만 껌뻑거렸다. 재생에너지는 “미래산업의 핵심은 거기에 있지 않다”고 했다. RE100과 EU 그린 택소노미, 블루수소, 재생에너지는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기후변화다. 네 가지 질문들에 답을 못했다면 명백하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 혹은 인식이 전혀 없다는 거다. 시청률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는 지난 4일 <2022년 대선 후보 토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그랬다. 그는 RE100만 몰랐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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윅픽 ‘분쟁’이 기아를 만든다 제임스 카메론의 기념비적인 영화 <타이타닉>을 기억하시나요? 영국 사우스햄턴을 출발했던 타이타닉호는 아일랜드 퀸즈타운을 지나 미국 뉴욕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타이타닉 3등실에는 특히 아일랜드인들이 많이 타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배고픔 때문이었습니다. 아일랜드는 1800년대 중반 극심한 기근을 겪었습니다. 이른바 ‘아일랜드 대기근’(Great Famine)이라고 부르는 사건인데요, 아일랜드 인구 4명 중 1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이 여파는 20세기까지 이어집니다. 수많은 아일랜드인들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조국 아일랜드를 떠납니다. 인구 800만명 중 100만명이 해외이주를 택했습니다만, 이들 중 60%는 각종 질병과 배고픔으로 배에서 죽습니다. 현재 아일랜드 인구는 400만명으로 아직도 대기근 전의 인구(800만명)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아일랜드는 19세기보다 인구가 적은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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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클레어 아일랜드 대사 “기아 해결 위해 북한 불러내야” 아일랜드는 한국인에게 낯선 나라다. 영국 서쪽 섬에 있는 아일랜드는 20세기 초, 독립전쟁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분리됐다. 그러나 영국 신교도가 다수인 섬의 동북부 ‘얼스터’ 지방 6개주는 독립을 거부했고,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남았다. 이후 북아일랜드 지역에서 발생한 가톨릭 신자에 대한 차별, 아일랜드 내부의 민족주의 움직임 등이 섬을 ‘내전’ 상태로 만들었다. 당시 북아일랜드에 있는 영국군을 상대로 테러활동이 활발했는데 이때 이름을 떨친 것이 아일랜드공화국군, 이른바 ‘IRA’다. 아일랜드는 현재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공화국이다. 하지만 섬 내부에 북아일랜드가 있다는 점은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당장 유럽연합(EU) 소속으로 사실상 국경이 없던 섬은 영국의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로 새로운 문제를 안게 됐다. 영국은 EU와 브렉시트 협정을 하며 북아일랜드를 EU 단일 시장에 남기기로 했다. 이로 인해 북아일랜드가 EU 국가와 교역할 때는 통관 작업을 하지 않지만, 정작 영국 본토와 교역할 때는 절차를 밟게 된 상황이다. 이에 영국은 이른바 ‘북아일랜드 협약’을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결과에 따라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다시 국경이 생기고, 이로 인한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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윅픽 정치풍자 개그가 사라진 불편한 진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 어디에서나 정치얘기가 나옵니다. 코로나19로 대면모임이 힘들기 때문일까요, 카카오톡 단톡방은 더 뜨겁습니다. SNS도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는 정치 밈들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유독 조용한 곳이 있습니다. 코미디계입니다. 풍자 코미디 혹은 개그가 실종됐습니다. 공중파에서는 아예 찾아보기 힘듭니다. 코미디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진 탓도 있습니다만 있어도 시사·정치 풍자가 왕성하게 나왔을 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남은 tvN의 <코미디 빅리그>에서도 정치풍자는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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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여도지죄(餘桃之罪)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부고가 전해진 날 어떤 언론은 사망으로, 어떤 언론은 별세로, 어떤 언론은 서거로 표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모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조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장은 허용됐지만, 국립묘지 안장은 거부됐습니다. 전직 대통령, 노씨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복잡한 심경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여도지죄(餘桃之罪). 먹다 남은 복숭아를 먹인 죄라는 뜻입니다. 임금이 총애할 때는 먹다 남은 복숭아를 주는 것도 이쁘지만, 마음이 변하면 죄가 되더라는 뜻인데요, 같은 행동도 상대방의 마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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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과 인도의 만남, '샨티 포엠토피아 해남' 22일 열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 이하 진흥원)이 지원하는 ‘샨티 포엠토피아 해남Ⅱ’ 행사가 22일 오후 7시 전남 해남의 에루화원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 예술단체 시화풍정 <담소>와 인도 샨티니케탄 예술단체 <뽀리빠르>가 공동으로 제작한 월드 뮤직 ‘내 벗이 몇 인고 하니’가 공연된다. 이 작품은 해남군 지역 고유의 전통 문화유산인 ‘오우가’와 고정희 시인의 시를 모티프로 두 도시 예술가들이 공동으로 창작한 음악 및 시노래, 인도 예술가들의 안무를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