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관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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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 칼럼 아편전쟁까지 소환하는 ‘트럼프식 제국주의’ 19세기 중국(청나라)과 영국의 아편전쟁은 영국의 대중 무역적자 때문에 촉발됐다. 중국의 차, 비단, 도자기 수입이 늘면서 막대한 양의 은화 유출에 시달리던 영국은 인도산 아편을 중국 남부 해안에 은밀하게 유통하기 시작했다. 무역불균형 해소책으로 사실상 마약 유통을 택한 것이었다. 백성들의 아편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견디지 못한 중국은 아편 2만여상자를 몰수해 해안가에서 공개적으로 불태웠다. 그러자 이를 상업활동에 대한 침해로 규정한 영국은 증기선에 탑재한 장거리 함포로 중국을 굴복시켰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불평등조약인 난징조약(1842년)을 통해 홍콩을 넘겨주고 상하이 등 5개 항구도시를 개항해야 했다. 오늘날 중국이 과학기술 굴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편전쟁 트라우마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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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 칼럼 청년 문제야말로 ‘회색 코뿔소’ 아닌가 2025년 벽두 한국 경제는 불법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로 시계제로였다. 다행히 새 정부 출범 후 대혼란을 이겨내고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 2026년은 2%에 근접한 성장률이 예상된다. 고물가·고환율, 치솟는 전월세값을 잡는 것도 시급하나 기자의 눈에는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이 땅의 아픈 청춘들이 먼저 어른거린다. 청년 문제의 핵심인 일자리를 보면 그야말로 빙하기다. 15~29세 고용률은 2025년 11월 기준 44.3%에 그치며 19개월 연속 하락했다. 60세 이상 고령층(47.9%)보다 낮다. 구직 활동을 접고 그냥 쉬고 있는 2030 숫자만 73만명에 달한다. 스스로를 ‘전업자녀’로 칭하는 청년들도 있다. 사회로 진입하는 길이 막히면서 그만큼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확산이 몰고 올 여파로 청년 고용률과 실업률, 쉬었음 인구 등 각종 고용지표는 앞으로도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국가데이터처가 내놓은 ‘청년 삶의 질’ 보고서를 보면 청년들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7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31위였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소진되는 ‘번아웃’을 경험한 19~34세 청년도 2024년 기준 32.2%였다. 번아웃 이유로는 진로불안이 39.1%로 가장 높았다. 부동산 자산 불평등이 커지면서 청년들의 허무주의가 확산되고 계층 상승 기대감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청년층이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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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 칼럼 챗GPT 3년, 멈추지 말아야 할 질문 인공지능(AI)이 바꿀 미래를 예측한 <새로운 질서>의 영문 제목은 제네시스(Genesis)다. ‘외교의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 크레이그 먼디 전 마이크로소프트 연구 책임자가 공동으로 집필했다. 키신저 사후 발간됐으며 올해 한국에 소개됐다. 키신저는 외교관이었지만 기술변화가 인류 사회에 가지는 함의를 이해하는 데 말년을 바쳤다. 제네시스는 기원, 탄생의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성경의 첫 장인 ‘창세기’를 뜻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AI의 등장이 인류 역사상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자 인간 자체의 정체성까지 재정의하는 중대한 변곡점이라고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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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 칼럼 ‘배반의 증시’ 오명을 벗으려면 ‘미쳤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가파르게 오르던 주가가 5일 급락했다. 우상향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에는 이르지만 정부·여당은 물론 투자 주체들이 호흡을 가다듬을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의 일차적 요인은 넘치는 유동성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규제 완화, 확장적 재정으로 증시를 부양하고 있으며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포인트 내렸다. 두번째 요인은 AI발 투자 열기다. AI와 관련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그간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세계 경제규모 3위인 독일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을 정도로 커졌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호황국면)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다음은 정부와 여당의 강력한 자본시장 선진화 의지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고, 소액 주주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두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은 외국 투자자들 사이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신호로 해석됐다. 앞으로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 부양을 위한 입법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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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 칼럼 트럼프의 ‘WTO 걷어차기’가 보여준 것 한·미 관세협상에서 3500억달러(약 490조원)에 달하는 현금 출자를 강요하는 미국 대통령을 보는 느낌은 매우 당혹스럽다. 한국 정부가 국가재정과 외환시장의 충격 없이 3500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길은 없다. 국가들은 무역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지만 트럼프에게 무역은 일방적인 압박의 수단일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 무역질서가 무너지면서 이제 합리적 대화와 협상을 통해 미국과 어떤 일을 도모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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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 칼럼 10년 내리막길, 한·중관계 리셋이 절실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의 정점은 10년 전 이맘때였다. 2015년 9월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행사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섰다. 당시 중국인들은 박 전 대통령을 ‘퍄오다제’(朴大姐·박근혜 큰누님)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열렬히 환영했다. 올해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중관계는 2016년 한국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급전직하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어긋난 한·중관계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좀처럼 복원되지 못했고 윤석열 정부가 가치외교를 들고나오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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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 칼럼 ‘기업 옥죄기’ 프레임이 달갑지 않은 이유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인구 1400만명의 경기도 지사를 지내 실물경제 경험이 풍부하다. 취임사에서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며 보수의 언어인 시장주의를 품었다. 초대 내각에 대기업 출신 장관만 3명에 이르니 재계에서는 친기업 시대의 도래에 대한 기대가 컸을 법하다. 그런데 요즘 국민의힘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단체들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세법 개정안을 두고 비난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 정부가 출범 2개월 만에 반기업, 반시장 정부로 돌변한 것인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기업을 옥죄는 정책이란 이들의 주장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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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 칼럼 AI 3강, 제3의 길을 찾아야 ‘글로벌 인공지능(AI) 3강’ 목표 달성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은 AI 정책을 집행할 대통령실과 내각의 주요 자리에 기업 출신 인사들을 중용했다. 현장 의견이 정책에 신속히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실용주의를 앞세워 속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7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말 내놓은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2위 그룹이었다. ‘AI 선도국’에는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가 포함됐으며 다음 단계인 ‘AI 안정적 경쟁국가’에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속했다. AI 3강은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대내외 여건과 한국의 실상을 면밀히 돌아보고 전략을 가다듬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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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 칼럼 초가속 시대,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다 1950년대 중반 ‘인공지능(AI)’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이후 수십년간 연구가 진행됐지만 발전 속도는 매우 더뎠다. 그러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만든 챗GPT가 등장하면서 AI는 그야말로 빅뱅 단계로 접어들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지난 2월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현재 AI 발전 속도가 무어의 법칙을 능가하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적었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양(집적도)이 18~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챗GPT 등장 후 지금까지의 AI 발전 속도보다 올해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어떤 지적 업무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AGI(범용인공지능)의 출현이 5~10년 후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컴퓨터가 윈도 운영체제로 돌아가듯 AI는 가전제품, 자동차, 행정, 교육 등 실생활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신소재나 신약 개발 과정에서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도 AI를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인류는 이제 전방위적 기술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초가속 시대’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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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닥공’ 이복현 금감원장,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현 정부의 금융 실력자는 단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으로 보인다. 은행권 돈잔치 질타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은행산업 개편에 이르기까지 각종 현안을 두고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등장부터 파격적이긴 했다. 1999년 금감원 출범 후 첫 검사 출신 원장이다. 검사 시절 경제·금융 범죄를 주로 다룬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하다. 일견 ‘스타 금감원장’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그의 행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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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불혹을 넘긴 공정위의 퇴행 이명박 정부 시절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관리위원회’로 전락했던 적이 있다. 2011년 초 대통령이 물가관리에 신경을 써달라고 공정위원장에게 주문한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물가당국이 아니란 내부 반발이 일자 “공정위가 물가기관이란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사표를 쓰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공정위는 결국 가격불안 품목에 대해 전면적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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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부동산 경기부양 총력전의 후과가 두렵다 ‘1139채 빌라왕’과 ‘은마아파트 영끌’. 최근 두 건의 소식을 접하며 상식을 벗어난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지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40대 빌라왕은 갭투자로 엄청난 규모의 빌라를 사들였지만 세입자 수백명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배후 세력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주거 약자들에게 피해를 준 이런 행태를 정부는 왜 제어하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