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욱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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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두목과 지도자,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리더는 무오류한 존재가 아니다. 업무 능력이 기본이지만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는 솔직함과 용기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리더들을 많이 봤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잘한 건 자기 공이고, 잘못된 것은 아랫사람의 무능과 게으름 탓이다. 그러나 남에게 떠넘기는 것도 한두번이다. 책임져주지 않는 리더를 누가 따르겠는가. 동서고금의 일화, 리더십에 대한 책들은 책임감을 지도자의 주요 자질로 꼽는다. 이런 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좋은 리더와 거리가 멀다. 재난, 사건·사고, 정책 혼선이 빚어질 때마다 ‘내 책임이다’라는 말을 윤 대통령과 권력 주변에서 듣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일선 공무원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는 뉴스만 쏟아졌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귀책 사유를 물으면, 법적 책임 등을 이유로 침묵했다. 이번 호우 참사라고 다를까. 윤 대통령이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달라”며 공무원들을 닦달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 윤 대통령이 ‘지하차도’ 참변을 언급하지 않고, 현장을 찾지 않은 것도 예견했던 바다. 아랫사람 책임으로 돌리고, 참사에 거리를 두는 것은 대통령의 재난 대응 공식처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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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범죄도시’ 주연의 꿈 윤석열 대통령은 범죄영화라도 찍는 듯 국정을 운영하는 것 같다. 사회 곳곳에 도려낼 대상을 ‘이권 카르텔’로 낙인찍고, 이를 때려잡는 것을 통치 기조로 삼은 듯하다. 툭하면 이뤄지는 압수수색, 구속은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다. 집권세력 시각에서 보면 노동계, 방송계, 정치권 등 사회 전반에 카르텔이 암약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마약 카르텔이 횡행하는 남미라도 된다는 말인가. 검사 시절 조폭 때려잡듯, 강력한 한 방으로 카르텔을 도려내고 정의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윤 대통령은 꿈꾸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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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상상력의 실종과 싸구려 정치 정당 취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선배에게 따끔한 말을 들었다. 술자리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가벼운 토론이 벌어졌다. 선배들의 대화를 듣다가, 무심코 “~는 그런 거 아닌가요?”라고 했다. 그러자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정치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술이 확 깼다. 당시 대화 주제가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선배의 충고는 틀리지 않았다. 지켜볼수록 정치는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해관계와 지지층이 다른 정치세력들이 현안에 대해 부딪치고 합의점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할 수 없었다. 법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인 만큼 경험과 많은 정보,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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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정치가 나온다. 한때 정치인들의 이력, 진보냐 보수냐를 좋은 정치를 가르는 기준으로 여겼다. 가령 보수 정치인은 기득권에 찌든 수구세력이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진보 정치인은 기성 정치인보다 나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의도 국회를 지켜본 결과, 좋은 정치인을 경력이나 소속 정당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좋은 정치인들은 한결같음, 타인에 대한 배려, 말의 품격, 책임감 등을 지녔다. 타고난 품성도 있겠지만, 공인 의식을 갖고 스스로 단련한 결과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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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민주당은 어쩌다 웰빙정당이 됐나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에 가려졌지만, 최근 눈길이 갔던 뉴스는 더불어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이라는 더좋은미래(더미래) 소속 의원들이 임시국회 회기 중인 지난 2일 베트남으로 워크숍을 떠났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자, 더미래 측은 “당의 진로와 총선 준비, 진보의 재구성 방안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당 진로와 총선 준비 논의를 왜 베트남에 가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관광업계 활성화를 위한 깊은 뜻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더미래 측은 귀국 후 “민주당의 신뢰 회복, 혁신, 단결이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라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했다. 베트남까지 가서 난상토론해 얻은 결과가 고작 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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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웹소설과 청년 정치인 웹소설(web novel)은 웹을 통해 연재되는 소설을 말한다. 좁혀 말하면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 페이지’ 등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하이틴 로맨스·추리·판타지·무협 등 장르소설을 일컫는다. 젊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빠른 전개는 기본이고, 짧고 직관적인 표현에 대화체가 많이 실린다. 편당 5000자 이내의 짧은 분량으로 연재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B급 문학’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스마트폰이 문화 콘텐츠 소비의 주요 플랫폼이 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200억원대였던 웹소설 시장은 2021년 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김비서가 왜 그럴까> <구르미 그린 달빛> 등도 원작이 웹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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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다이 하드’의 치매 1988년작 <다이 하드(Die hard)>는 인간적 영웅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이전 할리우드 액션영화들과 달랐다. 주인공 존 맥클레인 형사로 분한 브루스 윌리스(67)는 평범한 아저씨 외모, 특별한 전투기술 없이 현란한 말발과 침착함으로 악당들과 맞선다. 실베스터 스탤론,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 당대를 풍미했던 근육질 영웅과 다른 인간적 영웅이라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맨발, 러닝셔츠, 피투성이가 된 채 죽도록 고생하며 버티는 맥클레인은 “웬만해선 죽지 않는 사람” “완강한 저항자” “끝까지 버티는”을 뜻하는 ‘다이 하드’에 들어맞았다. 감독 존 맥티어넌은 <프레데터>를 함께 찍었던 슈워제네거에게 맥클레인 역을 제안했다는데, 슈워제네거가 맡았다면 우리가 아는 맥클레인 형사는 없었을 터다. 윌리스는 다이 하드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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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벌목꾼 대통령, 경주마 여당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진보·보수가 다르지 않았다. 가령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100% 대한민국’, 문재인 전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을 말했다. 한낱 신기루로 끝났지만, 적어도 취임 초 두 사람의 통합 의지는 진심이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박애주의자여서가 아니었다. 국론 분열을 치유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수 없다는 인식을 했기 때문일 터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단히 이질적이다. 취임사부터 통합을 언급하지 않았고, 집권 후엔 ‘찍어내기’를 국정운영의 주요 동력으로 삼은 듯해서다. 노조 탄압, 사정기관의 야권 수사, 툭하면 등장하는 압수수색…. 피아 구분도 없다. 내부총질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쫓아내고, 당권 경쟁에 뛰어든 안철수 의원은 ‘적’이라고 했다. 후보 단일화를 하고 함께 대선을 치른 안 의원까지 적이라면 윤 대통령의 적은 셀 수 없을 터다. 벌목꾼도 아닌데, 왜 마구잡이로 찍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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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끊이지 않는 ‘천공’ 논란 제정 러시아 말기 ‘요승’ 라스푸틴은 황태자의 혈우병을 치료해줘 황제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국정 전반을 좌지우지하다가, 암살당했다. 고려 말 승려 신돈은 공민왕을 쥐락펴락했고, 역모를 꾀하다 처형됐다. 조선 말기 때는 명성황후가 진령군이라는 무녀에 휘둘려 국정이 혼란스러웠다. 박근혜 정부 때는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지녔다는 ‘오방낭’이 최순실 주도로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했다. 최순실의 아버지는 영생교를 창시한 최태민으로, 최씨 부녀는 각각 박정희·박근혜 정부 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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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치인의 인증샷 2006년 3월 당시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한 인사가 고 전 총리에게 다가와 알은척을 했다. 이 인사는 사진사까지 대동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찍으려 했으나, 고 전 총리는 손사래를 쳤다. 고 전 총리 참모들에게 물으니, 이 인사는 그해 5·31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였다. 자신과 악수하는 사진이 선거용으로 이용될까봐 거부한 것이다. 사진을 찍었다면 그 출마 예정자는 전북이 연고지인 대권 주자 고건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선전했을 게 뻔했다. 정치인들은 유달리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행사 때마다 사진을 찍고,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를 만날 때는 인증샷을 남긴다. 모델처럼 우월한 기럭지를 가진 것도, 배우만큼 수려한 외모를 지닌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내가 이렇게 일을 많이 했다’고 과시하거나, 유력인사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이 지난해 7월 방탄소년단(BTS)을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행사에서 단체사진 촬영 뒤 BTS 뷔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올리며 사진을 찍은 것도 이런 경우다. 심지어 그는 방역수칙 위반 논란을 감수하고 홀로 마스크까지 벗었다. 잠깐 먹을 욕쯤은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언젠가 선거에 나서면 BTS와 찍은 사진을 사용하리라 지금도 생각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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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윤정희, 영화를 살다 영화배우 윤정희씨(본명 손미자·1944~2023)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남정임·문희씨와 함께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여성 영화배우 트로이카로 인기를 얻었다. 한국 영화 황금기였던 1967년 <청춘극장>으로 데뷔해 2010년 <시>까지 45년 동안 약 30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전통적·순종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도도하고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고 신상옥 감독은 “파격적 캐릭터의 여주인공은 윤정희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윤씨 역시 생전 인터뷰에서 “계산적인 것보다는 순간적인 감정으로 연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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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사람됨을 잃은 통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슬픔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렵고,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하물며 남은 삶이 많은 자식이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면 부모의 마음은 찢어질 것이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새겨진다.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심정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백분의 일쯤은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 어머니를 잃은 사람으로서 희생자들과 비슷한 나이의 딸을 둔 아버지로서 하는 말이다.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유족들에 대한 배려가 인간의 도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