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욱
문화에디터 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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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북한 황강댐 방류 큰비가 올 때마다 남북한을 함께 흐르는 하천의 댐들이 소환된다. 북한이 상류에 있는 댐을 무단방류해 남측의 하류 지점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에서 10여㎞ 북쪽에 위치한 북한강의 임남댐(일명 금강산댐),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약 42.3㎞에 있는 임진강의 황강댐(예성강댐)이 그들이다. 남북은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갖고 댐 방류 때는 사전에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북한이 황강댐 무단방류를 하여 남측 9명이 목숨을 잃은 뒤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북한은 총 6차례(황강댐 3회, 임남댐 3회) 군 통신선을 통해 방류사실을 통보했는데, 남북관계가 나쁠 때는 알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북한은 통보 없이 황강댐 수문을 열었다. 이때마다 임진강 수위가 급상승해 주민들이 긴급대피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정부가 대북 전단은 묵인하면서 댐 방류는 통보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북한은 생각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 입장에선 야속하기 이를 데 없다. 전단과 댐 방류의 위험성이 같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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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민주당, 윤석열 정부 실정 뒤에 숨지 마라 “더 나은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역사는 앞으로 나아간다.” 한때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정당들을 지지한 사람들은 이런 믿음을 가졌다. 노회한 보수당보다 서툴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 했던 순정에 기대를 걸었다.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지도자의 아우라도 지지층 결속력을 높였을 터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집권하고 거대여당이 된 후 과거를 잊은 듯 행동했다. 상대편엔 가혹했으나, 내 편에는 관대했고, 비판하면 반개혁 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 ‘더 나은 정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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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좀비 아이디어 좀비는 ‘살아 있는 시체’다. 무리 지어 돌아다니며 멀쩡한 사람까지 전염시키는 기괴한 존재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9년) 이후 할리우드 공포장르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날뛰는 특성 때문에 현실 상황에서도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가령 정치권에선 정치적으로 심판당했음에도, 기세등등한 정치세력을 두고 ‘좀비정당’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실패가 입증됐음에도 좀비처럼 살아남아 사회를 좀먹는 생각과 정책을 일컫는 ‘좀비 아이디어’가 부각되고 있다. 이 개념을 제시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는 미국 보수우파들의 ‘감세 옹호론’ ‘기후변화 부정론’ ‘코로나19 부정론’ 등의 좀비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두뇌를 갉아먹는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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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두 달 남은 듯, 두 달 지난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자주 선보였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볼 때마다 의아했다. 무엇을 겨냥한 것인가, 유세장 지지자들은 왜 열광할까.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것일 수도, 국정에서 한 방을 보여주겠다는 의지 표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면 선 넘은 도발이겠지만, 자신감은 대단해 보였다. 헤비급 권투선수를 연상시키는 윤 대통령의 풍채와 어퍼컷은 썩 잘 어울리기도 했다. 그런데 임기 두 달이 지난 현재 국정 상황은 윤 대통령이 보였던 자신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능력주의 인사, 도어스테핑이라는 어퍼컷은 허공을 갈랐고, 대통령은 인사 실패, 각종 설화, 배우자 리스크 등의 잽을 연타로 맞았다. 30%대로 내려앉은 지지율은 윤석열 정부 현재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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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식당의 MSG ‘검찰식구’ ‘윤식당’이 유명해진 것은 윤석열 주방장 개인의 인기와 무관치 않다. 배우 주현씨와 닮은 듯한 넉넉한 풍채는 인심 좋은 동네 형님을 떠올리게 했다. 세련된 ‘셰프’ 표현보다 주방장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렸다. 윤 주방장은 “내 요리는 심플하고 적은 재료 가지고 쉽게 만들어 먹는 요리”라며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계란말이, 파스타 등 한식과 양식을 넘나드는 요리를 만들었다. 시그니처 메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대구식 소고기뭇국이었다. 온도, 습도, 불의 세기 등을 미묘하게 계산한 그의 요리를 두고 최현석 셰프의 ‘분자요리’ 못지않다는 아첨 섞인 평가도 나왔다. 예능감도 있는 편이다. 단골손님들에게 주현씨 성대모사를 곧잘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네이비색 카디건 차림에 앞치마를 두르고 ‘석열이형네 밥집’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여러 요리를 뚝딱 만들었다. 윤 주방장이 본격적으로 방송을 탄다면 백종원씨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고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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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대혼돈의 멀미버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가 침체에도 흥행한 마블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선 ‘멀티버스’(다중우주)라는 개념이 나온다.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여러 개의 우주가 존재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은 다른 우주에 분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분신의 성격과 환경, 선택은 다르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를 보면서 직업병이 도졌다. 실제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면 그곳의 정치권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봤다. 영화 속 다른 차원이 실제와 달랐듯 다른 차원의 정치권 모습도 현실과 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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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대통령의 예능 소통 정치가 연예 프로그램과 연계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들어 정치 풍자가 허용되면서부터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최병서 등 개그맨들이 정치인 성대모사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치인의 본격적인 예능 출연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서 출발했다는 게 정설이다. 199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이경규가 간다>는 야당 총재였던 DJ의 일산 자택을 찾았다. DJ로서는 민주 투사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였다. 훗날 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들을 보고 “DJ가 위험한 빨갱이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딱딱한 이미지의 정치인들이 대중적 호감도를 얻는 데는 예능 출연만 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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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송영길들’과 ‘윤호중들’, 사라진 책임정치 지독히도 변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얘기다. 오만과 위선, 내로남불로 탄핵당한 세력에게 5년 만에 정권을 내줘 놓고도 제대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개혁을 내세워 사회적 합의가 덜 된 현안들을 밀어붙이는 행태도 그대로다. 0.73%포인트 차 패배가 0.73초의 반성으로 이어진 것인가. 민주당 주변을 배회하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은 책임지지 않는 인사들의 ‘정신승리’ 주문(呪文)일지 모른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였던 송영길·윤호중 두 사람이 뉴스의 중심에 선 것은 한마디로 당내 책임정치가 실종됐다는 증거다. 물러났어야 할 윤호중 원내대표는 도리어 비대위원장으로 체급을 올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인다. 그는 최근 현충원 방명록에 “특권 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민주당이 더 개혁하고 더 혁신하겠다”고 썼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수완박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중대한 문제를 임기 20여일 남은 현 정부 내에서 종결짓는다는 발상은 비상식적이다. 지난 5년 동안 무엇하다 뒤늦게 서두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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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86그룹의 용퇴 86그룹은 1960년대생으로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정치인을 통칭한다. 1990년대 후반 30대의 청년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며 386으로 통했던 이들은 ‘486’을 지나 이제 ‘586’이 됐다. 이들이 등장할 때 386이란 호칭은 훈장(勳章)과도 같았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끝내 1987년 민주화의 동력을 만들어낸 그들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두터웠다. 기득권에 찌든 정치를 일소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들은 각 당의 미래를 짊어질 ‘새 피’로 불렸다. 실제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에선 정풍운동을 뒷받침했고,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선 보수개혁을 외쳤다. 민주당에는 맏형 격인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우상호·김민석·이인영·임종석·송영길 등이 포진했고, 보수당에는 원희룡 등이 도드라졌다. 이들 외에도 전국 각 대학의 총학을 이끈 인물들이 뒤이어 정계에 진출해 대세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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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앤장 관료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변호사뿐 아니라 전직 고위관료들을 영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힘 있는 경제 부처에서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전문 영역을 다루는 부처까지 영향력 있는 퇴직자들이 나오면 고문이나 자문·전문위원 등으로 불러들인다. ‘김앤장 관료’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김앤장에 들어간 전직 관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상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로비스트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추정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자신이 근무했던 부처의 인맥 등을 활용해 김앤장 의뢰인을 돕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의뢰인을 위해 입법 로비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김앤장의 대정부 관계는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 그 힘은 변호사가 아닌 행정부·국회·청와대 출신들에게서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김앤장 측은 이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종합적 법률 서비스를 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런 나라에서는 로비가 합법화돼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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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황홀경과 점령군, 그리고 반면교사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신랄한 인물평으로도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역량이 부족하거나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당연히 주관이 개입됐겠지만, 보는 눈이 있는 김 전 위원장인지라 설득력 있는 평가로 들렸다. 그런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모든 것이 쉽게 될 것같이 (하는) 인상이 있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황홀감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황홀경에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이 성공하는 대통령의 첩경”이라고 했다. 청와대 이전 논란을 두고는 ‘정력낭비’라고 했다. 황홀경·황홀감·정력, 에두르지 않는 표현에 놀랐다. 총괄선대위원장에서 중도하차하는 등 두 사람의 편치 않은 관계를 감안해도 발언이 자극적이었다. 윤 당선인의 성공을 빈다고 했지만, 행간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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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부패호랑이 호랑이는 용맹한 동물의 상징이지만, 잡귀와 액운을 막아주는 벽사(僻邪)의 존재로도 여겨졌다. 집 안 곳곳에 까치호랑이 그림을 붙여놓은 이유이다. 김탁환 작가의 <밀림무정>에 등장하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흰머리’는 사냥꾼들 사이에서도 건드려서는 안 될 영물로 묘사된다. 올해 호랑이의 해를 맞아 코로나19 퇴치를 기대하는 심리 기저에는 호랑이를 영물로 여기는 사고가 깔려 있을 터이다. 호랑이는 또 교활하다는 인상도 갖고 있다.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바위나 낙엽을 밟는가 하면 냇가를 따라 이동하면서 발자국을 없애고, 늘 사냥꾼 등 뒤에서 달려들어서 생긴 이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