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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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석열 정부, 자유만 있고 책임은 없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을 접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랬다. 죽음을 정쟁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당분간 애도기간을 갖자는 여권 인사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없이 생을 마감한 희생자와 가족들의 상실감, 사회를 짓누르는 슬픔의 공기를 생각하면 조용히 명복을 비는 것이 도리라고 여겼다. “이태원 참사는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는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나, 세월호 사태에 빗대려는 일각의 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여겼다. 치유되지 않은 세월호를 정치적 의도로 헤집는 데 동의할 수 없었다. 난잡한 정치판에도 금도는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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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도어스테핑 유감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출퇴근하는 것 말고도 여느 대통령과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출근길에 기자들과 갖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회견)’이다. 특정 행사나 기념일 외에 대통령의 육성을 듣기 어려웠던 과거와 비교하면 그 소통 의지는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처음 했을 때 ‘우리보다 잘하면 어떡하지’ 그런 부러움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일본 등에서 최고지도자의 도어스테핑은 일상이다. 미국 대통령은 집무실(오벌 오피스)과 브리핑룸이 백악관 웨스트 윙(서관) 1층에 같이 위치한 때문에 하루에도 수차례 기자들과 마주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중 “(북한은) 전례 없는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는 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이후 ‘부라사가리(ぶら下がり·매달리기)’로 불리는 도어스테핑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이런 점에서 국제 흐름을 반영한 진일보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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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석열, 이준석, 윤핵관, 누가 배신자인가 정치권에선 매일 크고 작은 도원결의가 맺어지고, 그만큼의 배신행위가 발생한다. 어제의 동지가 다음날 원수가 된 풍경은 낯설지 않다. 정치연합의 붕괴, 정치인들의 결별, 탈당 등이 이런 사례들이다. 큰 배신에 가려진 작은 배신들은 더 많다. 당내 선거나 국회의원 예비 경선 때 특정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가 경쟁 캠프로 옮겨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영업비밀’을 누설하는 경우를 봤다. 형, 동생 하던 사이가 같은 지역구를 놓고 경쟁하면서 어색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못 믿을 인간들만 정치권에 모여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리지어 권력을 다투고, 이기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판의 속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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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역(逆)바이럴 바이럴(viral) 마케팅은 바이러스가 퍼지듯 홍보성 정보가 입소문 형식으로 퍼지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반대인 ‘역(逆)바이럴’은 상품의 이미지 등을 깎아내리기 위해 온라인 댓글 등을 통해 부정적 여론을 퍼뜨리는 행태다. 특히 팬데믹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 영화관람료 인상 등이 겹치면서 영화계의 역바이럴 영향력이 커졌다는 말이 나온다. 영화를 꼼꼼하게 골라 보는 관람 패턴이 굳어지며 대중이 나쁜 평가에 더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당장 여름 극장가에서 역바이럴 의혹이 제기됐다. 제작비 260억원이 투입됐으나 흥행에 실패한 <비상선언>이 역바이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비상선언>을 제외한 여름 영화에 모두 투자한 바이럴 마케팅 업체가 투자 영화들에 대해서는 우호적 바이럴을, 경쟁작 <비상선언>에 대해선 역바이럴을 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 뒤 진위를 놓고 영화 커뮤니티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역바이럴 정황을 발견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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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용산이 흉지?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던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슬그머니 공론화하고, 전광석화처럼 결정했을 때 미심쩍었다. 광화문은 떡밥이었을 뿐, 애초부터 용산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닐까. 문재인 정부가 경호와 교통 등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혀 광화문 이전을 포기했다는 것을 윤 대통령이 모를 리 없을 터였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국방부 이전에 따른 안보공백 우려, 예산 편성 등 현실적 난관이 적지 않음에도 서둘렀다. 기왕 이전을 결정했다면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져야 마땅한데도, 기어이 임기 첫날을 용산에서 맞았다. ‘나쁜 땅’ 청와대를 벗어나 ‘명당’ 용산에서 임기를 시작하겠다는 풍수지리적 고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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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북한 황강댐 방류 큰비가 올 때마다 남북한을 함께 흐르는 하천의 댐들이 소환된다. 북한이 상류에 있는 댐을 무단방류해 남측의 하류 지점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에서 10여㎞ 북쪽에 위치한 북한강의 임남댐(일명 금강산댐),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약 42.3㎞에 있는 임진강의 황강댐(예성강댐)이 그들이다. 남북은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갖고 댐 방류 때는 사전에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북한이 황강댐 무단방류를 하여 남측 9명이 목숨을 잃은 뒤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북한은 총 6차례(황강댐 3회, 임남댐 3회) 군 통신선을 통해 방류사실을 통보했는데, 남북관계가 나쁠 때는 알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북한은 통보 없이 황강댐 수문을 열었다. 이때마다 임진강 수위가 급상승해 주민들이 긴급대피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정부가 대북 전단은 묵인하면서 댐 방류는 통보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북한은 생각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 입장에선 야속하기 이를 데 없다. 전단과 댐 방류의 위험성이 같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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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민주당, 윤석열 정부 실정 뒤에 숨지 마라 “더 나은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역사는 앞으로 나아간다.” 한때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정당들을 지지한 사람들은 이런 믿음을 가졌다. 노회한 보수당보다 서툴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 했던 순정에 기대를 걸었다.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지도자의 아우라도 지지층 결속력을 높였을 터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집권하고 거대여당이 된 후 과거를 잊은 듯 행동했다. 상대편엔 가혹했으나, 내 편에는 관대했고, 비판하면 반개혁 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 ‘더 나은 정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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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좀비 아이디어 좀비는 ‘살아 있는 시체’다. 무리 지어 돌아다니며 멀쩡한 사람까지 전염시키는 기괴한 존재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9년) 이후 할리우드 공포장르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날뛰는 특성 때문에 현실 상황에서도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가령 정치권에선 정치적으로 심판당했음에도, 기세등등한 정치세력을 두고 ‘좀비정당’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실패가 입증됐음에도 좀비처럼 살아남아 사회를 좀먹는 생각과 정책을 일컫는 ‘좀비 아이디어’가 부각되고 있다. 이 개념을 제시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는 미국 보수우파들의 ‘감세 옹호론’ ‘기후변화 부정론’ ‘코로나19 부정론’ 등의 좀비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두뇌를 갉아먹는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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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두 달 남은 듯, 두 달 지난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자주 선보였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볼 때마다 의아했다. 무엇을 겨냥한 것인가, 유세장 지지자들은 왜 열광할까.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것일 수도, 국정에서 한 방을 보여주겠다는 의지 표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면 선 넘은 도발이겠지만, 자신감은 대단해 보였다. 헤비급 권투선수를 연상시키는 윤 대통령의 풍채와 어퍼컷은 썩 잘 어울리기도 했다. 그런데 임기 두 달이 지난 현재 국정 상황은 윤 대통령이 보였던 자신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능력주의 인사, 도어스테핑이라는 어퍼컷은 허공을 갈랐고, 대통령은 인사 실패, 각종 설화, 배우자 리스크 등의 잽을 연타로 맞았다. 30%대로 내려앉은 지지율은 윤석열 정부 현재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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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식당의 MSG ‘검찰식구’ ‘윤식당’이 유명해진 것은 윤석열 주방장 개인의 인기와 무관치 않다. 배우 주현씨와 닮은 듯한 넉넉한 풍채는 인심 좋은 동네 형님을 떠올리게 했다. 세련된 ‘셰프’ 표현보다 주방장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렸다. 윤 주방장은 “내 요리는 심플하고 적은 재료 가지고 쉽게 만들어 먹는 요리”라며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계란말이, 파스타 등 한식과 양식을 넘나드는 요리를 만들었다. 시그니처 메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대구식 소고기뭇국이었다. 온도, 습도, 불의 세기 등을 미묘하게 계산한 그의 요리를 두고 최현석 셰프의 ‘분자요리’ 못지않다는 아첨 섞인 평가도 나왔다. 예능감도 있는 편이다. 단골손님들에게 주현씨 성대모사를 곧잘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네이비색 카디건 차림에 앞치마를 두르고 ‘석열이형네 밥집’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여러 요리를 뚝딱 만들었다. 윤 주방장이 본격적으로 방송을 탄다면 백종원씨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고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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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대혼돈의 멀미버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가 침체에도 흥행한 마블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선 ‘멀티버스’(다중우주)라는 개념이 나온다.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여러 개의 우주가 존재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은 다른 우주에 분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분신의 성격과 환경, 선택은 다르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를 보면서 직업병이 도졌다. 실제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면 그곳의 정치권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봤다. 영화 속 다른 차원이 실제와 달랐듯 다른 차원의 정치권 모습도 현실과 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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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대통령의 예능 소통 정치가 연예 프로그램과 연계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들어 정치 풍자가 허용되면서부터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최병서 등 개그맨들이 정치인 성대모사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치인의 본격적인 예능 출연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서 출발했다는 게 정설이다. 199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이경규가 간다>는 야당 총재였던 DJ의 일산 자택을 찾았다. DJ로서는 민주 투사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였다. 훗날 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들을 보고 “DJ가 위험한 빨갱이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딱딱한 이미지의 정치인들이 대중적 호감도를 얻는 데는 예능 출연만 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