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욱
문화에디터 겸 문화부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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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웹소설과 청년 정치인 웹소설(web novel)은 웹을 통해 연재되는 소설을 말한다. 좁혀 말하면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 페이지’ 등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하이틴 로맨스·추리·판타지·무협 등 장르소설을 일컫는다. 젊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빠른 전개는 기본이고, 짧고 직관적인 표현에 대화체가 많이 실린다. 편당 5000자 이내의 짧은 분량으로 연재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B급 문학’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스마트폰이 문화 콘텐츠 소비의 주요 플랫폼이 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200억원대였던 웹소설 시장은 2021년 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김비서가 왜 그럴까> <구르미 그린 달빛> 등도 원작이 웹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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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다이 하드’의 치매 1988년작 <다이 하드(Die hard)>는 인간적 영웅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이전 할리우드 액션영화들과 달랐다. 주인공 존 맥클레인 형사로 분한 브루스 윌리스(67)는 평범한 아저씨 외모, 특별한 전투기술 없이 현란한 말발과 침착함으로 악당들과 맞선다. 실베스터 스탤론,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 당대를 풍미했던 근육질 영웅과 다른 인간적 영웅이라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맨발, 러닝셔츠, 피투성이가 된 채 죽도록 고생하며 버티는 맥클레인은 “웬만해선 죽지 않는 사람” “완강한 저항자” “끝까지 버티는”을 뜻하는 ‘다이 하드’에 들어맞았다. 감독 존 맥티어넌은 <프레데터>를 함께 찍었던 슈워제네거에게 맥클레인 역을 제안했다는데, 슈워제네거가 맡았다면 우리가 아는 맥클레인 형사는 없었을 터다. 윌리스는 다이 하드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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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벌목꾼 대통령, 경주마 여당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진보·보수가 다르지 않았다. 가령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100% 대한민국’, 문재인 전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을 말했다. 한낱 신기루로 끝났지만, 적어도 취임 초 두 사람의 통합 의지는 진심이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박애주의자여서가 아니었다. 국론 분열을 치유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수 없다는 인식을 했기 때문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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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끊이지 않는 ‘천공’ 논란 제정 러시아 말기 ‘요승’ 라스푸틴은 황태자의 혈우병을 치료해줘 황제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국정 전반을 좌지우지하다가, 암살당했다. 고려 말 승려 신돈은 공민왕을 쥐락펴락했고, 역모를 꾀하다 처형됐다. 조선 말기 때는 명성황후가 진령군이라는 무녀에 휘둘려 국정이 혼란스러웠다. 박근혜 정부 때는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지녔다는 ‘오방낭’이 최순실 주도로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했다. 최순실의 아버지는 영생교를 창시한 최태민으로, 최씨 부녀는 각각 박정희·박근혜 정부 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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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치인의 인증샷 2006년 3월 당시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한 인사가 고 전 총리에게 다가와 알은척을 했다. 이 인사는 사진사까지 대동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찍으려 했으나, 고 전 총리는 손사래를 쳤다. 고 전 총리 참모들에게 물으니, 이 인사는 그해 5·31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였다. 자신과 악수하는 사진이 선거용으로 이용될까봐 거부한 것이다. 사진을 찍었다면 그 출마 예정자는 전북이 연고지인 대권 주자 고건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선전했을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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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윤정희, 영화를 살다 영화배우 윤정희씨(본명 손미자·1944~2023)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남정임·문희씨와 함께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여성 영화배우 트로이카로 인기를 얻었다. 한국 영화 황금기였던 1967년 <청춘극장>으로 데뷔해 2010년 <시>까지 45년 동안 약 30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전통적·순종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도도하고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고 신상옥 감독은 “파격적 캐릭터의 여주인공은 윤정희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윤씨 역시 생전 인터뷰에서 “계산적인 것보다는 순간적인 감정으로 연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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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사람됨을 잃은 통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슬픔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렵고,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하물며 남은 삶이 많은 자식이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면 부모의 마음은 찢어질 것이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새겨진다.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심정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백분의 일쯤은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 어머니를 잃은 사람으로서 희생자들과 비슷한 나이의 딸을 둔 아버지로서 하는 말이다.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유족들에 대한 배려가 인간의 도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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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세계 영향력 6위 흔히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통계가 매번 현실을 적확히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취업률이 역대 최고라고 하는데 주변의 백수는 늘어만 간다. 성과에 목마른 정부들이 질 나쁜 일자리를 취업률 통계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물가보다 체감물가가 늘 높은 것도 마찬가지다. 품목 선정이나 가중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일본 경제학자 가도쿠라 다카시는 <통계센스>라는 저서에서 “숫자의 이면을 읽는 것은 현실의 이면을 읽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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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공장 영화, 복붙 정권 그리고 식상한 칼럼 공장 영화라는 말이 있다. 전개와 결말이 비슷비슷한 할리우드 장르영화 등을 일컫는다. 고유의 색깔이나 주제의식이 없으니 자극적 내용과 물량공세로 뒤덮인다. 이런 영화들은 두번 세번 보면 질리게 마련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서 공장 영화 감독이 떠올랐다. 운 좋게 입봉은 했지만, 경험도 역량도 부족하다. 사람이라도 잘 써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 실패의 책임이 있는 인사들로 주변을 채웠다. 집권 후엔 박근혜 정부 과오들을 복붙(복사·붙여넣기)하며 ‘국정’ 영화를 만들고 있다. ‘하늘이 낸 사람’을 자처하지만 흥행 실패의 공식을 따라 하고,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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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대통령의 신년회견 역대 대통령은 언론 접촉을 썩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다가 설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때론 불편한 질문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토론을 불사하는 대통령도 있었지만, 다수는 말을 아꼈다.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비서실장이나 수석보좌관 등 참모들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잦았고, 집권여당 대표의 입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의 입장이 왜곡돼 전달되거나,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호가호위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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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석열산성과 명박산성, 그리고 윤석열 매직 수많은 부정적 사건과 일화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를 말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명박산성’이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중순 경찰이 시위대의 청와대 행진을 막기 위해 광화문 한복판에 설치했던 컨테이너박스 바리케이드를 일컫는다. 시위대가 오르는 것을 막는다며 컨테이너 표면에 칠한 윤활유는 미끈미끈, 뺀질거리는 이명박 이미지와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어찌됐든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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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윤핵관 경쟁 박근혜 정부 몰락을 재촉한 것 중 하나는 친박(친박근혜)들의 충성경쟁이었다. 처음에는 친박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였던 사람들은 정권을 장악한 이후 분화에 분화를 거듭했다. 최고 권력자가 ‘진실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 후 ‘진박’(진실한 친박)이 등장했고, 최경환 전 의원 등 여권 핵심들은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2016년 4월 총선 공천에 관여했다. 총선에서 패배한 후인 그해 8월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된 이정현 전 의원을 두고는 ‘옹박’(박근혜 옹위)이란 말이 나왔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 등 쓴소리하는 인사들은 ‘탈박’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