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의 MSG ‘검찰식구’

이용욱 논설위원

‘윤식당’이 유명해진 것은 윤석열 주방장 개인의 인기와 무관치 않다. 배우 주현씨와 닮은 듯한 넉넉한 풍채는 인심 좋은 동네 형님을 떠올리게 했다. 세련된 ‘셰프’ 표현보다 주방장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렸다. 윤 주방장은 “내 요리는 심플하고 적은 재료 가지고 쉽게 만들어 먹는 요리”라며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계란말이, 파스타 등 한식과 양식을 넘나드는 요리를 만들었다. 시그니처 메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대구식 소고기뭇국이었다. 온도, 습도, 불의 세기 등을 미묘하게 계산한 그의 요리를 두고 최현석 셰프의 ‘분자요리’ 못지않다는 아첨 섞인 평가도 나왔다. 예능감도 있는 편이다. 단골손님들에게 주현씨 성대모사를 곧잘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네이비색 카디건 차림에 앞치마를 두르고 ‘석열이형네 밥집’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여러 요리를 뚝딱 만들었다. 윤 주방장이 본격적으로 방송을 탄다면 백종원씨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고들 했다.

이용욱 논설위원

이용욱 논설위원

그러나 윤식당은 삐걱거린다. 라이벌 ‘명식당’과의 요리대결에서 0.73점 차이로 승리한 것을 계기로 식당을 서초동에서 용산으로 확장이전했지만, 음식이 전 같지 않다는 말을 듣고 있다. 서초동 때 ‘앞뒤 재지 않는 칼칼한 맛이 있다’는 칭찬을 들었던 김치찌개는 짜고 매워졌다. 파스타는 느끼해졌다. 과유불급의 맛이라고나 할까. ‘겨우 0.73점 이겨놓고 승리에 도취한 것 아니냐’ ‘늘어난 규모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식당 앞 공원까지 구설에 올랐다. 과거 미군기지 터였던 공원이 기름과 중금속에 심하게 오염됐으며, 충분한 정화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꼼꼼히 조사하지 않고 식당 이전을 밀어붙인 부작용이라는 말이 나왔다.

재료도 영 시덥잖다. 윤 주방장은 ‘능력주의’ 재료를 적재적소에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문제가 줄줄이 터졌다. 특권층 요리에만 사용됐다는 비법재료 ‘아빠찬스’ 도입을 검토했지만, 유전자변형 농작물(GMO)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포기했다. 그러나 ‘사외이사’ 농약이 뿌려진 식재료들은 신선도에 문제가 많았지만 폐기하지 못했다. 이 농약을 뿌리지 않은 재료가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만취운전’ ‘갭투자’ 등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재료들은 쓸까말까 고민 중이다. 그대로 폐기하자니 식당이 입을 재정적·심리적 타격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재료부터 시빗거리가 되니 평판도 좋을 리 없다. 윤식당이 서울대·50대·남자 고객들만 좋아하는 꼰대요리를 만들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반면 청년과 여성 손님들의 발길은 뜸해지고 있다. ‘윤핵관’이라는 주방 보조들도 자주 구설에 올랐다. 어떤 윤핵관은 “내가 윤 주방장과 수시로 통화한다”며 스스로 수제자임을 내세웠다가 호가호위 비판을 받았다. 다른 윤핵관은 식재료에 ‘민들레’를 넣겠다고 예고했다가 비판받았다. 생존력 강한 민들레처럼 건강한 요리를 만들겠다는 그럴싸한 취지를 말했지만, 단골손님인 국민의힘 산악회 등에서 ‘뜬금없다’ ‘민들레 홀씨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반발한다. 윤핵관들이 나서는 게 영업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돈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평판 조회 없이 이들에게 선뜻 윤핵관 타이틀을 내준 윤 주방장에게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윤 주방장은 개의치 않는 듯하다. 그에게는 죽은 요리도 되살린다는 마법의 가루, ‘검찰식구’라는 MSG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백종원씨는 음식의 간을 맞출 때 설탕을 사용하고,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SBS 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서 가수 윤종신씨는 국물요리를 만들 때마다 몰래 라면수프를 넣었다. 윤 주방장의 설탕, 라면수프는 바로 ‘검찰식구’ MSG다. 영혼의 다시다, 필생의 조미료다. 요리맛이 이상하다는 비판을 받을 때 ‘검찰식구’를 때려넣으면 된다는 굳은 믿음이 윤 주방장에게 있다. 국물요리는 기본이고, 심지어 밑반찬에도 검찰식구는 들어간다. “검찰식구 MSG가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느냐”는 음식평론가들의 지적에 윤 주방장은 “넣을 만한 곳에 넣었다” “필요하면 또 넣어야죠”라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입맛은 갈수록 까다로워진다. 웰빙시대, 모든 사람이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원한다. MSG가 잔뜩 뿌려진 윤식당의 메뉴들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을지 모른다. 실제 일부는 ‘그 맛이 그 맛’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MSG 탓에 두드러기가 난다고 했다. 발길을 끊겠다는 단골들의 쓴소리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윤 주방장은 언제까지 검찰식구 MSG를 고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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