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굴기에 없는 세 가지

박영환 국제부장

중국 공산당이 지난 1일로 창당 100년을 맞았다. 1921년 당원 53명으로 출발해 이제는 당원 9200만명의 세계 최대 정당이 됐다. 공산당이 이끌어온 중국은 그사이 눈부신 성장으로 글로벌 ‘넘버투’가 됐다. 중국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은 14조7200억달러로 미국(20조9300억달러)의 71%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보다 많은 해군 전투함을 보유하는 등 군사력 성장도 확연하다. 5G 등 일부 첨단기술 분야에선 미국을 앞섰다.

박영환 국제부장

박영환 국제부장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창당 100주년 연설은 강렬했다. 그는 톈안먼 망루 위에서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를 발아래 두고 전면적인 샤오캉(모든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 완료를 선포했다.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해 중화민족의 부흥이란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천명했다. 그리고 “누구라도 중국을 압박하려는 망상을 품는다면 만리장성에 부딪쳐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혁명기, 사회주의 건설기, 개혁·개방기를 거쳐 시 주석 집권기에 들면서 중국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세계 최강 미국과의 패권 경쟁도 공식화했다. 그는 덩샤오핑의 유훈인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름)를 뒤로하고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할 일을 함)를 택했다. 그는 2014년 유럽 방문 당시 ‘중국은 잠에 빠진 한 마리 사자이며 그 사자가 잠을 깨면 세계 모든 나라가 떨게 될 것’이라는 나폴레옹의 말을 인용하며 “이미 중국이라는 사자는 깨어났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화 패권을 이룰 수 있을까. 시 주석은 “돌이킬 수 없는 여정”이라 자신했지만 그 길의 끝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패권국이 갖춰야 할 기본 요건들이 빠진 시 주석의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섬)에 대한 세계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먼저 시 주석의 굴기에는 매력이 없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력과 군사력 등 하드파워는 갖췄지만 다른 나라들이 좋아할 만한(일부 독재국가들은 예외일 수 있지만) 소프트파워를 갖춘 매력 국가는 아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앞두고 평판 조사를 한 결과 조사 대상 17개국 중 15개국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봤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말 공산당 정치국 집단학습에서 “국력과 지위에 부합하는 국제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아무리 여론전을 펴도 정치·종교의 자유가 없고, 언론이 통제되고, 소수민족의 인권이 유린되는 현실을 감출 수는 없다. 시 주석의 거친 말에서 공포를 느낄 수는 있어도 대국의 풍모는 찾기 어렵다.

시 주석의 굴기에 없는 두 번째는 유연성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1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유연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2012년 시 주석 집권 후 중국은 안으로 더 억압적이고, 밖으로 더 독단적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성장을 이끈 덩샤오핑 시대의 유연성은 사라졌다. 시 주석은 국가주석 임기제를 폐지하며 일인 영구독재를 부활시켰다. 대외적으로는 공세적 ‘전랑 외교’로 ‘차이나 포비아’를 키우고 있다.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 약속을 저버렸고, 대만 무력통일까지 위협한다. 힘만 세고 포용력을 갖추진 못한 나라가 패권국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세 번째 없는 것은 행운이다. 고립주의 정책으로 중국에 국제적 영향력을 헌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난 건 시 주석의 행운이었다. 하지만 그 행운은 4년으로 끝났다. 지난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고 동맹들을 규합해 중국 견제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유럽 순방을 통해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으로 대중국 삼중포위망을 구축했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경제성장률 둔화와 인구절벽이란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1921년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 모여 창당을 선언한 중국 공산당 ‘파운딩파더’들이 바라던 중국은 지금 같은 모습일까. 그들은 반제국주의 깃발을 들었지만 100년 후 지금 중국에는 제국주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커지는 빈부격차에 노동자 중심이란 이상은 공허해졌고, 그 빈자리를 일인독재와 체제결속용 애국주의가 채우고 있다. 지금 같아서는 중국의 미래는 밝아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거침없는 굴기가 한반도에 또다시 시련을 몰고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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