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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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노동혐오 일본의 혐한(嫌韓)이 어떤 건지는 영화 <GO>를 보면 감이 잡한다. 재일한국인 주인공이 일본인 여학생과 사귀다가 ‘한국인’임을 털어놓자 여학생은 선을 긋는다. “한국인은 피가 더럽대. 아빠가 가까이하면 안 된댔어.”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 운전사로 고용한 기택에게선 정체 모를 냄새가 난다. 박 사장은 아내에게 말한다. “선을 넘을 듯 말 듯하면서 안 넘어. 그런데 냄새가 선을 넘지.” 혐오는 꺼림칙한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다. 어떤 대상이 몸 안으로 들어와 자기를 더럽힐지 모른다는 느낌과 이어진다. 차별에는 이성이 개입하지만 혐오는 감각적이다. 뭔지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모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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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주민 문제 심층 취재한 경향신문 기획 ‘5%의 한국’ 2022년 언론인권상 특별상 국내 이주민 문제를 심층 취재한 경향신문 기획보도 ‘5%의 한국’이 2022년 언론인권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제21회 언론인권상 특별상 수상작에 경향신문 배문규·김원진·최민지·이두리 기자가 보도한 ‘5%의 한국’을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기획은 이미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뿌리산업과 돌봄노동을 지탱하고 있는 이주민들의 기본권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인구 감소 등 사회 구조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공존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작성됐다. 시상식은 오는 15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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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의 한국’ 기획취재팀 우분투상 국내 이주민 문제를 심층 취재한 경향신문 ‘5%의 한국’ 기획취재팀(스포트라이트부 배문규·김원진·최민지, 스포츠부 이두리 기자·사진 왼쪽부터)이 제3회 우분투상의 미디어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재단법인 사무금융 우분투재단은 9일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사회 불평등 및 양극화 문제를 비롯해 이주민의 고용, 건강, 교육, 체류 자격 등을 종합적으로 다뤄 기존 보도들과 차별점을 두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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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의 한국’ 민주언론실천상 수상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2022년 4월 ‘민주언론실천상’ 수상작으로 경향신문 스포트라이트부의 기획시리즈 ‘5%의 한국’과 KBS <시사기획 창>의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4월5일 방영)를 공동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경향신문 취재팀(스포트라이트부 배문규·김원진·최민지 기자, 스포츠부 이두리 기자)은 인구의 5%에 육박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노동, 교육, 건강, 체류자격 등 다방면에서 취재해 이주민 정책의 재점검 필요성을 환기한 ‘5%의 한국’을 지난 3월23일부터 4월20일까지 7회에 걸쳐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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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미국 공정위원장 된 ‘아마존 저격수’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는 미국의 ‘하우스리스’들을 다룬 영화다. 2008년 금융위기로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게 되자 집을 팔고 캠핑카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매드(유랑민)들이 생겨났다. 저널리스트인 제시카 브루더가 이들을 3년간 밀착 취재해 쓴 르포가 원작인 <노매드랜드>는 살던 도시가 경제적으로 몰락하면서 유랑인이 된 노년 여성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일상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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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대중 외교에 대한 ‘거친 생각’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처럼 보수, 진보 양쪽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보수는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언급하며 중국 견제에 발을 들였다고 보고 점수를 줬을 테고, 진보는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미국 지지가 확인된 것에 주목했다. 중국이 ‘견제’로 간주할 만한 내용이 공동성명에 포함된 것이 대중 외교의 변화로 비칠 만했지만 국내의 우려는 크지 않았다. 대만·남중국해를 언급했으나 중국을 지칭하지 않았고, 정부가 한·중관계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기 때문일 것이다. 강압적인 전임 대통령과 딴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능란한 환대가 한국을 저항감 없이 미국 쪽으로 한발짝 끌어당긴 면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난 몇년간 한국 사회에 누적돼온 ‘중국 피로증’이 여론 지형을 바꿔놓은 것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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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일 정상회담 불발 국가 정상 간의 외교는 만나서 어떤 협의를 했는지가 우선이지만, 어떤 형식으로 만났는지도 중요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이 상대국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는 국가 위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의전상 결례라도 생기면 회담의 성과도 퇴색한다. 외국 정상의 방문은 국빈방문, 공식방문, 실무방문 등으로 나뉜다. 국빈방문에는 의전상 최고 예우가 수반된다. 외교부의 규정을 보면 국빈이 도착하는 공항에 장관이나 차관급 인사가 나가 영접하고 의장대가 21발의 예포를 발사한다. 청와대의 공식환영식과 대통령 연회는 물론 협의에 따라 국회 연설 기회도 부여된다. 거리의 가로기 게양, 경호 사이드카의 수도 세세한 지침이 있다. 음식 기호를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2002년 2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 때 김대중 대통령 주최 오찬에서는 샴페인, 레드와인과 함께 사과주스와 포도주스가 준비됐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부시를 위한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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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교황청의 ‘코레아누스’ 장관 세계 가톨릭교회를 통솔하는 교황청의 문헌에 조선이 등장한 것은 1660년이었다. 중국에 관심이 컸던 교황 알렉산더 7세는 난징대목구(南京代牧區)를 설치하면서 조선을 그 관할에 포함시켰다. 120여년이 지난 1784년 이승훈이 중국 베이징에서 세례를 받고 첫 천주교 신자가 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없이 평신도에 의해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였고, 모진 박해와 순교 속에 성장한 한국 천주교 230여 성상(星霜)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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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북한의 노동당 규약 개정 ‘우리의 람홍색 깃발 창공높이 날릴 제’로 시작하는 북한 노래 ‘우리의 국기’는 2019년 보급됐다. 이 노래는 북한의 제8차 당대회 기간인 지난 1월14일 열병식의 국기 게양식에서도 연주됐다. 당이 국가를 이끄는 북한의 당대회에 조선노동당 깃발이 아닌 국기가 게양되고, 국기를 찬양하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 장면은 낯설다. ‘국가’를 앞세우는 것은 김정은 시대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북한은 지난 4월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의 명칭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바꿨다. 최고지도자를 체제와 동일시하면서 단체 등의 명칭에 김일성 부자 이름을 넣는 관행에서 벗어나 국가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에서 ‘우리국가 제일주의시대’를 공식 선포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의 ‘우리민족 제일주의’에서 민족을 빼고 국가를 넣은 것이다. 이런 변화가 남북관계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북한이 ‘투 코리아’ 노선으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통일이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던 김정은이 8차 당대회에서 “통일의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고 한 것은 이런 관측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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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보수야당이 띄운 ‘사상의 시장개방’ 국민의힘의 4·7 재·보선 승리에 대해서는 ‘이제 표를 줘도 될 만한 당이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그럴듯하다. 여권에 아무리 실망했더라도 극우와 손잡은 황교안 대표의 자유한국당이었다면 표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들이 주위에 꽤 있다. 지난해 총선 이후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행보가 당의 이미지를 중화(中和)시켰는데 그중 5·18묘지 앞 ‘무릎사죄’가 컸다. 한여름 뙤약볕 돌바닥에 무릎을 꿇은 80대 노정객의 모습은 빌리 브란트 총리의 ‘역사적 사죄’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의힘을 일으켜 세우기엔 족했다. 그가 떠났으니 ‘도로한국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요즘 그 당의 움직임을 보면 ‘글쎄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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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최종단계’를 왜 미리 걱정하나 미·중 갈등 정세를 놓고 보수성향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주장은 이런 것이다. “한국도 이제 미국 쪽에 확실히 서야 할 때 아닌가. 균형외교도 좋지만 종국에는 미국과 함께 가는 게 맞지, 중국과 함께 갈 수 있나?” 그의 말을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갈등의 최종단계(end state)를 미리 당겨와 당장 양자택일하라는 태도에는 위화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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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올림픽 보이콧 박정희의 유신시대가 막을 내린 1979년은 국제적으로도 격동의 해였다. 중동 최대의 친미 국가 이란의 팔레비 정권이 이슬람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 혁명으로 무너졌다. 이란 혁명의 파장은 동쪽 아프가니스탄으로도 번져 무장 게릴라 무자헤딘이 ‘좌파 세속주의’를 강요하는 소련에 맞서 봉기했다. 친소 정권이 위태로워지자 소련군은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24일 새벽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