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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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백지신탁 불복 소송 공무원은 헌법 제7조 규정처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례·증여·향응을 주거나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업무 과정에서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충돌이 규율되지 않으면 정부는 부패한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시행 중인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고위공직자의 3000만원 초과 보유 주식을 금융기관에 맡겨 60일 안에 처분토록 하고 있다. 이 제도를 규정한 공직자윤리법은 1978년 제정된 미국 정부윤리법이 모델이다.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재정 관련 이해충돌 이슈가 논란된 걸 계기로 고위공직자들이 자발적으로 주식을 백지신탁한 것이 기원이다. 관행이 먼저 정착된 뒤 추후 입법화된 것이다. 한국의 백지신탁 대상이 주식으로 한정돼 있는 반면 미국은 채권·부동산·펀드까지 포함해 광범위하게 규율한다. 채권·부동산 보유 역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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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칼럼 독립영웅 흉상 철거와 ‘캠프 데이비드 정신’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한국이 일본의 안보위기 때 지원해야 하는 근거를 만들어놨다. ‘3국 신속 협의 공약’에 따라 한국은 중·일 간 센카쿠열도, 러·일 간 쿠릴열도 갈등이 벌어질 경우 일본 편에 서야 한다. 그 역의 경우도 성립하는데 남북, 한·중 갈등에 자위대가 개입하는 것이다. 공약에는 ‘협의’라는 표현을 썼지만 미국은 하위 파트너와의 합의문에 ‘의무’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제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교정에서 철거하기로 한 ‘국내적 사건’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 한·일 군사동맹화로 나아가려면 일본 군사력이 한반도에 출몰하는 데 대한 한국인들의 저항심리를 납작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일 갈등과 저항의 상징물을 치우고 일본에 협력한 인물들을 받드는 ‘환경정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를 누구보다도 바라는 이들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 포진한 외교 엘리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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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칼럼 한·미 동맹 70주년에 등장한 트루먼 동상 일본 패전 이후 미국은 일본인들의 저항을 우려해 천황제를 유지하는 대신 그 권위를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한정했다. 일본의 ‘국체(國體)’는 보존됐지만, 그 대가로 대미종속 구조가 확립됐다.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로 회복한 주권을, 같은 날 맺은 미·일 안보조약으로 미국에 헌납했다. 이후 70여년간 미국은 신성불가침의 권위였고, 미국이 그어놓은 선을 넘는 이는 누구라도 거세됐다. 미국을 앞질러 중국과 수교한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방침을 미국과 협의 없이 발표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대표적이다.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의 말대로 일본의 진짜 국체는 상징 천황제가 아니라 미·일동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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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칼럼 정권이 바뀌면 우려가 ‘괴담’이 되는 나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괴담 선동’이라고 공격한다. A신문은 지난주 ‘광기의 시간, 팩트가 협박당했다’ 기사로 15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때 분출했던 ‘광우병 우려’를 소환해 괴담으로 몰았다. 오염수 우려를 ‘제2의 광우병 괴담 선동’으로 등식화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 신문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광우병 우려’ 보도에 적극적이었다. A신문은 2002년 4월22일자 과학면 ‘인간 광우병-병걸린 쇠고기 먹으면 감염…사망률 100%’ 기사에서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에 걸린 사람은 결국 광우병에 감염된 소처럼 뇌에 구멍이 생겨 100% 사망하게 된다”는 국내 의대 교수의 기고를 실었다. 2008년 촛불집회 때 나온 ‘뇌송송 구멍탁’ 구호와 일치하는 주장이다. B신문은 2007년 3월23일자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 기사에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이나 영국인에 비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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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위로와 용기를 준 ‘BTS 10년’ 초기의 K팝은 내수기반이 약해 수출주도형 성장을 해야 했던 한국 제조업과 닮았다. 1차 목표는 ‘캐시카우’로 불리는 일본 시장 진출이었다. 팬들의 구매력이 높은 일본에서 수익을 올린 뒤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경로가 보통이었다. 그래서 K팝 가수들에게 일본어는 필수였다. 콘서트 장에서, TV프로그램에서 일본은 한국 가수들이 일본어로 소통하는 걸 당연시했다. 관행을 깬 것은 걸그룹 ‘블랙핑크’였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일본 방송에서 한국어로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왠지 뿌듯했다. 일본이 더는 K팝의 절대시장이 아님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제는 일본 팬들이 한국어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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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칼럼 일본의 ‘무책임 정치’가 키운 오염수 사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해양투기 외에 다른 방안이 없었던 걸까.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도 포함된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가 2019년 두 가지 처리 방안을 내놨다. 첫째, 10만㎥급 초대형 탱크를 지어 오염수를 장기 저장하는 방안이다. 핵종(방사성물질)의 독성이 충분히 줄어들도록 수십년 보관한 뒤 방류 여부는 다음 세대 결정에 맡기자는 것이다. 일본의 뛰어난 토목기술이라면 튼튼한 초대형 탱크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원전 북측 토사처분 예정지를 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오염수를 건축재료인 모르타르처럼 굳히는 방안이다. 원전 부지에 반지하 콘크리트 용기를 만들고 그 안에 오염수·시멘트·모래를 개어 굳히면 방사성물질 유출 위험을 반영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미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리버 핵시설 오염수 처분에 활용되고 있다. 둘 다 1~2년이면 실행할 수 있다. 경제산업성 자문기관인 알프스소위원회가 제시한 수증기방출, 수소방출, 지하매설, 지층주입, 지하매설보다 현실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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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하미마을 베트남 중부 도시 다낭은 ‘경기도 다낭시’로 통한다. 한국인의 인기 관광지이지만, 반세기 전 벌어진 베트남 전쟁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다낭에선 2021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미군 수송기 바퀴에 주민들이 매달리던 것과 유사한 탈출극이 1975년 3월 말 벌어졌다. 한 달 뒤 수도 사이공(현재 호찌민)의 대통령궁이 함락돼 남베트남은 패망했다. 야경이 환상적인 다낭 근처 ‘호이안’과 옛 왕조의 수도 ‘후에’ 등에는 전쟁의 자취가 남아 있다. 후에 궁궐에선 포격으로 움푹 파인 담장이나 총탄 자국 남은 건물들이 눈에 띈다. 호이안에서 해안 따라 다낭 방향으로 3㎞ 정도 떨어진 곳에 하미마을이 있다. 1968년 2월 한국군이 베트남 주민 135명을 집단학살하고, 시신을 불도저로 훼손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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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칼럼 일본은 외교합의를 잘 지켰나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후의 한·일관계는 ‘한국이 외교합의를 위반했다’는 일본의 프레임에 지배됐다. 문재인 정부는 피해갔지만 윤석열 정부는 딱 걸려들었다. ‘2018년 대법원 판결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간의 모순’(요미우리신문 인터뷰)을 참을 수 없던 윤석열 대통령은 제3자 변제 해법을 몸소 고안해 여론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시켰다. ‘한국은 국제법을 안 지키는 나라’란 주문을 4년 넘도록 외워온 끝에 일본은 승리했다. 일본 기업들은 배상 책임을 면했고, 서울을 찾은 총리는 ‘마음 아프다’는 개인 감상으로 강제동원의 사과·반성을 갈음했다. ‘국제법을 어긴 한국의 심각한 죄에 비하면 80년 전 고릿적 과오가 무슨 대수인가.’ 윤석열의 가치외교가 빚어낸 가장 스펙터클한 ‘가치전도(顚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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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의 단도직입 “음악은 정답 없는 것들 찾아가는 작업”…고독한 우주항해와 닮았다 1977년 지구를 떠나 47년째 항해 중인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는 현재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싼 ‘구름층’ (오르트 구름)을 향하고 있다. 태양계 행성 탐사 임무를 마친 뒤 2012년 태양권을 벗어나 매일 147만㎞씩 성간우주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성간물질과 방사선을 맨몸으로 맞는 바람에 제어 시스템이 고장났고 원자력 전지 성능도 저하돼 얼마나 더 달릴지는 불투명하다. 인류 운명을 짊어진 보이저호의 고독한 도전을 흥겨운 록 사운드에 담아낸 가수 윤하의 ‘오르트 구름’(2021년 발표)이 지난해 ‘사건의 지평선’에 이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또 한 번의 ‘역주행 신화’를 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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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칼럼 바이든의 미소에 속고 있다 “무너진 한·미 동맹을 재건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국의 ‘동맹 중독’은 한층 심각해졌다. 미국 CIA가 대통령실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미국을 향한 항심(恒心)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 도심에 걸린 현수막엔 ‘한·미 동맹 완성’ 글귀가 선명하다. 보수층의 맹목 지지라는 고정값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좌초, 대중 여론 악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노회함이 가세한 결과다. 방위비 분담금을 한꺼번에 5배 올리며 한국을 겁박한 트럼프 대통령 때 한국에선 반미감정이 똬리를 틀었다. 대학생들은 미국대사관저 담장을 넘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에 진저리가 난 한국인들은 바이든에 안도했고, 그의 미소에 저항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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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오카쿠라 덴신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1862~1913)은 일본 메이지 시대의 미술평론가이자 국수주의 사상가이다. 개항기 요코하마에 살던 오카쿠라는 어릴 적부터 서양인이 개설한 영어학원에 다니며 영어를 익혔다. 도쿄대학에 입학한 뒤 미국인 미술연구가 페놀로사와 인연을 맺었고 그와 함께 일본 각지의 고사찰을 연구하면서 미술사가로 입지를 굳혔다. 러일전쟁을 전후로 자신의 저작을 해외에서 영어로 출간했다. 일본 미술·문화를 선전하는 한편, 일본의 조선 병합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서구로 전파했다. 1904년 11월 미국 뉴욕에서 출판된 <일본의 각성(The awakening of Japan)>에서 오카쿠라는 “조선반도는 선사시대부터 일본의 식민지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의 고고학 유적은 일본의 원시고분과 정확히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의 동생이 조선에 정주했다고 전해진다. 그 나라의 초대 국왕 단군은 그 자식이었다고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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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대북 강경책 펴다 북·일 접근 땐 한국 소외…미·일 일변도 벗어나야”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금을 국내 기업 돈으로만 지급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에 대해 일본 주장을 전면 수용한 굴욕 해법이자 외교참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는 대규모 비판집회가 열렸고,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제3자 변제’를 거부하기로 했다. 일본에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말로 가해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16~17일 일본을 방문한다. 여론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한·일관계 복원’을 향해 돌진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