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선임기자
이미지와 텍스트와 사운드에 두루 관심이 있습니다. 단언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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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조성진 클래식 부흥 이끌어…뮤지컬, 스타겹치기 출연 부작용도 2024년 공연계에서는 몇몇 스타들이 치열한 예매 경쟁을 불렀다. 임윤찬, 조성진, 조승우 등의 공연은 예매 시작과 함께 매진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스타 쏠림 현상은 부작용도 불렀다. ■자리 잡은 클래식 스타 임윤찬이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건 불과 2년 전이다. 약관의 피아니스트는 매년 실력과 인기를 갱신했다. 올해 한국에서는 서울시향 협연, 단독 리사이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협연으로 관객과 만났다. 모든 공연이 매진이었다. 임윤찬의 해외 공연에 원정을 가는 국내 팬도 있었다. 수상 성과도 있었다. 10월엔 <쇼팽: 에튀드> 음반으로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피아노 부문과 ‘젊은 예술가’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 피아니스트가 그라모폰 상을 받은 건 임윤찬이 처음이었다. 11월엔 프랑스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에서 젊은 음악가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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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림 이어 차지연도···건강 이상으로 ‘광화문연가’ 중단 배우 차지연이 건강 이상을 느껴 공연이 중단됐다. 23일 뮤지컬 <광화문연가> 제작사 CJ ENM에 따르면, 차지연은 전날 오후 2시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연기하다 공연을 마치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차지연은 이 작품에서 ‘월하’ 역을 맡고 있다. CJ ENM은 “1막 공연 중 차지연 배우에게 일시적인 과호흡 상태가 발생해 공연이 중단됐다. 배우는 지체 없이 병원으로 이동했고, 전문의 소견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조치를 받고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CJ ENM은 “관객분들께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제작사는 예매 관객에게 티켓 결제 금액 기준으로 110% 환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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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에서 ‘은밀한 보호자’가 된 비밀경찰···연극 ‘타인의 삶’ 동독의 비밀경찰 비즐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다. 그는 비밀경찰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심문 기법을 강의할 정도로 사회주의 체제 수호의 첨병 역할을 모범적으로 수행한다. 비즐러는 유명 극작가 드라이만과 배우 크리스타 커플의 감시를 맡는다. 도청을 통해 이 커플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본다. 작품 활동, 사상의 궤적은 물론 성생활 같은 사생활까지 모두 감시 대상이다. 다음달 1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하는 연극 <타인의 삶>은 동명의 영화에 기반한 작품이다. 영화는 2007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에서도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아 지난 10월 재개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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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수평선 너머, 몰랐던 세계를 직시하러 배리 로페즈(1945~2020)는 평생 여행자였다. 아프리카, 태평양, 호주는 물론 북극, 남극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 물론 이국적인 웰컴 드링크가 손님을 맞이하는 호화 리조트를 찾은 것은 아니다. 로페즈에게 여행은 과거의 자신에게 도전하는 과정이었다. “여행은 과거부터 이어진 상식을 수정하고 선입관을 떨쳐버리도록 자극한다. 또한 우리의 정신이 맥락을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인류에 관한 절대적 진실의 독재에서 정신을 해방한다.” <호라이즌>은 로페즈가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책이다. 삶의 오랜 시기에 걸쳐 여러 번 가본 곳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풀어냈다. 로페즈가 1980년대 중반 찾은 북극 지역의 사람, 동물은 험준한 환경에서 생존하느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석유 탐사와 채굴이 활성화된 이후엔 전혀 다른 종류의 고난이 지역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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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이 그림 그리듯 연주한 쇼팽 협주곡 임윤찬 연주회가 열리는 공연장 로비에는 시작 전부터 늘 묘한 흥분감이 감돈다. 어려운 티케팅에 성공한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의 연주를 기다린다. 관객은 연주 후 박수 치며 환호할 만반의 대기를 마친 상태다.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공연이 열렸다. 1부 협연자가 임윤찬이었다. 올해 해외 교향악단의 내한 공연 중 사실상 마지막 메인 이벤트라 할 행사였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서곡으로 예열을 마치자 피아노가 준비됐고 곧 임윤찬이 나타났다. 기다리던 관객들은 아낌없는 환성으로 만 20세의 젊은 피아니스트를 맞이했다. 임윤찬은 언제나처럼 엉거주춤하게 꾸벅이는 인사로 관객에게 화답한 뒤 곧바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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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관극’은 당치 않다···커튼콜에 무대 난입하는 마당놀이의 매력 공연 시작 시간은 15분 남았는데 배우들이 시끌벅적하게 무대로 진입했다. 배우들은 하나에 4000원 하는 엿을 팔았다. 현금을 거의 쓰지 않는 시대지만,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의 원형 무대를 감싼 객석의 관객들은 어딘가에서 주섬주섬 현금을 꺼내 엿을 사서 곧바로 먹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본공연이 시작됐다. 배우들이 돼지머리 올라간 고사상을 내왔다. 배우들이 절했고 관객도 나와 절했다. 공연 중 먹는 사람, 화장실 가는 사람, 뒤늦게 입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수선하지는 않았다. 무대 위 배우들이 춤과 노래와 흥으로 분위기를 충분히 휘어잡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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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의 우회도로 다른 목소리 김예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2명 중 1명이다(다른 한 명은 안철수 의원).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3일 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려고 국회 월담까지 생각했으나, 안전을 우려한 당시 한동훈 대표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BBC코리아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만들어서 세운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는 안건에 대해 표결해야 한다는 무겁고도 무겁고도 정말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면서도 “제가 대리해야 하는 시민들을 대신해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할 일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고 말했다. ‘계엄은 잘못이지만 탄핵은 안 된다. 질서 있는 퇴진은 물 건너갔지만 탄핵은 안 된다. 당론이 탄핵 반대니 탄핵은 안 된다. 대안은 없지만 무조건 안 된다’는, 집권여당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무책임·무논리에 맞서, 그는 양심이 낸 ‘다른 목소리’에 따라 행동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100여명이 쌓은 거대한 둑에 흠집을 냈고,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서는 둑이 무너졌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는 여전히 언더커버 경찰의 존재를 알아챈 영화 속 조폭처럼 ‘배신자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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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음악, 국악으로 듣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 그라운드’ 등 인기 게임 음악이 국악으로 편곡돼 나온다. 국립국악원은 18일부터 3일간 ‘국립국악원 게임 사운드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발매한다고 밝혔다. 이번 음반에는 ‘나이트 크로우’, ‘PUBG: 배틀그라운드’, ‘리그 오브 레전드’ 등 3개 게임의 주제곡과 배경음악이 담겼다. 김진환 작곡가, 이지수 서울대 작곡과 교수가 편곡을 맡았고,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창작악단 단원이 연주했다. 발매 전날인 17일 서울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서는 사전 청음회가 열렸다. 편곡자들은 국악으로 편곡하기 좋으면서도 원곡 정서를 해치지 않는 곡들을 골라 작업했다고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 속 캐릭터인 아무무의 슬픔을 노래한 ‘슬픈 미라의 저주’에선 생황이 아무무의 정서를 전했다. ‘배틀그라운드’의 ‘더 퍼스트 서바이버’에선 이생강류 대금산조가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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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유령을 보는 여고생과 외계인을 믿는 남고생이 만났을 때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안경 쓴 남고생 다카쿠라 켄은 쉬는 시간마다 UFO 잡지를 봅니다. 친구는 없습니다. 여러모로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하는 ‘오타쿠’ 이미지를 고스란히 갖췄습니다. 아야세 모모도 학업에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여고생입니다. 모모는 영매사인 할머니와 함께 살기 때문인지 유령의 존재를 믿습니다. 동급생이지만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켄과 모모는 우연히 서로 대화를 트고, 각자 “외계인은 있지만 유령은 없다” “유령은 있지만 외계인은 없다”고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모모는 외계인이 자주 나온다는 곳에, 켄은 유령이 자주 나온다는 곳에 간 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검증하자고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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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통제할 수 없어 두려운 미래…‘생존 배낭’ 꾸리며 위안 아일랜드 출신 기자 마크 오코널은 종말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녹아내리는 빙산, 뱃가죽이 달라붙은 북극곰, 꺼지지 않는 산불 이미지를 보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는 “우리가 물려받은 세계는 거의 소진되어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해체를 맞이할 운명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다만 불안의 정도가 너무 심했다. 오코널은 파국이 임박했다는 걱정에 삶과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에 이르렀다. 오코널은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자매들’의 문장 “두려움이 가득 차올랐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것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 치명적인 활동을 살펴보기를 갈망했다”를 되새기며 종말론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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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지휘자 최재혁 “현대음악은 낯선 음식···도전에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 공연이 시작하자 스포트라이트가 객석 복도를 비췄다. 빨간 양복을 입은 피에로가 트롬본을 불면서 무대로 향했다. 이탈리아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1925~2003)의 신경질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울음 같기도 음악 같기도 한 ‘트럼본 독주를 위한 시퀜자Ⅴ’가 연주됐다. 이상한 공연은 이어졌다. 알렉산더 슈베르트(45)의 ‘심각한 미소’에서는 지휘자, 피아니스트, 첼리스트, 퍼커셔니스트가 손목에 센서를 부착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기묘한 전자음으로 변환돼 악기 소리와 뒤섞였다. 다음 곡으론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0번’이 머리 뒤쪽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무대 위가 아니라 관객을 받지 않은 2층 객석에서 연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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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상식 열려···한강, 한국인 최초로 블루 카펫에 한강 작가가 제124회 노벨상 시상식에서 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은 10일 오후 4시(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스웨덴 국왕 칼 16세 구스타브로부터 노벨 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강은 미소를 띠며 국왕과 악수하고 청중에게 인사했다. 아시아 여성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한강이 처음이다. 한강은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입장해 시상식장 무대 왼편의 의자에 착석했다. 노벨상 시상식이 이곳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후 노벨상을 상징하는 블루 카펫을 밟은 한국인은 한강이 처음이다. 한국인 첫 노벨상 수상자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