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선임기자
이미지와 텍스트와 사운드에 두루 관심이 있습니다. 단언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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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불합리한 지시엔 ‘의문’을 품어라 2014년 노키아 최고경영자 스티븐 엘롭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열망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e메일을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이후엔 ‘전략’ ‘가장 많은 가치’ ‘미래’ ‘생산성’ 같은 어휘들이 이어졌다.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정작 발신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기 어렵다. ‘더 많은 일’은 무엇인지, ‘전략을 가시화’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호하다. 인류학 전공자로 노동·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전작 <가짜 노동>에서 직원을 바쁘게 하지만 정작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직장 문화를 지적했다. 끝없는 회의, 불필요한 서류 작업 등의 문제점을 말했다. 후속작 <진짜 노동>에서 그는 엘롭의 메일이 ‘훌륭하고 전문적’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현대사회의 노동이 많은 경우 이와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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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악마와 싸우는 줄리엣, 별난 로미오를 기대하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로 꼽히는 매슈 본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언젠가는 해야 하거나 하게 될 작품”이었다. 본은 오랜 시간 작업을 미뤄왔다. “오페라, 발레, 영화, 연극 등 여러 면으로 수차례 다뤄졌기 때문”이었다. 본은 어떻게 난국을 타개했을까. 그는 “해답은 간단했다. 모든 부문에서 젊은 무용수와 젊은 창작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청년의 궁극적인 첫사랑을 그린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재능과 시각에서 영감을 얻어야 했습니다. 제 <로미오와 줄리엣>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세대에 관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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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성의 있게 거절하려 했는데···피가 끓더라” 배우 전도연이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전도연은 23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사람들은 내가 오랫동안 배우 하면서 많은 역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해온 작품보다 할 작품, 아직 하지 못한 작품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며 “연극 역시 새 도전이라기보단 하지 못한 작업 과정의 하나”라고 말했다. <벚꽃동산>은 체호프의 유작이자 대표작이다. 한 러시아 귀족 가문의 몰락을 통해 시대의 변화와 이에 뒤처진 사람들을 그린다. 고전의 해체와 재해석에 능한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2024년의 한국을 반영한 버전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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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전설’ 노이마이어 “무용수는 감정의 살아있는 형태” 세계 최정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85)의 작품을 한국에서 만난다. 국립발레단 200회 정기공연으로 선보이는 <인어공주>다. 노이마이어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제 모든 작품의 주요 철학은 발레의 인간화다. 무용수가 감정의 살아있는 형태가 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인어공주>는 2005년 덴마크 동화 작가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맞아 로열 덴마크 발레단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안데르센의 삶을 반영해 그의 분신 같은 시인 캐릭터가 전체 작품을 이끈다. 노이마이어는 “<인어공주>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무리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상대가 나를 사랑할 책임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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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 한국인 최초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 지휘자 이승원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4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목프로덕션은 22일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올해 콩쿠르 본선은 지난 15일부터 20개국 출신 24명의 진출자가 모여 진행됐다. 첫 라운드에서 이승원은 하이든 교향곡 49번 ‘수난’을 하프시코드 반주가 곁들여진 원전 버전으로 선보였다. 결선 무대에서 이승원은 브람스 교향곡 2번 1악장, 닐센의 ‘가면무도회’ 중 ‘수탉의 춤’을 지휘했다. 덴마크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파비오 루이지는 “이승원은 음악을 풀어내는 놀라운 방식을 지니고 있으며, 콩쿠르 전반에 걸쳐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다루는 방식이 특별했다. 그것이 바로 우승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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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이승원,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 지휘자 이승원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4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목프로덕션은 22일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올해 콩쿠르 본선은 15일부터 20개국 출신 24명의 진출자들이 모여 진행됐다. 첫 라운드에서 이승원은 하이든 교향곡 49번 ‘수난’을 하프시코드 반주가 곁들여진 원전 버전으로 선보였다. 결선 무대에서 이승원은 브람스 교향곡 2번 1악장, 닐센의 ‘가면무도회’ 중 ‘수탉의 춤’을 지휘했다. 덴마크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파비오 루이지는 “이승원은 음악을 풀어내는 놀라운 방식을 지니고 있으며, 콩쿠르 전반에 걸쳐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다루는 방식이 특별했다. 그것이 바로 우승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승원은 “세계 최고 권위 지휘 콩쿠르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다. 보다 깊이 있는 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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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필 지휘 데뷔 김은선 “지휘자 방향 따르면서 악장·수석끼리 소통···역시 일류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은 세계 최정상 교향악단이다. 이곳의 포디움에 서는 것은 많은 지휘자들의 영예다. 지금까지 한국인으로는 정명훈만이 베를린필 정기연주회에서 지휘했다. 김은선(44)은 두 번째다.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이기도 하다. 김은선은 18~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필 정기연주회에서 지휘했다. 프로그램은 쇤베르크(1874~1951) 오페라 <기대>와 라흐마니노프(1873~1963) 교향곡 3번이었다. 비슷한 시기 활동했으나 전혀 다른 음악 성향을 보인 작곡가의 곡을 조합한 도전적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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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연극으로 볼까 뮤지컬로 볼까 천선란 작가의 SF <천 개의 파랑>이 연극과 뮤지컬로 잇달아 선보인다. 두 작품은 주인공인 로봇 콜리를 재현하기 위해 상반된 접근법을 택했다. 2020년 출간된 소설 <천 개의 파랑>은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보편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말 투데이를 타다가 낙마한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가 서사의 중심이다. 로봇에 관심 많은 고등학생 연재는 고장난 콜리를 가져와 고치려 하고, 연골이 닳은 투데이는 안락사 위기에 놓였다. 연재와 그의 장애인 언니 은혜는 콜리와 투데이가 다시 한번 달리게 하려고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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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연극원 30주년 기념 공연·행사 잇달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과 행사를 잇달아 선보인다.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못 말리는 프랑켄슈타인>이 첫 공연이다. 이 작품은 원내 교수진과 재학생·졸업생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다. 대사 없이 배우의 움직임으로만 이뤄지는 공연이다. 연기과 남궁호 교수가 연출했다. 졸업생 최재림·송상은이 특별출연한다. 이어 백범 김구와 이봉창의 회동을 그린 <자객열전 2024>(5월 2~4일), SF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5월 30일~6월 1일)을 만날 수 있다. 9월엔 오만석 연출의 <설흔>, 11~12월엔 박근형 연출의 <난중일기>와 김미란 연출의 <우리 읍내>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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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에튀드’ 낸 임윤찬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연습이 아니다” <쇼팽: 에튀드> 음반 발매에 맞춰 19일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가장 자주 사용한 표현은 ‘심장을 강타하다’였다. ‘에튀드 작품번호 25번 7에서 2마디에 7시간을 연습했다’는 보도자료 문구를 설명할 때도 그랬다. “7시간이 아닐 수도 있는 게, 저는 그 두 마디를 위해 하루 종일 생각하고 연습을 실행했거든요. ‘어떻게 두 마디에 7시간 연습하나’고 묻는 분도 계시겠지만, 첫 음을 누를 때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그건 연습이 아닌 거잖아요. 그래서 저도 솔#(샵)을 누르는데 만약 심장을 강타했다면 다음으로 넘어가고, 다음 레#(샵)을 넘어가는데 느낌이 안 나면 계속하는 거죠. 레#(샵)이 심장을 강타했다면 첫 번째 음과 두 번째 음을 연결해서 연습하고, 그 연결 부분이 심장을 강타하면 다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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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립극단 단장에 박정희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극단 단장·예술감독에 박정희씨(사진)를 임명했다고 18일 밝혔다. 박 신임 단장은 2001년부터 극단 풍경을 이끈 연출가다. 2008년 서울연극제 연출상 수상작 <첼로>를 비롯해 <하녀들> <이영녀> 등을 선보여왔다. 유인촌 장관은 “국립극단은 민간이 제작하기 어려운 실험적·예술적이며 대규모로 다양한 연극작품을 창·제작해 나갈 것”이라며 “신임 예술감독이 연극계 현장과 원활하게 소통해 남산으로 이전하는 국립극단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신임 단장의 임기는 2027년 4월17일까지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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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정치·젠더 이슈 ‘원활한 소통 기술’ <어른의 대화 공부>에 나오는 한 상황을 한국적으로 옮겨보자.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을 만들어 성공한 30대 미혼 남성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30대 여성이 대화 중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가진 특권’을 언급하자, 남성은 “내가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한 줄 아느냐”며 발끈한다. 실제 남성은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숱한 좌절 끝에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 동성애자이자 법학자인 켄지 요시노, 데이비드 글래스고는 “사람들이 당신의 특권을 언급할 때는 대개 당신의 인생이 탄탄대로였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당신이 삶의 특정 측면에서 특권을 가졌다는 뜻이다”라고 말한다. 위 대화의 남성은 군대에 다녀오고 대기업 문화에 좌절했고 스타트업을 하며 고초를 겪었지만, 성희롱에 노출되지 않았고 불법 촬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른의 대화 공부>는 이를 두고 ‘피드백을 부풀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당신이 들은 말과 상대방이 한 말이 동일한지 확인”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