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전설’ 노이마이어 “무용수는 감정의 살아있는 형태”

백승찬 선임기자

내달 1~5일 국립발레단 ‘인어공주’ 안무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인어공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인어공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정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85)의 작품을 한국에서 만난다. 국립발레단 200회 정기공연으로 선보이는 <인어공주>다.

노이마이어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제 모든 작품의 주요 철학은 발레의 인간화다. 무용수가 감정의 살아있는 형태가 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인어공주>는 2005년 덴마크 동화 작가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맞아 로열 덴마크 발레단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안데르센의 삶을 반영해 그의 분신 같은 시인 캐릭터가 전체 작품을 이끈다. 노이마이어는 “<인어공주>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무리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상대가 나를 사랑할 책임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노이마이어는 작품을 위해 리서치를 하면서 안데르센의 생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한다. 안데르센은 한 남성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 남성은 훗날 다른 여성과 결혼했다. 안데르센은 이 시련을 영감으로 <인어공주>를 썼다. 노이마이어는 “<인어공주>의 주제는 금지된 혹은 어려운 사랑”이라고 설명했다.

<인어공주>는 무용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발이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무용수는 질질 끌릴 정도로 긴 바지를 입지만, “마치 아르마니 드레스를 입은 듯 우아하게” 움직여야 한다. 나중에는 바지가 벗겨지고 추하게 보이는 움직임도 나타내야 한다. 노이마이어는 “이는 마치 토슈즈 신는 훈련을 하는 여학생을 떠올리게도 한다. 인어공주는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노이마이어는 이번 작품의 안무, 무대, 조명, 의상까지 모두 직접 디자인했다. 그는 7~8세 무렵 그림에도 재능이 있어 미술가의 길을 갈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물감을 사용하는 미술가와 달리, 안무가는 무용수라는 인간을 재료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특권을 가진다”며 “분장, 무대, 조명 등이 모두 무용수와 맞아떨어질 때까지 헌신해 작업한다”고 말했다.

미국 출생 노이마이어는 현대무용계의 전설급 안무가다. 1963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했고, 1973년 함부르크 발레단 단장 겸 수석 안무가로 취임해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급변하는 세계, 그리고 예술계에서 반세기 이상 정상을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이마이어는 함부르크 발레단에 부임해 ‘작은 책상’ 하나를 가지며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발레단, 학교, 스튜디오, 전 직원이 일하는 빌딩까지 규모를 넓혔다. 젊은 안무가를 육성하고 발레와 거리가 먼 관객을 끌어들이는 별도의 유스 컴퍼니도 갖췄다. 이 발레단은 학교, 양로원, 교도소에서도 공연한다.

“신문을 매일 읽습니다. 물론 별로 좋아할 수 없는 뉴스도 있죠. 그러면서 계속 정직하게 창작합니다. 그게 내 작업의 본질이에요. 50년간 한 도시에서 일할 줄은 몰랐네요. 모든 기간이 편하진 않았습니다. ‘싸움’이라는 말을 쓰고 싶진 않지만, 계속 투쟁해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무용수 시절 노이마이어의 작품을 하면서 인간이면 가지는 사랑, 슬픔 등 여러 감정이 마음에 꽂혀 춤추는 순간을 느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했다. 그 행복을 무용수들과 나누고, 감동이 관객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어공주>는 5월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인어공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왼쪽)과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연합뉴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인어공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왼쪽)과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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