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찬
선임기자
이미지와 텍스트와 사운드에 두루 관심이 있습니다. 단언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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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의 심청·고선웅의 서편제···2025 국립정동극장 초연 정구호 연출·정혜진 안무의 <단심>, 고선웅 연출·한승석 작창의 <서편제; 디 오리지널(The Orginal)>이 올해 국립정동극장에서 초연한다. 국립정동극장은 4일 2025 라인업을 발표했다. 5월8일~6월28일 공연하는 <단심>은 설화 심청을 바탕으로 한 전통연희극이다. <일무>로 한국 전통무용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정구호 연출가와 정혜진 안무가가 다시 뭉쳤다. 정구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심청은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해석을 선보였던 작품”이라며 “기존 스토리에 국한하지 않고 심청이라는 인물에 포커스를 맞춰 그의 생각, 갈등을 중심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도 “자신의 목숨을 아버지와 바꿔야 하는 15세 소녀의 마음을 디테일하게 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디자이너로 유명한 정구호는 무용계로 발을 넓힌 뒤 전작 <향연> <일무> 등에서 대극장 무대에 어울리는 화려하고 장엄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국립정동극장은 그간 그의 작품이 공연했던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등에 비교하면 중극장 규모다. 정구호는 “대극장에서 공연하며 관객과 무용수의 호흡에 거리감이 있어서 아쉽다고 생각해왔다”며 “이번에는 무용수의 모든 동작과 표정까지 자세히 볼 수 있는 거리여서 관객과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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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하는 쾌감·설득당하는 쾌감···공동창작의 매력이죠” 공동창작은 말이 쉽지 실제로 쉬운 일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언급해 다시 유명해진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떠올려보자. 여러 사람이 의견을 모으다 결정이 한없이 미뤄지거나 감정이 상한 경험은 또 어떤가. 양손프로젝트는 2011년부터 4인 체제로 공동창작을 해온 연극 집단이다. 배우 손상규(48)·양종욱(46)·양조아(42)와 연출 박지혜(40)로 구성됐다. 이 집단에서 배우와 연출의 구분은 임의적이다. 4명은 작품 선정, 각색, 연기, 연출 등 연극 제작의 모든 단계에서 의견을 나눈다. 카리스마 있는 연출이 지시하면, 배우와 스태프가 일사불란하게 이행하는 전통적인 연극판의 모습은 없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이라는 배경으로 뭉쳤지만, 선후배 위계도 없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서울 성북구 한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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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악당을 미워하면서 응원하는 마음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일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영국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1971년 발표한 소설 <자칼의 날>은 스파이 스릴러의 고전입니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킬러 자칼과 그를 막으려는 프랑스 정보기관 요원의 대결을 그렸습니다. 기자 출신 작가 포사이스는 방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섞었습니다. 신출귀몰한 변신 능력으로 암살 대상에 접근하는 킬러 자칼에 카리스마를 부여하고, 이를 막으려는 정보요원들의 끈질긴 노력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자칼의 날>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고, 각종 상도 수상했습니다. 여러 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책에 묘사된 자칼의 수법 묘사가 워낙 사실적이고 치밀한 나머지 실제 테러리스트나 사기꾼이 이 책을 탐독하며 참조하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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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맨스·가치지향·순한 맛···지금 한국 뮤지컬엔 어떤 일이 지난해 한국 뮤지컬계에는 여성 서사가 쏟아졌고, ‘가치 지향적 관극’이 보편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서울 종로 아트코리아랩 아고라에서는 대한민국뮤지컬페스티벌의 일환으로 ‘2024 한국뮤지컬 산업 리뷰’ 행사가 열렸다. 최승연 평론가가 발제하고,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공연본부장, 박병성 공연한 오후 대표(공연 평론가), 이헌재 네오 대표가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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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피아니스트 정진우 별세 원로 피아니스트 정진우씨가 별세했다. 향년 97세. 고인의 제자인 피아니스트 신수정씨는 정진우씨가 26일 세상을 떴다고 전했다. 1928년 1월8일 생인 고인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군의관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쟁 당시 크게 다리를 다쳐 전역한 뒤 평생 불편한 몸으로 살았다. 전역 후 고인을 이끈 것은 음악이었다. 음악가가 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의대에 진학했던 그는 전역 후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을 걸었다. 피난지였던 부산의 이화여대 강당에서 첫 독주회를 가진 그는 서울대, 이화여대, 서울예고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57년엔 한국인이 전혀 없던 오스트리아 빈 콘서바토리움으로 유학을 떠났고, 귀국 후에는 1993년 2월 정년퇴임할 때까지 서울대 음대에서 후학을 지도했다. 김용배, 백혜선, 강충모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중진 피아니스트들이 고인의 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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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볼만한 공연 ‘마당놀이’ 즐겨보세 설 연휴에도 공연장은 문을 닫지 않는다. 홀로 혹은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즐길 작품도 많다. 볼만한 공연을 소개한다. 국립무용단은 29·30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025 축제’를 선보인다. 섬세하고 신명 나는 춤사위를 7개 작품, 3장에 걸쳐 공연한다. 한국 무용이 생소한 관객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품, 공감하기 쉬운 연출을 더했다. 궁중에서 악귀를 쫓고, 손님을 불러 잔치하고, 온 백성이 하늘에 제사 지내는 풍경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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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앤더슨 스타일’ 사진과 함께, 아기자기한 세계여행 우연히 웨스 앤더슨: 어드벤처윌리 코발·어맨다 코발 지음 | 김희진 옮김웅진지식하우스 | 368쪽 | 3만1000원 스틸 사진 한 장만으로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영화감독이 있다. 얼마 전 타계한 데이비드 린치가 그랬고, 지금 소개하는 웨스 앤더슨도 그렇다. 이런 감독들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관객의 마음에 강력한 인장을 남긴다. 앤더슨의 영화는 독특하면서 선명한 색채, 동화 속 장소처럼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세트, 엄격하게 계산된 구도로 유명하다. 부부 여행가 윌리와 어맨다 코발은 앤더슨이 찍지 않았지만 앤더슨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풍경 사진 채널을 만들었다. 코로나19 시기 여행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들의 인스타그램(@AccidentallyWesAnderson)에서 위로를 얻었고, 2025년 1월 현재 190만명이 팔로잉하고 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어드벤처>는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웨스 앤더슨풍 여행 사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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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다 가블러·지젤·말러 교향곡 2번···같은 작품 다른 무대, 어디서 볼까 연말·연초 발표된 국내 주요 공립·민간 공연장의 2025년 라인업을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경쟁하는 두 단체에서 우연히도 같은 작품을 선보이는 경우다. 관객은 어느 작품을 택할지 고민하며 예매 시작을 기다린다. 희생자인가 악당인가 ‘헤다 가블러’ <헤다 가블러>는 근대 연극의 대가 헨리크 입센이 1890년 발표한 희곡이다. 남편의 성을 거부하고, 아버지와 자신의 성인 ‘가블러’로 살아가는 여성 헤다가 주인공이다. 사회적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그린다. 헤다는 희생자, 악당, 페미니스트 등 어떤 역할로도 해석될 수 있다. 19세기 작품으로는 보기 드문 ‘여성 원톱’ 희곡이며, 강렬한 비극성을 갖고 있어 ‘여성 햄릿’으로도 불린다. 잉그리드 버그먼, 이자벨 위페르, 제인 폰다, 케이트 블란쳇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연극, 영화, 드라마에서 헤다 역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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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의 우회도로 기자와 ‘시빌 워’ 관찰자로서 등장하는 기자들우리의 일은 기록하는 일 유튜브 시청 권한 윤 대통령레거시 미디어엔 고마운 일 기자가 기자 나오는 한국 영화·드라마를 보는 심정은 의사가 메디컬 드라마, 변호사가 법정 드라마를 볼 때와 비슷하게 불만스러울지 모르겠다. 한국 영화·드라마 속 기자는 열정적으로 정의를 추구하거나, 권력과 밀착해 가짜 뉴스를 쓰거나, 과도한 욕심에 오보를 낸다.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인지 요즘엔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유형의 기자가 많이 등장하지만, 가끔은 무능한 검경을 대신해 부패한 권력자에 맞서는 기자도 나온다. 모두 너무 미화됐거나 너무 사악해 단지 극 안에서만 기능적으로 존재하는 인물로 보인다. 대다수 사람이 위대한 영웅이거나 사악한 악당이 아니듯, 기자 역시 주어진 조건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보통의 직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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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필 ‘진은숙 에디션’, 2025 국제클래식음악어워드 수상 베를린필하모닉이 연주한 ‘진은숙 에디션’이 2025 국제클래식음악어워드(ICMA) 현대음악 부문 음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22일 이러한 소식을 전했다. ICMA 심사위원단은 진은숙 에디션이 “한국 작곡가 진은숙과 베를린필 오케스트라의 긴밀하고 풍요로운 관계를 가장 완벽한 형태로 담아냈다. 진은숙이 작곡한 대편성 작품 여섯 곡을 수록한 이 에디션은 21세기 첫 사반세기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인 진은숙을 가장 충실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초상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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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은 천재”···조성진이 말한 이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전곡을 연주하고 녹음한 첫 작곡가는 바흐, 베토벤이 아닌 라벨(1875~1937)이다. 조성진은 “라벨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가 얼마나 천재였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는 라벨 탄생 150주년이다. 조성진은 지난 17일 발매된 독주 전곡집과 다음달 발매할 피아노 협주곡집(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라벨을 기념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 등이 이끄는 고잉홈 프로젝트는 올해 라벨의 관현악 전곡을 연주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 등 한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도 라벨의 곡을 프로그램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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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최영규,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 합류···2025 세종 시즌 발표 영국국립발레단 리드 수석 이상은,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 최영규가 올해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으로 합류한다. 세종문화회관은 21일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연습실에서 ‘2025 세종 시즌’을 발표했다. 창단 2년 차를 맞이한 서울시발레단은 공연 4편, 작품 7개를 선보인다. 오하드 나하린, 요한 잉거, 한스 판 마넨 등 세계적 안무가의 대표작을 공연한다. 이상은은 요한 잉거의 <워킹 매드> 아시아 초연과 독일에서 활동하는 안무가 허용순의 <언더 더 트리스 보이스>에, 최영규는 네달란드국립발레단 상주안무가 한스 판 마넨의 <5탱고스>에 출연한다. 이상은이 갈라가 아닌 오롯한 무대로 한국 무대에 서는 것은 15년 만이며, 최영규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 초연에 특별출연한 김지영은 올해 지도자 겸 출연자로 같은 작품에 참여한다. 안호상 사장은 “한국에 컨템퍼러리 발레단이 생긴 데 대해 국제 발레계의 관심이 뜨겁다”며 “발레단 경영 능력, 국제 발레계와의 네트워크 등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 예술감독 선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초대 예술감독이 정해져 서울시발레단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