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선임기자
이미지와 텍스트와 사운드에 두루 관심이 있습니다. 단언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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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의 우회도로 다른 목소리 김예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2명 중 1명이다(다른 한 명은 안철수 의원).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3일 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려고 국회 월담까지 생각했으나, 안전을 우려한 당시 한동훈 대표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BBC코리아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만들어서 세운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는 안건에 대해 표결해야 한다는 무겁고도 무겁고도 정말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면서도 “제가 대리해야 하는 시민들을 대신해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할 일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고 말했다. ‘계엄은 잘못이지만 탄핵은 안 된다. 질서 있는 퇴진은 물 건너갔지만 탄핵은 안 된다. 당론이 탄핵 반대니 탄핵은 안 된다. 대안은 없지만 무조건 안 된다’는, 집권여당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무책임·무논리에 맞서, 그는 양심이 낸 ‘다른 목소리’에 따라 행동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100여명이 쌓은 거대한 둑에 흠집을 냈고,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서는 둑이 무너졌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는 여전히 언더커버 경찰의 존재를 알아챈 영화 속 조폭처럼 ‘배신자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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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음악, 국악으로 듣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 그라운드’ 등 인기 게임 음악이 국악으로 편곡돼 나온다. 국립국악원은 18일부터 3일간 ‘국립국악원 게임 사운드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발매한다고 밝혔다. 이번 음반에는 ‘나이트 크로우’, ‘PUBG: 배틀그라운드’, ‘리그 오브 레전드’ 등 3개 게임의 주제곡과 배경음악이 담겼다. 김진환 작곡가, 이지수 서울대 작곡과 교수가 편곡을 맡았고,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창작악단 단원이 연주했다. 발매 전날인 17일 서울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서는 사전 청음회가 열렸다. 편곡자들은 국악으로 편곡하기 좋으면서도 원곡 정서를 해치지 않는 곡들을 골라 작업했다고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 속 캐릭터인 아무무의 슬픔을 노래한 ‘슬픈 미라의 저주’에선 생황이 아무무의 정서를 전했다. ‘배틀그라운드’의 ‘더 퍼스트 서바이버’에선 이생강류 대금산조가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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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유령을 보는 여고생과 외계인을 믿는 남고생이 만났을 때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안경 쓴 남고생 다카쿠라 켄은 쉬는 시간마다 UFO 잡지를 봅니다. 친구는 없습니다. 여러모로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하는 ‘오타쿠’ 이미지를 고스란히 갖췄습니다. 아야세 모모도 학업에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여고생입니다. 모모는 영매사인 할머니와 함께 살기 때문인지 유령의 존재를 믿습니다. 동급생이지만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켄과 모모는 우연히 서로 대화를 트고, 각자 “외계인은 있지만 유령은 없다” “유령은 있지만 외계인은 없다”고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모모는 외계인이 자주 나온다는 곳에, 켄은 유령이 자주 나온다는 곳에 간 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검증하자고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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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통제할 수 없어 두려운 미래…‘생존 배낭’ 꾸리며 위안 아일랜드 출신 기자 마크 오코널은 종말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녹아내리는 빙산, 뱃가죽이 달라붙은 북극곰, 꺼지지 않는 산불 이미지를 보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는 “우리가 물려받은 세계는 거의 소진되어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해체를 맞이할 운명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다만 불안의 정도가 너무 심했다. 오코널은 파국이 임박했다는 걱정에 삶과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에 이르렀다. 오코널은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자매들’의 문장 “두려움이 가득 차올랐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것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 치명적인 활동을 살펴보기를 갈망했다”를 되새기며 종말론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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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지휘자 최재혁 “현대음악은 낯선 음식···도전에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 공연이 시작하자 스포트라이트가 객석 복도를 비췄다. 빨간 양복을 입은 피에로가 트롬본을 불면서 무대로 향했다. 이탈리아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1925~2003)의 신경질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울음 같기도 음악 같기도 한 ‘트럼본 독주를 위한 시퀜자Ⅴ’가 연주됐다. 이상한 공연은 이어졌다. 알렉산더 슈베르트(45)의 ‘심각한 미소’에서는 지휘자, 피아니스트, 첼리스트, 퍼커셔니스트가 손목에 센서를 부착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기묘한 전자음으로 변환돼 악기 소리와 뒤섞였다. 다음 곡으론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0번’이 머리 뒤쪽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무대 위가 아니라 관객을 받지 않은 2층 객석에서 연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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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상식 열려···한강, 한국인 최초로 블루 카펫에 한강 작가가 제124회 노벨상 시상식에서 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은 10일 오후 4시(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스웨덴 국왕 칼 16세 구스타브로부터 노벨 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강은 미소를 띠며 국왕과 악수하고 청중에게 인사했다. 아시아 여성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한강이 처음이다. 한강은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입장해 시상식장 무대 왼편의 의자에 착석했다. 노벨상 시상식이 이곳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후 노벨상을 상징하는 블루 카펫을 밟은 한국인은 한강이 처음이다. 한국인 첫 노벨상 수상자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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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를 첼로로 연주한다면 잘하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 열심히 하려면 좋아해야 한다. 모든 일의 기본이다. 첼리스트 박유신(34)은 출강하는 대학교 학생들에게 늘 이 말을 강조한다. 당연하지만 실천하는 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박유신은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한다. 연주회하고, 음반 내고, 가을에 잇달아 열리는 페스티벌 2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그러면서도 “몸은 하나지만, 더 잘하는 능력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한다. 최근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를 첼로로 연주한 음반을 낸 박유신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겨울나그네>는 작곡된 지 200년 가까이 되도록 사랑받은 연가곡이다. 수많은 전설적인 성악가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다만 인간의 목소리를 악기로 대체해 연주하겠다는 발상을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아름다운 목소리, 목소리에 담긴 시적인 가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박유신은 가사 대신 멜로디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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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장 “아이작 스턴이 준 바이올린, 정경화의 조언 잊지 못해” 이제 40대 중반인데 벌써 데뷔 35주년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44)이 5년 만의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연다. 사라 장은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큰 오케스트라, 큰 공연장에서 연주한다고 완벽히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휘자, 오케스트라, 동료 연주자와 호흡이 잘 맞고 관객의 에너지가 전기처럼 전해질 때 너무 신나고 마법 같이 기억에 남는 연주가 된다” 클래식 음악계의 수많은 ‘신동’ 중에서도 사라 장은 원조였다. 만 9세였던 1990년 1월13일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서 고난도의 파가니니 협주곡을 협연하며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EMI 레이블의 최연소 레코딩 기록을 세웠고, 1994년에는 세계 최정상 교향악단 베를린필하모닉과 협연했다. 쿠르트 마주어, 리카르도 무티, 마리스 얀손스, 사이먼 래틀 등 저명한 지휘자와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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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 “‘마타하리’는 장거리 연애 연인 만나는 기분” 공들여 연습한 <마타하리> 개막을 이틀 앞두고 12·3 비상계엄 사태 소식을 접했을 때, 20년 차 베테랑 뮤지컬 배우 옥주현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섭다기보다는…. 이 업계 있는 사람으로서 메르스, 코로나를 겪었어요. 모든 국민이 흔들릴 때 가장 많이 타격받는 게 예술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당연하죠. 여유를 가질 수 없으니까. 그런데 기자님은 언제 죽을 거라 생각하세요? 내일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전 그런 마음을 가져요. ‘집을 나섰다 무사히 돌아오는 건 당연하지 않다.’ 주변 사람 떠나가는 걸 많이 봤어요. 떠나는데 어떤 순서도 정해져 있지 않아요. 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어요. 그저 매 순간 열심히 잘 살아야지, 그런 생각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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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상호보완성을 위한 위대한 실험” 바지 입은 여성에게 눈치를 주는 시대였다. 여성은 투표권이 없었다. 부모, 남편, 아이 돌보는 것이 여성의 미덕이지, 인류의 지식 확장에 기여하는 것은 여성의 미덕이 아니었다. 28일까지 서울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사일런트 스카이>는 여성에게 엄혹한 시대를 살았던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1868~1921)의 삶을 충실히 옮긴 연극이다. 목사 아버지의 딸이 고향을 떠나 하버드대 천문대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며 나이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화려한 영상이나 조명, 서사의 해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등의 독특한 시도는 없다. 진취적인 헨리에타(안은진)와 전래의 가치를 중시하는 동생 마거릿(홍서영)의 갈등과 이해, 윌러미나(박지아)·애니(조승연) 등 천문대 동료와의 우정, 상급자 피터(정환)와의 사랑과 이별 등을 전통적 방식으로 그려낸다. 극적인 갈등이 고조되는 순간에도 인물들은 좀처럼 절규하거나 소리치지 않는다. 인물들은 차분하고 점잖은 대사로 입장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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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비밀스러운 연애…그리고 찾아온 베를린 장벽 붕괴 여자는 자신의 장례식에 와달라는 남자의 말에 간신히 응한다. 넉 달 뒤 여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대신 그를 처음 만났던 오래전 그날 함께 들었던 음악을 재생한다. 6개월 뒤 누군가 여자의 집에 커다란 종이 상자 두 개를 두고 간다. ‘속이기 위해 쓴 것’과 ‘진실이라 생각했던 것’, ‘말하지 않은 것’과 ‘말한 것’, ‘침묵에 붙여진 분노’와 ‘침묵에 붙여진 사랑’이 상자 속에 뒤섞여 있다. 여자 카타리나는 남자 한스를 만났던 19세로 돌아간다. 독일 통일 전 동베를린에서 태어난 예니 에르펜베크는 1999년 데뷔한 소설가다. 2021년작 <카이로스>가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더욱 이름을 알렸다. 그는 <카이로스>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를 전후로 동베를린 여성과 남성의 6년간에 걸친 사랑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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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만 4편···왜 한국 ‘뮤덕’은 와일드혼에 홀렸나 이번 겨울 서울 시내 대형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마타하리> <시라노> <웃는 남자>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출신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66)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지킬앤하이드>는 2004년 한국 초연해 이번에 20주년을 맞았다. 한국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전회 매진’ 기록을 세웠고, 지금까지 총 9번의 정규 프로덕션을 거치며 누적 관객 수 180만명을 돌파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주요 넘버인 ‘지금 이 순간’은 <지킬앤하이드>를 보지 않은 팬들도 알 정도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