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선임기자
이미지와 텍스트와 사운드에 두루 관심이 있습니다. 단언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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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900억대 부동산 사기’는 어떻게 가능했나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사기꾼 집단이 있습니다. 리더, 협상가, 정보원, 법률 담당, 서류 위조사, 사칭 배우를 캐스팅하는 수배사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지멘시’(지면사·地面師)라 불리는 이들은 타인의 부동산을 자기 것인 양 서류를 위조해 제삼자에게 팔아 거액을 챙깁니다. 물론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사기 대상은 어수룩한 개인이 아니라 탄탄한 부동산 회사니까요. 지멘시들은 외부 활동이 많지 않은 주인이 가진 땅, 개발 부지가 필요한 부동산 회사 정보를 먼저 물색합니다. 땅 매물이 나왔다는 거짓 정보를 슬쩍 흘린 뒤, 땅 주인을 사칭할 ‘배우’를 캐스팅하고, 땅 소유를 입증할 서류와 인감을 정교하게 위조합니다. 땅 주인 역을 할 ‘배우’는 아마추어이기에, 구매자와의 만남은 최대한 뒤로 미룹니다. 마음 급한 구매자에게 땅을 넘길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게 한 뒤, 땅 소유권을 넘기는 척하고 돈을 받습니다. 관공서에서 ‘계약은 무효’라는 회신이 올 때쯤 지멘시들은 돈을 챙겨 어딘가로 사라진 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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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향연···제9회 M 클래식 축제 젊고 유망한 클래식 연주자들이 모이는 ‘제9회 M 클래식 축제’가 8월 31일~12월 10일 마포아트센터 등지에서 열린다. 올해의 주제 ‘보헤미안’에 맞춰 드보르자크, 말러, 야나체크 등 다양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선보인다. 9월 24일~12월 10일 여섯 차례에 걸쳐 열리는 실내악 시리즈 ‘보헤미아의 숲에서’가 축제 하이라이트다. 올해 처음 도입된 예술감독에 위촉된 젊은 작곡가 손일훈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음악가들을 모았다. 플루티스트 조성현, 클라리네티스트 심규호, 바수니스트 김현준, 호르니스트 김홍박, 트럼펫터 최문규, 첼리스트 이호찬, 피아니스트 박종해, 소프라노 이혜지, 거문고 연주자 이재하, 정가 가객 조윤영 등과 함께 일본 피아니스트 유스케 오사다, 대만 바이올리니스트 팅-슈오 장이 잇달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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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여는 책 신비, 여전히 인류가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 가장 앞선 패션을 자랑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가장 인기 있는 카페와 식당 거리에서도 빠짐없이 찾을 수 있는 오래된 업종이 있다. 사주 혹은 타로 가게다. 신문에 여전히 ‘오늘의 운세’가 실리고, 영화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모은 사실을 보면 과학 너머의 신비주의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해 보인다. <오컬트의 모든 것>(원제 Occult)은 ‘신비주의, 마법, 타로를 탐구하는 이들을 위한 시각 자료집’을 표방한다. 저자 피터 포쇼는 암스테르담 대학에서 사상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 신비주의 철학사 센터에서 근대 초기 서양 비교(秘敎)를 강의 중이다. 170여점의 아름다운 시각 자료와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 오컬트 역사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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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미국, 에이즈 투병 성소수자의 삶 어땠을까?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다음달 28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는 인터미션 2회를 포함해 200분가량 이어진다. ‘파트 투’까지 포함하면 총 8시간이다. 연출가 신유청의 말마따나 등장인물들은 이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떠들어” 댄다. 게다가 소재는 2024년 한국 관객에게 다소 낯설다. 1985년 레이건 집권기의 미국이 배경이다. 극우화된 사회, 모르몬교도와 유대교도의 신앙과 전통, 에이즈 확산과 공포,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불안 등이 작품에 깔려 있다. 이 시대와 소재에 익숙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연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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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희가 번역 맡은, 유승호의 연극 데뷔작 ‘엔젤스 인 아메리카’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다음달 28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는 인터미션 2회를 포함해 200분가량 이어진다. ‘파트 투’까지 포함하면 총 8시간이다. 연출가 신유청의 말마따나 등장인물들은 이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떠들어” 댄다. 게다가 소재는 2024년 한국 관객에게 다소 낯설다. 1985년 레이건 집권기의 미국이 배경이다. 극우화된 사회 분위기, 모르몬교도와 유대교도의 강고한 신앙과 전통, 에이즈 확산과 그에 대한 공포,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불안 등이 작품에 깔려 있다. 이 시대와 소재에 익숙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연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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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고전했던 디즈니 뮤지컬···이번엔 ‘알라딘’으로 흥행 요술 부릴까 디즈니 뮤지컬 <알라딘>이 11월 한국 초연을 한다. 브로드웨이 초연 10년 만이다. 디즈니는 숱한 인기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을 가진 콘텐츠 강자다. 디즈니 자회사인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은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겨울왕국> 등 자사 IP를 뮤지컬로 제작해 큰 인기를 얻어왔다. <알라딘> 역시 브로드웨이에서 10년째 공연한 장수 뮤지컬이자, 전 세계 4개 대륙 11개 프로덕션으로 2000만 관객을 모은 글로벌 흥행작이다. 세계적인 성공과 달리 한국에서 디즈니 뮤지컬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가까운 일본에서 극단 시키가 <라이온 킹> <겨울왕국> <알라딘>을 장기 공연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004년 <미녀와 야수>가 디즈니 뮤지컬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했고, 2006년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씨어터 개관과 함께 극단 시키가 <라이온 킹>을 1년간 공연했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라이온 킹>이 흥행에 실패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었다. <라이온 킹>은 2018년, 2022년 인터내셔널 투어 형태로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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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예습’해야?···손열음 “떡볶이처럼 즐기는 공연보러 오세요” 클래식 연주자에게 대규모 야외 공연은 어떤 의미일까.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사로잡을 대중적 레퍼토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음향 조건이나 관객 매너를 까다롭게 따지는 대신, 관객과 적극적으로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꺼번에 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인기를 갖춰야 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다음달 8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야외 공연을 펼친다. ‘파크콘서트 위드 고잉홈 프로젝트-랩소디 인 블루’라고 명명한 공연이다. 기획사 크레디아는 앞서 조수미, 정명훈, 장사익, 요요마와 함께 이 행사를 진행했다. 손열음의 대중적 인기가 이들 못지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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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지수 “AI 시대에도 최고의 창의성은 인간에게서 나와” 인공지능(AI)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예술 분야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문학, 미술, 영상이 속속 등장했다.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현대음악 연주단체 TIMF앙상블이 세계 초연하는 ‘코드와 코드’(Code and Chord in Co-Creation)도 작곡에 AI를 활용한 작품이다. AI와 이 곡을 ‘공동 창작’한 이지수(서울대 음대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이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고 직접 체험한 세대”라면서도 “기술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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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시험 제도로 본 중국의 ‘빛과 그림자’ 중국인들이 불만을 가두시위 형태로 드러내는 일은 극히 드물다. 불만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부의 힘이 워낙 세기 때문이다. 미국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야성 황은 “중국에서 국가의 통치가 강력한 이유는 사회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사회란, 자율적으로 조직되고,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며, 국가와는 별개의 정당성을 지닌 시민사회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중국필패>(원제 ‘The Rise and Fall of the EAST’)는 중국에서 국가가 강하고 시민사회가 약한 연유를 통시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EAST 공식’으로 수나라부터 시진핑까지의 중국 체제를 설명한다. 이는 시험(Examination), 독재(Autocracy), 안정(Stability), 기술(Technology)을 뜻한다. 특히 수나라 때 도입돼 현대의 가오카오(현대 중국의 대입시험)까지 이어지는 과거 제도의 영향력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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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고 신비로운 프랑스 플루트 곡의 매력’···첫 정식 음반 낸 김유빈 플루티스트에게 프랑스는 각별한 나라다. 플루트를 위한 곡을 쓴 작곡가가 많고, ‘프렌치 스쿨’이라 할 정도로 유명 연주자도 많다. 한국 출신의 손꼽히는 플루티스트 김유빈(27)이 자신의 첫 정식 음반 <포엠>(소니 클래시컬)에 프랑스 곡만 수록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상캉, 드뷔시, 풀랑크 등 프랑스 근·현대 작곡가의 플루트 곡과 함께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플루트 버전으로 편곡해 담았다. 흔히 플루트 음색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새처럼 지저귄다”기보다는, 새벽녘의 강 안개처럼 모호하고 신비로운 연주다. 독일,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 음악임을 단박에 알 수 있는 곡들이다. 음반 발매를 기념해 최근 기자와 만난 김유빈은 “플루트의 매력과 특징을 알고 작곡한 곡”이자 “플루티스트로서 꼭 접해야만 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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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진 곡을 사랑받게 만드는 것, 연주자의 책무”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와 알렉산드르 스크랴빈(1872~1915)은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했다. 둘 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지만, 분위기와 음악은 크게 달랐다. 라흐마니노프가 198㎝의 키에 거대한 손을 가진 반면, 스크랴빈은 왜소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언어가 웅장했다면, 스크랴빈은 섬세했다. 주목받는 젊은 피아니스트 박재홍(25)은 연주자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독집 음반에서 둘의 음악을 함께 담았다. 데카코리아에서 음반이 발매된 13일 서울 신영체임버홀에서 박재홍이 기자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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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프롬스, 한국에서도 열린다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 BBC 프롬스(Proms)가 한국에서도 열린다. 롯데문화재단은 12월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BBC 프롬스 코리아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라이언 위글스워스가 지휘하는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빈 필 수석 바수니스트 소피 데르보,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첼리스트 최하영, 첼리스트 한재민, 바리톤 김태한 등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신동훈 작곡가의 첼로 협주곡 아시아 초연도 열린다. BBC 프롬스는 1895년 시작된 음악 축제다. 클래식과 인접 장르 음악을 선보이며, 저렴한 티켓 가격과 라디오 등을 통한 공연 송출로 사랑받아왔다. 2002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2016년 호주 멜버른, 2017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2019년 일본 도쿄에서도 열린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