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찬
선임기자
이미지와 텍스트와 사운드에 두루 관심이 있습니다. 단언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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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상호보완성을 위한 위대한 실험” 바지 입은 여성에게 눈치를 주는 시대였다. 여성은 투표권이 없었다. 부모, 남편, 아이 돌보는 것이 여성의 미덕이지, 인류의 지식 확장에 기여하는 것은 여성의 미덕이 아니었다. 28일까지 서울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사일런트 스카이>는 여성에게 엄혹한 시대를 살았던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1868~1921)의 삶을 충실히 옮긴 연극이다. 목사 아버지의 딸이 고향을 떠나 하버드대 천문대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며 나이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화려한 영상이나 조명, 서사의 해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등의 독특한 시도는 없다. 진취적인 헨리에타(안은진)와 전래의 가치를 중시하는 동생 마거릿(홍서영)의 갈등과 이해, 윌러미나(박지아)·애니(조승연) 등 천문대 동료와의 우정, 상급자 피터(정환)와의 사랑과 이별 등을 전통적 방식으로 그려낸다. 극적인 갈등이 고조되는 순간에도 인물들은 좀처럼 절규하거나 소리치지 않는다. 인물들은 차분하고 점잖은 대사로 입장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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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비밀스러운 연애…그리고 찾아온 베를린 장벽 붕괴 여자는 자신의 장례식에 와달라는 남자의 말에 간신히 응한다. 넉 달 뒤 여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대신 그를 처음 만났던 오래전 그날 함께 들었던 음악을 재생한다. 6개월 뒤 누군가 여자의 집에 커다란 종이 상자 두 개를 두고 간다. ‘속이기 위해 쓴 것’과 ‘진실이라 생각했던 것’, ‘말하지 않은 것’과 ‘말한 것’, ‘침묵에 붙여진 분노’와 ‘침묵에 붙여진 사랑’이 상자 속에 뒤섞여 있다. 여자 카타리나는 남자 한스를 만났던 19세로 돌아간다. 독일 통일 전 동베를린에서 태어난 예니 에르펜베크는 1999년 데뷔한 소설가다. 2021년작 <카이로스>가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더욱 이름을 알렸다. 그는 <카이로스>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를 전후로 동베를린 여성과 남성의 6년간에 걸친 사랑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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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만 4편···왜 한국 ‘뮤덕’은 와일드혼에 홀렸나 이번 겨울 서울 시내 대형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마타하리> <시라노> <웃는 남자>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출신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66)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지킬앤하이드>는 2004년 한국 초연해 이번에 20주년을 맞았다. 한국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전회 매진’ 기록을 세웠고, 지금까지 총 9번의 정규 프로덕션을 거치며 누적 관객 수 180만명을 돌파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주요 넘버인 ‘지금 이 순간’은 <지킬앤하이드>를 보지 않은 팬들도 알 정도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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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프롬스 코리아 협연자, 힐러리 한→로자코비치 교체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의 내한 공연이 건강상 이유로 취소됐다. 롯데콘서트홀은 4일 “힐러리 한이 건강상 이유로 주치의 권고에 따라 BBC 프롬스 내한 공연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한은 BBC 프롬스 코리아 공연 마지막 날인 8일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기로 돼 있었다. 힐러리 한 측은 공식입장문에서 “의료진은 격렬한 연주 및 여행 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며 “안타깝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며, 앞으로 더 오랜 시간 연주를 하기 위해 저는 이 회복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조만간 다시 무대에 오를 날을 고대하며, 이 과정 동안 여러분들께 받은 모든 응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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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발레는 호두까기 세상 연말 발레 공연장은 ‘호두까기인형’ 세상이다. 올해도 각기 다른 개성의 <호두까기인형>이 성인과 어린이 발레 팬을 찾는다. <호두까기인형>은 독일 작가 E T A 호프만의 원작을 바탕으로 차이콥스키가 작곡,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고전 발레 명작이다. 1막에 등장한 아역 무용수가 훗날 스타로 성장하는 경우도 많아, 눈 밝은 발레 팬을 기다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국립발레단 작품은 14~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2000년 초연 이후 매년 전석 매진을 기록해온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은 볼쇼이 극장에서 러시아 발레 전성기를 이끌었던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을 선보인다. 수석무용수 박예은을 비롯해 조연재, 심현희, 곽화경, 정은지, 안수연, 김별이 마리 역으로 출연한다. 왕자 역에는 수석무용수 이재우, 김기완, 허서명을 비롯해 하지석, 곽동현, 양준영이 캐스팅됐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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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 청룡영화상 참석한 정우성 “실망 안겨 죄송···아버지 책임 다할 것” 모델 문가비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출산한 배우 정우성이 제45회 청룡영화상에 참석했다. 정우성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청룡영화상에 참석했다. 정우성은 행사 전에 열린 레드 카펫에는 참석하지 않고, 본 시상식에만 모습을 나타냈다. 정우성은 최다관객상 시상을 위해 <서울의 봄>에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 황정민과 무대에 올랐다. 황정민은 연신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어갔지만, 정우성은 다소 경직된 표정이었다. 정우성은 <서울의 봄>이 최다관객상을 받자 김성수 감독, 김원국 제작자, 황정민에 이어 소감을 밝혔다. 정우성은 “사적인 일이 영화에 오점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신 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모든 질책은 제가 받고 안고 가겠다.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성은 영화 <서울의 봄>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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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박주성, 2025 마포문화재단 상주음악가 선정 바리톤 박주성이 마포문화재단의 ‘2025 M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마포문화재단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M 아티스트’는 최근 한국의 여러 공연장에서 채택하고 있는 상주음악가 제도 중 하나다. 장래가 밝은 클래식 아티스트를 선정해 여러 번의 공연 기회를 준다. 공연장으로선 안정적으로 기획공연을 올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2023년 첫 M 아티스트로는 피아니스트 김도현, 올해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이 활동했다. 박주성은 2021년 한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영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같은 해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콩쿠르 본선에도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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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잔인하고 괴이한 ‘어른용’ 동물세계 ‘동물 사전’이라는 말에 혹해 ‘아동용’이라고 생각하면 큰일이 난다. 동물학자인 저자는 서문부터 “동물은 역겹다. 그리고 잔인하다. 또 음란하다”는 문장으로 겁을 준다. 물론 이 책에 수록된 100종의 동물을 통해 도덕적·신학적 교훈을 주진 않는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진화의 논리를 받아들인 신기한 동물 세계를 알려준다. 몸집이 작고 꼬리가 길며 구슬 같은 눈을 빛내는 안테키누스는 호주에 서식하는 유대류다. 겨울이 오면 수컷은 식음을 전폐하고 1~3주간 격렬한 짝짓기에 돌입한다. 몸을 망가뜨릴 정도의 난교에 다수의 수컷이 죽는다. 대량 짝짓기가 한 번에 이뤄지기에 암컷은 먹이가 풍부한 봄, 여름에 새끼를 낳는다. 번식 방법이 끔찍하기로는 빈대도 뒤지지 않는다. 수컷은 날카로운 성기로 암컷의 복부를 찔러 곧바로 난소에 닿는다. 때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이 행위는 ‘외상성 수정’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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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라보는 나의 이미지는 내가 결정한다”···예술가이자 장애인 베르사니 이탈리아 출신 키아라 베르사니는 공연 예술가, 안무가다. 아울러 장애 여성이다. 골형성부전증을 가진 그의 키는 98㎝다. 무대 위 그의 움직임이 비장애인 무용수를 방불케 할 수 있을까. 베르사니는 자신의 언어를 새로 배워달라고 요구한다. 클래식 음악, 발레, 연극을 이해하기 위해 해당 예술의 언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베르사니는 “당신이 나를 해석하는 것이 아닌, 내가 나를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줄 것이다. 세상이 바라보는 나의 이미지는 내가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베르사니가 28일 서울 모두예술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29·30일 <젠틀 유니콘>, 12월4일 <덤불>, 12월 6·7일 <애니멀> 공연을 앞두고 마련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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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영 “첼로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 최초로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최하영(26)은 호기심이 많다. 한때 재즈에 빠져 드럼을 열심히 배웠다. 요즘엔 드럼 연습은 못하지만,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을 자주 다닌다. 최근 취미는 도예다. 거주 중인 독일 베를린에서 첼로를 연습하지 않는 시간엔 도자기를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2025년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최하영이 연주할 레퍼토리도 그의 호기심만큼 다양하다. 고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곡을 들려준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최하영은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프로그램과 처음 접해보실 특별한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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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니 콩쿠르 서울 예선 28일 열려 내년 8월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리는 제65회 페르초 부소니 피아노 콩쿠르 지역 예선인 제3회 글로컬 피아노 프로젝트가 20~30일 전 세계 12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예선은 28일 오후 2시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부소니 콩쿠르 지역 예선은 참가자들이 해외로 이동하기 어려웠던 팬데믹 시기 처음 열렸다. 팬데믹 이후에도 참가자와 콩쿠르 모두 더 넓은 관객층에 노출될 기회를 노리는 차원에서 지속됐다. 예선 참가를 위해 이탈리아까지 오는 참가자의 수고를 덜 수도 있다.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콩쿠르 관계자들이 엄선한 서울, 함부르크, 이스탄불, 로스앤젤레스 등 12개 도시의 스타인웨이 앤 선즈 쇼룸에서 예선이 열린다. 연주는 전문 제작팀이 녹화한다. 참가자들은 스타인웨이 D-247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로 연주한다. 영상과 음향 자료는 전문 스튜디오에서 편집되며, 오디오 트랙은 원본 그대로 심사에 사용된다. 리사이틀 종료 후 이틀 내에 심사위원단 평가와 관객 감상을 위해 영상이 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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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클래식 음악을 많은 이에게” 1만5000원으로 즐기는 BBC프롬스 내한 공연 1895년 시작한 BBC 프롬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여름 클래식 음악 축제다. 저렴한 티켓 가격과 라디오 송출로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올해는 8주간 73회 공연이 영국 런던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열렸다. 런던 공연에만 관객 30만명이 참여했고, 저녁 콘서트 평균 좌석 점유율은 96%에 달했다. 2015년 BBC 프롬스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데이비드 피카드(64)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임기를 마무리한다. 다음달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 코리아는 임기 마지막 프로젝트 중 하나다. 피카드는 e메일 인터뷰에서 “창립자 헨리 우드는 1895년에 ‘최고의 클래식 음악을 가능한 한 많은 대중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서울에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가격대의 티켓을 제공해 많은 사람들이 페스티벌을 함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BBC 프롬스 코리아에서는 1만5000원인 프롬스 석이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