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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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층간소음 2013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면목동 층간소음 살인사건’이다. 가족들이 모인 설 연휴 때, 아파트 윗집 발소리 소음에 항의하던 아랫집 남성이 시비 끝에 흉기를 휘둘러 윗집 30대 형제 2명을 살해했다. 형제의 아버지도 그 충격 여파로 사건 발생 19일 만에 숨졌다. 이웃 간 층간소음 갈등이 빚은 참극이었다. 2000년대부터 나온 층간소음 민원은 처음에 일부 예민한 사람들 문제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층간소음 다툼이 잔혹한 사건으로 확대되는 악순환은 여전하다. 정부가 시시때때로 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대책을 쏟아냈어도 백약이 무효였다. 근래 5년 새 층간소음으로 인한 강력 범죄가 10배나 늘어나고 관련 민원 건수도 2.4배나 증가했다니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됐다. 흉기 폭행, 난투극, 방화, 재물손괴, ‘보복 소음’…. 최근까지도 이런 강력 범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범죄 양태는 각기 달라도 촉발 원인은 층간소음, 한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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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7억달러’ 오타니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베이브 루스(1895~1948)의 1930년 연봉은 8만달러였다. 그 당시 연봉 2위가 1만7500달러였으니, 엄청난 거액이었다. 당시 미국 허버트 후버 대통령 연봉은 7만5000달러. 대통령보다 많이 받아도 되느냐는 비난성 질문이 나오자 루스는 이렇게 응수했다. “내 성적이 그보다 낫지 않았나요.” 루스는 야구 위상을 높여 메이저리그를 미국 최고 스포츠로 만든 아이콘이다. 슈퍼스타 루스의 연봉은 야구 인기의 척도였다. 팀 동료 웨이트 호이트는 “모든 선수들이 ‘루스에게 행운이 있기를’이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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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이동관 방통위’ 98일이 남긴 것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일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98일 지난 뒤였다. 자신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급히 사퇴한 이 전 위원장은 역대 최단기 재임한 방통위원장이 됐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에도 꽤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공영방송 개혁’을 기치로 내건 그는 취임 첫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와 EBS 보궐 이사를 임명했다. 이후 재임 기간 중 공영방송 이사·감사 6명을 임명·추천했고 이사 1명을 해임했다.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과 사장 교체를 급선무로 삼은 것이다. 그의 취임에 때맞춰 KBS 이사회가 김의철 사장을 해임하고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다 여권 이사가 사퇴해 난관에 봉착하자 신속히 보궐 이사를 추천해 박민 사장이 임명되는 길을 연 게 비근한 사례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처분에 1·2심 모두 제동을 건 법원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퇴 직전에도 졸속·부실 심의라는 비판에 귀 닫은 채 보도전문채널 YTN 민영화 추진을 향한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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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겨울야구 가장 추웠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삼성과 LG가 맞붙은 2002년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으로 11월에 시작한 한국시리즈였다. 부산 아시안게임 때문에 정규리그가 일시 중단된 여파였다. 11월 추위는 매서웠다. 더그아웃에 난로가 등장했고, 선수들은 목도리와 핫팩을 챙겨 경기장에 나섰다. 당시 삼성 선수였던 양준혁 해설위원은 “이가 오들오들 떨렸다”고 했다. 관중들도 칼바람 추위에 손이 곱고 얼굴이 상기됐다. 6차전 9회말, 이승엽·마해영의 극적인 홈런으로 승리한 삼성이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뒀는데 “7차전 안 해서 다행”이라고 안도한 팬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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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사람 죽인 로봇 체코어로 노동을 뜻하는 단어 ‘로보타’(robota)가 로봇의 어원이다.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에서 로봇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작업장에서 사람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일을 하지만 생각이나 감정은 없는, ‘사람 닮은 기계’를 지칭했다. 인간의 노동을 대신 수행하는 존재로 상정한 것이다. 로봇은 1960년대 들어 공상에서 현실로 넘어왔다. 미국·일본에서 산업용 로봇이 본격 개발돼 조립·제작·운반·검사 작업에 두루 쓰였다. 이후 청소·서빙·안내 등 서비스용 로봇이 다양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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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배가 산으로 간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지난 8월1일,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러 나가는 첫 출근길에 “과거 공산당의 신문·방송을 언론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확연해진 예상이었다. 정권에 불리한,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을 가려내고 몰아붙이겠다는 속내였다. 여차하면 ‘공산당 기관지’ 같은 낙인까지 찍겠다고 하니 시대착오적인 편협한 언론관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은 장악될 수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된다”는 첨언은 수사에 불과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예상대로, 언론장악 행보를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익히 보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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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골드글러버 ‘어섬 킴’ “어섬(Awesome).” 아주 멋지다, 대단하고 굉장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다. 감탄할 때 쓰이는 ‘대박’이란 말과도 뜻이 통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경기장에 나오면 홈팬들은 “어섬 킴”을 연호하며 응원한다. 미국인이 정확히 말하기 까다로운 ‘하성’과 발음이 비슷해 중계진이 쓰기 시작했는데, 김하성이 호타준족에 호수비를 연일 펼쳐 관중들이 “어섬”을 외치는 일이 잦아지며 그의 별명이자 애칭으로 굳어진 것이다. 김하성은 빅리그 3년 차인 올 시즌에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타율 0.260에 17홈런·38도루를 기록한 공격·주루는 물론이고, ‘오늘의 명장면’에 자주 나온 그림 같은 수비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빛나는 수비 실력이 마침내 큰 상으로 돌아왔다. 6일 올해 골드글러브상 수상자로 뽑힌 것이다. 1957년부터 시작돼 내셔널·아메리칸 양대리그 포지션별로 한 시즌 최고 수비 선수에게 주어진 골드글러브상을 받은 한국 선수는 그가 최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도 처음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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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연두색 번호판 자동차 번호판은 1893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됐다. 시속 30㎞ 이상 달릴 수 있는 차량에 차주 이름과 주소를 적은 철판을 달게 한 것이 시초다. 마차도 많이 섞여 다니던 당시 도로 상황에서 위협적인 속도를 내는 자동차를 ‘요주의 대상’으로 눈에 띄게 하는 역할이었다. 이후 전 세계로 퍼졌고, 한국에서도 1904년 오이리 자동차상회라는 회사가 번호판을 처음 선보였다. 검은 철판에 흰 글씨였다. ‘아빠사자.’ 번호판만 보고도 불법 택시를 가려내는 데 요긴한 단어로 통한다. 현행 번호판의 앞뒤 숫자 사이에 있는 한글 한 글자는 차량 용도를 구분하는데, 운송사업용 택시와 버스에는 ‘아·바·사·자’만 쓰이기 때문이다. 렌터카는 ‘허·하·호’, 택배차는 ‘배’가 붙는다. 번호판 색깔로도 차량 쓰임새와 종류를 구별할 수 있다. 일반 자가용 차량은 흰색, 사업용은 노란색, 건설기계는 주황색, 전기차·수소차 같은 친환경 차량은 하늘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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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빈대의 습격 조선 후기 <득효방>이라는 책에 “빈대는 부평초(개구리밥)를 태워 연기를 내면 없어진다”는 민간요법이 나온다. <증보산림경제>와 <규합총서>는 지네를 태우거나 지네와 거미를 꿩의 깃과 함께 태우는 것을 빈대 퇴치법으로 소개한다. 이런 근거로 미뤄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는 속담도 있으니 옛 조상들이 빈대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할 만하다. 1924년 일제강점기 경성부청(서울시청) 숙직실에 불이 났다. 한 직원이 벽면에 휘발유를 뿌려 빈대 잡기에 나섰는데 주방 석탄불이 옮겨붙은 것이다. 1936년 부산 주택가에서도 휘발유로 빈대 잡다 불씨가 번져 8시간 동안 38가구가 타버린 일이 있었다. 웃지 못할 ‘그때 그 시절’ 이야기로 넘길 법한데, 놀랍게도 해외에선 이런 일이 곧잘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알코올로 빈대 잡다 난 불로 아파트 48채가 소실됐고, 2021년에는 빈대 때문에 자기 차에 불을 질러버린 사람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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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돌부처 ‘400 세이브’ 돌직구. 어느샌가 일상어가 된 말이다. 돌리지 않고, 꼬지 않고 직설적으로 하는 언행을 뜻한다. 누가 만든 말인지 알 수 없지만, 누구 때문에 생겼는지는 확실하다. 프로야구 마무리투수 대명사인 오승환(41·삼성)이다. 대학 졸업 후 2005년 국내 리그에 데뷔한 그는 신인 시절부터 150㎞대의 빠르고 묵직한 공을 던졌다. 탁월한 악력으로 회전을 많이 넣어 돌처럼 무겁게 꽂아넣는 그 공으로 팀 승리를 지켜나갔다. 타자들은 알아도 못 치고, 모르면 더 못 치는 직구라 했다. “칠 테면 쳐보라”며 배짱 두둑하게 뿌리는 그의 공이 돌직구로 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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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헐크’ 이만수가 사는 법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엎치락뒤치락, 3-4로 뒤지다 용케 5점을 뽑아 8-4로 뒤집었지만 이내 8-7로 쫓겼다. 주자를 내보내기만 하면 점수를 주니 심장이 떨려 경기를 지켜보기 어려웠다. 상대의 9회초 공격, 마지막 타자가 내야 땅볼로 잡히는 순간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선수들과 함께 뒹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쏟았다. 선수들이 달려와 헹가래를 쳐줬다. 공중에 세 번 뜨면서 지난 10년의 시간이 짧은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한 ‘헐크’ 이만수 전 감독(65)이 추석 연휴 첫날 아침에 전한 이야기다. 나라에 딱 한 팀뿐이라 그대로 국가대표인 라오스 야구팀이 지난달 2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싱가포르를 꺾고 국제대회 첫 승을 올렸다는 소식이다. 스태프 총괄책임자로 라오스 팀과 함께한 그는 기적 같은 승리 후 한참 울었다고 했다. 선수 때 타격 3관왕을 하고도, 코치 시절 미국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고도 울지 않은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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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파란 눈의 ‘한센인 할매’ 서럽도록 외로운 ‘작은 사슴섬’ 소록도에 파란 눈의 천사 할매들이 있었다. 한 살 많은 마리안느가 큰할매, 한 살 적은 마가렛은 작은할매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병원 간호학교를 마치고 1960년대 한국의 한센인 격리 수용지 소록도를 찾아 온 두 간호사는 20대 청춘 시절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환자들과 함께했다. 1995년 12월 소록도에 간 경향신문 기자는 “짓물러가는 환자의 발가락·손가락 상처를 맨손으로 하나하나 떼어내 소독을 해주었고, 어쩌다 피고름이 얼굴에 튀어도 담담했다”고 할매들의 모습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