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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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수술실 CCTV 2014년 말,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환자가 누워 있는데도 의료진이 생일파티를 하고 장난치는 사진들이 인터넷에 퍼져 공분을 샀다. 병원 직원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에는 촛불 켠 케이크를 들고 다니거나 ‘셀카’를 찍고 일회용 수술장갑을 말리는 모습까지 나왔다. 수술실 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난 계기였다. 국회는 2015년 초 전국 수술실의 CCTV 설치 의무화법을 처음 발의했다. 법제화는 의료계가 의사·환자 사생활 침해, 의료진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해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그렇게 6년 넘게 지체되는 사이에도 수술실 사고와 불법 행위가 잇따랐다. 2016년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권대희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8년에는 부산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맡긴 사실이 적발됐고, 2021년에는 인천·광주 병원에서 행정직원·간호조무사가 대리수술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2019년에는 마취 상태의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대형 병원 인턴 의사가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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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고립·은둔청년 그는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낸다. 스스로 가둔 것이다. 밖에 나오는 건 몰래 화장실 갈 때뿐, 예전 친구·지인들과의 연락은 끊었다. 가족과의 대화도 거의 없다.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거나 밤낮을 바꿔 잠을 자며 하루를 보낸다. 드라마나 뉴스에 나오는 별종이 아니다. 일가친척이나 가까운 이웃 중에 있는 청년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한정된 장소에 머무르며, 사회적 교류를 단절하고 있는 ‘고립·은둔청년’이다. 정부가 지난 두 달간 전국 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해 국내 19~39세 고립·은둔청년이 51만6000여명에 달한다는 추산치를 밝혔다. 청년 100명 중 5명꼴이니 적지 않다. 이들 중 18.5%는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걸로 조사돼 일반 청년보다 2배 이상 복용 비율이 높았다. “신체 건강이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도 일반 청년의 3배를 넘었다. 이 많은 청년들이 정신·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삶에 내몰려 있는 셈이다. 왜 그들은 아픈데도 고립을 선택하고 지속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들을 제대로 아는 것이 공동체와 정부의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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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차벽 트럭 ‘차벽’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명박산성’이다. 2003년부터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경찰버스를 줄이어 쌓는 차벽이 등장했지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세워진 명박산성의 위세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굳이 따지면, 차로 만든 벽은 아니었다. 하룻밤 새 4t 컨테이너 60여개를 이어붙여 2층으로 쌓은 거대한 장벽이었다. 바닥에는 철심을 박아 고정하고 바깥벽에는 기름을 칠해 미끄럽게 만들었다. 경찰이 물대포로 무장하고 사수한 이 장벽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 소통을 거부한 불통의 상징이자 압제 시대의 유물로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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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가짜뉴스’ 몰아내기 < 언론 탄압 “가짜뉴스 미디어(망해가는 뉴욕타임스·NBC·ABC·CBS·CNN)는 나의 적이 아니라 국민의 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 트위터에 올린 말이다. 그 열흘 전에는 자신의 지지율이 50% 미만이라고 밝힌 여론조사 보도들에 대해 “모두 가짜뉴스이고, 선거 당시 CNN·ABC·NBC 조사도 그랬다”고 썼다. 비판적인 언론들을 맹비난하고 적대시한 것이다. 이런 호전적·폭력적 행태는 선거 시기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 재임 기간 4년 내내 계속됐다. 자신과 맞서는 언론에 싸움을 걸었고 틈날 때마다 언론을 악당으로 만들었다. ‘러시아 스캔들’을 거론한 CNN 기자를 “무례하다”고 비난하며 백악관 출입증을 빼앗고, 기자들이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기자회견장을 나가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나는 지금 미디어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언론인은 세상에서 가장 부정직하다”는 연설도 수시로 했다. 그러곤 편 갈라서 폭스뉴스 같은 친트럼프 매체와 밀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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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진흙탕’ 버닝맨 축제 1년에 단 1주일, 8월 말~9월 초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복판에 7만명 이상 몰려드는 거대 도시가 나타난다. 사막 이름을 딴 ‘블랙록 시티’다. 여기서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만든다. 예술가·엔지니어는 무엇이든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공연·퍼포먼스를 펼친다. 다른 참가자들도 구경에 그치지 않고 개성과 아이디어를 발산하며 자유롭게 교류한다. 화폐 대신 창작품·발명품 등으로 물물거래를 하며 지낸다. 별난 사람도 평범하게 느껴지는 곳. 개방과 창조, 공유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반문화 페스티벌 ‘버닝맨’ 축제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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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살인예고’는 장난이 아니다 1991년 10월19일 서울 여의도광장. 날이 화창해 산책 나온 시민들이 북적였다. 그때 도로 저편에서 승용차 한 대가 광장 안으로 돌진했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해 비명을 질렀고, 자전거를 타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어린이 2명 사망에 부상자 21명. 범인은 당시 21세 김용제였다. 양말 공장에서 해고된 뒤 사회에 앙심을 품고 범행했다. “어차피 죽으려고 했으니까, 그냥 무조건 밀어붙였다”는 그의 말이 섬뜩했다. 불특정다수를 무차별로 가해하는 범죄가 일상생활에 언제든 닥칠 수 있음을 알린 충격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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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Mudjima’ 범죄 1884년 처음 출간된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영어권 단어 60만개가 수록된 세계 최대 규모의 권위 있는 사전이다. 여기에 처음 등재된 우리말이 1976년 김치(kimchi)와 막걸리(makkoli)였다. 이후 2020년까지 45년 동안 총 20개의 한국어 단어가 실렸다. 한글(hangul)·태권도(taekwondo)·비빔밥(bibimbap) 등이다. 한국 고유의 문물로 세계가 각인한 단어들이다. 그러다 2021년에 한국어 26개가 한꺼번에 이 사전에 오른다. 불고기(bulgogi)·치맥(chimaek)·먹방(mukbang)·언니(unni)·오빠(oppa)·애교(aekyo)·대박(daebak)·파이팅(fighting)…. 한류 확산과 더불어 국제 공용어로 통하는 한국어가 부쩍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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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다크 패턴 가입은 쉬운데 해지는 어렵다. 온라인에서 무언가 살펴보려다 흔히 하는 경험이다. 해지 버튼은 꼭꼭 숨겨 놓거나 아예 없다. 전화 접수만 받는다는데 해지신청 전화는 날마다 불통이다. 여북하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내가 원치 않는 온라인 서비스 끊기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몇년 전에는 해지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어느 이동통신사의 신규 가입 창구로 전화해 해지를 청하면 된다는 ‘꿀팁’이 퍼지기도 했다. 한 번 낚인 손님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온라인 업체의 필수 전략이라 해도,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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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장시환의 ‘19전20기’ 2년10개월, 날수로는 1036일을 버티며 고대했던 승리가 이리도 손쉽게 이뤄질 일이었나. 패배가 차곡차곡 쌓일 때 불안하고 두렵고 은퇴할 생각까지 한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갔다. 꾹꾹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올세라 입을 앙다물고 콧등을 부여잡았다. 지난 25일 프로야구 한화-키움전 8회초 한화 공격은 1시간8분 동안 이어졌다. 3-6으로 지던 한화가 13점을 뽑아 16-6으로 뒤집었다. 점수가 보태질 때마다 중계 카메라가 한 선수를 계속 잡았다. 바로 앞 7회말에 등판해 공 7개만으로 상대 타선을 삼자범퇴시킨 한화 투수 장시환(36)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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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갈고리즘’과 특정 세력의 ‘외압’ ‘속이고리즘’은, 이를테면 선제타였다. 지난 5월9일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한 말이다. 네이버에서 윤석열 키워드를 치면 비판과 비난 기사가 일색이라며 “이건 알고리즘이 아니라 속이고리즘”이라고 했다. ‘갈고리즘’은, 공세를 높인 그의 후속타다. 이달 초 방송통신위원회가 포털 긴급 실태점검에 나선다고 하자 “알고리즘이 ‘악마의 도구화’하고 있다”며 “갈등으로 끌어당기는 갈고리즘”이라 했다. 이어 “특정 세력의 외압이 있었는지, 조작이 있었는지 빠짐없이 진상을 가려야 한다”면서 “필요하면 수사당국이 수사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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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스파탐 경보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얻는 천연감미료 설탕은 비싸고 귀한 식품이었다. 국내에선 1970년대까지 번듯한 명절 선물이기도 했다. 설탕을 덜 먹거나 끊으려는 요즘 세태를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설탕이 귀해지면서 과학자들은 인공감미료를 궁리했고 그 답이 사카린과 아스파탐이다. 근래에는 설탕 과잉섭취 문제 해결책으로도 인공감미료가 관심을 끈다. 사카린은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화학 교수 아이라 렘슨과 그의 제자 콘스탄틴 팔베르크가 발견했다. 이후 대량생산이 시작됐고 세계로 퍼졌다. 단맛이 설탕의 300배인데 값은 훨씬 싸서 환영받았다. 지금도 팔리는 국내 제품 ‘뉴슈가’는 사카린 5%에 포도당 분말 95%를 섞은 것이다. 설탕 대용품으로 잘나가던 사카린은 1977년 발암 물질로 간주돼 급격히 몰락한다. 사카린을 투여한 실험 쥐가 방광암에 걸렸다는 캐나다 연구 결과 때문이었다. 2010년에야 하루 섭취 허용량의 500배를 투여한 실험상 문제가 밝혀져 누명을 벗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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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 “하늘에 겨울 구름이 걷히고 맹추위도 흔적을 감춰 운동하기 딱 좋은 날, 야구에 열광한 관중이 운집해 무려 1만여명에 달한 미증유의 대성황이었다.” 1922년 12월8일, 서울 용산 만철운동장에서 미국직업야구단과 조선청년단의 야구 경기가 열렸다. 한국 땅에 야구가 들어온 지 채 20년도 안 된 시기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이 방한한 것이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조선체육회 이사였던 이원용이 일본을 방문 중인 미국팀을 찾아가 성사시킨 일이었다. 한국 야구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총알 같은 볼과 번개 같은 배트에 관중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신기하다는 박수 소리가 요란했다. 제아무리 빠르게 굴러가는 볼이나 까맣게 떠가는 볼이라도 척척 받아 쥐는 건 귀신이 붙었다 하겠다.” 당시 경기를 소개한 신문 기사의 또 다른 대목이다. 경기 결과는 어땠을까. 7회까지 0-16으로 몰리다가 8회 내야땅볼로 천금 같은 1점을 얻은 조선청년단은 9회 장의식의 3루타로 ‘고귀한’ 2점을 보탠 끝에 3-23으로 졌다. 메이저리그는 이렇게 한국 야구에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