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거취를 두고 이렇게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역대 최강’으로 불린 한국 팀을 맡고도 아시안컵 대회에서 졸전 끝에 4강에 그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얘기다. 축구 팬들은 물론이고 연예인에 정치인들까지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격과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말이 나왔다. 또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그를 향해 “집에 가라”고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고, 그의 경질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분노와 비난, 경질 여론이 들끓는 이유는 비단 경기에 지고 우승을 못해서가 아니다. 그의 전술 능력 부족은 익히 알고 있었다. 이번에 재확인됐을 뿐이다. 문제는 팀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타개책을 하나도 세우지 못한 것이다. 혼자만 모르는 듯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 회피로 일관한 건 더 큰 문제였다. 무능에다 무대책·무책임을 보탠 지도자인 것이다. 이러니 선수들에게 맡겨 놓고 구경만 하는 ‘해줘 축구’ ‘방관 축구’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화를 돋우고 스트레스를 부르는 클린스만의 황당한 행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입국 현장에서 “4강 진출은 성공적”이라고 ‘셀프 칭찬’하더니 그간 잦은 해외 출장 등으로 빈축 산 업무 방식을 바꾸지 않겠다고 해 공분을 샀다. 그러고는 이틀 만에 미국 집으로 돌아갔고, 15일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 ‘화상 참석’한다고 했다. 아시안컵 16강전 통과 후, 한국이 그를 경질하면 7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 됐다고 하니 ‘자를 테면 자르라’는 태도를 보인 듯하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 와중에 요르단전 참패 전날 한국 선수들이 말다툼과 몸싸움을 벌여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원팀’으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선수들이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충돌했다는 것이다. 분란을 일으킨 선수들 책임이 먼저지만, 이처럼 팀워크가 물 건너간 분위기를 방치한 감독의 선수단 관리 부실 책임도 크다. 클린스만은 한국 팀을 망가뜨리기만 한 것 아닌가. 사람 잘못 뽑으면 이렇게 큰 탈을 겪고 만다. 더 볼 필요 없다. 하루빨리 경질하는 게 답이다. 덧붙여, 잘못된 인선을 한 책임도 반드시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