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경향신문 기자
경향신문기자 겸 그림작가 김상민, 경향신문에 생각그림 연재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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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욕심쟁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무엇을 더 가지고 싶었던 것일까요? 욕심은 더욱 큰 욕심을 부르며 점점 더 탐욕스러운 얼굴로 변해갑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얼굴을 감추려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이제는 뻔뻔해져 아예 가면이 자신의 얼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거울을 바라보며 작은 행복을 찾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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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불같은 화 이 추운 겨울에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불덩어리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생각할 때마다 화가 나고 열이 부글부글 올라옵니다. 답답하고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고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됩니다. 당연히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당연히 알아서 그만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끝까지 버티면서 그대로입니다.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날까 봐, 이러다가 다시 돌아갈까 봐, 이러다가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될까 봐 그것이 걱정입니다. 다시 한번 더 내 가슴속 불덩어리를 끄집어내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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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겨울이면 따끈한 붕어빵이 생각납니다. 예전에는 길목마다 붕어빵 노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흔했던 붕어빵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찾더라도 너무 많이 올라버린 가격에 선뜻 사 먹기가 그렇습니다. 붕어빵도 고급화하여 슈크림,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생겼지만 역시 단팥이 제일 맛있습니다. 귀퉁이에 붙은 바삭거리는 조각들과 머리부터 먹을지, 꼬리부터 먹을지 고민하는 일도 재밌습니다. 장 보다가 대형 마트 앞에서 파는 꼬마 붕어빵을 사보았습니다. 비싼 가격에 예쁜 종이봉투에 담아주었지만 예전 맛은 나지 않습니다. 이제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슈크림만 줄줄 흘러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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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향 신춘문예 당선작 디렉터스 코멘터리: ( )로부터-백은선론¹ 이제 상영관으로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언젠가부터 아픔을 이야기하는 일이 너무나 새삼스럽고도 뻔하게 느껴진다.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 무슨 이유로 아픈 건지는 각자의 사정으로 남겨두더라도 모두가 병들어있다는 사실만은 같다. 모두에게나 조금씩 있는 것은 곧 아무에게도 없다는 듯 무마되어버리고야 말기에 개개의 아픔은 충분히 감응되지 못한 채 그곳에 방치된다. 이때 방치되는 것은 또한 스스로의 병든 마음이기도 하다. 도처에 널려있는 아픔, 그 어디쯤 놓인 나 자신의 병증이란 어찌나 작고도 대수롭지 않게만 여겨지는지. 몹시도 오래 아파온 사람은 슬픈 사람이 된다. 그렇게 제때 진단되지 못한 아픔은 이내 슬픔이 된다. 자신이 슬픔인 줄도 모르는 슬픔이 그곳에, 또한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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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좋은 일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나쁜 일도 많았고, 좋은 일도 많았습니다. 그중에 나쁜 일들은 날려 버리고 좋은 일들은 남겨 두겠습니다. 좋았던 일들을 생각하며 다시 용기 내어 내년에는 더 좋은 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올해의 좋았던 일들이 그냥 운이 좋아서 생긴 것은 아닌 것처럼, 내년에도 더 좋은 일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안녕 2024년! 안녕 2025년! 이제 25라는 숫자와도 익숙해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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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감시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잠 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낼 때 장난할 때도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대….” 노랫말처럼 누가 나의 모든 것을 보고 있다면? 착한 사람에게는 선물을 주고, 나쁜 사람에게는 천벌을 준다면?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착하게 살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착한 사람은 대부분 이용만 당하며 힘들게 살고, 나쁜 사람은 자신을 위해 나쁜 짓을 수없이 하면서도 잘 먹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산타할아버지도 이제는 선물만 줄 것이 아니라, 나쁜 사람에게 벌도 함께 주시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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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기쁨 어두웠지만 아주 밝았고, 추웠지만 뜨거웠고, 답답했지만 후련했습니다. 작지만 큰 힘이 되었고, 힘들었지만 힘이 났습니다. 한겨울 추위도 봄날 같았고, 하늘에는 아주 큰 달님과 형형색색 별들이 반짝거렸습니다. 모두의 생각이 하나가 되었고, 그것이 이루어졌습니다. 힘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슈퍼맨이 되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아직도 진행 중인 이 사건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내년에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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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다른 생각 생각이 달라도 어떻게 저리 다를 수가 있을까요? 정상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닌 거 같습니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자기만의 틀에 갇혀, 자기 이야기만 들어주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서 자신만의 왕국에서 살고 있는 듯합니다. 말을 해줘도 귀를 막고, 진실을 보여줘도 눈을 감고, 혼자 화만 내고 있습니다. 생각이 달라 같이할 수 없다면, 어서 빨리 보내버리고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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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분열 내 속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즐거운 사람, 화난 사람, 행복한 사람, 슬픈 사람, 심심한 사람, 바쁜 사람, 멍청한 사람, 똑똑한 사람,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싸우고 있습니다. 내 말이 맞아! 아냐 너의 말이 틀렸어. 그러면 안 돼! 우리 좀 더 생각해보자. 이런저런 일로 항상 다투며 자기 말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이 말도 맞는 거 같고, 저 말도 맞는 거 같고 언제나 결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내 속에 수많은 나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려보지만, 이게 맞는 결정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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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불사조 나의 그 뜨거웠던 열정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나의 모든 것들을 쏟아부으며 나의 젊음을 불태웠던 그 열정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요? 그땐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았고, 돈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고, 지저분해 보여도 부끄럽지 않았는데. 그때 그 화려했던 열정은 나를 다 태워버리고 없어져 버린 것일까요? 이젠 모든 것에 익숙해져 가고, 새로운 것에 부담스러워하며, 겨우 지금 이 자리만 지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혹 내 가슴속 숨어 있을지 모를 작은 불씨라도 찾아내어 나를 또 한번 불태워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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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흰머리 어릴 때는 나이가 많아 보이고 싶어 하고, 나이 들어서는 나이가 적게 보이고 싶어 합니다. 누가 나의 나이를 물어보면 공식적으로 바뀐 만 나이로 한 살 적게 대답을 합니다. 나이 들며 한두 가닥 멋있게 보이던 흰머리도 이제는 감당할 수 없게 변해 버렸습니다. 어렸을 때는 나이 들어 흰머리가 생기면 염색 안 하고 멋지게 백발을 휘날리며 다녀야지 생각했지만, 나이 들어 변한 흰머리는 그렇게 멋지게 자라주지 않습니다. 마음은 아직도 어릴 때 그 나이 그대로 머물러 있는데, 무심한 나의 흰머리는 나의 실제 나이를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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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주름살 오랜만에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예전에 보지 못한 주름살과 점들이 잔뜩 생겨났습니다. 새로운 일들이 생길 때마다 나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하나둘씩 늘어납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입가에 웃음살 하나, 짜증이 날 때 이마에 깊은 주름살 또 하나, 피곤하거나 힘들 때는 눈가에 자글자글 주름살 하나, 욕심을 부릴 때는 턱밑에 주름살 하나. 나의 웃음, 분노, 행복, 고민, 희망들이 하나씩 쌓여 나의 얼굴을 만들어 갑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나의 주름살들은 나의 살아온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울을 보며 크게 미소를 지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일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