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경향신문 기자
경향신문기자 겸 그림작가 김상민, 경향신문에 생각그림 연재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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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가면 속의 나 가면을 쓰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봅니다. 가면 속에 나를 숨기고 진정한 내가 되어 봅니다. 그동안 나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일, 하지 못했던 일,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해 봅니다. 아무도 가면 속의 나를 알지 못할 테니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습니다. 가면 속에 나를 잠시 감춰놓고, 나의 본모습을 드러내 봅니다. 나를 감춘 이 가면이 필요 없어질 때까지, 가면을 쓰지 않고도 나를 드러낼 수 있을 때까지 이 가면을 쓰고 진정한 나를 찾아봅니다. -
생각그림 어느 별에서 오셨나요 창밖을 멍하니 보다가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초록색으로 불타며 떨어지는 작은 별똥별. 저 끝도 없이 넓은 우주를 여행하다 어떻게 이 작은 지구별에 떨어지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나는 이 수많은 사람 중에 어떻게 여기에 섞여서 살게 된 것일까요? 내가 기억 못하는 나만의 우주는 있을까요? 수많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나만의 우주, 나만의 별을 찾아보려 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습니다. 짧은 순간 불타며 사라지는 별똥별을 보며 마음속으로 소원 하나 빌어봅니다. -
생각그림 엉켜버린 공간 내 조그만 작업공간에서 멍하니 하얀 종이를 보며 앉아 있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보이지 않고,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고, 머리를 굴려봐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할까? 무엇을 그릴까? 어떤 색으로 칠할까? 어떤 물감을 써볼까? 하얀 종이를 멍하니 쳐다보며 고민하다가 거대한 하얀 공간 속으로 빠져버렸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무한한 공간 속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뒤죽박죽 엉켜버리기만 했습니다. -
생각그림 나의 집 밤하늘에 빛나는 별만큼이나 많은 도시의 저 수많은 불빛들. 저 많은 불빛들 중 내 몸 하나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 있을까요? 앞뒤 좌우 위아래 다닥다닥 엉켜 붙어 있는 저 수많은 불빛들 중 어느 것이 나의 집이고, 어느 것이 나의 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파트에서도 살아보고 싶고, 마당 있는 집에서도 살아보고 싶고, 높은 빌딩 옥상에서도 살아보고 싶지만, 아직까지 조그마한 나의 집 한 채도 찾지를 못했습니다. 정처 없이 걷다가 눈에 띄는 예쁜 집을 바라보며 나는 언제 저런 집에서 한번 살아보나 부러워하며 사진 한 장 남겨 놓습니다. -
생각그림 몸 따로 마음 따로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야 하는데, 눈이 떠지지 않습니다. 분명 슬픈 장면인데, 눈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먹으면 몸에 안 좋은데, 또 야식을 먹고 있습니다. 오늘 해야 하는 일인데, 내일로 미루고 빈둥대고 있습니다. 저건 잘못된 것인데, 나서서 고쳐야 하는데, 사람들 뒤에 숨어 버렸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착하고 정의롭고 부지런한데, 나의 몸은 왜 이렇게 게으르고, 바보 같고, 비겁한지 모르겠습니다. -
생각그림 놀람 깜짝 놀랄 일입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기름값, 주식과 세금, 인공지능과 일자리. 탄핵과 개혁. 이렇게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는데, 나는 언제나 제자리에 멈춰 있습니다. 점점 세상의 빠른 속도가 나를 죄어오고 있지만, 난 태풍 속의 눈처럼 너무 편안히 있습니다. 이제 세상의 속도에 맞춰 한 발 한 발 걸어나가봐야 될 거 같습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만 이렇게 놀라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
생각그림 뜬구름 잡기 손에 잡힐 듯하여 잡아보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손가락 사이로 사라져버립니다. 눈에 띄어 걸어가보지만, 가까이 가서 잡으려 하면 언제나 도망가버립니다. 손안에 들어왔는데, 눈에 보이는데, 가까이 있는데, 이상하게 잡히지 않습니다. 있는 거 같은데 보이지 않고,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습니다. 언제나 뜬구름 잡듯이 이리저리 뛰어다녀 보지만, 아직까지 내가 잡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는 보여줄 때도 되었는데, 아직까지 나는 보여줄 것이 없습니다. -
생각그림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것이 실체고 어느 것이 그림자인지.잘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의 표정이 웃음인지, 울음인지.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잘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을, 사랑하는 건지? 그냥 만나는 것인지를. -
생각그림 불꽃처럼 불꽃처럼 살아보렵니다. 불이 붙기까지는 힘들고 오래 걸리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재가 될 때까지 타오르는 불꽃처럼 살아보겠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잠깐이라도 멋지게 폼나게 화려하게 화끈하게 후회 없이 살겠습니다. 한 번이라도 부딪치면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꽃처럼 강하고 뜨겁고 무섭고 치열하게 살아가겠습니다. 그럴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하는 헛된 꿈이지만, 한 번쯤 그렇게 불꽃처럼 확 살아보고 싶기도 한 날입니다. -
생각그림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좋네요. 옷이 참 멋지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를 합니다. 서로 웃으며 가볍게 날씨 이야기, 세상 이야기 하며 어색함을 풀어 봅니다. 작고 가벼운 인사말이지만, 우리 사이를 가깝게 하고 우리의 하루를 기분 좋게 해 줍니다. 인사와 웃음은 아무리 많아도 과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밝은 미소와 맑은 목소리로 하루를 즐겁게 시작해 봅니다. -
생각그림 본모습 머리도 자르고, 새 옷도 입고 그렇게 한껏 꾸미고 사진을 찍습니다. 찰칵! 그런데 사진 속에는 내가 아닌 사람,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보며 웃고 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나를 닮기도 했지만, 나랑 다르기도 합니다. 내가 항상 기억하고 있었던 나의 모습은 지금의 내가 아니었나 봅니다. 내가 나에게 무관심했던 사이 나는 변하고 있었나 봅니다. 내 기억 속에 본모습은 그때 그대로인데, 사진 속 현실에 내 본모습은 지금 바로 거울 속 나의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
생각그림 계절의 여왕 봄 여름 가을 겨울 또,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이렇게 돌고 도는데, 왜 나의 시간은 자꾸만 흘러만가는 걸까요? 나무와 꽃들과 바람과 구름은 언제나 다시 돌아오는데, 왜 나는 자꾸만 멀어만지는 걸까요?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따뜻한 봄이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지만, 예전에 아름다웠던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연두색 새싹이 돋아나고, 이른 봄꽃이 피어나고 있지만, 나는 홀로 들판에 서서 시간을 그대로 맞고 있습니다.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바람 부는 대로, 시간 흘러가는 대로,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 흘러 더 아름다운 나를 찾아 떠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