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경향신문 기자
경향신문기자 겸 그림작가 김상민, 경향신문에 생각그림 연재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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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만화 속 주인공 만화 속 주인공처럼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능력,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능력, 어디든 갈 수 있는 공간이동 능력, 힘 세고 절대 다치지 않는 능력. 만약 저런 초능력들이 나에게 있다면, 세상 살기 너무 편하고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온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러나 무능력한 현실 속 주인공은 조그마한 화면으로 이런저런 만화들을 보며 소중한 시간만 낭비하고 있습니다. -
생각그림 걷다 보면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납니다. 고민도 있고, 즐거운 상상도 있고, 황당한 공상도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생각들은 점점 더 거대해집니다. 머릿속은 꽉 차버리고, 다리는 점점 더 무거워집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이 안 볼 때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나씩 슬쩍 길에 흘려버립니다. 그리고 좋은 생각, 예쁜 생각만 간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리는 아프지만,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
생각그림 괴이 누군가 뒤에서 나를 따라다니고 있는 듯합니다. 한밤중 창문 너머에서도 보이고, 화장실 거울 속에도 있는 듯합니다. 출퇴근 많은 사람 속에서도 쳐다보고 있고, 산책하는 중에도 저 멀리서 따라오고 있는 듯합니다. 휴대폰을 볼 때도 내 뒤에서 쳐다보고, 서류 작성을 할 때도 내 뒷줄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점점 더 신경이 쓰여서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하려고 뒤돌아보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내 앞 거울 속에는 내 얼굴만 보입니다. 그동안 계속 나를 감시하며 나를 구속하던 사람은 나였습니다. 나에게서 자유로운 내가 되고 싶습니다. -
생각그림 내 마음대로 하얀 벽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대로 손 가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그려 봅니다.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잘 그려지다가 엉망으로 되었다가, 집중해서 오래 그렸다가 재미없어 한 줄 긋고 말다가, 이리저리 오락가락하며 아무것도 없는 하얀 빈 공간을 채워 나가 봅니다. 어제는 파란색이 좋았고, 오늘은 노란색이 손에 잡혔습니다. 어제는 비가 왔고, 오늘은 너무 추운 날이었습니다. 선을 긋고 색을 채우다 보니 그릴 곳이 없어졌습니다. 그 위에 또 그려보고, 또 다른 색을 칠해 봅니다. 언제 완성할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처럼 내 기억처럼 내 그림을 조금씩 채워 봅니다. -
생각그림 나는 우주의 중심 나는 우주의 중심.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모두들 나만 바라보고, 나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지. 나는 우주의 중심. 내 속에는 또 다른 커다란 우주가 있지. 모두들 나만 생각하고, 나를 움직이고 나를 살아가게 하지.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 속에서 나만의 우주를 만들고, 나만의 물리법칙과 나만의 창조물을 만들어 나의 우주 속에서 절대자가 되어보고 싶습니다. -
생각그림 곁눈질 새로운 곳에 가면 이쪽저쪽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게 맞는 건지, 이게 틀린 건지? 이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 이리저리 곁눈질로 다른 사람들을 보며, 천천히 움직이며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해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건지, 틀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남들과 비슷하게 맞춰가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좋은 건지? 언제나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기는 힘이 듭니다. -
생각그림 낭만 고릴라 나는 낭만 고릴라. 큰 덩치에 불룩 나온 배, 커다란 콧구멍 그리고 뾰족한 머리까지 좀 무섭게 생겼어요. 그러나 외모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지. 나는 꽃을 사랑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해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고 능력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좋아하게 될 거예요. 처음에는 다가오기 좀 힘든 외모지만, 같이 지내다 보면 점점 나에게 빠져들게 될 거예요. 그러나, 요즘 현실은… -
생각그림 나이테 내 몸속에도 나이테가 있을까? 내 속에 시간이 들어 있을까? 내 속에 기쁨과 슬픔이 새겨져 있을까? 내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내 몸의 굵기만큼 나는 높이 크고 있는 것일까? 다른 사람의 나이테는 어떻게 생겼을까? 나는 멋진 나무가 될 수 있을까? 나의 나이테는 언제 멈추게 될까? 내 속에 나이테는 정말 있는 것일까? -
생각그림 괴물 나와 다르게 생겼다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나와 다른 능력을 가졌다고, 나와 다르게 살아왔다고 그들을 괴물 취급합니다. 그러나 괴물 취급을 받는 이들이 보기에는 반대편 또한 괴물입니다. 서로 다른 외모, 다른 생각, 다른 능력, 다른 환경 때문에 우리들은 갈라져 끝없이 싸우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사라져야 끝이 날 것 같은, 이 혐오스러운 괴물 사냥은 끝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정말 괴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생각그림 길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 이 길이 맞을까? 가도 되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언제나 걱정되고 불안합니다.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그냥 앞으로 걸어갈 뿐. 앞은 뿌옇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나 혼자 가야 할 길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이 길을, 나 자신을 믿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봅니다. -
생각그림 자화상 사진을 보니 언제나 입을 앙다물고 있었습니다. 거울을 보니 역시나 입을 앙다물고 거울 속의 나를 째려보고 있습니다. 일을 하다가도, 잠이 들었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입을 앙다물고 있습니다. 의식하지 않고 있다가, 생각해 보면 언제나 입을 앙다물고 있습니다. 힘을 빼고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으면 그나마 좀 더 나은 얼굴이 될 텐데, 왜 그리 힘을 쓰고 입을 앙다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좀 더 힘을 빼고, 좀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좋으련만… -
생각그림 녹색 후드 거리에는 더운 날씨에도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많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검은색 옷을 많이 입기 시작했습니다. 검은색은 다른 색과 같이 입어도 무난하고, 잘 더러워지지 않고, 옷을 잘 입은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오늘 쌀쌀해진 날씨에 옷장 구석에 처박혀 있던 녹색 후드를 꺼내 입고 나가 보았습니다. 괜히 무채색 옷들 사이에 나만 튀는 것 같습니다. 다시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고 사람들 사이로 숨어 들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