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경향신문 기자
경향신문기자 겸 그림작가 김상민, 경향신문에 생각그림 연재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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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도시의 밤 밤이 되어도 도시는 잠들지 않고, 더더욱 화려하게 변신을 합니다. 혹 유행에 뒤처질까, 혹 현실감각에 뒤떨어질까, 혹 혹시나 좋은 일이 생길까? 큰맘 먹고 화려한 도시로 외출을 해봅니다. 활기찬 젊음과, 다양한 인종들, 맛있는 먹거리와, 화려하고 개성 있는 패션들이 나의 잠자고 있던 감각을 일깨워 줍니다. 예전처럼 밤새도록 이 도시를 즐기고 싶었지만, 내려오는 눈꺼풀과 한껏 벌어지는 하품으로 나의 현실을 깨닫습니다. 덜컹거리는 막차를 타고 내일의 하루를 생각하며 다시 집으로 향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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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예쁜 사람 가을 하늘이 너무 좋아 밖으로 나와 보았습니다. 모두들 한껏 꾸미고 밖으로 나온 듯 예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자연스러운 화장과 깔끔한 머리, 신경 쓴 듯한 아래위 옷차림. 모두들 화려한 외모를 뽐내며 자신 있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저 커플은 싸웠나? 저 사람들은 무슨 관계일까? 저 외국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저 사람 쇼핑백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지나가는 예쁜 사람들을 보며 이런저런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며 사람 구경, 가을 구경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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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초식동물 나는야 초식동물. 피라미드 먹이사슬의 제일 아래 단계에 살고 있지요. 이곳을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보지만, 벗어날 방법은 보이지 않네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목숨을 쥐고 있는 맹수의 말을 잘 들으며 끝까지 살아남는 것뿐. 내 기분에 상관없이 항상 미소 지어야 하고, 내 잘못이 아닌데도 고개 숙여야 하는 나는 초식동물. 언제 나는 마음 편하게 먹고 자고 놀 수 있을는지, 언제 나는 이곳을 벗어나 저 윗동네로 올라갈 수 있을는지. 오늘도 맹수들을 피해 발버둥을 쳐보지만, 아직도 허허벌판 한가운데 내 몸 숨길 데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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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있으면 사람들이 그립고, 사람들 속에선 나 혼자이고 싶습니다. 하루종일 말 안 하고 지낼 때도 있고, 하루종일 떠들다가 목이 잠길 때도 있습니다.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떨 때는 모두들 나를 봐줬으면 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살이 닿는 것도 싫을 때도 있고, 내 손을 잡아줬으면 할 때도 있습니다. 군중 속에서 자유롭기도 하고,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평온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좋기도 하다가 싫어지기도 하고, 내가 좋다가도 내가 싫어지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얽히고설켜가며 우리 모두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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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꽃에 대한 잡생각 꽃을 보는 것은 좋지만, 꽃을 사는 것은 왠지 돈이 아깝습니다. 꽃을 주는 것은 좋지만, 꽃을 들고 가기는 쑥스럽습니다. 꽃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 꽃 가격으로 맛난 거 사 먹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꽃이 내 옆에 있는 것은 좋지만, 물 주며 꽃을 관리하기는 귀찮습니다. 더운 날 정장 잘 차려입고, 꽃 한 다발 어색하게 들고 가는 청년을 보며 이런저런 꽃에 대한 생각에 빠져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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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이상한 괴물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녀석은 부지런하게 모든 곳을 헤집고 다니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정상적인 것들을 모두 뒤집어엎어 버리고 있습니다. 어제의 영광은 사라져 버리고 병원, 시장, 회사, 집, 학교 등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어서 빨리 저 괴물을 쫓아내고 싶지만, 저 괴물을 데려온 사람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절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이런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나머지 사람들은 괴롭기만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그것이 더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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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단순함 잘 안 풀릴 때는 그냥 단순하게 하는 것이 더 잘될 때도 있습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그냥 처음 생각난 대로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단순한 형식, 단순한 말, 단순한 아이디어로 복잡한 것들을 풀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순함이 너무 성의 없어 보여서, 또 뭔가 더 좋은 것이 있을 거 같아서 생각에 생각을 꼬아 보다가 일을 망쳐 버리기도 합니다. 좀 더 할 수 있는데, 더 할까 말까? 지금도 이런 고민을 하면서 붓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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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네모난 여행 네모난 공간 속에서 여행을 떠나봅니다. 시원한 남극의 빙산 위에 올라타보기도 하고, 뜨거운 사막에 누워 별빛 쏟아지는 은하수를 보기도 합니다. 폭풍우 치는 망망대해에서 조그만 배를 타고 죽음을 느껴보기도 하고, 시원한 산들바람 불어오는 들판에 누워 나의 미래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조그만 책상 앞에 앉아 네모난 화면으로 내가 가고 싶은 곳, 내가 생각한 것들을 찾아 나 혼자만의 네모난 여행을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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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사랑의 공간 이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인가 봅니다. 쑥스러운 듯 서로 쳐다보며 두 손 꼭 잡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도,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눈길도 이 연인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시간, 그들만의 공간이 존재합니다. 서로 같이 있을 때는 언제나 꽃이 만발한 봄날이고,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 아쉬워합니다. 그들 주위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 보일 뿐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어린 연인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언제나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두 손 꼭 잡아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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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하늘은 왜 파란색일까 하늘은 왜 파란색이고 구름은 왜 하얀색일까? 잎사귀는 왜 초록색이고 꽃은 왜 예쁜 색일까? 바람은 어디서 오고 파도는 왜 생기는 것일까? 어릴 적에 가졌던 이런저런 궁금증들은 지금 검색만 해 봐도 과학적으로 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뭔가 다른 이유가 숨어 있을 거 같습니다. 좀 더 이성적이고 과학적이지 않은 신기한 뒷이야기가 숨어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떠나고 싶지만, 나의 감정은 굳어져가고, 머릿속 이야기들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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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텔레파시 나의 머릿속에서 당신의 심장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도 당신의 마음으로 나의 진심을 보내 봅니다. 잘 있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보고 싶지는 않냐고, 뭐 필요한 건 없냐고,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냐고,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말로는 할 수 없는 낯간지러운 말들도 편하게 보내 봅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들이 모여 멀리멀리 당신에게, 나에게 날아갑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우리들은 서로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것은 직접 서로의 눈을 마주 보는 것이겠지요. 이번 여름 큰맘 먹고 길게 휴가를 내어 멀리 있는 당신을 만나러 떠나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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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그림 하늘을 향하여 강인한 생명력으로 어떻게든 태양을 향해 올라가고 있습니다. 버팀목이 없으면 자기 몸을 감고 감아 조금씩 더 높이 올라가 봅니다. 지금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높이 올라와 버려 자신의 고향으로, 자신의 뿌리로, 자신의 땅으로도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오로지 더 높은 하늘을 향해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내 본능이 시키는 대로, 계속 전진하며 남들이 가보지 않은 더 높고 더 새로운 세상을 찾아 올라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