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당명 개정 등 재창당 필요…진보정당 2세대 시대 열어야”

윤호우 논설위원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

지난 22일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강령을 구체화하고 미래 의제를 담아내는 당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지난 22일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강령을 구체화하고 미래 의제를 담아내는 당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1969년생. 성균관대 88학번으로 입학했다. 같은 88학번으로 1991년 거리시위에 참여했다가 숨진 김귀정씨 사건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1993년 서울지하철공사에 역무원으로 입사했다. 다음해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파업투쟁에 참가했다가 직위해제되기도 했다. 27년간 역무원 생활을 하면서 서울지하철노조 여성부장과 정책부장을 거쳐 여성 최초로 지회장과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2020년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5월 원내대표로 선출됐고, 6월부터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미래의 의제 담아낼 당명에 강령 더 구체화
차기 지도부에 제대로 된 혁신안 넘길 터
‘미래 못 열어서 진보정당 1세대 책임 통감’
심상정 의원이 작성한 평가서 보면서 울컥

제1당부터 제3당까지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 그중에서도 제3당인 정의당은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다. 지난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한 데다 당의 존재감도 미약해졌다. 지난 6월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이유다. 최근엔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당원 총투표를 앞두고 또 한번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지난 22일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53)을 만났다. 인터뷰 직전 비대위 회의를 마친 이 비대위원장은 “당원을 빼고 다 바꿔야 할 정도의 위기”라며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당명 개정을 포함해 재창당 수준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록 비대위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새로운 노선의 강령과 새로운 당명의 탄생을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 오는 31일부터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당원 총투표가 실시된다. 비대위의 입장은 뭔가.

“당원 총투표는 당헌·당규에 의해 조건을 갖출 경우에 발의되는 것이다. 비대위에서는 집행부로서 요건이 갖춰졌느냐를 확인만 하게 된다.”

- 권고안이지만 결과에 따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지난 6월 대표단이 사퇴한 뒤 의원단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당원들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의 얼굴인 비례대표 의원들이 당원들의 자부심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에 큰 책임감도 느끼고 대단히 뼈아프게 생각한다.”

이 위원장은 투표 일정에 돌입하게 되면 ‘당직을 이용한 투표운동 금지’라는 규정 때문에 원론적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 사퇴 권고 투표에는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들어 있지 않나.

“비대위가 기존 활동을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그래서)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한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 비대위를 구성한 후 두 달 정도 지났다. 그동안 무엇을 했나.

“지역과 현장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몸으로 실천했다. 다른 한쪽으로는 평가를 통해 혁신과제와 대안을 도출해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 지난 선거에서 정의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요인은 무엇인가.

“정의당이 제3당으로서 원칙과 소신을 갖지 못하고 중심을 잃은 채 우왕좌왕했던 것이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가 격화하면서 정의당이 정치 현안들을 좇아가기에 급급했다. 우리가 대변해야 할 목소리들에 중심을 두고 실천해나갔다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일굴 수 있었는데, 그런 것을 하지 못했다.”

- 노동과 페미니즘 이슈 중 한쪽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두 이슈는 대립적 가치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의당이 일하는 시민의 정당, 노동자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더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노동이냐 페미니즘이냐 하는 것은 정의당이 두 가지 의제를 용광로 안에 제대로 녹여내지 못해 나온 문제다. 정의당 강령은 성평등 사회를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 노동·시민을 대표하는 페미니즘 정당이 맞다.”

- 40대 이상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노동 이슈에 중심을 두는 반면, 30대 이하는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이 많아 세대 차이 현상을 보인다는 평가가 있다.

“갈라치기나 세대 차이에 집중하는 것은 맞지 않다. 2030세대 여성들도 일하는 노동자다. 다만 성차별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이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뿐이다. 노동 이슈 안에서도 성평등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슈들이 많다.”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정의당, 당명 개정 등 재창당 필요…진보정당 2세대 시대 열어야”

- 비대위가 출범한 후 ‘정의당 10년 평가위원회’를 발족했다.

“당의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쇄신안을 도출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 하지만 토론을 통해 도출된 6가지 의제가 있다. 재창당·노동·지역·지도체제·진보정치통합·선거연대까지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압축적인 평가를 진행했고 그 평가서를 들고 전국 시·도당의 현장을 돌고 있다.”

- 비대위 출범 초기 8월 중순 혁신안을 마련하고 8월 말에 대의원 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 이 계획이 미뤄진 건가.

“혁신안은 9월 초에 제출되고, 9월17일 대의원 대회 때 최종적으로 완료된다. 재창당 결의안도 이끌어내려 한다. 그리고 10월19일 정의당 7기 동시 당직 선거를 통해 혁신 지도부가 선출된다. 결선투표가 없다면 이날 지도부 선출까지가 비대위의 임무다.”

- 재창당하겠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실제로 재창당을 하겠다는 것인가.

“당의 새로운 노선에 맞는 당헌 개정을 포함해 당명 개정까지 아우르는 재창당 수준의 결의안을 놓고 지금부터 압축적 토론이 진행될 것이다. 결국 차기 지도부가 그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 그럼 새 지도부가 결정을 하게 되나.

“당헌·강령 개정까지 포함해 적어도 비대위에서 재창당 결의안의 시기를 명기하려고 한다. 1년 정도 기한을 두든지, 내년 말까지 재창당을 완료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차기 지도부가 추진하도록 하려고 한다.”

- 당명 개정 이야기도 나왔다.

“당명 개정 역시 비대위 임무가 아니다. 비대위는 재창당 결의안을 권고하는 것이고, 이것이 당 대의원 대회에서 통과되면 차기 지도부 선출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당직 선거에서 당원과 시민들에게 당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당원들의 선택을 받고 그 방향으로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제 개인의 생각은 있지만 비대위원장인 만큼 개인적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은 좀 그렇다.”

- 왜 당명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는지.

“당원을 빼고 다 바꿔야 할 정도의 위기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당명 개정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 당명 개정에도 어떤 방향성이 필요하지 않나.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강령을 좀 더 구체화하고, 그리고 미래 의제를 담아내는 당명이 필요하다. 우리가 추진하는 이념과 당명을 일치시켜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방향을 명확히 하지 못함으로써 계속 당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본다.”

- 비대위가 출범한 후 여의도 밖으로 당사를 이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 재정위기 상황에서 당사 이전을 가장 시급하게 검토했다. 결과적으로 이전 대신 당사를 축소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를 통해 연 1억원 이상 재정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 민주노총 소속 현장노조 확대간부 조합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대선에서 진보정당 지지 비율은 절반에 못 미쳤다.

“정의당이 노동 현안에 대응은 열심히 했지만 노동정치에 대한 전략이 부재했다. 민주노동당 때처럼 민주노총이 배타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이 이제는 아니다. 중심축이 튼튼한 정당이 되면 진보정당의 연대와 연합이 전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심상정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비대위에서 각 의원, 지도부였던 모든 사람에게 평가서 제출을 요구했다. 심 의원도 평가서를 제출했는데 ‘진보정당 1세대의 실험은 끝났다고 본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래 23년을 버텨왔지만 미래를 열지 못했다’ ‘저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울컥했다.”

이 위원장은 ‘울컥’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실제로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의당의 현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인터뷰가 잠시 중단됐다.

-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심 의원과 이정미 전 의원이 경쟁할 때 리더십 교체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고 보는데.

“리더십은 심 의원이 양보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새롭게 교체되고 선택받는 거다. 다만 표차가 얼마 안 났다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기임을 방증한다.”

- 정의당의 차기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 정의당에도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받고 지역에서 성장하고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지방의원 출신 정치인들이 있다. 이분들이 이제 변방이 아니라 중앙으로 진출해야 된다고 본다. 이분들이 당내에서 차기 리더십으로 부상하고 안정적 리더십이 될 때 당이 제대로 혁신하는 거다.”

이 위원장은 당대표실에 걸린 구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역과 현장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인터뷰 도중 몇 번씩이나 ‘지역’과 ‘현장’을 이야기했다. 비대위의 생각을 그대로 녹여낸 말로 여겨졌다.

-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정의당 의원으로는 누가 활동하나.

“심상정 의원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들어갔다. 지난 총선에서 왜곡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같은 경우 제대로 안착하는 것이 필요하고 대선 때 각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들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소신을 밝혔고, 그래서 여야 합의로 그 부분에 대한 문제는 정치개혁 화두로 끌어올려져야 하고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반지하에서 참사가 일어났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정작 민간개발을 확대하는 주택정책을 발표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투쟁 끝에 눈물을 머금고 합의를 했다가 다시 단식농성에 들어갔는데, 이재용·신동빈 같은 재벌을 사면했다. 이렇게 계속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민주당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의당은 항상 야당이었다. 정의당은 힘없고 가난하고 탄압받은 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중심원칙을 꿋꿋이 지키면서 서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어떤 정당과도 정책 공조나 연대가 가능하다고 본다.”

-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같은 경우 민주당과의 정책공조가 필요할 것 같은데.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난한 시민과 탄압받는 노동자들의 삶은 생존권의 문제다. 의제 중심으로 연대를 하는 것이지, 특정 당과의 연합 또는 연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은주 비대위원장이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51일 파업 투쟁 합의 및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하는 대우조선 하청노조지회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은주 비대위원장이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51일 파업 투쟁 합의 및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하는 대우조선 하청노조지회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노란봉투법 통과에 시민들과 함께 총력전
지방의원 출신들 중앙서 새 리더십 보여야
노동과 페미니즘은 대립적인 가치 아니다

-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51일 파업투쟁 합의 이행 및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하이트진로 운송노동자들은 본사 옥상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구시대적 손배·가압류로 노조를 탄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노란봉투법 통과에 진력할 것이다. 지난해 중대재해법 제정 때처럼 당원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옐로 윈터’(노란 겨울)를 만들겠다.”

- 서울지하철노조에서 활동할 때에도 손배·가압류가 들어온 적이 있었나.

“당시 높은 직위의 간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지하철노조에서 간부가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본인 명의로 돼 있는 집이나 이런 거를 배우자한테 돌리는 것이다. 어떤 투쟁을 해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니까, 그렇게 된다.”

- 대학 졸업 후 역무원으로 들어갔다.

“동유럽 (공산정권) 몰락 이후 위장취업한 선배들이 학교로 돌아오던 시기다. 고민 끝에 노동자로서 이 땅의 변화를 만들어내자 해서 현장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 27년 동안 지하철역 역무원으로 일했는데, 정치에 뜻을 두게 된 이유는 뭔가.

“노조에서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해고자 복직이나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일을 하면서 정치의 역할을 실감했다.”

- 비례대표 의원을 마치면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둬야 할 텐데.

“지하철 4호선 북부지회장 출신이다. 당고개·상계·노원역으로 이어지는 곳에서 근무를 했다. 그래서 노원과 인연이 많다. 고 노회찬 의원이 이 지역에 출마할 때도 선거운동을 도왔다. 이 지역에 출마할 계획이다.”

윤호우 논설위원

윤호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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