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은 보호가 아니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법무부가 지난 25일 ‘외국인보호규칙’을 일부 개정하겠다고 입법예고했다. ‘외국인보호규칙’이란 이름만 보면 외국인에게 필요한 사회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출입국관리법에서 정한 ‘보호’는 실질적으로 한국에서 출국해야 하는 외국인에 대한 ‘구금’이다. 법무부가 개정하겠다는 핵심내용도 외국인보호소에서 수용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결박장치(계구)와 관련된 것이다. 작년 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이른바 ‘새우꺾기 고문사건’ 이후 추진되는 개정이라 구금되는 외국인에 대한 부당한 인권침해가 개선되기를 기대했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그러나 내용은 정반대였다. 법무부 개정안은 한마디로 ‘외국인에 대한 고문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법에 위반된 고문을 하지 말라고 했더니, 법무부 행정규칙으로 고문제도를 만들어버렸다. 이번 개정안은 형식과 내용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고,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인권협약에 정면으로 위반되어 결코 시행되어서는 안 되는 끔찍한 규칙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법무부는 기존 보호장비 중 ‘포승’을 삭제하고, 새로운 보호장비로 ‘발목보호장비, 보호대, 보호의자’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포승 삭제’는 인권개선 내용이 일부라도 있는 것처럼 포장하기 위한 눈속임이다. 상위규범인 출입국관리법 제56조의4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호장비로 ‘포승’이 남아있는 한 행정규칙에서 이를 삭제해도 실질적 효력이 없다. 국회에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같은 논리로 신체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발목보호장비, 보호대, 보호의자’의 새로운 도입도 법률이 아닌 법무부 규칙으로 마음대로 만들 수 없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은 반드시 국회를 거친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유럽 교정시설규칙에서 ‘보호장비의 사용방법은 법률에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선언한 이유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법무부가 새롭게 도입하겠다는 ‘발목보호장비’는 발목을 고정된 물체에 묶어두는 것으로, 과거 노예에게 사용되었던 족쇄를 연상시켜 ‘굴욕적인 처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그 사용이 금지된 것이다. ‘유엔 피구금자 처우 최저기준 준칙(넬슨 만델라 규칙)’은 ‘발목수갑은 보호장비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제33조)’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호의자’도 의자 모양으로 된 장치에 사람의 사지를 묶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모욕적일 뿐만 아니라 생명과 건강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방법이다.

국제인권규약과 헌법재판소, 국가인권위원회가 구금시설에서 ‘물리적 행사를 최대한 절제’할 것을 일관되게 선언하고 있고, 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들이 형사범죄로 처벌받은 수용자가 아니라 행정절차의 일부로 머무는 민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개정안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무엇보다 아득한 것은 외국인보호소에서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물리력으로 제압하려고만 하는 법무부의 인식이다. 지금이라도 위헌적인 규칙개정을 중단하고, 제대로 된 외국인 보호제도를 위한 전면적 제도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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