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
한신대 교수·경제학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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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카오스 시대의 한반도경제 얼마 전 어느 지인에게서 질문을 받았다. 필자가 논의한 ‘한반도경제론’이 지금도 유효하냐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물론 한·중, 한·러 관계가 파탄 지경이니, 한반도경제라는 접근법은 공허해진 것 아니냐는 물음이다. 한반도경제론은 글로벌화 시대를 지나오면서 다듬어온 담론이다. 그런데 세계와 한반도는 2019년, 2022년 이후 극심한 역전이 가시화되었다. 필자는 이전부터 ‘뉴노멀 시대’로의 전환을 논의한 바 있다(<뉴노멀 시대의 한반도경제>, 2019). 그러나 최근의 상황 전개를 보면, (뉴)노멀 차원을 넘어선 카오스 시대가 열렸다 할 만하다. 담론을 다시 살피고 보완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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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대만위기 이후의 세계시장 세계 질서가 혼란스럽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의 중동정책은 크게 타격을 입었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지면서, 넘실거리던 대만해협 위기론은 주춤거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 지난 11월15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4시간 동안 회담하고 산책·오찬을 함께했다. 공동성명은 없었지만, 군사 분야의 소통채널을 복원하기로 했다.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은 예방하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시진핑 주석을 ‘독재자’라고 언급하는 돌출 행동을 했다. 미국 스스로 관념·이념의 세계(‘인도·태평양’)와 현실의 세계(‘아시아·태평양’) 사이에서 혼란에 빠져 있음을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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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세계적 대혼란 시대를 돌아보며 이제 세계적 대혼란을 말하지 않는 이가 드물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전면화할 당시에도 전쟁이 이렇게 길어질 줄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러·우 전쟁의 종착점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 지난 10월7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시작되었다.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보복공습을 가하면서 지상군 투입을 확대 중이다. 자칫 중동 전체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가 대혼란 상태로 들어서 있는데, 미국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러시아의 2023년 성장률은 1%대 전후로 전망되고 있다(IMF 0.7%, 러시아 정부 2% 이상). 중동 위기는 미국과 서방에 비중이 큰 문제여서 우크라이나 지원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 주도로 러·우 전쟁을 종식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러시아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강화되었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은 더 불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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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다시 굳어지는 분단체제 명절에 만난 친지들은 불안감을 말하고 있었다. 한국의 미래가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이렇게 손 놓고 있어도 되나 하는 걱정이 만연해 있다. 한·미·일은 결속했지만 북한은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미국·중국은 물론 일본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련의 사회적 붕괴 현상에 대해서도 무대책이다. 정부·정치권·시민사회에서 모두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는 논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어떻게든 큰 흐름을 짚어내야 할 시간이다. 진보개혁 세력에서도 체제적 인식과 대안에 대한 상상력을 가다듬고 거대 담론들을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 격변이 진행되는 시기에 일국·양국·민족 차원의 담론은 유효성이 줄었다. 한편 ‘분단체제론’의 인식론적 유용성은 더 강화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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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한·미·일 회담 이후, 한국 경제 어디로? 8·18 한·미·일 정상회담은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인가. 8·18 회담의 핵심은 유사시 세 나라가 협의해 대응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이는 안보체제 차원에서는 ‘전환’의 계기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향후 과정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한·미·일은 인도·태평양에서 공동 역량을 건설하는 역내 이니셔티브를 발표할 것이고, 이는 해상 안보를 포함한다”고 언급했다. 머지않은 시기에 육·해·공, 잠수함, 사이버 분야를 망라하는 다년간 공동 군사훈련 계획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3국 안보협력의 제도화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수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향후 3국 안보체제는 느슨한 협의체와 새로운 군사동맹 사이에 있는 어떤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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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세계 자본주의의 미래 8월은 우리가 일제 치하에서 벗어난 ‘광복’과 ‘해방’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기다. 또한 세계 차원에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양 진영으로 갈라진 냉전 체제와 세계 자본주의의 틀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는 분단과 전쟁으로 가는 길로 빠져들어갔다. 2차 세계대전의 종결 시점에서 히로시마(8월6일)와 나가사키(8월9일)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소련도 1949년 8월29일 핵실험에 성공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이 다시 검토되기도 했으나, 다행히 사용되지는 않았다. 핵무기를 쓰면 3차 세계대전 발발로 귀결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미·소 간 적대가 심화되면서도 서로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세계 체제가 작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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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자본주의의 운명 미국·중국의 충돌 분위기가 좀 잦아들었다. 지난 3월 말 유럽연합(EU)은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을 언급했다.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고 과도한 의존을 줄인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초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이에 동조했다. 이후 토니 블링컨, 재닛 옐런 장관이 중국을 찾았다. 옐런 재무장관은 “디커플링을 추진하지 않는다. 이는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양국 모두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미국으로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신냉전’ 분위기로 경제 불안을 심화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른 한편 미·중 대충돌은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뿌리째 뒤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다. 미국과 중국이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함께 묶여 있는 현실이 ‘신냉전’으로의 질주를 제약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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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가치와 이익의 균형을 추구해야 산다 6월은 한국전쟁과 6·10민주항쟁을 함께 기억하게 한다. 최근에는 중국과의 외교 마찰이 심해지면서 외교·안보 불안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성장이나 무역 지표까지 감안하면 ‘비상시국’을 걱정할 때다. 이 와중에 벌어지고 있는 ‘가치’ 외교 논쟁은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하루하루 ‘현실’에 부대끼는 많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한·미·일 협력을 사대외교로만 규정하는 것도, 한국이 자유의 전사로 중국·러시아와 맞서야 한다는 것도, 공허한 말잔치일 뿐이다. 가치 외교를 주장하는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한국이 미국·일본·유럽과 힘을 합쳐 중·러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행위 주체가 도덕적 가치보다는 현실의 자기 이익에 기초한 행동을 한다고 보는 편이다. 냉전 시기에는 양 진영 간 분리 속에서 분업이 추진되었으며,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에는 미·중 간 교환체제 속에서 달러본위제를 운영했다. 현재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분업구조의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추월을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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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양곡관리법과 직접지불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의 경제정책을 돌아보면, 정책의 복고적 후퇴와 과잉정치화의 특징이 뚜렷하다. 정책은 진영 결집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얼마 전의 양곡관리법 공방이 이의 전형적 사례이다. 양곡법은 여야 간 극한 대립 끝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재의를 거쳐 폐기되었다. 개선 방향에 대한 토론과 합의 대신 야당은 쌀값 보장을, 정부는 직접지불제를 앞세우는 것으로 일관했다.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소재로 농업·농촌정책이 활용됐다. 많은 정책들이 이와 유사한 패턴을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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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4·19 혁명의 경제이념 다시 4월19일이다. 그러나 먼지 때문인지, 우울 때문인지, 그날 감격의 분위기가 아련하다. “새로운 신화 같은, 젊은 다비데군(群)들”의 모습이 가물가물하다. 앞이 잘 안 보이는 지금, 질문을 던져보자. 4·19는 혁명인가? 4·19는 5·16 군사정변에 의해 쓰러졌는가? 혁명은 자멸한 것인가? 필자의 관점에 의하면, 4·19는 ‘체제’적 혁명이다. 4·19를 계기로 정치적 민주주의는 물론 자유주의, 국민주의(민족주의), 발전주의라는 경제이념이 본격적으로 표출되었다. 4·19를 계기로 국민경제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국내적 정치·경제 체제가 세계체제-분단체제에 연결되어 작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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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1965년과 2023년의 한·일관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의 급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3·16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그간 한·일관계를 가로막고 있던 난제들에 대해 전격적인 양보를 선언했다. 강제징용에 대한 사법부 판결과 피해자 의사를 건너뛰어서 일본의 요구를 전면 수용했다. 또한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한 WTO 제소도 전면 철회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도 복구하기로 했다. 한·일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극단적인 스윙을 거듭해왔는데, 이번에도 또 한번 급선회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한국의 안보·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그러나 한·일관계 관련 전문가들과 실무자들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의 변경은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처럼 협상에서 일방적 양보와 부등가 교환이 이루어지면, 한·일관계의 정당성과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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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삼중위기론’이라는 거대담론 기묘한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의 충격적 소식이 가해졌음에도 정부나 정치권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정찰풍선 문제로 미·중 갈등은 다시 고조되었고, 북한은 연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핵 개발 의지를 부인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으로 대응하고 있다. 안보체제·경제체제가 요동치는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지금은 거대한 변동을 조망하는 거대담론이 필요한 전환기이다. 마침 중앙대 백승욱 교수는, ‘세계체계’ 관점에서 한국의 ‘삼중 위기’를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동향과 전망> 2023·2). 그는 한국이 자유주의 전환의 실패라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카오스에 말려들어가고 있다고 보고, 중도자유주의와 그를 넘어서는 사상적 좌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