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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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토지세를 위하여 2008년 같은 제목의 칼럼을 일간지에 기고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도입했던 종합부동산세가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철폐 대상 1호로 떠오르던 시점이었다. 종부세 무력화를 아쉬워하면서 왜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부동산에서 건물을 뺀 토지의 가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지세를 지지하는지 설명하는 글이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듯하다. 야당 대선 후보는 종부세 철폐를 시사하고 있고, 종부세를 토지세에 가깝게 재편하는 국토보유세를 공약한 여당 대선 후보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사단은 급증한 종부세다. 작년에 1조8000억원이었던 주택분 종부세 수입이 올해 4조원가량 증가한다고 한다. 단일 세목의 세수가 이렇게 급증하는 것은 예외적이고 혼란스러운 구조 때문에 다수의 억울한 사람이 발생한 것도 안다. 그러나 4조원은 민간보유 건물부속 토지 가치의 0.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이 정도의 세금을 재산권 과잉 침해로 규정하고 한국 자본주의가 내려앉을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 당시 담배 세금과 부담금이 7조원에서 12조원으로 증가했을 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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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혁기의 책상물림 낙엽을 바라보며 비 내린 뒤 우수수 떨어진 낙엽이 거리에 쌓인다. 가을이 가는 풍경은 쓸쓸하면서 아름답다. 서거정은 뜨락 가득 떨어진 오동잎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차마 쓸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스러져 가는 노년, 고운 가을 국화보다 떨어져 뒹구는 낙엽에 더 정이 가게 된 탓이다. 스님을 배웅하며 쓴 시에서는 “단풍잎 뜨락에 가득하더니 가을바람이 다 쓸어갔네. 가벼이 떨어지는 이파리처럼 스님은 어디로 떠나시는가”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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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코로나와 노인을 위한 나라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야심찬 통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별·계절별로 평상시 사망자 수를 예측한 후 실제 사망자 수가 이 예측치를 초과하면 그 초과분을 코로나19 사망자 수로 추정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 ‘초과 사망’은 현재 약 1700만명에 이른다. 공식 코로나19 사망자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엄청난 희생이지만 약 5000만명의 사망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1918년 스페인 독감에 비하면 작은 숫자다. 세계 인구가 약 4배로 늘어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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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디커플링 정말로 오나 2018년 후반, 회복하던 세계 경기가 갑자기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촉발한 미·중 무역갈등이 기업의 투자 하락을 가져온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이 우세했다. 양국 갈등으로 생산 공정이 세계 각국에 흩어져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글로벌 공급 사슬이 친미와 친중 블록으로 양분(디커플링)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일으켰고, 기업은 세계 어느 지점에 공장을 지어야 할지 몰라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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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신뉴딜과 한국 경제의 길 1930년대 대공황의 와중에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시행했다. 정부지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 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이 목적이었지만 동시에 노동권과 사회보장 강화, 반독점 규제와 같은 진보적 프로그램이 추진되었다. 뉴딜이 경기부양에 큰 효과가 있었는지는 논쟁의 대상이지만 경제 사상의 흐름에서 분수령을 만들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뉴딜은 경제 사상의 주류가 정부를 최소화하고 시장을 최대화해야 인류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뉴딜 자유주의로 이동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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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형평과 효율 경제학과 교수들은 첫 학기부터 신입생들에게 효율과 형평의 개념을 가르친다. 효율은 국민 전체가 먹을 수 있는 빵의 크기를 최대화하는 문제이고 형평은 이 빵을 어떤 비율로 나누어 각 국민에게 배분해야 옳은가의 문제라고. 그 후론 대개 과학적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형평의 문제에는 입을 다문다. 마치 형평은 중요한 사회 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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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박정희의 공과’ 넘어 박정희 시대의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는 일은 최근까지 정치의 계절이 올 때마다 논쟁거리가 되었다. 민주화 이후 이른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교차하여 집권하는 과정에서 산업화 세력은 박정희 시대의 고도성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집권하려는 전략을 구사했고, 민주화 세력은 유신독재라는 커다란 정치적 과오와 그것이 경제에 남긴 부정적 유산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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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인플레보다 거품 세상은 미쳐 있나? 2007년 가을 필자가 경제지에 쓴 칼럼의 제목이다. 세계 금융의 중심 미국에서 절대로 거품이 아니라던 주택 가격이 계속 추락하고,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시켜주는 환상의 발명품이라던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이 곳곳에서 파열하고 있을 무렵이다. 그래도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던 세계 금융시장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시장이 미쳤을 때 들어가서 깨어나기 전에 탈출하는 것이 벼락 갑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투자 격언을 소개하는 글이었다. 필자의 제목이 부담스러웠는지 편집자가 엉뚱한 제목으로 바꿔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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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기본소득의 비용 슬슬 내년 대선을 향한 경주가 시작될 모양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공정과 기본소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위와 소득이 부모 힘이 아니라 자신의 소질과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 그러나 가장 가난한 사람도 자존심을 지키고 살아가기에 충분한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 캠프의 브레인들은 이런 사회를 꿈꾸게 하는 공약을 만들어내느라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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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바이든 법인세 개혁안의 속내 이달 초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글로벌 법인세 개혁안을 발표한 후 글로벌 법인세 협정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제안은 2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거대 다국적기업이 사업장이 위치한 국가에 법인세를 내는 것이 아니라 판매가 발생한 국가에 판매액에 비례하여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둘은 협정국들이 최저 법인세율을 정하고 이 세율보다 법인세율을 높게 부과하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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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개정 임대차보호법 경제원론 교과서를 펼치면 주택 임대료상한제의 폐해가 주요 토픽으로 등장한다. 정부가 주택 임대료 상한을 낮게 책정하여 임대료가 하락하면 불로소득을 벌고 있는 임대인의 소득을 일부 빼앗아 가난한 임차인에게 주는 정의가 실현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임대료가 낮아지면 임대주택 투자의 수익률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의 공급이 감소한다. 그럼 임대주택의 혜택을 누리는 가구의 수가 줄어들고 임대료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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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금값과 집값 지구상에 약 19만t의 금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연평균 약 4300t의 새 금이 생산된다. 금값은 2018년 여름부터 2020년 여름까지 70%나 급등했다. 분석가들이 내세운 이유는 저금리와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증가다. 매년 새로 공급되는 금의 양이 금값 등락의 분석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은 드물다. 이미 존재하는 금 총량의 2~3%에 불과해 목욕통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충격을 줄 뿐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긴 다른 자산의 분석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별 종목이 아니라 주식의 평균 가격을 분석할 때 통상적으로 경제학자가 주목하는 것은 새 유입량이 아니라 존재하는 주식 스톡의 가치를 결정하는 거시금융 변수들이다. 금리, 유동성, 위험도, 경제성장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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