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 정말로 오나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2018년 후반, 회복하던 세계 경기가 갑자기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촉발한 미·중 무역갈등이 기업의 투자 하락을 가져온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이 우세했다. 양국 갈등으로 생산 공정이 세계 각국에 흩어져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글로벌 공급 사슬이 친미와 친중 블록으로 양분(디커플링)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일으켰고, 기업은 세계 어느 지점에 공장을 지어야 할지 몰라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그 후 디커플링은 각종 세미나와 언론의 분석에서 단골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말은 넘쳤지만 행동은 뒤따르지 않았다. 선진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미·중 갈등이 증폭되어도, 팬데믹 속에서도 감소하지 않았다. 선진국의 중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금융 투자는 오히려 급속도로 증가했다. 기업들은 장차 미국보다 커질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여겼고, 사태가 아무리 험악해져도 중국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기본적 재산권은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최근 기업들이 디커플링 가능성을 다시 심각하게 재보기 시작한 듯하다. 이번에는 중국이 디커플링 시나리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신경망처럼 퍼진 공산당 조직이 기업의 주요 결정을 감독하는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선진국이 원하는 국가자본주의 약화와는 정반대의 길이다. 동시에 디지털에서 연예에 이르는 광범위한 산업에서 규제의 아귀를 조이고 있다. 위협적이고, 예측하기 어렵고, 교묘한 중국식 규제다. 시장이 원하는 투명성 강화와 정반대의 길이다. 이에 더해 최근 시작한 부동산 산업 규제 강화는 대규모 부도 사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선진국의 대중국 금융투자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대중국 직접투자를 주도했던 서비스 산업 직접투자도 앞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주가와 성장률이 하락해도 선진국의 투자가 감소해도 중국 정부는 괘념하지 않는 듯하다. 중국이 실용주의에서 원리주의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동맹과의 연대 강화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트럼프 무역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선 전후 필자가 주목했던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무역정책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강론이다. 전략적 산업에서 중국 뒷다리 잡기를 하기보다는 미국의 힘을 기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희토류 산업에서 미국의 공급 능력을 확대하고, 동맹과 연대하여 중국과 독립적인 공급망을 건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정책은 정부지출 주도로 고용을 빠르게 회복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는 정부 기본 전략과 호응도가 높아 빠른 진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중국을 어떻게 견제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이들 산업 중 중국 리스크가 큰 것은 희토류뿐인데 언제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지 묘연하다.

다른 정책은 핀셋 규제다. 안보 위협, 지식재산권 탈취, 정부 보조금 수혜에 있어 크게 문제가 되는 중국 기업을 골라 동맹과 연대하여 무역 규제, 직접투자 규제를 통하여 제재하고, 소수의 전략적 기술이 중국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이 정책은 화웨이 관련 제재를 유지하고 있을 뿐 진도가 없다. 계속 “검토 중”이다. 정책이 초래할 중국의 보복과 시장 불안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듯하다. 또한 기술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가 중국 판매와 수익률을 감소시켜 미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기업과 기술의 핀셋 규제를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야를 가리지 않은 미국 내 대중국 매파는 이러한 방향의 정책 실시를 계속 압박하고 있고, 중국과의 안보 마찰 증가는 압박의 강도를 증가시킬 것이다. 또한 핀셋 규제는 한국 정부가 대응하기 난감하다. 공급망 강화에는 소수의 대기업이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에 응해주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기업과의 거래 금지와 같은 조치는 냉혹한 줄서기를 강요한다.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은 합동 무역기술위원회를 발족했다. 미국은 EU와의 동맹을 통하여 전략 산업에서 규제의 효과를 증대하길 원하고, EU는 규제가 미국의 독단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형성되길 바란다. 성사된다면 합리적 기준에 의한 선택적 디커플링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또한 민주국가 연합의 무역질서 수립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 이는 한국과 세계 경제에 최선의 시나리오로 생각된다.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도 무역기술위원회와 관련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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