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노인을 위한 나라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야심찬 통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별·계절별로 평상시 사망자 수를 예측한 후 실제 사망자 수가 이 예측치를 초과하면 그 초과분을 코로나19 사망자 수로 추정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 ‘초과 사망’은 현재 약 1700만명에 이른다. 공식 코로나19 사망자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엄청난 희생이지만 약 5000만명의 사망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1918년 스페인 독감에 비하면 작은 숫자다. 세계 인구가 약 4배로 늘어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의 경우에는 초과 사망이 마이너스다. 3000명의 코로나19 사망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로 독감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감소하여 총사망자가 평상시보다 작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역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했을까?

경제학자로서 처음부터 관심을 가졌던 이번 위기의 특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망과 중증 환자가 노인층에 고도로 집중된다는 것이다. 건강한 청장년층에는 코로나19 위험이 독감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거리 두기는 청장년층의 사업과 고용은 물론 일상에도 큰 피해를 준다. 이에 더해 파산과 실업의 아픈 경험은 이들의 기대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엄격한 거리 두기는 세대 갈등을 촉발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팬데믹 초기 거리 두기를 단념하고 자연적 집단 면역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거리 두기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구제되는 노인 생명의 가치보다 크다는 주장이다. 여러 경제학자가 거리 두기의 비용이 혜택보다 큰지 확인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비정한 연구의 결론은 구제받는 노인의 목숨 값을 얼마로 책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막 어르신네가 된 필자로서는 한국이 자연 집단 면역의 길로 가지 않은 것에 감사할 뿐이다. 만일 우리가 이 길을 선택했다면 코로나19 사망자가 십만명을 넘을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특성은 피해가 특정 산업에 고도로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주로 도·소매음식숙박, 운수, 문화서비스와 같은 대면 서비스 산업들이다. 거리 두기는 일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산업에 희생을 강요하는 체제로 볼 수 있다. 희생하는 산업이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해 보인다. 그래도 피해 금액이 너무 커서 정부가 보상할 여유가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반도체와 같은 중간재 산업의 생산량 감소는 중간재를 사용하는 다른 산업의 생산에 직접 타격을 가한다. 반면 공급 사슬의 끝에 있는 서비스 산업의 생산량 감소는 생산 네트워크를 통한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작다. 우려되는 파급의 경로는 대면 서비스 산업의 소득 감소가 다른 산업에 대한 지출을 감소시키고, 이 지출 감소가 또 다른 산업의 소득 감소를 유발하는 연쇄적 수요 축소다. 또한 대면 서비스 산업에서 발생하는 금융 부실이 금융 불안을 야기하여 다른 산업으로 피해가 파급될 수 있다.

만일 정부가 대면 서비스 산업의 노동과 자본에 대해 피해액을 즉시 보상해줄 수 있다면 이 파급을 차단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이 이들 산업의 생산 하락만큼 감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 보상으로 민간의 가처분 소득은 감소하지 않는다. 다만 보상 금액과 대면 산업으로부터의 세수 감소만큼 정부 적자가 증가할 것이다. 정부 적자는 얼마나 증가해야 할까? 과학적 추정은 못해봤지만 2020년에 국한했을 때 89조원을 크게 초과할 가능성은 낮다. 이는 정부가 2020년 코로나19 대응에 지출한 재정지원액과 같다.

물론 현실에서는 대면 서비스 산업에 대한 즉각적 보상도 어렵고,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공급 축소, 수출 감소와 위기감 때문에 발생하는 수요 위축으로 다른 산업의 생산 감소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정부처럼 한국 정부도 재정지원의 일부는 대면 서비스 산업에 집중했지만 일반적 경기부양과 지원을 혼합하는 정책을 사용했다. 또한 재난지원금을 피해 보지 않은 국민에게 지급하여 모든 산업에 대한 지출이 증가하도록 유도하는 경기 부양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대면 서비스 산업 피해액에 대한 보상이 더 빠르게 시행되고 그 비중도 더 컸더라면 더 공정하고 더 효율적인 코로나 대응이 되었을 것이다.

아직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확진자 수가 급등하면 백신으로 치사율이 감소해도 노인의 사망 위험은 증가한다. 이 때문에 일상회복이 완료되어도 대면 서비스 산업의 회복은 여전히 불완전할 수 있고,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될 수도 있다. 재정지원의 중심은 거리 두기 피해액에 대한 날카로운 보상에 두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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