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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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노벨상을 받은 홉필드 연결망의 물리학 물리학자 김범준의 옆집몰리학 칼럼을 읽는 여러분, 반갑습니다! 다시 꼼꼼히 살펴보시길. 첫 번째 ‘물리’는 옳게 적혀 있지만 두 번째는 ‘몰리’라고 잘못 적혀 있다. 그런데도 이 문장에서 전혀 오류를 눈치 못 채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낫 놓고 기역 자를 떠올리고, 몰리학을 봐도 몰리학을 떠올릴 수 있는 존재다. 우리는 없는 것도 볼 수 있고, 있는데도 보지 못하는 존재다. 방금 또 내가 ‘몰리학’이라고 틀리게 적었다. 혹시 눈치채신 분? 우리 뇌는 잘못된 외부 정보를 교정해 올바로 인식할 수 있다.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과학이라는 빨간 약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 인간은 자신의 삶에 절대적으로 무관심한 우주의 거대한 침묵 속에 둘러싸인 고독한 자신을 발견한다.” 과학자이자 철학자로서 큰 자취를 남긴 파스칼의 말이다. 우주나, 지구나, 숲이나, 탄소 배출로 기온이 계속 오르는 지구의 대기나, 인간에게 쥐뿔도 관심 없다. 삶의 의미를 찾고자 발버둥치는 인간에게 우주는 아무런 답도 들려주지 않는다.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종단속도 떨어지는 것 중에는 날개가 없는 것도 있지만 모든 추락하는 것에는 종단속도가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체를 떠올려보자. 장마철 500m 높이에 떠 있는 구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에 중력만이 작용한다면 우리 머리에 닿을 때의 속도는 무려 초속 100m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껏 초속 10m 정도로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를 가진다.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다른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멈춰야 구르는 바퀴 길가에 서서 빠르게 움직이는 자동차를 본다. 직접 눈으로 보기는 어려워 믿기지 않겠지만, 빠르게 내 앞을 스쳐 지나가며 구르는 둥근 바퀴에는 매 순간 정지해 있는 딱 한 점이 존재한다. 느긋하게 굴러가는 소달구지, 빠른 자전거, 질주하는 경주용 자동차 모두 마찬가지다. 굴러가는 모든 것에는 멈춘 곳이 있다. 2차원 평면에서 가장 신기하고 독특한 도형이 바로 둥근 원이다. 원 한가운데 중심에서 바라보면 원의 둥근 곡선을 이루는 모든 점은 같은 거리에 있다. 평면 위 한 점에서 도형의 어디를 봐도 모든 점이 같은 거리인 도형은 딱 원 하나뿐이다. 정삼각형은 다르다. 중심에서 바라보면 꼭짓점이 변보다 멀다. 만약 바퀴를 정삼각형 모양으로 만들면 어떨까?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자전거 예찬 자전거를 자주 탄다. 10㎞ 거리의 직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기도 하고, 집 근처 커피숍에 갈 때도 자전거를 애용한다. 저녁을 준비하던 아내가 동네 슈퍼에서 빨리 뭘 사 오라고 한다. 자전거 탈 생각에 게으른 몸이 거실 소파에서 쉽게 일으켜진다. 자전거를 타는 게 걷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하다는 것을 내 몸이 잘 알기 때문이다.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걷는 것과 비교하면, 자전거는 절반의 에너지 소비로 3배 이상의 속도를 낸다.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완벽한 암기는 이해와 구별할 수 없다 과학소설 작가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과학자로 30여년을 보냈고, 인공지능 관련 물리학 논문을 몇편 출판했으며, 인공지능 관련 초급 대학 강의를 맡아 가르치기도 했지만, 요즘 생성형 인공지능의 눈부신 성능은 내게도 마법 같다. 위에서 소개한 아서 클라크의 말을 비슷한 형식으로 살짝 비틀어 재밌게 표현한 글귀를 접한 적이 있다. 과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과학과 사람들’에서 몇년 전 제작한 커피 컵에서 본, “완벽한 암기는 이해와 구별할 수 없다”라는 재밌는 문장이다. 요즘 인공지능의 엄청난 발전을 보면서 이 재밌는 글귀를 떠올렸다.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아지랑이 요즘 날씨가 참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1년 365일 이런 날씨가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따사로운 늦봄이다. 어린 시절 봄은 어머니의 냉잇국으로 시작해 가려운 눈가와 재채기를 지나 시원한 열무국수로 끝났다. 요즘에는 자동차 에어컨을 켜면서 봄이 여름으로 바뀌는 계절의 변화를 불현듯 깨닫기도 한다. 햇볕으로 뜨거워진 차 안에서 어느 날 에어컨을 켜기 시작할 무렵이면 또 다른 초여름의 낯익은 풍경이 있다. 자동차 앞 유리 너머 거리의 풍경이 아른거린다. 햇볕으로 뜨거워진 도로와 앞차 지붕에서 아지랑이가 꼼지락꼼지락 피어오른다.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과속 단속 경찰도 알아야 하는 순간속도 1시간에 60㎞를 가는 속도로 달리면 1분에 1㎞, 1초에 약 17m를 간다. 속도는 이처럼 거리와 시간을 함께 이용해 표시한다. 시간 단위 1분(minute)은 바빌로니아 문명의 60진법이 기원이다. 1시간을 60등분해 얻어지는 짧은 시간 조각이 1분이다. 영어 단어 minute의 어원은 라틴어 ‘pars minuta prima’다. ‘첫 번째 작은 조각’이란 뜻이다. 영단어 minute가 지금도 ‘미세한’이라는 뜻과 1분이라는 시간의 뜻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유다. ‘분’의 한자인 나눌 분(分)에도 1시간을 나누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흥미롭다. 1시간을 60조각으로 잘게(minute) 나눈(分) 것이 1분이다.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일주일은 왜 7일일까 아침에 해 뜨고 다음날 다시 해 뜰 때까지가 하루다. 지구 어디서나 오래전부터 하루라는 시간의 길이를 이용했다. 보름달부터 다음 보름달까지 몇번의 하루가 있는지 세면 약 30이다. 대부분 문명에서 한 달의 길이가 30일 정도로 정해진 이유다. 매일 아침 어느 방향에서 해가 뜨는지 살피면 365일 정도를 주기로 해 뜨는 위치가 다시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 한 달, 그리고 한 해의 길이는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두 천체인 해와 달이 알려준다.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지속 가능하지 않은 되먹임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얘기다. 세속의 재산 얘기일 리는 없지만,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는 부익부 빈익빈이 떠오른다. 예금액이 많은 사람은 금융소득이 더해져 예금이 점점 늘고, 이자를 내지 못하면 채무자의 채무는 점점 늘어난다. 늘어나면 늘어났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다음에는 더 늘고, 줄어들면 줄어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다음에는 더 주는 현상이 우리 주변에 많다. 양의 되먹임 혹은 늘어나는 되먹임이라 부르는 효과다.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행복, 애쓰지 않으면 머물 수도 없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가정뿐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다. 돈이 없어, 병에 걸려서, 외로워서…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제각각 다르다. 행복은 어쩌면 높은 산봉우리 정상, 손바닥만 한 좁은 땅 같은 곳일지 모른다. 동쪽으로 삐끗해 한 걸음 옮기면 건강을 잃는 내리막으로 접어들고, 오랜 친구 한 명을 잃는 남쪽 방향 한 걸음으로 큰 불행이 시작될 수도 있다. 행복이라는 불안정한 산꼭대기에서 저 아래 놓인 제각각 다른 수많은 불행의 골짜기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지천이다. 어느 방향으로라도 잠깐 발을 헛디디면 굴러떨어질 수 있는 한 뼘 크기 장소가 행복이 놓인 곳이다. 지금의 행복이 앞으로의 여전한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마야 역법의 독특한 세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10 천간(天干)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와 12 지지(地支)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가 함께 순서대로 되풀이하며 진행하는 방식으로 우리 선조는 해의 이름을 정했다. 지난해는 계묘년이었으니 계에서 이어지는 갑, 묘 다음의 진이 모여 올해는 갑진년이 되는 식이다. 10과 12의 최소공배수는 60이어서 갑자, 을축, 병인으로 이어지는 육십갑자는 60을 주기로 반복된다. 갑 다음은 을, 진 다음은 사여서 내년은 을사년이다. 일제가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불법적으로 박탈한 을사늑약이 120년 전이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120살까지 살면 환갑 잔치를 두 번 할 수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환갑을 축하할 기회가 딱 한 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