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IS도 변하게 한다

박선화 한신대 교수

지역 사회 이슬람 유학생들의 사원 건설을 둘러싼 갈등 소식을 듣는다. 외로운 이국 땅에서 마음 기댈 작은 공간 마련조차 저항에 부딪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반대하는 시민들을 무조건 이문화 혐오집단으로 질타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낯선 문화에 대한 경계는 자기보호를 위한 본능에 가깝다. 9·11을 기점으로 벌어진 무차별 테러들도 공포스러운데,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마저 경악할 뉴스투성이였다. 또한 발전한 한국의 사회적 에티켓에 못 미치는 행위 같은 현실적 고충들도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박선화 한신대 교수

박선화 한신대 교수

중요한 것은 이런 갈등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글로벌 국가가 되고 있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역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국 학생이 더 적어 외국인들에게 차별받는 곳조차 생겼다는 기사도 접한다. 세계 어느 곳이든 발전하는 국가나 지역이라면 ‘다민족 다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한국 역시 그 빛과 그늘 모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단일민족의 신화가 깨지는 것이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라면 방법은 하나다. 교류하고 학습하며 공생의 방법을 찾는 것.

무슬림은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고 중동 일대만이 아닌 전 세계에 분포하며, 그 대부분은 테러와 아무런 상관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방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거리 풍경도 삶도 자유롭고 평화롭다. 정 많고 흥 많은 한국인과 비슷하고, 한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 범죄율 역시 백인 기독교인이나 동양인들보다 높지도 않다. 우려는 이해되지만 현실 데이터는 편견을 알려준다.

모든 종교와 사상의 기원은 비슷하다. 특정 지역의 문화·환경에 적합하게, 다수의 행복을 지향하며 발생하고 확산된다. 왜곡되고 흑화되는 것은 늘 사람과 이를 받아들이는 토양의 문제다. 대한민국에 들어온 기독교가 유독 배타적이고 속물적인 기복 종교로 지탄받는 것 역시 종교 자체보다 금권숭배, 입신양명, 이념갈등의 토양이 문제인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테러 조직 IS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그들의 잔혹 행위에 대한 우려와 별개로 의외의 농담이 유행했었다. IS가 국내에도 들어와 테러를 모의했으나, 위장 취업한 회사가 너무 ‘빡세게’ 일을 시키는 바람에 지쳐 포기했다는 것이었다. 극악한 폭력 조직의 활동력조차 무력화시키는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자조적인 유머에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한데 이것이 마냥 실없는 소리는 아닌 듯하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자 출신 터키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한국에 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열심히 일을 하게 되었는데, 빠르고 효율적인 시스템에 부지런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은 여건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된 것 같다고 한다. 가끔 터키에 돌아가면 항상 계획하고 준비하는 그를 보고 친구들이 놀란다며, 자신만이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다른 나라에 있을 때와 한국에서 살 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한국은 나무늘보도 달리게 하는 땅이다.

생각해보니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직장 일로 일본에서 몇 달간 생활하던 때였는데, 지나다 사람들과 살짝만 부딪혀도 나도 모르게 “고멘나사이”가 튀어나왔다. 한국에선 무심히 넘길 정도의 일에도 일본인처럼 일단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다른 집단에서 다른 사람이 되는 체험은 놀랍지 않다. 다수의 습관과 문화가 갖는 힘은 막강하고, ‘귤화위지’의 고사성어처럼 귤과 탱자는 토양의 차이가 만든다.

한국이라는 초고속 경쟁사회에 자리잡게 될 이슬람 역시 한국과 매우 닮은 종교가 될 거라는 추측을 하며, 오히려 우리가 그들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가 궁금해진다. 신의 이름만 다른 여타 상당수 종교인처럼, 신보다는 돈을 숭배할 가능성이 훨씬 큰 무슬림을 떠올려보자. 갑자기 친근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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