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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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오래된, 또 새로운 ‘복합 위험 시대’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다시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가 급증하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이 20%를 넘어서고 있다. 2차 대유행의 입구에 서 있는 듯한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구적으로도 코로나19 대재난은 계속된다. 8월24일 기준으로 지구적 차원에서 확진자는 2300만명을, 사망자는 80만명을 넘어섰다. 확진자의 경우 미국은 500만명을, 브라질과 인도는 300만명을, 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페루·멕시코·콜롬비아는 모두 50만명을 웃돈다. 이 중 멕시코는 10% 넘는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돼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수백만명이 더 사망할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전망이 안타깝게도 사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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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기후위기의 정치학과 심리학 장마가 길어졌다. 피해도 크다. 까닭은 북극과 동시베리아 기온이 평균보다 높아져 장마와 더위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중국 남부와 일본 규슈에도 기록적 호우가 쏟아졌다. 이상기후 현상이다. 이번 폭우 하나만으로 기후위기를 주장하긴 어렵다. 그러나 갈수록 두드러지는 홍수, 폭염, 태풍, 한파, 산불 등 기상 이변과 재난을 지켜보면, 이 기이한 장마는 기후위기의 전조인 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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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한국적 생태사상가’ 김종철 선생을 기억하며 우리 현대 지성사는 사회학자로서 나의 오랜 관심사였다. 신문에서도 그동안 두 번 다뤘다. 하나는 2013~2014년 경향신문에서 ‘우리 시대 사상의 풍경’이란 제목으로 우리 현대 사상가 24명을 탐구한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2018~2019년 한국일보에서 ‘100년에서 100년으로’라는 제목으로 역시 우리 현대 사상가 60명을 조명한 것이었다. 우리 현대사상은 서구 현대사상으로부터 작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서구 사상을 우리 역사와 사회의 맥락에서 재구성함으로써 한국적 사상을 일군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앞서 말한 두 기획에서 모두 다뤘던 이들은 그런 지식인들이었다. 강만길, 리영희, 이어령, 김우창, 백낙청, 이효재, 최장집, 박세일, 그리고 김종철이 바로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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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한국판 뉴딜에 대한 두 가지 생각 올 상반기에 가장 주목받는 두 개의 말은 ‘코로나19’와 ‘한국판 뉴딜’이다. ‘뉴딜’은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가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 패키지를 지칭한다. 한국판 뉴딜이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가져온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상황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판 뉴딜의 일차 버전이 제시된 것은 6월1일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였다. 구체적으로 한국판 뉴딜은 고용안전망 강화라는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D·N·A. 생태계 강화,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과 ‘그린 뉴딜’(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양축으로 하여 추진된다. 7개 분야의 25개 핵심 프로젝트에 2025년까지 총 76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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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코로나 이후의 생태적 계몽과 실천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1월20일이었다. 그로부터 100일 정도 지났다. 방역 모범국가로 일컬어질 만큼 우리 정부의 대처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많을 것들을 돌아보게 했다. 한 달 전 칼럼에서 나는 이 사태를 ‘이중적 뉴노멀 사회’의 도래로 명명한 바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라는 뉴노멀에 전염병의 불확실성이라는 또 하나의 뉴노멀이 중첩돼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경제와 전염병의 결합에 대해선 ‘위험의 경제학’이 요구되고, 허세로 드러난 글로벌 거버넌스를 대신해 ‘국가의 귀환’이 이뤄지며, 이 사태가 끝난 후 돌아갈 미래의 자리가 현재의 자리와 과거의 자리 사이에 놓인 ‘제3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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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코로나19 이후의 이중적 뉴노멀 사회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가 서유럽과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공공의료 수준, 사생활 중시의 개인주의 문화, 정부의 대처 역량에 따라 나라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지구적 공포가 최소한 여름까지 계속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정도의 충격이라면 지난 세기 스페인 독감에 필적한다.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인 1918~1919년에 발생했다. 전쟁으로 죽은 이들보다 많은 5000만명까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세 페스트 이후 서구사회에 큰 시련을 안긴 전염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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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코로나19 사태의 다섯 가지 사회적 코드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지 어제로 50일이 지났다. 국내 확진자의 증가세가 꺾이고 있는 건 다행스럽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가 늘어가는 상황은 결국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갈 거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전염병의 발생과 방역은 전문가의 식견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비전문가인 내가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전염병이 의학적 현상이자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의 사회적 코드로 지난 50일을 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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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포스트트루스 시대와 한국 민주주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데 중요한 제도 가운데 하나는 언론이다. 그 까닭은 언론이 시민들의 ‘계몽적 이해’를 가능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 있다. 정치학자 로버트 달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다음의 다섯 가지 기준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효과적 참여, 투표의 평등, 계몽적 이해의 확보, 의제 설정에 대한 최종적 통제의 행사, 성인들의 수용’이 그것이다. 여기서 계몽적 이해란 구성원들이 정책 대안과 이 대안이 가져올 결과들을 이해할 수 있는 동등하고 효과적인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계몽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 곧 공론장(public spher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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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코로나바이러스와 위험의 세계화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의 이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위험사회란 위험이 사회의 중심 현상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벡은 위험사회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위험은 전염성이 강하다. 둘째, 위험은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셋째, 과학의 발전에 비례해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 넷째, ‘안전’의 가치가 ‘평등’의 가치보다 중요해진다. 다섯째, 시민들의 불안이 증가함에 따라 안전은 물이나 전기처럼 공적으로 생산되는 소비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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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다시 읽는다 2020년 올해는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1920년에 사망한 지 100년이 된다. “우리는 그에 필적할 정도의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베버의 묘비명이다. 베버가 갖는 생명력의 원천은 정치·경제에서 종교·문화까지 현대사회 전반에 대한 넓고 깊은 통찰에 있다. 베버 사후 베버에 맞설 수 있는, 박식함과 심오함을 모두 갖춘 사회사상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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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굿바이, 2010년대! 2010년대가 저물어간다. 10년 단위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것은 다소 편의적이다. 역사는 단절이 아니라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막 지나가고 있는 2010년대라는 ‘디케이드(decade)’에 대한 기억과 성찰은 사회변동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사회학자들에겐 의미 있는 일이다. 지구적 차원에서 2010년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침체’가 진행돼온 시기였다. 대침체 시기의 사회변동은 2017년 ‘거대한 후퇴’로 명명됐다. 거대한 후퇴란 세계 질서가 전진하던 걸음을 멈추고 뒤로 물러서는 형국을 지칭한다. 거대한 후퇴를 가져온 원인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이중적 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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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나 홀로 사회’의 사회학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내년도 트렌드를 예상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트렌드보다 구조, 표층보다 심층에 주목하는 사회학의 특성상 트렌드 예측서에 큰 관심을 갖진 않는다. 하지만 트렌드는 유행인 동시에 추세다. 유사한 추세가 중첩돼 힘을 이루고, 이 힘이 결국 사회변동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그 트렌드에 내재하는 일관된 흐름을 사회학 연구자로서 눈여겨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