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융희
문화연구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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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출판의 자리 최근 온·오프라인 공간에선 독서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처음은 흥미로운 중년이 되기 위하여 독서를 많이 하라는 한 소설가의 칼럼 때문이었다. 그 칼럼은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과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 두 부류 모두를 자극하고 독서에 대한 담론에 한몫 거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불러일으켰다. 한동안 각종 칼럼부터 인터넷 SNS 곳곳엔 저마다의 독서론을 설파하는 논객들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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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문과는 대학원을 왜 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한 대학의 졸업생 게시판에서 인문계 대학원생이 후배들에게 진학상담을 해주는 걸 보게 되었다. 문과는 학위를 가져도 취업에서 혜택을 받는 경우가 드물고, 진로상담은 성공적으로 취업한 졸업생의 나르시시즘을 원동력으로 삼는 만큼 인문계 대학원생이 선뜻 상담을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드문 일이었다. 흥미가 돋아 들어간 게시글엔 재미있는 댓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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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새로운 질서 학습하기 아이에게 비염 증상이 있어 소아과를 찾았다. 개원 시간보다 40분가량 일찍 왔는데도 환자가 60명 넘게 대기 중이었다. 아데노 바이러스부터 독감까지 각종 기관지 질환이 함께 유행하고 있는 탓이다. 제법 큰 병원인데도 100명이 넘는 환자가 금방 들어찼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진료를 겨우 마치고 나가려는데 접수처에서 소란이 일었다. 한 가족이 자신들의 순서가 왜 이렇게 밀리는지 항의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조금 깊게 들어보니 ‘똑딱’ 애플리케이션(앱)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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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공포를 이용하는 사람들 지난 며칠 동안 통신판매 중개 플랫폼 ‘와디즈’가 시끄러웠다. 4억원 이상의 금액을 모은 챗GPT 활용 비법서가 사기냐 아니냐 공방이 일었던 탓이다. 비법서의 제작자는 자신들을 “실리콘밸리에서 왔다”고 밝혀 마치 실리콘밸리의 개발자 출신인 것처럼 착각하게 할 법한 멘트로 소개했지만, 실상은 그저 6일 동안 교류 모임 행사에 참여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을 ‘상위 1%’라고 자처했다. 사람들은 책과 필진의 관계를 바탕으로 챗GPT와 수익화, 두 가지 분야를 바탕으로 재력이나 프로그래밍 능력이 상위 1%라고 여기며 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그들이 스스로를 상위 1%라고 자평한 것은 유명대 재학생이었기 때문이란 것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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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대학 과제를 꼭 해야 할까? 질문을 물어보면 인공지능이 답해주는 챗GPT 탓에 대학가에 비상이 걸렸다. 공문을 통해 학생들이 인공지능 챗봇을 이용해 과제를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교강사들이 문제를 설계하고 해답지를 체크하는 데 조금 더 공을 들이라는 권고가 이어진다. 이러한 권고는 역설적으로 대학이 챗GPT와 맞서 싸울 어떠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자백이다. 거대한 시스템으로 막아낼 수 없기에 개개 교강사의 곡예로 해당 상황을 막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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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당근’이 만드는 이상적 공동체 아이를 키우는 건 하루하루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새로움은 아이에게서 비롯되지만, 간혹 외부에서 시작되는 새로움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아이의 교육발달에 맞춰서 만들어진 수많은 교육 서적이나 아이의 장난감, 익숙한 키즈카페가 아니라 베이비 카페부터 수많은 놀이시설과 편의시설까지. 이때까지의 나와는 접점이 없었던 세상으로의 길이 갑자기 개통된 것만 같았다. 나나 아내나 육아가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것이 하루하루 새롭다. 심지어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때가 많았으니, 뒤늦게라도 정보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뒤지게 된다. 왜 사람들이 산후조리원의 동기들이나 맘카페 등을 통해서 정보를 찾는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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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완결이라는 판타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결말은 이슈만큼이나 거대한 논쟁을 낳았다. 한쪽에서는 드라마 역사상 역대급 최악 엔딩이라는 비판부터, 다른 한쪽에서는 일반적인 드라마 문법을 따른 안전한 엔딩의 구조였는데 대중 소비자들이 웹 콘텐츠 시대에 너무 서사를 자극적이고 판타지적으로만 소비한다는 지적이 맞붙었다. 나는 웹소설 작가이자 연구자이다 보니 이런 논쟁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기껍다. 웹소설의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나 그것은 소비자의 높은 충성도 때문일 뿐, 그 안의 소비자 모수의 총량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렇다 보니 웹소설 개별 작품에 대한 비웹소설 독자의 관심이 많아질수록 독자층이 좀 더 확대되지 않을까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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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회빙환은 젊은이들 욕망일까 SBS 금토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 이어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연일 화제다.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 요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분석한 회귀물의 구조는 단순하다. 그들은 회귀물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이 지금, 여기의 육신에서 벗어나 현재의 지식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길 욕망한다고 단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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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위급 상황에서 존엄할 권리 이태원에서 일어난 끔찍한 참사는 며칠 동안 제대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정부는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였고 사건의 전후처리에 고심하는 중이다. 부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영면을 바랄 뿐이다. 참사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났는데 사람이 죽은 것 같다는 게시글이었다. 처음 글을 봤을 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고 아무래도 축제 기간이다 보니 음주와 관련한 작은 사고가 났을까 싶었다. 뉴스 등에는 자세한 사항이 나오지 않아 인터넷에 이태원 관련 사건 소식을 접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모자이크를 하지 않은 채 자리에 드러누워 CPR을 받는 사상자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시되고 있었다. 시신을 파란 방수포로 덮은 모습부터 다각도로 촬영된 사람들은 참사 속 피해자의 장면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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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기술발전과 윤리의 동행 8월26일,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제이슨 M 앨런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이겼고, 인간이 패배했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가 미술대회에 출품한 작품이 AI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의 제작물이 대회에서 수상하는 사건 자체는 낯설거나 새롭지 않다. 2016년, 일본의 문학상인 ‘호시 신이치’ 상에서 사토 사토시 교수가 만든 인공지능의 소설이 1차 예심을 통과한 적 있었다.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만으로 공모전을 진행한 사례도 존재한다. 2018년 KT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총상금 1억원을 내걸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웹소설 공모전을 열기도 하였다. 이렇듯 예술과 수많은 공모전에선 AI의 참여가 계속되어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AI를 이용한 예술창작이 최근 다시금 이슈가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과거에 비해 인공지능이 범용화되어 사용자들이 인공지능에 접근하기 쉬워졌으며, 사용 역시 무척이나 간편해진 것이 핵심이다. 앨런이 사용한 미드저니(midjourney) 프로그램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특별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모르더라도 가벼운 문장을 입력하기만 하면 쉽게 구현이 가능하다. 호기심으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프로그램이 발전하기 위한 데이터가 되는 형국이니, 앞으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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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출판 저작권 좀먹는 낡은 인식 지난 한 달, 출판콘텐츠 시장에 한 출판 물류 회사가 1만5000종의 도서 저작권을 위반한 사례가 드러나 큰 이슈가 되었다. 출판물류회사인 웅진북센이 국립국어원이 진행하는 ‘말뭉치 사업’ 중 ‘문어 말뭉치 사업’에 작가와 출판사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웅진북센은 2010년 인수한 북토피아의 콘텐츠 1만5933종에서 6억2271만7166개 어절을 빅데이터로 활용했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북토피아에 콘텐츠를 제공한 1188개 출판사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콘텐츠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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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콘텐츠 의식을 먼저 갖춰야 지난 2일 콘텐츠 업계의 유니콘 플랫폼 기업 리디(RIDI)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왓챠(WATCHA)의 인수 후보로 부상했다. 기존의 인수 후보는 웨이브와 쿠팡 플레이, 티빙 등 OTT 경쟁사들이 왓챠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온 상황에서 리디의 참전은 남다른 의미를 되새길 만하다. 웨이브와 쿠팡 플레이, 티빙의 왓챠 인수는 영상 플랫폼의 정체성 내에서 영상 내부의 양과 질적 도약을 위한 횡적 확대의 행보라면 전자책 서비스에서 웹소설, 웹툰 위주의 서비스로 확장되어 사업 영역을 공고하게 다지는 전자책 플랫폼 리디의 행보는 플랫폼의 정체성과 미디어적 틀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또 한 번의 확장 행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