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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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닭장 속 서열 언제부터인가 기성 미디어에는 돈독이 오른 기사들이 부쩍 늘었다. “우리 집은 부자일까? 35억은 있어야 상위 1%” “60억이 600억으로, 강남 빌딩 초대박” “유튜버 상위 10% 평균 수입 3억원” 같은 제목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 기사들은 대체로 같은 문법을 따른다. 제목 앞쪽에 큰 금액을 배치하고, ‘상위 1%’ ‘연봉 1억 이상’ 같은 상위 집단을 내세운다. 여기에 ‘잭팟’ ‘대박’ ‘부럽다’는 표현을 덧붙여 독자의 상실감과 비교 심리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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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지구는 누구의 것인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락하는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전쟁 불사를 외치고 있다. 동시에 그의 측근들이 이러한 전쟁 관련 정보를 활용해 불법 내부자 거래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고,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를 ‘반역’이라고 표현했다. 어찌 보나 이 전쟁은 전통적인 국가 간 전쟁의 관점에서 보자면 명분도 실리도 불분명한 이상한 전쟁이다. 우리만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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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불확실성의 시대에 산다는 것 한때 삼성그룹을 모티브로 인기를 끌었던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죽음과 환생, 복수의 서사가 중심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미래를 미리 아는 한 인물의 ‘실패 없는 베팅’이 자리한다. 그가 하는 투자, 사업, 결정은 백퍼센트 성공한다. 왜냐하면 장차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가 이렇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하지만 그런 세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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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국가창업시대’와 저무는 학력사회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창업시대”를 선언하며, 전통적인 방식의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고 이제는 고용 중심에서 창업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또 하나의 진부한 창업지원정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앞으로 전문직과 생산직을 막론하고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잡아먹는 ‘AI 기본사회’에 대한 적극적 대비책으로 읽혀야 한다. 창업이 그 위험성으로 인해 여전히 기피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전히 일자리 창출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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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탈팡’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작년 여름, 나는 중국에서 구글 없는 며칠을 보냈다. 중국은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연결망을 차단하고 있고, 당연히 유튜브도 볼 수 없었다. 강제로 주어진 ‘탈구글’ 시간 동안, 나는 자신이 얼마나 구글이라는 포위망 안에서 살아왔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몇달 후, 쿠팡 사태를 보며 분노한 나는 ‘탈팡’을 했고, 다시 한번 내가 쿠팡이라는 플랫폼에 습관적으로 접속해왔다는 것을 자성하게 되었다. 요컨대, 서서히 끓는 가마솥 속 개구리처럼, 나의 정신과 육체적 욕망은 철저히 계산된 플랫폼 자본주의에 의해 알고리즘화되었으며, 일상적 선택은 구글과 쿠팡에 의해 식민화되어 있었다. ‘탈옥’ 이후 구글과 쿠팡 없이 살아보는 일상은 나름의 해방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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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수능,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불수능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 비율이 3.11%에 불과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난이도 부분을 더 면밀히 살피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6~10% 수준의 1등급 비율을 목표치로 삼고 출제 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절대평가란 성취 목표에 따라 출제된 문항들을 통해 평가하는 방식이며, 교육과정에 따른 목표치가 분명하다면 그 결과로 1등급이 3%가 나오건 10%가 나오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절대학습성취의 결과를 드러낼 뿐, 시험의 실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등급별 비율을 먼저 정해놓고 문제 수준을 그에 맞추겠다는 원장의 말은 결국 이 시험이 무늬만 절대평가일 뿐 실제로는 선발의 편의를 위해 관습적으로 이루어지던 상대평가의 재판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교육부가 이를 전혀 몰랐다는 듯 “수능 출제와 검토 전 과정에 면밀한 조사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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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AI 인재 양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 “국가도 공부해야 하고, 국민도 공부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보고회에서 한 말이다. 대한민국이 학습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근대 산업화 과정이 에너지와 기계로 표현되는 ‘물리의 시대’에서 출발해 지식과 정보를 매개로 한 ‘디지털 시대’로 진화해왔다면, 이제 인터넷과 딥러닝,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한 ‘학습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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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기다림 끝에 들린 무심한 한마디 한 달 전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국민은 대통령의 입을 통해 교육에 대한 비전을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공식 설정된 의제 가운데 교육은 없었다. 그나마 짧은 발언이 나온 것도 우연히 기회를 얻은 한 기자의 질문 덕이었다. 마지못해 답을 하는 그의 말투는 마치 구경꾼 같았다. “정시냐 수시냐는 본질이 아니다. 근본 원인은 과잉경쟁이다. 노동시장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모두 옳은 말이다. 하지만, 입시와 사교육의 늪에 빠진 학생과 부모에게는 비정하게 들릴 만큼 차가운 진단이었다. 산업재해나 청년 민생 등에 대해서는 따뜻한 공감과 포용의 모습을 보여왔던 그가 왜 입시 과잉경쟁의 수렁에서 고통받는 아이와 가족들을 적극적으로 껴안고 위로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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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수시세대 청년들의 ‘정치 보수화’ 20여년 전만 해도 학교의 교육 기능과 선발 기능은 비교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학교의 내신 성적은 대학 입학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선발은 학력고사 등 별도의 시험을 통해 이뤄졌다. 물론 학교 수업은 입시 중심이었지만, 최소한 학교의 동급생들이 적대적인 경쟁자 관계로 서열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7년 무렵부터 대학 입시에서 수시모집의 비율이 정시모집을 넘어섰고, ‘학종’이 입시의 대세가 됐다. 내신 등급은 곧 대입의 잣대가 됐고, 등급은 곧 계급이 돼 그들의 존재성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거친 청년들을 나는 ‘수시세대’라고 부른다. 수시세대는 학교생활기록부가 주요 전형으로 자리 잡은 시기에 대입을 준비한 세대이며,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 다양한 비교과 활동, 봉사활동,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았다. 나이로 따지면 현재 20대에서 30대 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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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강남 3구 학업중단 현상을 보는 시각 며칠 전 복수의 보도 매체가 “서울에서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그만두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남 3구”라는 기사를 냈다. 고등학교 학업중단율이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2.7%였고 송파구가 2.1%였다는 것이다. 또한 “강남 3구의 학업중단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2021년 1.4%에서 지난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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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실용주의’ 정부의 사람 찾는 실력 김영삼 정부 이래 지금까지 교육부 장관은 모두 28명이었다. 그 가운데 유은혜 장관처럼 3년 이상 재임하거나 안병영, 이주호 장관처럼 두 정부에 걸쳐서 재등용된 장관도 있지만, 장관직을 초단기로 사임하거나 후보자 자격 단계에서 사퇴한 분도 6명이나 있다. 이 중 3명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였고, 또 다른 3명은 박근혜, 윤석열 정부 때였다. 어떤 경우이건, 조기 사퇴자가 나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중요한 직책에 인재를 중용하는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발생하는 일이며, 문제가 두드러졌을 때 빨리 결단을 내리는 일도 좋은 정부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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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인구감소시대, 4060세대를 깨워라 국가 교육체계는 사회 변화와 인구 구조의 변동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근대사회 초기 인구 구조는 유소년층이 많고 노년층이 적은 전형적인 피라미드 형태였고, 당시 교육체계의 핵심 과제는 급증하는 아동 인구를 집단적으로 수용하고 교육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 증가로 인해 인구 구조가 방추형으로 전환되면서, 교육의 중심축도 변화를 겪었다. 특히 40~60대 중장년층 대상의 성인 계속교육이 국가 교육체계의 새 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 세대의 경력과 전문성에 대한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이 인구 감소 시대에 국가 경쟁력과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