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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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벚꽃의 기후리스크 시그널 무시하면 오너리스크 얼마 전 한 지자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가 큰 화제가 되었다. 개화 시기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지역 벚꽃축제에 벚꽃이 만개하지 않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 없습니다”라는 흥미로운 광고를 게재해서다. 겨울 및 초봄 기온 상승으로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어서 많은 지자체가 아마 올해도 개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축제 날짜를 빠르게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런데 올해 실제 벚꽃 개화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지자체들은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할 수밖에 없는 슬픈 봄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히 꽃이 없는 축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찾은 수십만의 관광객, 준비를 진행한 지자체들의 경제적 손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큰맘 먹고 벚꽃을 보기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했던 분들은 내년에 그곳을 다시 찾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개화 시기를 잘못 추정한 것이 경제적 문제를 넘어 정성스레 축제를 준비한 지자체의 지역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온난화에 대한 식물의 반응, 즉 기후변화로 인한 개화 시기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경제, 사회, 지역 문제로 커질 수 있는 사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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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우주청,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주로 나아가라 지난달 일본 쓰쿠바에 있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에 기후변화 연구 협력을 위해 다녀왔다. 방문 첫날 JAXA 연구단지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하늘에 펄럭이는 커다란 태극기가 우리 눈을 사로잡았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후변화 유발물질인 온실가스를 함께 연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곳에 왜 태극기가 휘날리는지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의 이 작은 협력이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그곳 과학자들과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아직 한국은 온실가스를 측정할 수 있는 위성이 없기에 다른 국가에서 쏘아 올린 위성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 연구팀은 해마다 일본 JAXA뿐 아니라 미국항공우주국(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유럽우주국(ESA·European Space Agency) 연구팀을 만나 한국 지역의 온실가스 측정값을 확보하기 위한 협조 요청을 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열심히 연구할 것이니 너희 나라 위성으로 한국을 더 많이 측정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료를 구걸하는 것일 수 있지만 기후변화라는 인류 최대의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위성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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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차가운 겨울이 그리운 설원의 눈물 주말을 맞아 아들과 스키장에 다녀왔다. 숨 막혔던 일상에서 탈출하듯이 빠져나와 하얀 설원 위에 서 있으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이곳 설원 위에 몸을 맡긴 대다수 사람이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여느 때와 같이 리프트를 타고 능선을 오르는 순간 흔치 않은 광경을 발견했다. 깊은 계곡 사이로 눈이 녹아 시내가 되어 흘러내려 가는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능선에 쌓여 있어야 할 눈이 녹아내린 것이다.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았기에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사실 크게 놀라운 광경은 아니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는 전 지구의 겨울 기온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곳 강원도의 산골짜기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본능으로 데이터를 살펴보니 스키장이 있는 이곳 평창의 겨울철 낮 기온은 연간 약 0.1도 즉 10년에 약 1도 이상 증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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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도시숲, 석유 왕국이 꿈꾸는 미래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하기 위해 난생처음 중동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뜨거운 사막 위에 세워진 황금의 도시 두바이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구의 랜드마크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하늘을 뚫을 것처럼 솟아 있는 거대한 구조물들을 보고 있으니 인간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12월임에도 불구하고 살을 태울 것만 같은 뜨거운 햇빛, 지독하게 메마른 공기, 눈을 찌르는 거센 모래바람 등 극한의 환경을 처음 경험한 나로서는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기후변화를 유발한 화석연료를 팔아 세워진 도시라는 껄끄러운 상황이지만 어쩌면 이 도시는 인간에게 한계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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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기후안보, 총칼보다 강한 위협에 대처하라 아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건만 세계의 화약고 중동 가자지구가 뜨겁다. TV 너머 보이는 참혹한 세상은 내가 체감할 수 없기에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것은 영화가 아니고 현실이며 총칼과 같은 무기에 무수한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고 주변국 또는 내부의 분쟁으로부터 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간과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기후안보, 즉 기후변화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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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뜨거워지는 지구의 차가운 심장 폭우와 폭염으로 다사다난했던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왔다. 가을향기 듬뿍 담은 차가운 공기에 지난여름 폭염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과는 달리 지난여름 뜨거운 폭염의 위력은 지구의 많은 지역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폭염으로 무기력해진 중위도 지역 나무들은 허수아비처럼 서 있기만 할 뿐 제대로 된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더운 날씨에 말라버린 호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뿜어내는 온실가스 배출원이 돼 버렸다. 적도 밀림에서 북반구 고위도 한대 산림까지 뜨거운 폭염과 메마른 공기로 매일같이 산불이 발생했다. 뜨거워진 북극의 바다는 해빙의 얼음두께를 얇게 만들어 이례적인 해빙 구멍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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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기후 팬데믹,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후회할 날 온다 2023년 여름,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한국의 혹독한 물난리를 뒤로하고 미국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JPL)와 공동연구 논의를 위해 출장을 온 이곳 로스앤젤레스(LA)의 날씨도 매일 40도를 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10여년 전 이곳에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도 여름 더위는 굉장했지만 지금은 훨씬 더운 것 같다. 낮에는 살을 태울 것 같은 더위로 밖에 나가 잠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이다. 6일 밤 이곳 뉴스에서 흥미로운 기사가 흘러나왔는데 바로 옆 마을 가정집 수영장에 곰이 들어온 것이다. 보통 곰은 추운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 민가로 내려오는데 이제 여름 더위를 참지 못해 민가의 수영장에 몸을 식히러 온 것이다.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는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웃을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더 더워지면 더 많은 짐승들이 민가의 수영장을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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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모기,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앙의 메신저 2019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중국의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COVID-19)’의 발병이다. 2023년 3월 기준 전 세계에서 6억8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감염됐고, 그중 약 1%인 680만명이 사망했다. 매일 저녁 뉴스에 나오는 감염자 숫자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 병에 걸릴 수도 있겠다며 두려움에 떨던 기억이 있다. 매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감염자 숫자도 놀라웠지만, 사실 더 놀라운 점은 코로나19 감염자를 줄이기 위해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인간 삶의 모든 질서를 바꾼 것이다. 대학에서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 기업은 재택근무, 회식이 사라지고 혼자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등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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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역사를 지키는 것 또한 탄소중립 기술이다 며칠 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가 경복궁 근정전 일대에서 열렸다. 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가 한국의 중심 서울 도심에서 열린 것도 대단한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런웨이가 궁궐이라는 것이다. 역사 드라마 속 임금과 신하들은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있어 유행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궁궐에서 열린 패션쇼라니 재밌다. 개인적으로 패션에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이런 행사가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영상을 찾아보고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화면을 밝히는 별은 런웨이를 걷는 모델이 아니라 궁궐 그 자체였다. 이 아름답고 웅장한 광경을 전 세계인이 봤을 것이라 생각하니 괜히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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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독감 걸린 지구 오랜만에 학회 참여를 위해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언제나 그렇듯 선후배들의 새로운 연구결과를 볼 때면 부럽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그래도 천성이 과학자인지 학회에서 지식을 나누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예기치 않게 독감에 걸려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목이 아프고 심하게 갈증을 느끼며 열이 나는 것이다. 너무 바쁘게 살아서 좀 쉬라고 휴식을 준 것인지, 심한 독감에 꼬박 이틀을 잠만 잤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문득 내가 걸린 독감 증상이 지금 지구의 증상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극단적인 비교이긴 하지만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올봄 지독하게 물이 마르고 고온에 시달리는 지구, 어쩌면 지구도 나처럼 독감에 걸린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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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봄꽃 어느덧 추운 겨울은 가고 다시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잠잠해진 코로나19 덕에 3월의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몰려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봄꽃 아래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너무나 반가운 새 학기가 시작된 것이다. 봄꽃과 신입생은 이렇게 우리에게 봄을 일깨워주는 계절의 지시자로서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봄꽃이 피면 캠퍼스에 신입생이 오겠구나! 또는 신입생이 보이면 봄이 왔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이 둘 관계의 시간적 동시성에 문제가 생겼다. 이제는 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봄꽃의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다른 계절의 지시자인 신입생에게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봄이 따뜻해진다고 신입생은 학교에 빨리 오지 않지만, 봄꽃은 추운 겨울을 향해 시간을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생명을 앗아갈지 모를 봄추위와 찬 서리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꽃이 사람보다 멍청해서 그런 걸까? 과연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봄꽃은 우리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지금부터 그 답을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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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기후테크, 탄소중립 세상으로 이끌어 줄 게임체인저 며칠 전 인공위성을 이용한 대기 중 탄소(이산화탄소, 메탄) 측정 자료 확보를 위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국립환경연구소(NIES)를 방문하였다. 아직 우리는 국토 곳곳에서 발생하는 ‘실제’ 탄소배출을 파악할 수 있는 위성이 없기에 온실가스 위성 2개를 보유한 일본에 자존심은 조금 상하지만 자료 동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오랫동안 연구를 함께해온 신의를 통해 앞으로 한국에 더 많은 측정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매우 기뻤지만 사실 부러운 마음이 더 컸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최근 들어 경제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평가받는 일본이지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과학기술의 수준은 그 어느 국가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