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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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숲이 없는 미래는 없다 산불은 산림을 태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수질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산불 발생에서 또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산사태와 홍수 그리고 탄소다 숲은 인류의 동반자이자 미래다. 좀 더 가꾸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미래를 다루는 공상과학 영화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나무가 있는 미래와 그렇지 않은 미래. 2100년 이후에도 인류가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아남아 있는 밝은 미래를 그리는 영화 대부분은 나무, 꽃, 곤충, 동물이 공존하는 식생이 가득한 초록색 숲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이뿐만 아니라 화성을 탐사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영화에서도 결국 인간의 생존을 결정짓는 것은 식물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맞이하고 싶지 않은 척박한 미래를 그리는 영화들은 대부분 어두운 색의 배경에 숲은 고사하고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숲이 없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어떤가. 스스로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물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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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트럼프2.0 시대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 트럼프2.0 시대가 되면서기후변화와 관련된 일들이축소될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중요한 것은해외오염관세법처럼자국 산업 보호 제도로우리를 압박하는 것이다미국의 역내 산업 보호가오히려 역외 국가들의환경규제가 될 수 있다 트럼프가 뭐라고 말하든우리는 우리가 하던 대로기후위기 대응 전략을수립해 나가야 한다또한 기후테크와 같은미래 기술 투자·선점으로포스트 트럼프 시대를이끌 힘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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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기후변화 막기 위한 당신의 출근룩은? 패션 산업의 지나친 소비와 폐기물 급증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라는 두 가지 큰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 내 패션이 지금 우리가 경험 중인 기후변화를 바꾸는 데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어쩌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아주 쉽고도 강력한 기후위기 솔루션일 수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날씨를 확인하고 출근길에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에 잠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매일 어떤 옷을 입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유일하게 교복을 입던 중학교 시절을 제외하곤 매일 고민거리가 확실하다. 이제 그 사람이 어떤 옷을 입느냐는 단순히 멋을 넘어 그 사람의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이 옷차림을 결정하는 가장 우선 요인은 날씨일 것이다. 그런데 그 날씨가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반소매를 찾게 만드는 따뜻한 날이 늘어나게 만들고 갑자기 폭설이 내리거나 한파를 몰고 오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반면 봄, 가을 간절기 때 입던 옷들은 옷장에 갇힌 채 바깥세상 구경할 날이 줄어들고 있다. 분명 기후변화는 사람들의 옷차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아직 이것이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결국 기후변화는 사람의 선택을 바꾸고 나아가 의류 산업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후변화는 패션 트렌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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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뜨거운 지구가 내린 차가운 눈 11·12월의 폭설이 내린가장 중요한 원인은지구온난화 때문이다뜨거워져서 녹는 게 아닌뜨거워져서 차가워진 것 그러나 앞으로 몇년 후엔눈 내리는 겨울이 아니라비만 내리는 겨울로한반도 기후가 바뀔 것이다어쩌면 강력한 폭설은지구의 SOS일지 모른다 지구 미래를 바꿀 수 있는답은 간단하다탄소를 줄이면 된다소비자로서 개인의 힘을모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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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아이들 미래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 기후위기는 아이들의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의 4대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은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는 한국의 자연환경과 온화한 날씨다 외부 방해 요인과 내부 고민이 쌓여가겠지만 우리가 탄소중립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한다면 아직 우리에게 기회는 있을 것이다 지금 카스피해 연안 국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는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 변동으로 이번 총회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는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아무래도 올해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기후변화 피해가 발생했기에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 이번에는 2025년 이후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언제 얼마나 조성하고 누가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맞이할 미래 기후변화 영향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재원을 쌓아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재원은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미래세대, 즉 우리의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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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기후위기시대, 인공지능의 빛과 그림자 현재 수준에서 보면기후변화 완화에 있어서AI는 긍정보다 부정적 면이좀 더 강하고적응에 있어선 긍정적 면이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은과거 우리가 걸어왔던방식과 유사한 것 같다하지만 AI가 우리에게필요한 기술이라는 점을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의 방식은아닌 것 같다기후변화 완화에 있어서부정적 면 빠르게 극복할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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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기후를 바꾸기 위한 문화혁명이 필요한 시간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 사회 고유의 문화가 바뀌어야만 한다 역사에는 세상을 바꾼 많은 혁명이 있었다. 지금 전 지구의 인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문화혁명이다 한국의 문화혁명이 한국을 넘어 지구 미래를 바꿀 수 있게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친구가 나를 만나서 제일 먼저 건넨 말은 “한국 왜 이렇게 더워, 기후변화 때문이야?”라는 질문이었다. 나에게 본인이 살고 있는 싱가포르 기온을 보여주며 “지금 싱가포르가 32도인데 서울은 35도야.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라고 물었다. 한국은 이제 가을이라 시원할 줄 알고 그렇게 물어본 것이다. 분명 과거에 방문했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며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싱가포르처럼 일 년 내 기온이 일정하게 더운 열대지역은 정말 기온이 크게 오르지 않는 한 기후가 변한다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 반면에 사계절이 확실한 한국은 더위와 추위의 경계가 분명하여서 추워야 할 시기에 기온이 따뜻하면 쉽게 변화를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계절의 벽이 무너지는 현상이 결국 기후변화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네가 지금 느끼는 이 더위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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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비가 그친 이후 시작될 것들 집중호우는 단순히 물의 양이 늘어난다는 물리적 현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가올 폭염이나 가뭄도 마찬가지다 지금부터라도 기후변화의 측면에서 복합재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과학적으로 진단해 피해를 정확히 예측할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진짜 큰 피해는 비가 그치고 난 이후에 시작될 것이다 정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매일 억수같이 비가 쏟아진다. 며칠 전 전북 군산에서는 시간당 146㎜의 비가 내렸다. 초등학교 시절 많이 쓰던 15㎝ 자 높이만큼의 물이 1시간 만에 머리 위로 쏟아진 것이다. 여기가 한국인지, 동남아인지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사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높아졌고 주변 해수면 온도 또한 상승해서 이미 아열대 기후의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이렇게 짧고 굵게 아열대 스콜 같은 집중호우가 내려도 어색한 상황은 아니다.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기상학적 이유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름 기후가 변한 것이다. 한반도 여름 기후 그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똑같은 메커니즘의 강우 패턴이 형성되어도 비가 더 많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비는 분명 기후변화의 증거라고 보는 것이 더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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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올여름이 제일 시원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 반도체 패권, 수명 연장, 치매 극복, 암 정복 등 다양한 난제를 국가의 최우선 어젠다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갈 삶의 터전이 붕괴된다면 새로운 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후위기가 불러온 이상기후는 한 국가의 미래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것이 이상기후가 가지고 있는 무서운 도미노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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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꿀벌 실종사건의 주범은 기후변화? 벌을 연구하면서기후변화의 무서움을더 절실히 깨닫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연구와많은 다른 연구들은기후변화를벌의 생존을 위협하는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벌이 사라지면당신의 모닝커피만없어지는 게 아니라지구생태계가무너진다는 것을가슴에 새겨야 한다 “교수님, 왜 꿀벌 연구하시나요?” 최근 들어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아무래도 내가 곤충을 연구하는 곤충·생물·생태학자가 아니라 기후변화, 특히 탄소순환을 주로 연구하는 기후과학자이기에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벌이 무섭다. 어릴 때 친구들이랑 벌을 잡다가 쏘인 트라우마로 인해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나에게는 밀림의 제왕 사자보다 무서운 존재다. 그런 내가 벌들과 함께 지내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벌의 실종 사건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이슈이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을 못 찾고 있다. 그래서 만약 꿀벌 문제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면 사람들이 좀 더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우리는 무섭고도 험난한 꿀벌과의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꿀벌의 실종과 기후변화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하나둘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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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벚꽃의 기후리스크 시그널 무시하면 오너리스크 지금 우리 모두 기후리스크에 대응하지 않으면 벚꽃축제는 국사책 속에서나 볼 것이다10년 후에 파인애플 축제를 하면 되겠지 위안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벚꽃을 역사에 묻어두기에는 너무 아름답다우리는 기후리스크를 진정성 있는 자세로 다루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말이다 얼마 전 한 지자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가 큰 화제가 되었다. 개화 시기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지역 벚꽃축제에 벚꽃이 만개하지 않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 없습니다”라는 흥미로운 광고를 게재해서다. 겨울 및 초봄 기온 상승으로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어서 많은 지자체가 아마 올해도 개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축제 날짜를 빠르게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런데 올해 실제 벚꽃 개화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지자체들은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할 수밖에 없는 슬픈 봄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히 꽃이 없는 축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찾은 수십만의 관광객, 준비를 진행한 지자체들의 경제적 손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큰맘 먹고 벚꽃을 보기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했던 분들은 내년에 그곳을 다시 찾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개화 시기를 잘못 추정한 것이 경제적 문제를 넘어 정성스레 축제를 준비한 지자체의 지역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온난화에 대한 식물의 반응, 즉 기후변화로 인한 개화 시기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경제, 사회, 지역 문제로 커질 수 있는 사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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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우주청,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주로 나아가라 한국도 우주청이라는새로운 조직이 생긴다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우선 지나치게 늘어난국가 위성사업 리더십을발휘할 수 있는조직이 되면 어떨까 한다또 하나 중요한 점은글로벌 리더십이다새로운 우주청은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기후변화 대응이라는시대 소명을 새겨야 한다 대한민국 우주청이혁신적 우주기술 개발로전 세계 탄소중립을 위한지구탐사의 선봉장으로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