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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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뜨거운 지구가 내린 차가운 눈 지금 강원 평창에서는 서울대 학생들과 연구원들이 1년 동안 준비한 기후위기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름은 ‘Save Our Snow(SOS)’. 눈을 구하자는 뜻도 있지만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SOS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눈을 주목한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자원 중 기후변화로 가장 빨리 사라질 거라 예상되는 것이라서다. 눈은 그 자체로 온대기후 지역의 겨울을 상징하는 자원이기도 하지만, 햇빛을 반사해서 온난화를 막고, 봄이면 녹아서 인간과 동물에게 수자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 땅을 덮어 동물들이 땅속에서 따뜻하게 겨울잠을 잘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눈이 사라진다면 눈사람을 못 만드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기온, 수자원 그리고 생물다양성까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많은 부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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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아이들 미래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 지금 카스피해 연안 국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는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 변동으로 이번 총회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는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아무래도 올해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기후변화 피해가 발생했기에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 이번에는 2025년 이후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언제 얼마나 조성하고 누가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맞이할 미래 기후변화 영향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재원을 쌓아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재원은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미래세대, 즉 우리의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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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기후위기시대, 인공지능의 빛과 그림자 한 편의 영화 같던 뜨거운 여름이 지나갔다. 거리 풍경은 여전히 가을이라기에 어색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던 이상기후를 경험하면서 기후가 변했다는 것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는 것 같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첫인사는 기후가 변했다는 얘기다. 지난주 한·일 기후변화 워크숍 참석차 일본 도쿄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한국과 일본의 과학자는 누가 더 뜨거운 여름을 경험했는지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는 우스꽝스러운 촌극도 빚어졌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지금 전 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뜨거운 키워드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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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기후를 바꾸기 위한 문화혁명이 필요한 시간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친구가 나를 만나서 제일 먼저 건넨 말은 “한국 왜 이렇게 더워, 기후변화 때문이야?”라는 질문이었다. 나에게 본인이 살고 있는 싱가포르 기온을 보여주며 “지금 싱가포르가 32도인데 서울은 35도야.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라고 물었다. 한국은 이제 가을이라 시원할 줄 알고 그렇게 물어본 것이다. 분명 과거에 방문했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며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싱가포르처럼 일 년 내 기온이 일정하게 더운 열대지역은 정말 기온이 크게 오르지 않는 한 기후가 변한다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 반면에 사계절이 확실한 한국은 더위와 추위의 경계가 분명하여서 추워야 할 시기에 기온이 따뜻하면 쉽게 변화를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계절의 벽이 무너지는 현상이 결국 기후변화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네가 지금 느끼는 이 더위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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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비가 그친 이후 시작될 것들 정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매일 억수같이 비가 쏟아진다. 며칠 전 전북 군산에서는 시간당 146㎜의 비가 내렸다. 초등학교 시절 많이 쓰던 15㎝ 자 높이만큼의 물이 1시간 만에 머리 위로 쏟아진 것이다. 여기가 한국인지, 동남아인지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사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높아졌고 주변 해수면 온도 또한 상승해서 이미 아열대 기후의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이렇게 짧고 굵게 아열대 스콜 같은 집중호우가 내려도 어색한 상황은 아니다.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기상학적 이유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름 기후가 변한 것이다. 한반도 여름 기후 그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똑같은 메커니즘의 강우 패턴이 형성되어도 비가 더 많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비는 분명 기후변화의 증거라고 보는 것이 더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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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올여름이 제일 시원할 것입니다 아침부터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반갑기 그지없다. 사실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지 않기에 여름 장마 기간은 늘 피하고 싶은 시즌이지만 이번은 다르다. 며칠간 이어지던 폭염으로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도 전에 더위 맛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동안 기후변화에 의문을 갖던 분들도 이제야 기후변화를 실감한다고 할 정도였다. 게다가 지금 이 폭염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여기저기 지구가 끓어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는 계속 뜨거워져 여름철 폭염의 강도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기후과학자들의 예측 그대로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은 어떨까? 당연히 더 뜨거울 것이다. 나 또한 매해 기후변화 강의에서 하는 얘기가 있다. 올여름이 당신의 인생에서 제일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올해부터 한번 두고 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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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꿀벌 실종사건의 주범은 기후변화? “교수님, 왜 꿀벌 연구하시나요?” 최근 들어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아무래도 내가 곤충을 연구하는 곤충·생물·생태학자가 아니라 기후변화, 특히 탄소순환을 주로 연구하는 기후과학자이기에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벌이 무섭다. 어릴 때 친구들이랑 벌을 잡다가 쏘인 트라우마로 인해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나에게는 밀림의 제왕 사자보다 무서운 존재다. 그런 내가 벌들과 함께 지내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벌의 실종 사건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이슈이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을 못 찾고 있다. 그래서 만약 꿀벌 문제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면 사람들이 좀 더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우리는 무섭고도 험난한 꿀벌과의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꿀벌의 실종과 기후변화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하나둘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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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벚꽃의 기후리스크 시그널 무시하면 오너리스크 얼마 전 한 지자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가 큰 화제가 되었다. 개화 시기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지역 벚꽃축제에 벚꽃이 만개하지 않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 없습니다”라는 흥미로운 광고를 게재해서다. 겨울 및 초봄 기온 상승으로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어서 많은 지자체가 아마 올해도 개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축제 날짜를 빠르게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런데 올해 실제 벚꽃 개화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지자체들은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할 수밖에 없는 슬픈 봄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히 꽃이 없는 축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찾은 수십만의 관광객, 준비를 진행한 지자체들의 경제적 손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큰맘 먹고 벚꽃을 보기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했던 분들은 내년에 그곳을 다시 찾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개화 시기를 잘못 추정한 것이 경제적 문제를 넘어 정성스레 축제를 준비한 지자체의 지역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온난화에 대한 식물의 반응, 즉 기후변화로 인한 개화 시기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경제, 사회, 지역 문제로 커질 수 있는 사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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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우주청,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주로 나아가라 지난달 일본 쓰쿠바에 있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에 기후변화 연구 협력을 위해 다녀왔다. 방문 첫날 JAXA 연구단지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하늘에 펄럭이는 커다란 태극기가 우리 눈을 사로잡았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후변화 유발물질인 온실가스를 함께 연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곳에 왜 태극기가 휘날리는지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의 이 작은 협력이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그곳 과학자들과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아직 한국은 온실가스를 측정할 수 있는 위성이 없기에 다른 국가에서 쏘아 올린 위성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 연구팀은 해마다 일본 JAXA뿐 아니라 미국항공우주국(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유럽우주국(ESA·European Space Agency) 연구팀을 만나 한국 지역의 온실가스 측정값을 확보하기 위한 협조 요청을 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열심히 연구할 것이니 너희 나라 위성으로 한국을 더 많이 측정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료를 구걸하는 것일 수 있지만 기후변화라는 인류 최대의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위성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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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차가운 겨울이 그리운 설원의 눈물 주말을 맞아 아들과 스키장에 다녀왔다. 숨 막혔던 일상에서 탈출하듯이 빠져나와 하얀 설원 위에 서 있으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이곳 설원 위에 몸을 맡긴 대다수 사람이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여느 때와 같이 리프트를 타고 능선을 오르는 순간 흔치 않은 광경을 발견했다. 깊은 계곡 사이로 눈이 녹아 시내가 되어 흘러내려 가는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능선에 쌓여 있어야 할 눈이 녹아내린 것이다.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았기에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사실 크게 놀라운 광경은 아니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는 전 지구의 겨울 기온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곳 강원도의 산골짜기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본능으로 데이터를 살펴보니 스키장이 있는 이곳 평창의 겨울철 낮 기온은 연간 약 0.1도 즉 10년에 약 1도 이상 증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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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도시숲, 석유 왕국이 꿈꾸는 미래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하기 위해 난생처음 중동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뜨거운 사막 위에 세워진 황금의 도시 두바이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구의 랜드마크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하늘을 뚫을 것처럼 솟아 있는 거대한 구조물들을 보고 있으니 인간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12월임에도 불구하고 살을 태울 것만 같은 뜨거운 햇빛, 지독하게 메마른 공기, 눈을 찌르는 거센 모래바람 등 극한의 환경을 처음 경험한 나로서는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기후변화를 유발한 화석연료를 팔아 세워진 도시라는 껄끄러운 상황이지만 어쩌면 이 도시는 인간에게 한계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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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기후안보, 총칼보다 강한 위협에 대처하라 아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건만 세계의 화약고 중동 가자지구가 뜨겁다. TV 너머 보이는 참혹한 세상은 내가 체감할 수 없기에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것은 영화가 아니고 현실이며 총칼과 같은 무기에 무수한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고 주변국 또는 내부의 분쟁으로부터 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간과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기후안보, 즉 기후변화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