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전라도 천년사

손제민 논설위원
<전라도 천년사>의 4권(선사·고대 3)의 표지. http://www.jeolladohistory.com/에서 34권의 책과 6권의 자료집 전문을 볼 수 있다.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는 공식 출간 전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기 위해 공람 기간을 7월9일까지 연장했다.

<전라도 천년사>의 4권(선사·고대 3)의 표지. http://www.jeolladohistory.com/에서 34권의 책과 6권의 자료집 전문을 볼 수 있다.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는 공식 출간 전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기 위해 공람 기간을 7월9일까지 연장했다.

<전라도 천년사>는 전남·전북도와 광주시가 전라도 이름 등장 1000주년(고려 현종 9년 기준)인 2018년 발주해 연구자 200여명이 참여한 역사서다. 하지만 책 발간 전부터 논란이 됐다. 일부 내용이 전라도 땅을 마치 일본 땅이었던 것처럼 서술한다고 비판받으면서다. 일본 사서인 <일본서기>를 인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는 지난 2월 <전라도 천년사>가 남원을 ‘기문’, 장수를 ‘반파’, 해남·강진을 ‘침미다례’, 구례·순천을 ‘사타’라는 <일본서기> 표기명으로 표현한 부분 등을 들어 임나일본부설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나일본부설은 4세기 ‘야마토 왜’가 한반도 남부 지역을 식민지로 삼았다는 <일본서기>의 주장이다. 그런 비판에 지역 정치인들도 동참했다.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가 지난 4월 e북 형태로 공개한 책 34권과 자료집 6권 전문을 살펴봤다. 나주 지역 구석기 유적부터 전주국제영화제·광주비엔날레까지 반만년 전라도 역사를 다룬다. 도민연대 측이 주로 문제 삼은 4권 ‘선사·고대3’의 백제의 영토적 성장과 주변 소국 부분을 살펴보면 식민사관 비판은 과도한 것 같다. 해당 필자들은 <삼국사기>를 중심으로 중국의 <진서> <양직공도>, 일본의 <일본서기> 등 다양한 사서와 도록, 금석문을 비교·분석했다. <일본서기>가 황국사관에 의해 왜곡·변형된 사서라는 점도 분명히 인식한 채 접근했다. 책 곳곳에서 임나일본부설을 반박하고 있다.

역사학자라면 기록이 많지 않은 고대사를 복원하려 할 때 <일본서기>를 참고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일본에 천자문을 전했다는 왕인 박사, 법륭사 금당 벽화를 그린 고구려 승려 담징 등의 사례는 <일본서기>에 나온다. 30년 전통의 전남 영암 ‘왕인문화축제’도 식민사관에 물든 행사여서 폐지해야 할 것인가.

이강래 전남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전라도다움’의 원형을 탐구하려고 했다고 했다. 지역 정체성은 근대 민족국가보다 오래된 것이다. 그것은 이웃나라와의 교류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근대 이후 관념으로 과거를 보려는 관성을 피하긴 쉽지 않지만, 수천년 전 사람들의 세계를 보려고 할 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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