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숙
후마니타스 연구소장·논설위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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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참을 수 없는 반도체 인재론의 가벼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지 2주째, 이른바 ‘반도체 인재론’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런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콕 찍혀, 부처의 명운이 걸리게 된 교육부는 연일 ‘반도체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다. 국무회의 이틀 뒤 한덕수 국무총리와 반도체 인재 양성 논의를 시작한 이후,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인재 수요’ 토론회를 열어 부처 전체가 온·오프로 반도체 열공을 하는가 하면, 연일 각종 간담회와 대책회의를 숨가쁠 정도로 개최하고 있다. 첨단 인재 양성 특별팀이 꾸려졌고 다음달 중 관련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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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우리는 왜 부모 되기를 두려워할까 사실 이 칼럼 제목은 얼마 전 필자가 참여한 인터뷰의 주제다. 세칭 국내 최고 명문대 학생들이 인터뷰를 요청하며 찾아왔다. ‘공동체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과정을 탐색해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는 전공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 정한 조별 과제가 ‘우리는 왜 부모 되기를 두려워할까’였다. 여러 질문을 받았지만, 학생들이 정말 알고 싶었던 건 한마디로 ‘어떻게 부모가 될 결심을 했느냐’였던 것 같다. 언제, 어떻게 부모가 되기로 결정했나, 2명을 낳기로 한 이유가 있나, 두렵진 않았나, 후회한 적은 없나, 부모 됨의 행복감과 부담감에 대해 말해 달라…. 불안과 두려움이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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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책학회, 5월27일 춘계 학술대회 개최 한국사회정책학회, 27일‘시대진단과 사회정책의 재도약’ 2022 춘계 학술대회 개최 경제·법·사회복지·사회·여성·정치·행정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인 한국사회정책학회가 윤석열 정부 출범을 맞아 시대진단과 새 정부의 정책과제를 다각적으로 토론하는 2022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오는 27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는‘새정부 복지,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시대진단과 사회정책의 재도약’이다. 사회보장위원회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동주최하고,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와 사회평론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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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인사청문회, 20여년 절망의 악순환 인사청문회를 할 때마다 절망한다. 대한민국의 고위공직자, 소위 사회지도층이라 하는 이들이 사는 법이 얼마나 일반 대중과 다른지를 매번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청문회는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파행이다. 국무위원 청문회는 시작도 안 했는데, 제기된 산더미 의혹들로 이미 지칠 지경이다. 일단 후보자들의 재산 규모가 서민들로선 근접하기도 어렵다. 새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 18명의 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이들의 재산 평균은 약 38억8000만원이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자산은 5억253만원(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이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보다 15억원가량 늘었고, 9년 전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의 2배도 넘는다. 절반이 넘는 10명은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이른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인구의 3% 남짓이 살고 있는 이곳에 국무위원 후보자 55.6%가 집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어딜 바라보며 어떤 정책을 펼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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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석열 당선인, AI 교육혁명이 대체 뭡니까 이젠 정책의 시간이다. 모든 분야에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온 이목이 쏠려 있다. 그런데 교육에 대해선 선거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들은 기억이 없다. 한 유튜브 예능 채널에 출연해 “기술고등학교·예술고등학교·과학고등학교, 고등학교 갈 때는 학교들을 좀 나눠야 될 거 같다”며 이미 49년 전부터 존재해 온 특성화고·특목고의 필요성을 언급해 대체 언제 적 얘기냐는 빈축을 샀던 기억만 강렬하다. 당선인의 1호 교육공약이 뭐였나. 공약집을 뒤적여봤다. ‘AI 교육혁명’이라는 알기 힘든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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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시민의 승리, 학교급식 10년의 진보 우리는 별 감흥 없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지만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정책들이 있다. 며칠 전 우연히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게 된 국내 친환경무상급식 실태가 그 한 예다. “이런 식사가 매일 나온다고?” “게다가 돈도 안 낸다고?” 한국 공립학교의 급식 재료와 메뉴, 조리 과정을 소개하고 다른 몇 개국의 급식을 비교하는 내용이었는데, 부러움과 감탄을 금치 못하는 외국인들의 반응에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한국 학교급식의 높은 수준은 한국 체류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을 통해 꽤 오래전부터 화제가 되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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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여가부 폐지, 윤석열이 꿈꾸는 세상은 뭔가 그래서 여성가족부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리며 젠더 이슈를 핫 이슈로 끌어올린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암호에 가까운 일곱 글자, 공약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한 달이 되도록 진지한 후속 논의나 설명은 없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최근 “일단 해체부터 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1월25일 세계일보 인터뷰)고 밝혔다. 무책임하다. 나머지 주요 후보들은 모두 초기 입장을 견지한 예측 가능한 방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성평등인권부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여가부를 성평등부로 개편하고 역할과 권한 강화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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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새해, 다시 ‘인간’의 힘을 믿는다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소망과 다짐의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희망만을 얘기하긴 힘든 새해다. 그 바탕엔 3년차에 접어드는 코로나19 상황이 있다. 지난해 이 무렵에도 코로나는 주요 뉴스였다. 길어지는 거리 두기에 따른 피로감,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백신 접종을 시작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부러움과 국내 백신 수급 상황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2월 말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는 집단면역 시점과 탈코로나의 희망도 솟아났다. 그러나 이젠 아무도 코로나가 끝날 것이라 섣불리 기대하지 않는다. 감염병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더해진다. 지난 2년간 일어났던 일들이 생각나지도 않고, 언제 일이었는지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힘든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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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배리어프리’ 사회로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낯설던 ‘배리어프리’(barrier-free)’라는 말이 최근 심심치 않게 사용되고 있다. 고령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생활 참여를 방해하는 장벽(barrier)을 허물자는 의미다. 이 말은 1974년 유엔 장애인 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등장한 개념이다. 초창기엔 건축학계를 중심으로 경사로 등 물리적 장벽 없애기에 치중했던 논의가 최근엔 제도·법률적 장벽, 문화·정보의 전달, 심리·정신적 장벽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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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시민들이여, 공공의료에 투표하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2년이 다 돼가는데 왜 아직도 아침마다 시민들이 남은 병상 수를 걱정하고, 병상 몇 %가 찼다는 것이 주요 뉴스가 되어야 하는지를. 또 왜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들은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인 코로나 위기 극복과 의료 문제에 대해서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지 말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지난 한 달간 행정명령을 통해 확보한 중증 병상은 단 27개다. 4주 내에 확보하겠다고 한 준중증 병상도 목표치의 절반만 확보한 상태다. 3조원 가까운 돈이 주로 민간병원의 병상 확보 등 치료대응에 들어갔는데도, 병상 확보에 이렇게 애를 먹고 있으니 복장이 터진다. 300병상 규모 공공병원 20곳을 만들 수 있는 비용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확진자 폭증 속에 병상 대기자도, 그 과정에서 숨지는 환자도 늘어만 가고 있다. 공공병원에 진작 투자했다면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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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놀 권리 “하루를 잘 논 아이는 짜증을 모르고, 10년을 잘 논 아이는 마음이 건강하다. 음식을 고루 먹어야 건강하게 자라듯이 ‘놀이밥’도 꼬박꼬박 먹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편해문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중) 아이들에게 놀이는 삶 자체다. 놀지 못하면 병든다는 것을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먼저 안다. 이렇게 중요한 아이들의 ‘놀 권리’는 아동협약에도 일찌감치 주요 권리로 규정되어 있다. 1차 세계대전 후 제정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아동에게 놀이는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복지권’이라고 규정한다. 방정환 선생도 1923년 ‘어린이날 선언’을 발표하며 어른과 어린이를 동등한 주체로 대하고 어린이들이 뛰어놀 놀이터 등 여건을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대한민국 어린이헌장(1988년)이나 어린이놀이헌장(2015)에도 이런 취지가 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놀이행동 전문가인 스튜어트 브라운은 놀이의 반대말은 ‘일’이 아니라 ‘우울’이라고 했다. 제대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우울한 어른이 되고, 나아가 우울한 사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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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인생게임과 세컨드 찬스 보드게임 중에 ‘인생게임’이란 것이 있다. 룰렛에 나온 숫자대로 게임판 위를 돌며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에 진학한 뒤, 혹은 고교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집 사고 보너스를 받으며 은퇴할 때까지 인생 스토리를 담은 게임이다. 1960년 미국에서 출시돼 세계 각국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보드게임의 클래식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유난히 눈길이 간 부분은 게임판 중간쯤에 있는 직업 바꾸기 코너다. 대졸 또는 고졸로 시작은 달라도 한곳에서 만나고, 또 재교육을 받아 연봉을 높이거나 직업도 바꿀 수 있다. 직업에 따른 연봉 차이가 씁쓸하긴 하지만 새로운 선택을 통해 인생 행로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순간 감동했다. 현실과 너무 달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