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숙
후마니타스 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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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너무나 비과학적인 ‘R&D 예산 난장판’ 새해 과학계에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후폭풍의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각 대학과 연구소에는 20%, 50%, 90% 등 일괄 예산 삭감 공문이 줄지어 도착하고 있다. 정부 약속만 믿고 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중소기업 4000여곳에 비상이 걸렸다는 뉴스가 나오고 출연연구기관 통폐합 추진이라는 흉흉한 얘기가 돈다. 70억원 예산이 없어 미국이 제안한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한국 큐브 위성 탑재를 거절했다는 뉴스도 심란함을 더한다. 연구비가 깎여 일자리를 잃거나 심각한 수준으로 생계를 위협받게 된 과학자들(특히 박사후 연구원, 비정규직 연구원 등)은 최악의 명절을 맞게 됐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2024년, 한국 사회는 국가부도 상황이었던 IMF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33년 만의 첫 R&D 예산 삭감이라는 역사적인 해를 지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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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2023, 대통령의 ‘황당한 말잔치’ 1년 2023년이 저물어 간다. 돌아보면 깜짝 놀랄 만한 발언들이 난무한 해였다. 특히 집권 2년차 윤석열 대통령은 거침없는 역대급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 말들에 정책이 따라 춤췄다. 세밑, 대통령의 말들을 결산해본다. 신년 벽두(1월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자신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소개했다. ‘글로벌 CEO와의 오찬’ 자리였다. 이때만 해도 훈훈했다. 1호 영업사원의 1년 성과는? 대통령은 “순방이 곧 일자리 창출이자 민생이라고 믿는다”고 했지만, 고물가·가계부채·경기 부진 속에서 국민들은 “IMF 때만큼 어렵다”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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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총선, 국민 섬기겠다면 특권부터 내려놓으라 “국회의원을 한번 해보면요, ‘정말 이렇게 좋은 자리가 세상에 어딨어’라는 게 느껴집니다. 정말로 의지가 강하고 지적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도 국회 들어가는 순간 아 이게 아니구나, 이 특권이 너무 많고 너무 좋은 자리구나….” (진행자) “중독이 돼요?” “예.” 며칠 전 퇴근길 라디오에서 들은 이 말이 가슴에 팍 꽂혔다. 전 국회의원 김홍신 작가의 인터뷰였다. 마침 지난 주말 한 일간지의 “힘들어서 국회의원 못하겠단 말 나오면 정치개혁 된다”는 이원재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의 인터뷰도 같은 맥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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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존재감 제로’ 국가교육위, 1년간 뭘 했나 이럴 줄 알았다.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훨씬 나쁘다. 추석 연휴 직전이었던 지난달 27일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정작 국교위가 지난 1년 동안 뭘 했는지는커녕, 어떤 곳인지조차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연히 별 기대도 없다. EBS에서 국교위 출범 1년을 맞아 방송 중인 <특별기획 백 년의 큰 약속, 교육의 길을 묻다>라는 뜬금없이 거창한 제목의 5부작 프로그램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국교위는 교육계의 20여년 염원이 담긴 기구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해 보자는 뜻이 담겼다. 국교위 출범 뒤엔 교육정책이 정권에 따라 요동쳤다는 뿌리 깊은 비판이 깔려 있다. 2001년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국교위를 처음 제안한 이래, 초정권적이고 독립적인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기구의 필요성엔 보수, 진보 진영 할 것 없이 모두 동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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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진격의 시대’…CEO가 듣는 ‘과학 강좌’ 찾아온다 물밀 듯 밀려오는 과학기술 진격의 시대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딥러닝….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새로운 기술들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알고 싶긴 하지만, 일반 시민들로선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어려운 주제로만 여겨진다.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가 대한산업공학회와 공동기획으로 6회의 과학기술 대중강좌 시리즈를 진행한다. 이미 인간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인류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꾸고 있는 과학기술. 이에 관한 이해 없인 인간에 대한 총체적 이해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일반 대중에 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쉽고 친절하게 알리고 싶다는 대한산업공학회의 제안으로 강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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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어떤 역사를 만들겠습니까 한국 사회가 느닷없는 역사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현 정부가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장군에게 색깔론을 씌워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흉상 이전을 추진하면서부터다. 홍 장군에 처음 서훈한 것이 박정희 정부였고, 해군 잠수함에 ‘홍범도함’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박근혜 정부 때였다. 홍 장군은 보수·진보의 이견이 없는 독립운동의 영웅이다. 1943년에 작고한 국가적 영웅에게 80년 만에 덧씌워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념 논란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거론한 이후,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며 이념·역사 전쟁의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평소에도 강조하던 신념이었다면 이렇게 당혹스럽진 않았을 것이다. 1년 전, 불과 몇달 전만 해도 윤 대통령은 낡은 이념을 공격하는 쪽이었다. 1년여 전, 윤 대통령은 “새 정부에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이념이 아닌 민생 최우선”(2022년 7월22일 ‘윤석열 정부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 모두발언)이라고 했다. 3개월 전만 해도 “이념이나 정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5월23일 제21회 국무회의 모두발언)며 탈이념을 강조했다. 그런데, 갑자기 본인의 입장을 아무 설명 없이 뒤집으며, 과거와는 180도 반대되는 말을 툭툭 던지고 있다. “왜 갑자기?”라는 질문과 함께, 각종 총선용 악재들을 가리려 하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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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엉망진창’ 새만금 잼버리의 역설적 교훈 파란만장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예상치 못한 태풍 ‘카눈’의 진로로 새만금에서 철수하며 사실상 조기 폐막했다. 11일 서울에서의 공식 폐영식과 ‘K팝 콘서트’만을 앞두고 있다. 엉망진창의 끝판왕. 이번 대회는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부실 종합세트였다. 더이상 망신, 졸속, 난장판 등의 말을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놀랄 정도로 닮은 새만금 사업 추진과 이번 잼버리 사태에서 생각해볼 몇 가지를 짚고자 한다. #1. 누굴 위한, 무엇을 위한 행사였나 최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북도는 2018년 발간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유치활동 보고서에서 잼버리 후보지 결정 이유로 새만금 개발의 조속한 추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8월8일자 3면). 잼버리는 새만금 개발을 위한 들러리였던 셈이다. 잼버리는 도로·공항·철도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 지원을 받아내는 유용한 카드이기도 했다. 부지 매립 예산 조달을 쉽게 하려고 야영지의 용도는 농업용지로 바꿨다. 행사 후엔 농업용도로 반환해야 하니 애초에 배수 문제는 뒷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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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군함도와 후쿠시마 오염수…일본을 믿자고요? 이달 초 일본 규슈 나가사키항 근처의 군함도(일본명 하시마)를 보러 갔다. 일본의 조선인 강제동원과 노동착취 현장인 군함도 탐방은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가 주최한 ‘잊어선 안 될 역사의 현장들-근대 일본에서 한국을 보다’ 답사 여행의 한 순서였다. 아쉽게도 폭우와 높은 파도로 배가 못 떠 군함도 디지털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가상현실(VR) 체험관에선 군함도 건물들을 VR로 날아다니듯 샅샅이 살피고, 탄광 갱도 구조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벽면 가득 화려한 프로젝션 영상엔 군함을 닮은 작은 섬이 일본 산업화의 원동력이 됐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어느 곳에도 조선인 강제동원 얘긴 없었다. 그러다 전시실 한쪽 영어와 일본어 안내 소책자를 본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누가 역사를 조작하고 있는가. 군함도는 지옥도가 아니다’라는 제목, 한국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적반하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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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복지까지 시장화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대통령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복지에 대한 ‘과감한’ 속내를 거침없이 쏟아놓았다. 돌봄 등 사회서비스에 대해 “시장화, 산업화가 되고 경쟁 체제로 가야 한다”며 “시장화되지 않으면 성장동력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뜬금없이 방위산업과 국방비의 관계를 언급하며 “사회보장이나 사회복지서비스도 마찬가지 논리”라고 했다. 대체 무슨 뜻인가.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만 이해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위안 삼아야 할까. 대통령 발언 직후 비판이 이어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사회보장제도는 자본주의 경쟁사회가 돌봐주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경쟁 체제 도입은 어불성설”이라고 직격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복지를 방산처럼 한다? 무슨 말인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의당도 “과도한 시장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복지정책인데 이것을 다시 시장화하겠다는 것은 사실상의 국가 역할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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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열리는 세계녹색당 총회…전 세계 회원들과 ‘녹색 상상력’ 나눈다 ‘기후위기 너머 모두를 위한 녹색정치’ 전 세계 녹색당원들과 녹색 정치인, 활동가들이 모이는 행사가 한국에서 열린다.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세계녹색당(글로벌그린즈) 제5차 총회다. 호주 캔버라(2001), 브라질 상파울루(2008), 세네갈 다카(2012), 영국 리버풀(2017)에 이은 총회로, 아시아에선 처음 개최된다. 전 세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녹색 의제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자 녹색정치의 과제를 서로 나누고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2년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시작된 ‘녹색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정치세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세계 100여개국에서 녹색정당(녹색당, 생태당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세계녹색당 회원 중 총 25개의 녹색당에서 약 400명의 의회의원·국회의원이, 수천명의 지방의회 의원이 활동 중이다(2020~2022 글로벌그린즈 자료). 한국과 같은 해인 2012년 창당한 일본녹색당도 지난해 도쿄 도의원을 배출했다. 녹색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를 함께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곳곳의 녹색당은 2001년부터 세계녹색당을 결성해 6개 공통의 가치(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참여민주주의, 비폭력, 지속 가능성, 다양성 옹호)를 토대로 함께 연대하며 정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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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국민의힘 광주행, 진정성이 안 느껴지는 이유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는 광주에 여야 정치권이 총출동했다. 국민의힘은 소속 국회의원 전원 기념식 참석과 17일 전야제 청년대표단 참석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통합 메시지와 광주 발전 계획 등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후보 시절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에 이어, 이번엔 어떤 선물꾸러미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5·18 기념은 눈길 갈 일이 아니지만, 국민의힘이 5·18에 공들이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국회 공청회에 극우논객을 끌어들여 ‘폭동’ ‘유가족은 괴물집단’ ‘북한군 개입’ 등 ‘5·18 망언’들을 쏟아내며 지탄받았던 것이 불과 4년 전이니 말이다. 최근 극우세력과 결탁한 행보로 중도층에 의구심을 안긴 국민의힘으로선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끌어안기가 급선무다. 득점하기 어려운 외교정책 후폭풍, 쉽사리 회복될 것 같지 않은 경제상황에서 국민통합 메시지를 내놓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고 안전하다. 광주에서 돌파구 마련은 영리한 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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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1000원의 아침밥’이라는, 값싼 청년 지원 ‘1000원의 아침밥’이 화제다. 여야 대표들이 앞다퉈 대학 식당을 찾아 학생들과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화기애애하게 더 큰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주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내 54개 대학 중 ‘1000원의 아침밥’에 참여하는 모두에 ‘1식 1000원’을 시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제주·전북 등 지자체들도 아침밥 확대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대학생 급식 지원을 하루 두 끼로 확대하자는 방안, 방학 중에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장, 지자체에 따라 청년 노동자, 전체 노동자들의 아침식사까지 책임지겠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야말로 ‘1000원의 아침밥 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