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숙
후마니타스 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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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홍범도 장군을 뵙고 왔습니다 홍범도 장군을 뵙고 왔다. 지난달 말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가 주최한 ‘홍범도 장군과 함께 걷다: 중앙아시아 역사 기행’은 항일 무장투쟁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노년의 발자취와 고려 동포들의 강제이주 현장을 따라 걸으며 배우고 느낀 여정이었다. 뜻밖이었다. 한 맺힌 슬픈 기행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큰 힘을 얻고 돌아왔다. 우리 선조들의 뜨거운 삶의 의지와 피땀 어린 불굴의 노력, 조국 독립에의 염원 등을 확인한 기회였다. 1937년 스탈린은 당시 소련의 극동지방인 연해주 지역에 거주하던 고려인 동포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집단 이주시켰다. 만주사변의 후폭풍 속에 연해주의 한인들이 일본인과 구분이 안 돼 첩자로 활동할 수 있다는 기막힌 이유에서였다. 17만1700여명이 화물차에 실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이송됐다. 30~40일간 6000~7000㎞를 이동하는 길,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생활했을지 그 비참함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기차를 타던 중 1만여명이, 도착 직후 또 1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극의 역사는 1990년대 소련과의 수교 이후에야 대중에 알려졌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땅에 옮겨진 고려인 동포들은 토굴을 파고 추위, 굶주림과 싸우며 억척스럽게 살아남았다. 강한 생존력과 성실함, 협동심, 교육열로 벼농사에서 큰 수확을 올리며 안정적인 공동체를 일궈 다른 민족들의 존경도 받았다. 비극의 역사를 긍지의 역사로 바꿔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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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정답을 비켜가는 저출생 대책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 다 정리된 얘기들이 다시 나오는데… 1990년대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요.” 한 유아교육·보육 전문가의 말이다. 지난달 19일 정부의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 이후 한 달간 나온 저출생 관련 정책들을 보며 든 내 심정 역시 그랬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서비스가 서울시에서 시범운영된다. 서울시는 다음달 6일까지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서비스 이용 신청을 받아, 9월부터 6개월간 전일제(8시간), 시간제(4시간·6시간)로 서비스를 시행한다. 만 24~38세의 필리핀 국적 외국인 노동자들이 비전문취업비자(E-9)를 통해 들어오는데 100명 규모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간당 1만3700원으로 하루 8시간 기준 월 238만원가량이 든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상반기 중 전국에 1200명까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가사돌봄 활동을 허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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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 소총 메고 이동하며 전투…선조들 ‘항일 발자취’에 숙연 지난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답사의 시작점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이름이 된 홍범도의 길. 대체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가 주최하고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가 후원하는 <홍범도와 함께 걷다> 1차 역사답사단이 지난달 5일부터 12일까지 중국 북간도와 러시아 연해주 지역을 찾아 홍범도 장군과 동지들이 벌인 독립전쟁의 길을 따라갔다. 홍 장군의 대표적 승전 장소인 북간도의 봉오동, 청산리와 용정, 도문, 북·중·러 3국 국경지대,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독립운동 거점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신한촌), 달네레첸스크(이만), 하바롭스크, 자유시 참변의 장소 스보보드니와 희생자 추모비가 있는 외곽의 소벳스키 마을까지. 국경을 두 번 넘으며 육로로, 페리로, 열차로, 버스로…. 2500㎞ 안팎을 32명의 답사단은 쉼 없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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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불통과 불신, ‘윤석열식 의료개혁’의 끝은? 의사들의 대규모 휴진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면허 정지, 구상권 청구 검토 등 또다시 강수를 빼들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추가 휴진을 예고하자 정부는 의협 해체까지 거론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규모 발표(2월6일) 이후, 전공의들의 집단사직(2월19일)으로 촉발된 소위 ‘의료대란’ 사태가 만 4개월을 지나고 있다.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환자와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불신, 불통, 절망, 분노… 지켜보는 시민들도 함께 ‘집단 울화병’을 앓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암담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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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채 상병, 홍범도, 그리고 ‘보수의 정체성’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새 지도부의 진용을 갖췄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지난 3일 취임 일성으로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연일 ‘보수의 정체성’을 말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보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 채 상병 순직 10개월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요. 얼마나 한다고 구명조끼도 안 입히고 수색을 시키냐고. 이건 살인 아닌가요.” 부모의 절규에 온 국민의 가슴이 미어졌다. 지난해 7월19일 폭우가 쏟아진 경북 예천에서 민간인 수색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해병대 채모 상병(당시 일병·사망 후 추서 진급). 사건 발생 10개월이 지나도록 아직도 수사는 제자리다. 오히려 의혹만 더 커졌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항명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말부터 재판이 진행 중이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채 상병 순직 299일 만인 지난 13일에야 처음으로 소환됐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좀 믿고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동안 제대로 수사가 진행됐으면 애초에 특검법 같은 건 필요도 없었다. 의혹만 커지고 지금까지 밝혀진 것이 없는데 뭘 어떻게 믿고 더 기다리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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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어제도 오늘도,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국민이다 연말 예비후보자 등록, 지난달 22일 후보 등록 이후 길게는 4개월, 공식 운동 13일의 총선 레이스가 끝났다. 유권자들은 그동안 출퇴근길에서, 시장에서, 공공장소에서 후보와 운동원들의 수많은 인사와 악수, 명함을 받기도 하고 함께 사진도 찍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 한번만 일할 기회를 달라, 반성하겠다, 회초리를 들어달라, 정권을, 야당을 심판해달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고, 어쩌면 큰절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엎드려 절 받기, 4년 중 반짝 주인 노릇이다. 이제 확성기는 꺼졌다. 거리의 후보들도 이젠 예전의 일상으로, 다시 만나기 힘든 정치인들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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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총선용 의료대란’, 결자가 해지하라 이번엔 의사다. 대통령의 칼끝이 이제 의사들을 향하고 있다. 사교육, R&D에 이어 의사까지. 자칭 ‘반카르텔 정부’의 칼바람은 거침이 없다. 현 정부의 장기인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행정처분, 고발 등 법적 조치들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의사 증원 발표와 전공의들의 잇단 사직으로 촉발된 의료대란 3주째.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들의 잇단 재계약 포기,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 등으로 진짜 의료대란은 지금부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6일, 갑자기 튀어나온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안 발표가 현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 의료계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 속에 치료와 수술 지연에 따른 유산, 사망 등 극단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보건위기나 전쟁 상황도 아닌데,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난데없는 의료대란에 시민들은 황당할 뿐이다. 꼭 이 시점에, 이런 방식의 속도전에 나서야 하나?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꼭 이래야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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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너무나 비과학적인 ‘R&D 예산 난장판’ 새해 과학계에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후폭풍의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각 대학과 연구소에는 20%, 50%, 90% 등 일괄 예산 삭감 공문이 줄지어 도착하고 있다. 정부 약속만 믿고 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중소기업 4000여곳에 비상이 걸렸다는 뉴스가 나오고 출연연구기관 통폐합 추진이라는 흉흉한 얘기가 돈다. 70억원 예산이 없어 미국이 제안한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한국 큐브 위성 탑재를 거절했다는 뉴스도 심란함을 더한다. 연구비가 깎여 일자리를 잃거나 심각한 수준으로 생계를 위협받게 된 과학자들(특히 박사후 연구원, 비정규직 연구원 등)은 최악의 명절을 맞게 됐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2024년, 한국 사회는 국가부도 상황이었던 IMF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33년 만의 첫 R&D 예산 삭감이라는 역사적인 해를 지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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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2023, 대통령의 ‘황당한 말잔치’ 1년 2023년이 저물어 간다. 돌아보면 깜짝 놀랄 만한 발언들이 난무한 해였다. 특히 집권 2년차 윤석열 대통령은 거침없는 역대급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 말들에 정책이 따라 춤췄다. 세밑, 대통령의 말들을 결산해본다. 신년 벽두(1월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자신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소개했다. ‘글로벌 CEO와의 오찬’ 자리였다. 이때만 해도 훈훈했다. 1호 영업사원의 1년 성과는? 대통령은 “순방이 곧 일자리 창출이자 민생이라고 믿는다”고 했지만, 고물가·가계부채·경기 부진 속에서 국민들은 “IMF 때만큼 어렵다”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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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총선, 국민 섬기겠다면 특권부터 내려놓으라 “국회의원을 한번 해보면요, ‘정말 이렇게 좋은 자리가 세상에 어딨어’라는 게 느껴집니다. 정말로 의지가 강하고 지적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도 국회 들어가는 순간 아 이게 아니구나, 이 특권이 너무 많고 너무 좋은 자리구나….” (진행자) “중독이 돼요?” “예.” 며칠 전 퇴근길 라디오에서 들은 이 말이 가슴에 팍 꽂혔다. 전 국회의원 김홍신 작가의 인터뷰였다. 마침 지난 주말 한 일간지의 “힘들어서 국회의원 못하겠단 말 나오면 정치개혁 된다”는 이원재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의 인터뷰도 같은 맥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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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존재감 제로’ 국가교육위, 1년간 뭘 했나 이럴 줄 알았다.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훨씬 나쁘다. 추석 연휴 직전이었던 지난달 27일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정작 국교위가 지난 1년 동안 뭘 했는지는커녕, 어떤 곳인지조차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연히 별 기대도 없다. EBS에서 국교위 출범 1년을 맞아 방송 중인 <특별기획 백 년의 큰 약속, 교육의 길을 묻다>라는 뜬금없이 거창한 제목의 5부작 프로그램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국교위는 교육계의 20여년 염원이 담긴 기구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해 보자는 뜻이 담겼다. 국교위 출범 뒤엔 교육정책이 정권에 따라 요동쳤다는 뿌리 깊은 비판이 깔려 있다. 2001년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국교위를 처음 제안한 이래, 초정권적이고 독립적인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기구의 필요성엔 보수, 진보 진영 할 것 없이 모두 동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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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진격의 시대’…CEO가 듣는 ‘과학 강좌’ 찾아온다 물밀 듯 밀려오는 과학기술 진격의 시대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딥러닝….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새로운 기술들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알고 싶긴 하지만, 일반 시민들로선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어려운 주제로만 여겨진다.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가 대한산업공학회와 공동기획으로 6회의 과학기술 대중강좌 시리즈를 진행한다. 이미 인간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인류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꾸고 있는 과학기술. 이에 관한 이해 없인 인간에 대한 총체적 이해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일반 대중에 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쉽고 친절하게 알리고 싶다는 대한산업공학회의 제안으로 강좌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