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숙
후마니타스 연구소장·논설위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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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변희수, 이예람… 가해자는 대한민국 군대다 우연인지 같은 날이었다. 지난 7일 군인을 천직으로 여겼던 두 청년의 죽음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죽음으로 군 내 성폭력을 고발한 이예람 공군 중사에 대한 국방부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와 성전환 수술 뒤 군에서 강제 전역을 당한 고 변희수 전 하사가 낸 전역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1심 승소를 했다는 소식이 동시에 전해졌다. 절망하며 죽어가는 군인조차 끌어안지 못하는 대한민국 군대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돌아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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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수능 킬러문항 방지법 영화나 드라마 속 킬러의 모습은 섬뜩하다. 몸을 숨긴 채 조용히 표적에 다가간 뒤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총격을 가한다. 단검으로 제거 대상의 급소를 공격하는가 하면 높은 건물에 은신해 있다 원거리 목표물을 단 한 방에 저격한다. 피가 튀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임무에 집중한다. 그런데 이 킬러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교육에서도 쓰인다. 학생들 간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되는 최고난도의 문항을 ‘킬러문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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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웰컴 제너레이션 ‘웰컴 홈’ ‘웰컴 백’ ‘웰컴 투 ○○’ …. 환영한다는 뜻의 웰컴(welcome)은 듣기만 해도 정겹다. 두 팔 벌려 환대하는 포근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어떤 일도 적극적으로 대한다는 긍정적인 어감도 준다. 웰컴 센터니 웰컴 드링크, 웰컴 키트, 웰컴 보드 등 이 말이 들어간 언어조합과 상품이 많은 이유이다. 이 ‘웰컴’이 최근 뜻밖의 조합으로 깊은 울림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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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고교학점제, 꼭 지금 해야 합니까 또다시 정권 말 교육현장의 대공사가 시작됐다. 학교 현장에선 고교학점제발 태풍이 한바탕 몰아닥칠 기세다.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2022 교육과정 개편’이 올 하반기에 시작돼 연내에 교육과정 주요 사항 발표, 내년엔 개정 교육과정 고시, 2024년 2월 ‘2028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 등이 이어진다. 한동안 얼마나 시끄러울지 한숨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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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출발, 캐스퍼 수십종의 새 차가 해마다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관심을 받는 신차가 있었을까. 디자인은 물론 작명 과정에 첫 차 출시일까지 다 보도된다. 첫 차의 주인이 누구냐도 화제에 올라, 대통령과 시장, 올림픽 3관왕, 가수 BTS 멤버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광주형 일자리의 1호 모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현대자동차에서 위탁받아 15일부터 본격 양산하는 신차 ‘캐스퍼’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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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OECD 최악 성별 임금격차, 바꿀 생각이 있긴 합니까 지난 몇 주간 여성노동 문제에 대한 취재를 자원해 ‘유리천장 박살 프로젝트’ 기사를 작성했다. 매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유리천장 지수 실태와 최악의 성별 임금격차에 부끄럽다는 논평을 하는 것이 지겨웠다. 원인이 뭔지, 되풀이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알고 싶었다. D데이는 여성가족부의 상장법인 성별 임원 현황 조사 발표일로 잡았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상장기업 임원 중 여성은 5.2%로,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유리천장 지수’ 항목 중 하나로 발표하는 OECD 회원국의 여성 임원 비율 평균(25.6%)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OECD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는 성별 임금격차 취재 결과는 더 절망적이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3년 ‘동일임금 가이드라인’을 통해 성별 임금격차를 ‘차이’와 ‘차별’ 요인으로 구분했는데, 2019년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설명될 수 없는 차별 요인(66.4%)이 차이 요인(33.7%)의 2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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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박살 프로젝트 ②남녀 임금격차 ‘OECD 최악’ 한국, 개선 노력도 ‘바닥’ 한국은 26년째 성별 임금격차 꼴찌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5년 이래 최하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더 큰 문제는 개선 노력도 바닥권이라는 점이다. 경향신문이 OECD 홈페이지에서 1995년부터 2019년까지 회원국들의 성별 임금격차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이 기간 44.2%에서 32.5%로 11.7%포인트 임금격차가 감소해 26.5%의 향상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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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박살 프로젝트 남녀고용평등법 ‘버전 2.0’ 필요…성평등 임금 공시제부터 시행하자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모집·채용, 교육·배치, 승진, 정년·퇴직 및 해고 등 고용의 과정과 임금과 임금 외 금품, 복리후생에서 남녀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 100호와 111호 비준을 통해 국제적으로 임금 차별과 고용상 차별금지를 천명하고 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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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박살 프로젝트 ②엄마는 못 배워서, 딸은 경력단절이라…시대불문 ‘차별 쳇바퀴’ 지난해 한국의 임금노동자 2044만6000명 중 여성은 908만5000명이었다. 이 중 비정규직이 409만1000명이었다. 전체 정규직 노동자 1302만명 중 여성 비중은 38.4%였다. 여성 5명 중 1명(22%)은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다. 10명 미만으로 확대하면 40%다.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는 전체 여성노동자 중 9.6%였다. 남성노동자 중 5명 미만,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은 각각 14.3%, 16.1%였다. 모든 세대에서 여성들은 임금차별을 겪었다. 지난해 가장 임금 차이가 작은 20~24세 구간에서 여성들은 남성 임금의 93.8%를 받았고, 50대에선 남성의 절반 수준만 받았다.(이상 202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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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박살 프로젝트 한국 여성노동, 생각해 봐야 할 3가지 ①성별 임금, 설명되지 않는 차이가 ‘2배’ 국제노동기구(ILO)는 2013년 ‘동일 임금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성별임금격차를 차이와 차별 요인으로 구분했다. 교육과 훈련, 직무경험(근속년수), 성별 직종 분리, 전일제와 시간제 노동의 차이, 기업규모, 노동조합 가입의 성별 차이를 성별임금격차를 유발시키는 설명되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ILO가 마지막으로 지적한 요인은 설명되지 않는 요인으로, (직접적인) 임금 차별(pay discrimination)이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연구결과, 한국의 성별임금격차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차별(66.4%)이 설명되는 차별(33.7%)에 비해 두 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원자료를 이용해 성별임금 함수 추정 결과 성별 임금격차는 5069원이다. 이 가운데 설명되는 차이로 인한 격차는 1706원(33.7%)으로 가장 큰 이유는 근속년수(1096원)가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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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박살 프로젝트 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오해 OECD 회원국 중 독보적인 성별 임금격차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에서, 성별 임금격차는 당연하다는 주장이 횡행한다. 정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까. ■남성이 더 어렵고 위험한 일? >> 여성 종사 직종도 위험하다 남성이 더 위험한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은 성별 고정관념이다. 최세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은 <성별 직종분리와 임금격차: 현황 및 임금공개의 기대효과> 연구에서 여성과 남성이 주로 근무하는 직종을 비교했다. 여성들은 위험한 상태에서 위험한 장비로 일하는 ‘사고위험’으로부터는 노출이 적었지만 방사선 노출, 질병·병균, 화상, 자상 등 ‘건강위험’에 노출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직종에 근무했다. 여성이 많은 직종은 남성이 많은 직종보다 평균적으로 요구하는 학력이나 훈련 정도 등 자격 요건, 하급자나 생명과 안전에 관여하는 타인에 대한 책임 수준도 높은 편이었다. “남성·여성 직종 간 평균적 특성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여성 직종이 난도와 위험 수준이 낮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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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박살 프로젝트 상장사 성별 노동자 대비 임원 ‘남 2.6%, 여 0.4%’ 1년 후 한국 상장기업의 이사회 풍경이 바뀐다. ‘자본시장법 임팩트’다. 내년 8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의 등기이사를 특정 성으로만 선임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시행된다. 50·60대 남성이 기본값인 기업 이사회에 적어도 한 명의 여성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견고한 유리천장에 균열을 내기 위한 입법적 시도다. 법 시행을 1년 앞두고 각 기업들은 앞다퉈 여성 임원 영입에 나서고 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152개 상장사가 94명의 여성 임원을 새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