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제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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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실패가 예정된 사정정국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겨우 두 달 조금 넘었을 뿐이지만 벌써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30%대 초반으로 추락한 지지율이 그것을 보여준다. 여론조사기관들이 분석한 지지율 하락 원인은 대동소이하다. 인사 실패, 경험·자질 부족, 경제·민생 소홀, 소통 미흡, 독단 등이다. 경험도, 능력도 없으면서 태도까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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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검찰공화국과 검사들의 전성시대 바야흐로 검사들의 전성시대다. 검찰밥을 먹어야 관가에서 행세깨나 하고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시절이 되었다. 대통령실은 집사와 문고리부터 인사라인까지 검찰 출신이 꿰찼다. 고위공직자를 추천하는 인사기획관은 검찰 수사관 출신이다. 그를 보좌하는 인사비서관, 고위공직 후보자를 2차 검증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은 검사 출신이다. 법률비서관도 검사 출신이다. ‘대통령의 집사’인 총무비서관,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부속실장은 검찰 수사관 출신이다. 행정부를 봐도 검사들의 전성시대가 여실하다. 법무부 장차관도, 법제처장도 검사 출신이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물론 총리 비서실장까지 검사 출신이다. 공정거래위원장도 검사 출신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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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저물어가는 칼잡이 검사의 시대 검찰개혁은 노무현 정부 이래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였다. 그 흐름은 검찰권 분산으로 수렴하는데,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중재안으로 제시한 ‘검찰수사권 단계적 폐지’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검찰은 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권을 모두 가졌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수사할 수 있었다. 지휘권자의 위치에서 경찰 수사의 개시부터 종결까지 관여했고, 재량껏 기소 여부를 판단했다. 검찰 수사를 제한한 첫 조치는 검찰총장 직할부대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폐지였다(2013년). 지난해부터는 검찰의 수사 범위가 제한됐다. 검찰은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만 수사한다. ‘박병석 중재안’은 검찰의 수사 범위를 2대 범죄(부패·경제)로 다시 축소하고, 2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장차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의 수사 기능이 경찰, 중수청, 공수처로 분해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얄팍해졌다. 경찰은 수사개시권에 이어 지난해부터 수사종결권까지 확보했다. 검찰이 경찰 수사에 관여할 수단은 영장청구권과 보완수사권 정도이다. 검찰의 기소독점 견제 수단으로 재정신청 범위가 확대됐고 검찰 수사심의위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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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난 대선의 아이러니 50대 초반인 또래 지인에게서 들은 얘기다. 대선 투표일을 앞두고 20대 초반인 아들과 마주앉았는데, 이재명을 찍어야 한다고 설득하자 아들이 그러마라고 하면서도 영 마뜩지 않은 표정을 짓더라는 것이다. 그 아들은 처음에는 홍준표를, 다음에는 안철수를 지지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지난해부터 여러 명에게서 들었다. 전하는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요즘 젊은 애들은 참’ 하며 개탄하거나 어이가 없다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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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에게 바라는 것 이탈리아 공산당 지도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위기는 생겨난다. 이 공백기에 다양한 병적 징후가 나타난다”고 했다. 역사학자 도널드 서순은 근래 펴낸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이라는 책에서 이 말을 인용하면서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 놓인 공백기의 주요한 특징은 불확실성이다. 넓은 강을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인다. “오래된 강물이 뒤에 있지만 반대편은 아직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물살 때문에 뒤로 밀려서 빠져죽을 위험도 있다.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움과 불안, 공포에 짓눌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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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스 슬로운과 아마추어 공수처 영화 <미스 슬로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로비의 핵심은 통찰력입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 승자는 상대보다 한 발짝 앞서서 회심의 한 방을 상대보다 먼저 날려야 하죠. 상대를 놀라게 만들되, 상대에게 놀라선 안 됩니다.” 총기규제 입법 로비스트인 주인공의 이 ‘로비스트 철학’은 대반전의 서막이자 영화의 클라이맥스이다. 적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명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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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윤석열에게 검찰의 바깥은 없다 검사 윤석열은 정치인처럼 말했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을 폭로하며 “이왕 이렇게 된 거 시원하게 말씀드리겠다”고 한 것이 그렇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에 임명된 뒤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고 한 것이 그렇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12년 11월15일 220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을 사기 발행한 혐의로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를 기소했다. 윤석열 당시 특수1부장이 브리핑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폭탄투척 행위”라며 불을 뿜던 모습이 기억난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체제를 거치면서 검찰의 공소장에 격문투의 표현이 부쩍 늘었다는 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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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호랑이 등에 올라탄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 10일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의 자택·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민의힘이 반발하는 것을 ‘정치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검사 출신 의원들까지 정색하는 건 볼썽사납다. ① 공수처 수사의 필요성. 이 의혹이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는 건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검사 등의 권력형 비리 의혹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이런 의혹 수사하라고 공수처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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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무현이 꿈꾼 세상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를 공격하는 소재로 들고나왔다. 새천년민주당 소속이던 이 전 대표가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자민련과 노 대통령 탄핵을 공동 추진했었다. 이 전 대표 측은 “반대표를 던졌다”고 했다. 표결에 참여한 195명 중 2명이 반대표를 던졌는데, 그중 한 명이 이 전 대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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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준석의 시간과 조국의 시간 슈테판 츠바이크는 워털루 전투를 다룬 글에서 이렇게 적는다. “운명은 이상한 변덕에 사로잡혀 아무에게나 자신을 맡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사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들이기도 했다. 운명의 실이 아주 보잘것없는 사람의 손에 떨어지면 (…) 태풍 앞에서 행복해하기보다는 파랗게 질려 벌벌 떨면서 자신의 손에 쥐어진 운명의 실을 놓아버린다. (…) 위대한 것이 하찮은 것에 자신을 내주는 일은 겨우 1초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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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1991년 5월을 생각하며 정태춘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감싸는 정서는 쓸쓸함이다. 거기에는 1991년 5월 투쟁의 잔해를 응시하는 처연함이 있다. 화자는 92년 초여름, 비 내리는 서울 종로 어디쯤에 있다. 그는 우산을 들고 횡단보도를 분주히 지나는 사람들, 비에 젖은 탑골공원 담장 기와, 고가차도 신호등 위에서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는 비둘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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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물질 날아와 주민들 차량 얼룩 피해” 환경부, 대산산단 제조업체에 배상 결정 석유화학산업단지 인근에 차를 주차했다 차량 표면에 얼룩이 생기는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86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정부 결정이 나왔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주민 76명이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 3곳을 상대로 낸 분쟁 조정 신청에서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8일 밝혔다. 주민들은 2019년 6월 해당 사업장 인근에 주차했다가 차 표면에 흰 반점 모양의 얼룩이 생기는 피해를 입었다. 차량은 사업장의 플레어스택(석유화학공장의 공정 과정 중 발생하는 가연성 가스를 연소시키는 굴뚝)과 1~2㎞ 떨어진 곳에 주차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