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제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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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검투사 정치’ 4·10 총선을 지배하는 정서는 적의와 증오다. 여야는 ‘내가 승리하면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고 말하기보다 ‘상대가 승리하면 세상은 지옥이 된다’고 악마화하기 바쁘다. 민주주의 정치는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토대로 때로 싸우고 때로 협력할 때 작동한다. 그러나 지금 여야에 상대는 제거해야 할 적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당 대표에게 야당 대표는 ‘범죄자’ ‘쓰레기’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고, 야당 대표에게 여당 대표는 ‘총선 뒤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니 대화가 없고, 대화가 없으니 타협도 없다. 협치는 언감생심이다. 고질병인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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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푸바오 사랑과 춤추는 코끼리 ‘국민 판다’ 푸바오가 멸종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3일 중국으로 떠났다. 용인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지 1354일 만이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시민 6000여명이 에버랜드를 찾아 푸바오를 배웅했다. ‘푸바오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가 모친상 중에 나와 푸바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자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자연번식으로 2020년 7월20일 태어났다. 국내에서 탄생한 자이언트판다 1호였다. 푸바오는 ‘용인 푸씨’ ‘푸공주’로 불리며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푸바오가 강 사육사 다리와 어깨에 매달려 조르는 영상 등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시민들은 귀여운 푸바오가 씩씩하게 커가는 모습을 보며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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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12년 만의 서울 버스파업 버스와 지하철은 ‘시민의 발’로 불린다. 그만큼 공공성이 강하다. 대중교통에 택시를 포함하는 문제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12년 11월22일 오전 7시부터 20분간 전국의 시내·시외버스가 운행을 멈췄을 때다. 그날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버스업체들이 운송 거부에 나섰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면 버스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대중교통법 개정은 무산됐다. 운송 거부를 주도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버스회사 사용자들의 단체이다. 자본가들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파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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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언니의 대자보 1517년 10월31일, 독일 동부 비텐베르크 대학 교회 정문에 ‘면죄부의 능력과 효용성에 관한 토론’이라는 글이 붙었다. 비텐베르크 대학 신학 교수인 마르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 교황의 면죄부 남발에 항의해 쓴 95개조의 반박문이었다. 이 글은 금속활자로 인쇄돼 삽시간에 유럽 전역에 퍼져나갔다. 종교개혁의 시작이었다.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은 대자보가 역사를 바꾼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종이에 써 벽에 붙인 것을 뜻하는 대자보는 조선시대에는 벽에 건다고 해서 괘서, 벽서로 불렸다. 주로 동네 어귀나 저잣거리, 성문, 포구 등 인적이 많은 곳에 붙였다. 왕의 실정을 탄핵하거나 탐관오리의 수탈을 고발한 익명의 괘서는 종종 사화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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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왜 사채 문제에 집중? 오늘도 피해자들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송태경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사무처장(59)은 대형마트 규제, 상가 및 주택 임대차보호법,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민주노동당 전성기의 주요 정책을 만든 실력 있는 정책가이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런 그가 최근 유명해졌다. 송 처장은 지난 1월18일 ‘사회적 짐을 내려놓으며’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2008년부터 16년간 사채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해 독립운동하듯 꾸려온 민생연대를 해산한다는 공지였다. 그는 “내가 이 시간들 동안 짊어졌던 사회적 짐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것이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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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달에서 광고하는 시대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는 달은 마르지 않는 서정의 샘이었다. 사람들은 달을 보며 사랑하는 이를, 그리운 이를 떠올렸다. 시인 김용택은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중)라고, 시인 정호승은 “밤이 되면/ 보름달 하나가/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나도 지금/ 너를 사랑하는 보름달이 되어/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보름달’)고 노래했다. 달은 신화와 전설의 보고이기도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달에 관한 다양한 전설이 전해진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는 달에 옥토끼, 은토끼가 산다는 설화가 있다. 계수나무 밑에서 절구 떡방아를 찧는 토끼의 모습이 많은 문헌과 그림에 남아 있다. 예로부터 서양에서는 보름달을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늑대인간이 출몰하는 것도 보름달이 뜰 때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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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윤·한 갈등’에 투영된 검찰공화국의 퇴행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벌인 신구 권력 대결 1라운드는 허무하게 끝났다. 충돌 원인인 ‘김건희 디올백 수수’ 문제를 아무런 해법도 없이 봉합한 것이다. 남은 건 두 사람이 충돌했다는 사실과 윤 대통령이 평소 한 위원장에게 품었다는 각별한 애정과 각별한 후배 사랑을 초월하는 윤 대통령의 도저한 아내 사랑 정도다. 디올백 문제는 더 커졌다. 윤 대통령은 이번주 방송되는 KBS 신년 대담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사태가 정리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내는 함정 몰카의 피해자’라고 적당히 넘기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처음에는 대통령 부인이 몰카에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낯설고 당황스러워 ‘함정 몰카냐, 디올백 수수냐’ 양론이 일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함정 몰카지만 디올백 수수는 문제’라는 상식적이고 단순명료한 결론으로 여론의 갈래가 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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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실패한 국정운영에 한동훈 책임은 없나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당이 두 달 넘게 하고 있는 이른바 혁신 논의는 매우 기이하다. 위기의 1차적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이고, 거기에 부화뇌동해 여당을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로 만든 ‘핵관’들의 윤심팔이가 위기의 2차적 원인이라는 걸 모두 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실에 종속되지 않는 당, 대통령실을 견제·견인하는 당을 만드는 것이 혁신의 방향이어야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딴판이다. 마치 대통령실이 여당 혁신의 주체인 것 같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에 ‘윤심’이 어른거리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도 ‘윤심’ 얘기만 무성하다. 결국 현직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씨가 여당 비대위원장에 내정됐다. 검찰공화국의 사회적 피로감이 만연한 상황에서 검사 출신이 여당마저 접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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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언어와 칼 국민의힘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막으려고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표결을 감수한 것은 이 위원장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언론 장악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보여준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패배 이후 여권은 국정 기조의 전환을 합창 중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과 ‘현장’을 강조하고, 정부는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낸다. 국민의힘은 요란하게 혁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민생은 민생, 혁신은 혁신, 언론 장악은 언론 장악이라는 것을 ‘이동관 구하기’는 보여준다. 민생과 혁신이 총선용 당의정이라면 언론 장악은 이 정부의 기본 방향이다. 총선을 앞두고 포장지를 갈았을 뿐 국정운영 기조는 바뀌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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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주당은 ‘선거 기계’가 될 태세가 되어 있나 정당은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조직된 결사체다. 한국에서 권력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고로 정당은 선거 승리가 본질적 목표인 조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정당들은 큰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넓히려 애쓴다. 그래야 선거에서 이긴다고 믿어서다. 지지층에 고정된 시선을 중도층·무당층으로 돌리는 것도 그맘때다. 다수 시민에게 가닿도록 메시지는 조정되고 정책은 용적을 넓힌다. 정당들의 정책은 상호 수렴된다. 선거정국이 주조하는 덧셈의 정치이고, 차이의 완충이다. 그러나 22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지금, 이 상식은 깨져버렸다. 여야는 경쟁하듯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뺄셈 정치에 여념이 없다. 이 흐름을 주도하는 건 윤석열 정부다. 난데없이 홍범도 장군 흉상 문제를 끄집어내 이종찬 광복회장과 같은 보수적 민족주의자마저 등을 돌리게 한다.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하려는 박정훈 대령을 핍박해 군대에 갔다왔거나 갈 남성은 물론 그들의 부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공분을 산다.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연구·개발 예산을 뭉텅뭉텅 삭감해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부른다. “12·12는 나라를 구하려고 나온 것”이라고 말한 사람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해 한국 사회가 어렵게 도출해낸 헌법 정신과 법적·정치적 합의를 시험에 들게 만든다. 공산전체주의 운운하며 철지난 이승만식 반공주의에 공명하지 않은 이들을 체제의 적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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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013년 윤석열 수사팀장, 2023년 박정훈 수사단장 10년 전 의식을 잃어 오늘 깨어난 사람이 신문을 본다면 세상이 잠들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고 대통령 이름 석 자에 또 한번 놀랄 것이다. ‘수사 외압’ ‘사건 축소’ ‘항명’을 소재로 한 사건이 10년의 간격을 두고 검찰에서 군으로 배경만 갈아끼운 채 재연되는 데서 익숙함을, 주요 등장인물의 위치가 정반대로 바뀐 데서 어지러움을 느낄 것이다. 폭로한 자가 폭로당하는 쪽으로, 눌림을 당한 자가 누르는 쪽으로 위치를 바꾸고, 비타협적이고 결연한 폭로가 이제는 대통령이 된 옛 폭로자 주변을 겨누는 모습에 지난 10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가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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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베정치, 차관정치, 공포정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 책임있는 국가관, 명확한 안보관을 가져야 한다”면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 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튿날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나 특정 정치 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발 뺐지만,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일관되게 추구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세력은 문재인 정부나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