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김건희 여사 ‘나홀로 투표’

정제혁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2년 5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2년 5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역대 대통령은 선거나 국민투표 때 부부동반 투표를 했다. 대통령 부부의 투표는 선거 당일 방송뉴스의 단골 메뉴였다. 그 투표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집권당에 대한 지지를 우회적으로 호소하는 방편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5년 2월12일 유신 체제와 대통령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때 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동행했다.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 사건으로 사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부인 대행 역할을 할 때였다. 대통령과 영부인, 대통령과 영부인 대행의 동반 투표는 굳어진 선거문화이자 전통이었다.

이 관행을 윤석열 대통령이 깼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부산 명지1동 사전투표소에서 4·10 총선 사전투표를 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는 동반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는 윤 대통령 부부가 주소지인 이태원 제1동 사전투표소에서 함께 투표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부산까지 가서 홀로 투표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그중 하나가 여권의 아킬레스건인 김 여사의 언론 노출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었다.

김 여사가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지 넉 달이 되어간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15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 동행했다가 귀국한 뒤 공식 행사에 불참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 영부인,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주목을 피하다’라는 기사에서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여사가 지난 5일 이태원 제1동 사전투표소에서 홀로 사전투표를 한 사실을 대통령실이 뒤늦게 공개했다. ‘나홀로 투표’는 공개 투표하기도, 포기하기도 난처한 김 여사의 ‘웃픈’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총선은 김 여사에게도 중요하다. 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야권 200석 시대가 되면) 김건희씨가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벼른다. 검찰이 지금처럼 윤 대통령 손안의 공깃돌처럼 굴지도 알 수 없다. 총선 결과에 따라 검찰도 조직 생존을 위해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설정을 모색할지 모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받는 김 여사 소환 여부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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