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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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발은 당원들에게, 눈높이는 국민에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얼마 전 “진정한 당원 주권 시대를 여는 것이 보수를 재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했다. 당원들 뜻을 내세워 사퇴론을 일축한 것이다. 그러자 정점식 원내대표는 “당원들의 뜻만으로 당을 운영할 수는 없다. 국민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했고, 장동혁은 “국민의힘은 ‘당원 중심 정당’을 지향한다”고 반박했다. 장동혁의 당원주권론과 정점식의 국민정당론이 맞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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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막말은 정치가 아니다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정치인은 물론이요 저잣거리 장삼이사들이 대통령에게 막말하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다. ‘막걸리 보안법’의 서슬이 퍼렇던 때라 쥐도 새도 모르게 관계기관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비로소 대통령을 욕할 자유가 생겼다. 그 자유를 한껏 구가한 것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소설가 출신 김홍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공업용 미싱’ 발언이다. -
여적 대법원과 헌재의 위상 다툼 대한민국 헌법 제111조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 심판 등을 관장한다고 규정한다. 1987년 제9차 개헌 때 이 조항이 만들어졌다. 그 이전에도 비슷한 기구가 있었으나 유명무실했다. 헌법이 기본권에 충실하지 못했을뿐더러, 그것조차 왜 지키지 않느냐고 따지는 건 꿈꾸기 힘든 독재 시절이었다.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은 대법원이었다. 그러다 헌재가 설치되면서 두 기관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헌법이 실질적 최고규범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헌재의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등은 파장이 컸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윤석열 파면 결정은 헌재 위상을 공고히 했다. 반면 사법농단,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 대선개입 의혹 등을 거치는 동안 대법원의 권위는 실추됐다. -
경향의 눈 쟁점을 알 수 없는 여권 내부갈등 선거는 정당에 대한 평가의 장이자 새로운 평가 국면의 시작이다. 선거로 확인된 유권자들의 선호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6·3 지방선거 이후 여론 흐름도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50%대로 떨어졌다. 한 달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보다 2배가량 높았다. 그러나 최근 양당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었다. 일부 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질렀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엉망이다. 민주당이 전보다 특별히 더 못한 것도 없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도 선관위 문제이지 여권 책임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론은 차갑게 식고 있다. 지방선거와 함께 허니문이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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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름다운 패자’ 김부겸 선거는 승자만 남는 냉정한 게임이지만 패자의 이름이 빛나는 때가 있다.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명망·경력·실력을 갖춘 이가 오로지 대의에 따라 패배 가능성을 기꺼이 감수하고 험지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경우에 그렇다. 이런 선거의 주어는 패자이다. 선거는 승자의 성공담이 아니라 패자의 도전기로 기록된다. 대표적인 예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YS계로 정치에 입문한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부산 동구에서 처음 배지를 달았으나 1990년 3당합당 때 YS와 결별했다. 부산은 노 전 대통령에게 험지가 됐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지역주의에 맞섰다. 1998년 재보궐선거 때 서울 종로구에서 당선됐음에도 2000년 총선 때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또다시 부산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여기에 감동한 지지자들이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훗날 그를 대통령으로 밀어올린 강력한 팬덤의 시작이었다. -
여적 K팝의 ‘AMA’ 싹쓸이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의 주된 정서는 쓸쓸함이다. 그 정서를 한결 깊게 만든 것이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노래 ‘안개’이다. 이 노래를 부른 정훈희는 한류 가수 원조 격이다. 1971년 그리스 국제가요제에서 입상했고, 1972년 일본 야마하가요제에서 가수상을, 1975·1978년 칠레가요제에서 최고가수상을 받았다. 그는 몇년 전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공연 뒤 ‘꼬레아’라고 외쳐줘서 많이 흥분했었다”고 했다. -
경향의 눈 제2·제3의 ‘삼전 사태’가 없으려면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은 우리 사회 현주소를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거기에는 교차하고 충돌하는 욕망들이 있고, 이를 조정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다층적 무능이 있다. 타자의 욕망을 도외시하는 각자도생주의, 하나의 욕망을 앞세워 다른 욕망을 제압하려는 힘의 논리, 욕망의 시민권조차 얻지 못한 이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무감각이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중첩된 문제의 사회적 해법에 입 닫는 기이한 침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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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협상 칩 된 대만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미국 세계경영전략의 책사로 꼽힌 인물이다. 그는 1997년 펴낸 <거대한 체스판>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체스판에 비유하며 소련 붕괴 후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어떻게 헤게모니를 유지할지 훈수를 둔다. 그때만 해도 중국의 굴기를 예상하지 못했던 브레진스키는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아마도 이란이 합세한 거대한 동맹이 형성되는 일일 것”이라고 했는데,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
여적 월드컵으로 번진 미·이란 전쟁 축구의 기원을 둘러싼 여러 설 중 유력한 것이 고대 그리스의 하패스톤(상대진영 구역으로 공을 가져가면 득점하는 경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 경기가 침략자 로마인들을 거쳐 영국에 들어왔고, 11세기 덴마크가 영국을 점령했다가 물러난 뒤 영국인들이 덴마크인들의 두개골로 하패스톤을 하면서 울분을 푼 것이 근대 축구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역사적 앙금이 있거나 갈등 중인 국가들 간 축구 대항전은 민족주의적 정서를 끌어올리고 사람들 마음을 격동시키기 쉬운데, 그건 축구에 각인된 이런 정치적 유전자와 무관치 않을지 모른다. -
경향의 눈 로봇개들이 품질검사를 하는 공장 경향신문은 2008년 <비정규직 800만 시대>라는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광범위하게 퍼진 비정규직 고용 실태를 담고 해법을 모색한 기사였다. 기사는 “비정규직 시대다. 고용 불안과 사회적 차별, 저임금의 3중고에 신음하는 그들은 사회의 다수파”라며 “지난 3월 기준 비정규직 숫자는 858만명. 여기에 지난해 평균 가구원수(2.87명)를 대입하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비정규직 생활권’에 있다”고 했다. 제조업체 임원 비서실에서 일한다는 비정규직 6년차 청년은 “사회 전체가 비정규직 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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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안중근 의사의 무덤 백범 김구 선생이 잠들어 있는 서울 효창공원에는 ‘삼의사 묘역’이 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던 백정기·윤봉길·이봉창 의사의 유해를 봉환해 안치한 실묘다. 그 옆에 안중근 의사의 가묘가 있다. 백범이 안 의사의 유해를 찾으면 안장하려고 조성해둔 곳이다. 반대로, 그 가묘는 안 의사의 유해를 찾지 못해 현재까지 비어 있다. 백범은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이곳을 찾아 의사들에게 지혜를 구했다고 한다. -
경향의 눈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라는 ‘뜨거운 감자’ 윤석열 정권 때 검찰은 야당과 비판세력 때려잡는 흉기였다. 가장 중요한 타깃은 윤석열의 대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수도권 각지 검찰이 8개 사건 12개 혐의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기소 건수로 보나 수사에 동원된 연인원으로 보나 특정인을 겨냥한 걸로는 단군 이래 최대 수사·기소였다. 이 수사들에서 검찰이 다른 피의자를 회유·압박하고 증언을 조작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경기지사 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방북 비용을 대납시킨 혐의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재명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송금을 했다”는 김씨 진술이 주된 근거였다. 그런데 당시 김씨가 구치소에서 지인과 접견하며 “이재명이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고 말한 사실이 현 정부 법무부 진상조사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