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제혁
논설위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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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검찰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의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앞두고 반대토론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에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는 검찰을 못 믿겠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있는데 왜 혈세를 들여서 별도의 특검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이튿날 조선일보도 같은 논조의 사설을 썼다. 검찰은 정권의 도구라는 전제를 노골적으로 깔고 있는 이 주장은 3대 특검이 검찰개혁 때문에라도 필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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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국민의힘, 망하지 않은 게 신기하다 지난 8일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공개 회동을 생중계로 보던 지인이 “참으로 진귀한 볼거리”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단일화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한덕수에게 김문수가 ‘어디서 나온 거냐’ ‘왜 입당하지 않는 거냐’고 하더라며 “김문수가 한덕수를 갖고 노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김덕수 단일화’를 약속하고도 입을 씻은 김문수이지만, 그보다는 대선에 무임승차하려는 한덕수의 기회주의적 처신이 훨씬 밉상이었던 모양이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 반응도 비슷했다. 지인들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관련 속보가 속속 올라왔다. 그 뒤에는 어김없이 ‘한덕수가 제일 나쁜 X’라는 식의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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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내란으로 무너진 일상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로버트 브라우닝의 ‘피파의 노래’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평안함, 충일감을 찬미한 시다. 소설 <빨강머리 앤>의 주인공 앤 셜리가 은사에게 보낸 편지 말미에 일부를 인용해 친숙하다. “시절은 봄/ 봄날 아침/ 아침 일곱 시.// 언덕 중턱엔 이슬방울 진주 되어 맺히고/ 종달새는 높이 날고/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를 기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 사물이 있어야 할 때, 있어야 할 장소에 존재하는 평범한 상태가 실은 우주의 섭리가 드러나는 비범한 상태임을 이 시는 보여준다. ‘언덕에 맺힌 이슬방울’ ‘높이 나는 종달새’ ‘가시나무 위를 기는 달팽이’와 같은 일상적인 일을 우주적인 사건으로 고양하는 건 마음의 움직임이다. 그건 평소 당연한 일로 여기고 무심히 지나친 일상적인 것의 의미를 새삼 곱씹게 하는 어떤 특별한 경험의 소산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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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12·3 내란 심리부검 윤석열은 특유의 장광설로 가득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전시·사변에 못지않은 국가 위기 상황”이라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방위사업법 개정 추진, 국방예산 삭감, 검사·감사원장 등 줄탄핵 시도를 근거로 들었다. 입법, 예산안 처리, 공직자 탄핵은 입법부 고유 권한이다. 윤석열 주장대로라면 모든 여소야대는 망국적 위기 상황이고, 계엄은 일상이 될 것이다. 윤석열이 국가적으로 비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대권을 휘둘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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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저항언어의 품격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고,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그 사람의 언어가 곧 그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유명한 경구들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대선을 앞둔 2016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막말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겨냥해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격 있게 가자”고 했다. 좋은 정치가 좋은 사회를 만들고, 좋은 정치는 좋은 언어로 발현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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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건희에 ‘밉보인 죄’ 권력은 타인에게 무언가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이다. 기업이나 조직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상당수가 권위주의 정권 때 음으로 양으로 특혜를 받아 성장했다. 반면 재계 순위 7위이던 국제그룹은 전두환 정권에 밉보여 삽시간에 공중분해됐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권력은 누군가를 끌어줄 수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살생부란 말이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인치가 법치를 압도하는 후진적 사회일수록, 사유화된 권력일수록 그 정도가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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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건희·명태균의 ‘총선 전망’ 지난해 11월15일 구속된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는 “날 잡으면 한 달 만에 대통령이 탄핵될 텐데 감당되겠나”고 호기를 부렸다. 그로부터 18일 뒤 대통령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내란을 일으켰고, 국회는 12월14일 그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명씨가 구속되고 한 달이 채 안 된 때였다. 명씨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 명씨가 지난 18일 김건희 여사의 또 다른 공천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녹취록 제목은 ‘김건희와 마지막 텔레그램 통화 48분’이었다. 명씨가 지난해 2월16~19일 김 여사와 5~6번 통화한 내용을 복기한 것이라고 한다. 녹취록에서, 김 여사가 김상민 전 검사가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명씨는 그런 사람 공천하면 총선에서 진다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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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최소한의 합의마저 깨진 헌정질서 위기…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1976년 목포 출신으로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서 학부·석사를 마치고, 영국 런던대학교(UCL)에서 ‘정치적 대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연구소·경남연구원 등에서 연구와 강의를 했고, 행정안전부 장관정책보좌관과 국무총리비서실 소통메시지비서관을 역임했다. 건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2024년 11월, 역대 최연소로 국회입법조사처장에 임명됐다. 공저한 책으로 <South Korea’ Democracy in Crisis>, 번역한 책으로 <정치를 옹호함> 등이 있고, 최근 <압축소멸사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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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탄핵안’ 100% 인용할 것” 부산 동성고를 나와 1981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1984년 학도호국단 총학생회장에 당선돼 학생운동을 이끌고, 1989년 박노해 시인 등과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을 결성했다. 199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8·15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후 미국 노터데임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유엔 인권소위 법률자문역, 유엔 인권이사회 강제실종 실무그룹 의장을 지냈다. 현재 하와이대 로스쿨에서 국제인권법·비교법·한국법 등을 가르치며,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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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통계도 안 잡히는 ‘이주노동자 죽음’ 1970년 11월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한 노동자 전태일이 평화시장의 참혹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먼저 한 일은 실태조사였다. 평화시장 노동자 126명에게서 받은 설문지를 토대로 이 시장 2만여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건강 실태를 고발했다. 126명 중 96명(77%)이 폐결핵 등 기관지 계통 질병을, 102명(81%)이 신경성 위장병을 앓았다. 이런 사실이 그때 경향신문 사회면에 보도돼 커다란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은 실태조사가 무엇보다 강력한 고발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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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과거와는 다른 김정은, 다른 트럼프…북·미 직접대화 당장은 없을 것”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를,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1차관을 역임한 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복직했다. <평화의 힘: 문재인 정부의 용기와 평화 프로세스에 관한 기록> 등의 저서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펴낸 외교안보 분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 대담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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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대통령 당선인의 ‘법적 신분’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현직 대통령 임기가 만료되기 전 70일 이후의 첫번째 수요일에 치러진다. 대통령 당선 후 취임까지 대략 70일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지낸다. 대통령 당선인은 헌법·법률상 신분이다. 헌법 68조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총리·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와 예우도 받는다. 언론의 관심도 대통령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린다. 실질적인 국가 권력 서열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