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제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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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 검찰청법 12조 2항은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총장이 전국 검찰청 모든 사건의 수사·기소를 지휘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특히 주요 사건은 총장의 보고·승인을 거쳐 수사 개시, 압수수색·구속 영장 청구, 기소가 이뤄진다. 과거 사례를 보면,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미온적인 경우가 많았다. 대검 중수부가 있던 시절에는 중수부 검사들이 사표를 던지겠다고 총장을 압박해 수사 승인을 얻었다는 식의 일화가 무용담처럼 전해진다. 그런 점에서 김건희 여사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홍은 특이한 사례다. 이원석 총장은 원칙대로, 철저히, 검찰청에서 조사하라고 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로 나가 출장조사를 했고, 그나마도 사후에야 그사실을 총장에게 보고했다. ‘총장 패싱’ ‘하극상’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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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침이슬’ 김민기 별세 김민기의 노래는 슬프다. “우리 부모 병들어”로 시작하는 ‘서울로 가는 길’이나 1970년대 가난한 농촌의 현실을 “돈 벌러 간 울 언니는 무얼 하는지”로 묘사한 ‘식구생각’은 물론, 경쾌한 동요 ‘천리길’도 아이들의 티 없이 맑고 씩씩한 기상이 도리어 슬프다. “집집마다 흰 연기 자욱하게 덮히니/ 밥 냄새 구수하고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 소리” 같은 대목에선 이 땅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이 오롯이 느껴진다. 그의 노래가 슬픈 건 사람을 포함해 무릇 생명을 가진 유한한 존재의 본질이 슬픔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 말은 김민기의 시선이 존재의 본질에 닿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존재의 본질에서 길어내는 슬픔은 고즈넉한 슬픔이다. 그것은 윤동주의 시 ‘자화상’의 화자처럼 내면의 우물을 찬찬히 응시해야 얻을 수 있는 성찰적 슬픔이다. 나와 너는 슬픈 존재로 이어져 있다는 감각이야말로 연민과 연대의 참된 기초일 것이다. 그 감각은 당대에 슬픔을 체현한 것으로 보이는 존재들, 노동자와 농민, 도시 빈민·기지촌 여성·광부·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향하는 게 자연스럽다. 김민기의 노래는 현실을 고발할 때조차 큰 소리로 외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의 삶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그럴 때 우리말의 결을 한껏 살린 그의 언어는 더없이 단순하고 투명하다. 무엇보다, 탁월하게 서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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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VIP, V1, V0 VIP는 ‘Very Important Person’의 약자로 귀빈이나 중요한 사람을 뜻한다. VIP보다 한 단계 높은 극소수를 뜻하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도 있다. VIP나 VVIP는 소수 부유층을 겨냥한 마케팅 용어로 자주 쓰인다. 백화점·은행 등이 연간 소비·거래가 일정액을 넘는 고객에게만 별도 이용 공간이나 특별한 서비스·상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한국 공직사회에서 VIP는 대통령을 지칭한다. 대통령 지시를 곧잘 ‘VIP 지시사항’이라고 내려보내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조직의 정체성을 “VIP께 절대충성하는 친위조직” “VIP께 일심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조직”으로 규정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도 VIP라는 말이 수차례 등장했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은 “VIP의 뜻”이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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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낳은 10 대 90…‘일상의 불평등’ 때문에 절망”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운동 위기가 운위되지 않은 해가 없다. 구조적 원인이 주기적 임금 인상과 승진·복지 혜택이 주어지고 노동조합 보호를 받는 1차 노동시장(대기업·정규직 사업장)과 고용 안정성·임금·복지가 취약하고 노조 보호를 받기도 힘든 2차 노동시장(비정규직·플랫폼 사업장 등)의 분단, 다시 말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것도 알려진 얘기다. 그렇다면 위기의 해법 역시 1·2차 노동시장 간 격차 해소·완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거칠게 분류하면 노동운동 내에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국가와 자본을 압박해 2차 노동시장의 처우를 1차 노동시장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1차 노동시장만큼은 아니더라도 2차 노동시장의 고용과 처우를 지금보다는 한결 두텁게 보장하고, 이를 위해 1차 노동시장이 연대의 손을 내밀어 2차 노동시장에 보다 많은 사회적 자원이 투입되도록 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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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19세 청년 노동자의 ‘쓰러진 꿈’ 2016년 5월28일, 서울 구의역에서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 하청업체 노동자 김모군(19)이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숨졌다. 스크린도어 수리는 2인1조로 해야 한다. 1명이 열차 진입 여부를 감시하고 나머지 1명이 작업해야 안전하다. 그러나 김군은 혼자 작업하다 변을 당했다. ‘고장 접수 1시간 이내 현장 도착’이라는 원·하청 계약에 맞춰 작업하려다 벌어진 일이었다. 김군 가방에선 미처 먹지 못한 컵라면과 나무젓가락이 발견됐다. 이 컵라면은 청년노동자의 고달픈 노동을 증언했다. 2018년 12월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24)가 석탄 운송용 설비를 점검하다 컨베이어에 끼여 숨졌다. 점검구 보호 덮개를 닫고 2인1조로 작업해야 했지만 어느 것도 되지 않았다. 작업장에선 컵라면, 탄가루 묻은 수첩 등이 발견됐다. 김씨의 생전 사진이 특히 강렬했다. 작업복, 작업모, 방진마스크 차림의 김씨가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종이를 든 이 사진은 ‘위험의 외주화’를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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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임성근 탄원서’와 ‘채상병 어머니 편지’ 지난해 7월19일 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모 상병 어머니가 12일 해병대를 통해 편지를 배포했다. 편지는 절절하고 단호하다. 어머니는 “아들이 이 세상 어디엔가 숨을 쉬고 있는 것만 같아 미친 사람처럼 살고 있다”고 했다. 아들 잃은 슬픔은 책임 규명 요구로 이어진다. “유속이 빠른 흙탕물 속에 들어가라는 지시로 아들이 희생됐다. 그 진실이 밝혀져야 제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아들 사망사고를 조사하시다 고통을 받고 계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님의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시고 과감하게 선처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국방부 장관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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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사 권익위원회’ 국가 반부패 총괄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2008년 2월29일 출범했다. 그전까지 흩어져 있던 국가청렴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했다. 캐치프레이즈는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힘이 되는 권익위”이다. 반부패가 권익위의 정체성이자 존재 이유인 셈이다. 권익위의 존재감이 각인된 건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 재임기다. 대법관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은 2011년 6월 국무회의에서 ‘공직자의 청탁 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을 처음 제안했다. 이어 권익위는 2012년 8월 공직자가 금품 등을 100만원 넘게 받으면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청탁금지법)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은 우여곡절 끝에 2015년 3월3일 국회를 통과해 2016년 9월28일 시행됐다. 제안자인 김 전 위원장의 이름을 따 ‘김영란법’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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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반대 세력엔 칼·특정 세력엔 방패…‘검찰 사유화’ 더 두고 볼 수 없어” 다시 검찰개혁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1일 첫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 논의를 시작했다. TF는 올해 국정감사(10월) 전까지 검찰개혁 입법을 끝내기로 목표를 정했다. ‘검찰독재 조기종식’을 내건 조국혁신당의 최우선 과제도 검찰개혁이다. 여기에 진보 성향 군소정당을 더하면 22대 국회에서 검찰개혁에 힘을 실을 야권 의석수는 최소 189석에 달한다. 22대 국회 벽두부터 야권 주도의 검찰개혁 국면이 예고된 것이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검찰개혁이 여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단행된 지 불과 2년 남짓 지났다. 그런데도 다시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건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과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은 검찰 요직을 ‘윤석열 사단’ 검사들로 채웠고, 그 검사들은 야당과 전 정부 인사,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줄기차게 수사했다. 김건희 여사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뭉갰다. 정부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권 축소법을 무력화하고 검찰의 힘을 도로 키웠다. 검사 출신이 정부나 공공기관 요직까지 줄줄이 꿰차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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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용산서 울려퍼진 ‘마이웨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 상택(서태화)과 2차로 노래방에 온 부산의 조폭 두목 준석(유오성)이 노래를 부른다. 곡명은 ‘마이웨이(My Way)’. 준석은 ‘굴곡진 조폭의 삶이지만 후회 없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듯 각 잡고 비장하게 이 노래를 부른다. 그 모습에 함께 온 부하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이다. 부하들이 눈물을 흘릴 때 영화관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기억이 난다. 장엄한 비극의 서사라도 되는 양 폼 잡아봐야 조폭은 조폭일 뿐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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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녹색의 가치와 손잡는 것보다 생존이 중요했는데…자기만족에 빠졌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해 진보정당 사상 처음 원내에 진출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상기된 얼굴로 “(여의도) 당사에서 (국회까지) 걸어서 5분, 차로는 1분 걸리는 거리를 정치적으로 오는 데는 5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원내 진보정당 시대를 열어젖힌 감격과 희망, 각오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소회였다. 그 후 ‘거대한 소수’로 상징되는 민노당 의원들의 빛나는 의정활동, 분열과 통합, 재분화를 거쳐 오늘의 녹색정의당에 이른 시간은 가히 원내 진보정당 영욕의 20년사라 부를 만하다. 지난 4·10 총선에서 정의당과 녹색당이 연합한 녹색정의당은 지역구와 비례를 포함해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당 간판인 심상정 의원은 그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했다. 20년간 의회 한자리를 지키며 주류 정치가 대변하지 않는 노동자·농민·서민·소수자를 대변했던 정의당은 다시 광야에서 새출발을 모색해야 할 운명을 맞았다. 원내 진보정당 시대의 한 사이클이 막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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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건희 여사 ‘나홀로 투표’ 역대 대통령은 선거나 국민투표 때 부부동반 투표를 했다. 대통령 부부의 투표는 선거 당일 방송뉴스의 단골 메뉴였다. 그 투표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집권당에 대한 지지를 우회적으로 호소하는 방편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5년 2월12일 유신 체제와 대통령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때 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동행했다.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 사건으로 사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부인 대행 역할을 할 때였다. 대통령과 영부인, 대통령과 영부인 대행의 동반 투표는 굳어진 선거문화이자 전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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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검투사 정치’ 4·10 총선을 지배하는 정서는 적의와 증오다. 여야는 ‘내가 승리하면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고 말하기보다 ‘상대가 승리하면 세상은 지옥이 된다’고 악마화하기 바쁘다. 민주주의 정치는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토대로 때로 싸우고 때로 협력할 때 작동한다. 그러나 지금 여야에 상대는 제거해야 할 적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당 대표에게 야당 대표는 ‘범죄자’ ‘쓰레기’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고, 야당 대표에게 여당 대표는 ‘총선 뒤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니 대화가 없고, 대화가 없으니 타협도 없다. 협치는 언감생심이다. 고질병인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극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