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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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주당은 ‘선거 기계’가 될 태세가 되어 있나 정당은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조직된 결사체다. 한국에서 권력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고로 정당은 선거 승리가 본질적 목표인 조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정당들은 큰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넓히려 애쓴다. 그래야 선거에서 이긴다고 믿어서다. 지지층에 고정된 시선을 중도층·무당층으로 돌리는 것도 그맘때다. 다수 시민에게 가닿도록 메시지는 조정되고 정책은 용적을 넓힌다. 정당들의 정책은 상호 수렴된다. 선거정국이 주조하는 덧셈의 정치이고, 차이의 완충이다. 그러나 22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지금, 이 상식은 깨져버렸다. 여야는 경쟁하듯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뺄셈 정치에 여념이 없다. 이 흐름을 주도하는 건 윤석열 정부다. 난데없이 홍범도 장군 흉상 문제를 끄집어내 이종찬 광복회장과 같은 보수적 민족주의자마저 등을 돌리게 한다.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하려는 박정훈 대령을 핍박해 군대에 갔다왔거나 갈 남성은 물론 그들의 부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공분을 산다.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연구·개발 예산을 뭉텅뭉텅 삭감해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부른다. “12·12는 나라를 구하려고 나온 것”이라고 말한 사람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해 한국 사회가 어렵게 도출해낸 헌법 정신과 법적·정치적 합의를 시험에 들게 만든다. 공산전체주의 운운하며 철지난 이승만식 반공주의에 공명하지 않은 이들을 체제의 적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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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013년 윤석열 수사팀장, 2023년 박정훈 수사단장 10년 전 의식을 잃어 오늘 깨어난 사람이 신문을 본다면 세상이 잠들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고 대통령 이름 석 자에 또 한번 놀랄 것이다. ‘수사 외압’ ‘사건 축소’ ‘항명’을 소재로 한 사건이 10년의 간격을 두고 검찰에서 군으로 배경만 갈아끼운 채 재연되는 데서 익숙함을, 주요 등장인물의 위치가 정반대로 바뀐 데서 어지러움을 느낄 것이다. 폭로한 자가 폭로당하는 쪽으로, 눌림을 당한 자가 누르는 쪽으로 위치를 바꾸고, 비타협적이고 결연한 폭로가 이제는 대통령이 된 옛 폭로자 주변을 겨누는 모습에 지난 10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가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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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베정치, 차관정치, 공포정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 책임있는 국가관, 명확한 안보관을 가져야 한다”면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 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튿날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나 특정 정치 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발 뺐지만,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일관되게 추구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세력은 문재인 정부나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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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원희룡 장관, 그렇게 살지 마시라 노동절인 지난 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이튿날 숨진 건설노동자 양회동씨 유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 (중략) 먹고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자존심’ ‘억울하고 창피하다’는 말이 가시처럼 눈에 박힌다. 이들에게 자존심은 무엇인가. 30년 경력 레미콘 노동자 강종식씨(53)는 3년 전 건설노조에 가입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16일 경향신문과 만난 강씨는 이전에는 “안전에 대해 누구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했다. 노조에 가입한 뒤에야 산업안전보건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됐다고 했다. 또 “30년 일하면서 오른 임금은 1만원이 전부인데, 노조에 가입한 3년 동안 1만8000원 올랐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 이후 달라진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건설사 사무소에 자유롭게 출입하며 대화를 나눴었는데, 지금은 잡상인 취급을 한다. 건폭몰이가 대화에 가림막을 친 것 같다. 전에는 현장에서 대우해주고, 노동법에 저촉되는 부분은 못하게 했다. 지금은 불법을 자행하게 만든다. (사측이) 원하는 걸 안 하거나 손해를 끼치면 ‘건폭’이라는 말이 돌아온다.” 이들에게 자존심이란 대화와 교섭의 상대로 존중받는 것, 그로써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지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이 깡그리 부정되고 시정잡배나 조폭처럼 취급당할 때 “억울하고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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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동시간 개편이라는 코미디 근자에 있었던 노동시간 개편을 둘러싼 혼란은 윤석열 정부의 문제를 압축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찬찬히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6일 노동시간 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편안이 ‘주 최대 69시간’ 노동을 허용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16일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했다. ‘주 최대 60시간’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자 20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개인적 생각에서 말씀한 것이지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캡(상한)을 씌우는 게 적절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이 굳이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참모가 대통령의 지시를 ‘개인적 생각’이라고 깎아내리는 것도, 대통령이 다시 ‘내 생각은 변함없다’고 말하는 것도 처음 본다. 외관만 보면 대통령과 참모가 정책을 놓고 공개적으로 노선투쟁이라도 벌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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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본이 무너진 나라 지난해 여름이었으니 6개월쯤 전 일이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정순신 변호사가 차기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유력하다는 것이었다. 검사 출신이 한창 이 자리 저 자리 꿰차던 때인지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싶으면서도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기 국수본부장 인선을 6개월이나 앞둔 때였는데 벌써 후임자를 낙점했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았다. 또 아무리 검찰 정권이라도 그렇지 검사 출신을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내리꽂는 무리수를 두겠는가 싶었다. 더구나 정 변호사는 한동훈·조상준·이복현 등 다른 ‘윤석열 사단’ 검사들처럼 수사력이 특출난 편도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하도 검사 출신을 요직에 발탁하다 보니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구나 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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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윤석열 대통령은 ‘과격한 이명박’인가 새해가 밝았지만 들리는 것이라곤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경제 여건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고, 남북관계는 한층 험악해질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가장 심란한 것은 나라가 이명박(MB) 정부 때로 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더 안 좋은 판본으로. 얼마 전 북한 무인기 여러 대가 영공을 침범해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녔다. 일부는 용산 대통령실 인근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안까지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수년간 군의 태세가 부족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전 정권 탓부터 했다. MB 정부 때인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지자 당시 여권이 전 정권의 햇볕정책을 탓한 것과 똑같은 행태다. 그래도 그때는 야당 의원에게 ‘적과 내통’ 운운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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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검찰의 추억, 1호기의 추억 검찰에 출입할 때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급 이상 간부들이 기자들 군기를 잡는 손쉬운 방법이 있었다. 미운털이 박힌 기자를 제 방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건 약한 편에 속했다. 전화도 받지 않거나, 혹여 받더라도 모르쇠로 일관하면 기자는 ‘단독기사’는 고사하고 남이 쓴 기사도 받아쓰지 못하는 딱한 처지에 놓인다. 때로는 특정 기자의 태도를 문제 삼아 차장검사가 출입기자단과 정례적으로 하는 티타임을 중단하기도 했다. 티타임에서 듣는 말의 뉘앙스로 수사의 진행 상황을 가늠해야 하는 기자들에게 티타임 중단은 일종의 단체기합이었다. 검찰과 언론의 극단적인 정보 비대칭에서 가능한 군기잡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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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윤 대통령은 ‘전환기 리더’가 맞나 근래 국내외에서 들리는 소식은 전환기의 위기가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섰음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지구 전체가 거대한 화약고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전쟁의 포성이 갈수록 커지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곳이 있다. 백악관이 거둬들이기는 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마겟돈 전쟁’ 발언은 핵전쟁이 공상의 영역이 아니라 실재하는 위험임을 상기시킨다. 크름대교 피폭 후 러시아가 키이우를 보복 공격했다는 한 줄 속보를 접하자 먼저 머리에 스친 것도 ‘설마 전술핵은…’ 하는 것이었다. 어느덧 핵공포가 나와 같은 평범한 생활인의 잠재의식에도 깃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불안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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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윤석열 정부의 삼위일체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진단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지지율이 푹 꺼진 상황이었으니 평가가 좋았을 리 없다. 부정적 평가는 무책임한 실험주의, 무분별한 복수주의, 법기술 만능주의로 요약된다. 무책임한 실험주의는 ‘일단 바꾸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후과를 단단히 치르고 있다. 이전 정부가 대통령실 이전을 검토했다가 포기한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이전부터 했다. 윤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차량으로 출퇴근하고 한남동 옛 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뜯어고치는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졸속은 졸속을 낳는다. 대통령 관저 공사를 둘러싼 여러 잡음, 용산 대통령실 앞 옛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추레한 광복절 기념식이 그렇다. 청와대 위기대응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서울 도심에 폭우가 쏟아진 날 대통령실이 우왕좌왕한 것도 대통령실 졸속 이전이 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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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실패가 예정된 사정정국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겨우 두 달 조금 넘었을 뿐이지만 벌써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30%대 초반으로 추락한 지지율이 그것을 보여준다. 여론조사기관들이 분석한 지지율 하락 원인은 대동소이하다. 인사 실패, 경험·자질 부족, 경제·민생 소홀, 소통 미흡, 독단 등이다. 경험도, 능력도 없으면서 태도까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난 5일 도어스테핑이다. 윤 대통령은 인사 실패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손가락질을 하며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들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 다른 정권 때와 한번 비교를 해보라.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이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그날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는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소신껏 잘하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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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검찰공화국과 검사들의 전성시대 바야흐로 검사들의 전성시대다. 검찰밥을 먹어야 관가에서 행세깨나 하고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시절이 되었다. 대통령실은 집사와 문고리부터 인사라인까지 검찰 출신이 꿰찼다. 고위공직자를 추천하는 인사기획관은 검찰 수사관 출신이다. 그를 보좌하는 인사비서관, 고위공직 후보자를 2차 검증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은 검사 출신이다. 법률비서관도 검사 출신이다. ‘대통령의 집사’인 총무비서관,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부속실장은 검찰 수사관 출신이다. 행정부를 봐도 검사들의 전성시대가 여실하다. 법무부 장차관도, 법제처장도 검사 출신이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물론 총리 비서실장까지 검사 출신이다. 공정거래위원장도 검사 출신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