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
경향신문 기자
탐식(貪食)과 잡식(雜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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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飮啖稗說 (4)이토록 요염한 ‘굴’이라니 며칠 전 숙취로 쓰린 속을 달래려 시원한 굴국밥을 입안으로 퍼넣고 있는데 문득 메뉴판이 눈에 와 닿았다. ‘굴보쌈-계절 메뉴’. 미친 듯 먹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생굴을 먹었던 것이 지난해 김장할 때, 그리고 올 초 친구네 집들이에서 이렇게 두 차례였다. 아직 3월인데 혹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소용없었다. 유년 시절, 어른들의 식생활은 이해 안 되는 것투성이였다. 그중에서도 굴은 첫손에 꼽을 만했다. 콧물처럼 물컹하고 냄새도 비린 걸 어쩜 저렇게 맛나게도 먹는지. 당신들만 먹으면 될 것을 왜 자꾸 권하는지. 어릴 때부터 식탐이 많아 신기한 먹거리가 있으면 일단 입에 넣고 봤는데 굴은 좀처럼 적응이 안 됐다. 당최 이해 안 되던 그 마음이 무색하게도 20대 후반 어느 시점부터인가 나 역시 굴을 즐기고 있었다. 누구네 집 어린 딸내미가 굴을 잘 먹는다는 둥, 일곱 살밖에 안 된 녀석이 굴을 꿀떡꿀떡 삼킨다는 것 따위가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을 보면 굴은 소위 ‘어른’의 음식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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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飮啖稗說 가슴으로 마시고 사랑에 취하다 소위 ‘로맨틱한 작업’을 할 때 가장 어울리는 술은 뭘까. 시큼털털한 막걸리나 강하고 거친 보드카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게다. 경우에 따라 ‘작업’에 방점을 둔다면 테킬라를 꼽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와인 아닐까. 와인은 ‘남녀상열지사’에 가장 어울리는 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사에서 최고의 멜로 드라마로 꼽히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는 잉그리드 버그먼에게 다음과 같이 속삭인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Here’s looking at you, kid). 지금도 회자되는 이 명대사가 나온 장면에는 스파클링 와인의 일종인 샴페인 ‘멈 코르동 루즈’가 함께했다. 작품에 등장한 또 다른 샴페인 ‘뵈브 클리코’도 중요한 사랑의 매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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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은 말한다 “○○딸기 주세요”라고…내 입에 맛는 ‘빨간 맛’을 찾아라 500g 한 팩에 1만5000원. 몇번 만지작거리다 눈 딱 감고 집어 든다. 주머니가 얄팍해도 기꺼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 빨갛고 영롱한 빛깔.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마성의 향과 맛. 그렇게 딸기 앞에 속절없이 굴복하고 만다. 딸기는 겨울인 지금이 절정인 과일이다. 시장과 마트 매대의 널찍한 자리는 딸기 차지다. 호텔마다 경쟁적으로 내놓는 ‘딸기 뷔페’는 1인당 10만원대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카페나 디저트 업계를 휩쓸고 있는 것도 딸기다. 망고니 샤인머스캣 등 특정한 절기를 풍미하는 과일들이 제법 있지만 뭐가 됐든 딸기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 호불호가 거의 없고 가장 수요가 높은 과일이라는 딸기. ‘국민 과일이 딸기인가’라고 질문한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겠다. 딸기의 연간 시장 규모는 생산액 기준으로 1조5000억원이다. 이는 과일과 채소류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이인하 육종팀장은 “단위면적당 소득이 높은 작물이라 귀농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작목이 딸기”라며 “이 때문에 딸기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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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울진의 빨간 맛을 알아? 울진의 겨울 맛 철 만난 ‘게 판’ 홍게는 억울하다. 크기나 맛 모두 대게에 뒤질 바 없는데도 그간 꽤나 평가절하당해왔다. 아마도 몇 마리에 1만원씩 트럭에 쌓여 팔리는 싸구려 홍게가 쉽게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덩치에 비해 부실한 살, 인상을 절로 쓰게 하는 짠맛. 양손을 버려가며 번거롭게 껍데기를 까더라도 딱히 먹을 게 없는 것이 홍게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겨울 이맘때, 울진에서 만나는 홍게는 당신이 알던 홍게가 아니다. 당당하고 늠름한 외형만큼이나 실팍하고 차진 살, 달고 진한 맛에 놀라게 된다. 원래 홍게가 이런 맛이었나 싶다. 울진 후포항 왕돌회수산 임효철 사장은 “살이 없는 ‘물게’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겼을 것”이라며 “살이 꽉 차는 요즘은 홍게가 오히려 대게보다 좀 더 비싸다”고 말했다. 대게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 말까지, 홍게는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연중 잡힌다. 그중 제대로 된 맛을 보려면 1~3월이 최적기다. 이 때문에 울진군은 매년 2, 3월경 대게와 홍게 축제를 연다. 정식 명칭은 ‘울진 대게와 붉은 대게 축제’다. 홍게를 붉은 대게라 이름 붙인 것도 싸구려 물게 때문에 평가절하된 홍게의 이미지를 쇄신하자는 의도에서다. 올해는 2월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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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 짜릿한 바다 위 ‘등기산 스카이워크’·온천 솟는 ‘덕구계곡’ 울진은 참 멀다. KTX와 고속도로로 전국 웬만한 지역이 두세 시간이면 닿지만 울진까지는 도로가 막히지 않아도 수도권에서 너덧 시간은 잡아야 한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갈 만한 제철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지만 의외로 보고 즐길 거리도 꽤 있다. 호젓한 해변, 신선한 공기로 넘실대는 산과 계곡, 피로를 날려줄 뜨끈한 온천까지. 온천욕, 산림욕,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3욕’의 고장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울진. 시간을 들여 여행하기를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 죽변항에서 망양해수욕장을 지나 후포항으로 이어지는 해안은 달릴 맛이 나는 드라이브 코스다. 해수면과 도로의 높이 차가 크지 않아 바다와 어우러지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관광 포인트도 곳곳에 있다. 우선 죽변해안 스카이레일을 꼽을 수 있다. 해안을 따라 설치한 레일 위를 달리는 모노레일 안에서 발밑에 부서지는 파도와 해안절벽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죽변 등대부터 후정해수욕장까지 왕복 4.8㎞ 구간을 운행한다. 죽변 등대 바로 아래엔 20년 전 방영됐던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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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젠간 이곳에서 꿈같은 언약을…프러포즈를 위한 최적의 숙소들 밸런타인데이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로맨틱한 프러포즈다. 에어비앤비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프러포즈 장소로 가장 많이 선택된 숙소 몇 곳을 소개한다. 환상적인 풍경을 간직한 로맨틱한 공간부터 한적한 통나무집까지 다양하다. ■그림같은 과수원 속 오두막/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블랙히스 오래된 사과나무 과수원에 있는, 블루마운틴 절벽이 보이는 오두막이다. 125년 된 공구 창고를 로맨틱한 분위기 물씬한 곳으로 개조했다. ■로키산맥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스튜디오/미국 콜로라도주 에스티스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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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올해도 술술~ 액운 날리고 건강 기원하는 약주랍니다 설날에 먹는 음식은? 10명에게 묻는다면 10명 다 떡국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초기만 해도 설날에 먹는 음식은 사뭇 달랐다. 도소주(屠蘇酒)였다. 다소 생소할 법한 이 이름의 주인공은 술이다.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마시는 약주다. 그것도 어린아이부터 온 가족이 함께 마신다. 도소주라는 이름을 풀이하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술이라는 뜻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시간에 가족들이 이 술을 함께 마시면서 1년 내내 무병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한 번 마시면 일가에 병이 없고 한 집안이 마시면 한 고을에 병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앙에 가까운 세시 풍속이었다. 통일신라 시대에 중국에서 들어온 도소주는 고려시대에 성행했고 조선시대에도 양반층에서 즐겼다. 선조 때 영의정을 지냈던 박순은 ‘음도소주’라는 시를 통해 도소주를 노래했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산문 ‘설날’에도 설날에 도소주를 마시고 상에 오른 음식을 이것저것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면 일본에서도 마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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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飮啖稗說 고대인이 애용한 ‘정력제’ 먹으면 졸려서 ‘최음제’ 고기를 구워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식탁의 동반자가 있다. 상추다. 상추를 펼쳐 구운 고기를 몇점 얹고 고추, 마늘과 쌈장을 곁들여 입안 한가득 쌈을 싸 먹을 때 느껴지는 충만감이란…. 고기가 없어도 된다. 상추잎에 밥과 장만 싸서 먹는대도 그것만으로 꽤 괜찮은 한 끼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는 상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함바집’에서도 만날 수 있는 상추는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채소다. 태풍이나 흉작으로 채소가 금값이 될 때면 상추 적게 준다고 삼겹살집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광경은 심심찮게 목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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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정상급으로 선정된 국내 호텔 2곳은? 서울신라호텔이 호텔판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국내 호텔로는 유일하게 6년 연속 5성 호텔로 선정됐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매년 호텔과 레스토랑, 스파, 해양 크루즈 등에 관한 평가 정보를 제공한다. 전 세계 340개의 5성급 호텔을 방문해 시설과 서비스를 평가한 뒤 5성, 4성, 추천 등 3개 항목으로 등급을 나눠 발표한다. 국내에서 신라호텔과 함께 5성 호텔로 선정된 곳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다. 또 4성호텔로 선정된 곳은 시그니엘 서울, 아트 파라디소 부티크 호텔, 웨스틴 조선 서울, 콘래드 서울, 서울 파라다이스 시티, 파크 하얏트 서울 등 6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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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키’ 호텔 6개 지역, 올 상반기 공개 전 세계 식당을 ‘암행’ 평가해 온 미쉐린 가이드가 올해부터 호텔 평가에도 나선다. 미쉐린 가이드는 특별한 호텔을 조명하는 ‘미쉐린 키’를 도입키로 하고, 상반기 중 프랑스를 시작으로 전 세계 6개 지역에서 우수 호텔을 선정, 공개한다고 7일 밝혔다. 미쉐린 가이드는 이를 위해 지난 4년간 120개국 5000여 개의 호텔을 평가, 소개해 왔다. 미쉐린 키 호텔로 선정되는 대상은 5가지 기준을 따라야 한다. ▲호텔 자체가 목적지가 되어 호텔이 자리잡은 지역의 경험을 아우를 수 있는 곳 ▲건축학적으로 내외부 디자인이 우수한 곳 ▲그 호텔만의 독특한 개성을 잘 살린 곳 ▲서비스, 편안함 및 유지관리가 우수하고 한결같은 곳 ▲숙박금액에 상응하는 수준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곳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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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는? 올해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태국의 피샤아 팸 순토르니아나키(이하 팸) 셰프가 선정됐다. 팸 셰프는 태국 방콕에 있는 레스토랑 ‘포통’의 오너 셰프다. 포통은 태국과 중국의 전통문화를 반영한 요리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곳으로, 지난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35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4’가 주관하는 이 상은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아카데미에 소속된 회원 318명의 투표로 선정된다. 식음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전문 지식과 기술 향상을 도모하고 그들의 열정과 공로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여성 셰프인 조희숙 셰프는 2020년 이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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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네 살 셰프가 펼치는 도야마의 맛 일본 안에서도 숨겨진 일본. 남서쪽에 있는 도야마는 대자연과 진미를 고루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의 알프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일본에서 나는 700여 종의 해산물 중 500종이 이 지역에서 나올 정도로 해양 먹거리가 풍부하다. 산과 강, 바다가 맑고 물이 좋은 이곳은 깊은 맛을 내는 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사케로도 유명하다. 한국 여행객들에게는 알려진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선 푸디들이 방문하고 싶은 지역 최상위권에 꼽힐 정도로 미식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전국구 관심을 끌고 있는 젊은 셰프가 얼마 전 한국을 찾았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일식당 ‘타마유라’의 초청으로 방한한 다카히로 게조다. 올해 서른 네 살인 그는 2020년 도야마 히가시이와세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열었다. 히가시이와세 지역은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푸디들을 비롯해 미식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글로벌 여행자들의 주목을 받는 곳이다. 도야마를 대표하는 사케 양조장 마스다주조가 2019년 이 지역에 새로운 양조장과 함께 지역 고유의 미식과 생활 문화가 어우러지는 마을을 조성하면서다. 돔 페리뇽에서 일했던 양조 장인이 만든 사케 브랜드 ‘이와 사케’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뛰어난 식재료와 장인들이 집중되면서 자연히 손맛 뛰어난 셰프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