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
경향신문 기자
탐식(貪食)과 잡식(雜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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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꽁치구이에도 이런 역사가…맛깔나게 풀어낸 일본 어식문화 ‘일식’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은 생선이다. 고급 일식집의 스시부터 소박한 가정식에 나오는 생선구이 한 토막에 이르기까지 일본 밥상에서 생선을 떼어놓긴 어렵다. 일본 식문화의 중심이 생선이란 건 젓가락만 봐도 알 수 있다. 한·중·일 3국은 공통적으로 젓가락을 사용한다. 그중 길이가 가장 짧고 유독 끝이 가늘고 뾰족한 것이 일본의 젓가락이다. 생선 살을 효율적으로 잘 발라먹기 위해서다. 심지어 일본인들은 스스로를 ‘어식민족’이라고 칭한다. 해산물을 먹는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단어지만 일본인들은 곧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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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飮啖稗說 푸릇함 속 야릇한 19금 채소 따지고 보면 들어본 이야기이고,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그래도 늘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화젯거리가 있다. ‘뭐가 몸에 좋다더라’ ‘이런 증상이 있을 때 이걸 먹으면 특효다’ 따위의 건강 정보다. 내 몸의 건강 상태와 직결되는 먹거리 이야기에 동하는 원초적 호기심은 뿌리치기 어렵다. 기승을 부리는 더위가 가실 줄 모르는 요즘 꽤 많이 언급되는 먹거리가 있다. 특유의 향과 청량한 뒷맛을 가진 채소, 부추다. 의사나 식품 전문가들이 권하는 부추의 효능은 기력 회복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혈액 순환을 돕고 소염효과도 뛰어난 데다 간과 위장, 신장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기력을 잃고 지치기 쉬운 여름철을 나는 데 도움이 되는 팔방미인 부추의 효능을 보노라면 보약에 버금갈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동의보감>이나 <식료찬요> 같은 옛 의서에도 부추는 간을 튼튼하게 해주고 위장과 신장을 이롭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상지대 초빙교수를 지낸 농부이자 목사 임락경은 <나를 살리는 음식과 건강 이야기>에서 “부추는 채소라기보다는 약재에 가깝다. 50병 통치약은 되겠다. 반찬으로 수시로 먹어주면 병이 안 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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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향신료 확보하라” 대항해시대 각축전 벌인 유럽 열강 많은 역사학자는 세계사의 주요한 변곡점이 된 대항해시대를 연 기폭제가 향신료였다고 이야기한다. 후추로 대표되는, 동양에서 나는 신비로운 향신료는 15세기 유럽 사람들에게 황금 이상의 가치를 지닌 보물이었고 기꺼이 목숨을 걸 만한 대상이었다. 귀한 향신료를 차지하기 위해 유럽 열강들은 앞다퉈 먼 길을 떠났다. 그리고 이는 치열한 경쟁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이어졌다. <향신료 전쟁>은 대항해시대 향신료를 두고 벌어졌던 유럽 열강의 각축전을 그린 책이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열강들이 향신료를 향한 ‘탐욕’으로 어떻게 엎치락뒤치락했는지 보여주는데, 그 무대로 ‘스파이스 제도’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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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들풀에서 곤충까지…전쟁의 업보 속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열도인들 거무튀튀한 보리밥은 요즘 젊은이들도 간간이 별미로 즐기는 음식이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겪고 자란 70·80대 이상에겐 진저리나는 맛일지도 모른다. 쌀을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했던, 입에서 겉도는 그 거친 보리의 맛 말이다. 전쟁은 총칼과 폭탄으로 목숨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먹거리를 구하지 못해 생사의 갈림길에 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살아남기 위해 평소 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무언가를 입안으로 밀어넣을 수밖에 없다. <전쟁은 일본인의 밥상을 어떻게 바꿨나>는 중일전쟁부터 아시아·태평양 전쟁에 이르기까지 일본이 전쟁을 거치는 동안 일본인들의 밥상이 어떻게 피폐해져 갔는지 살펴본 책이다. 문예평론가인 저자는 ‘폭탄이 떨어진대도 요리코너를 이어가며 목숨을 부지한 몇몇 여성지’를 통해 이 과정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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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飮啖稗說 유혹의 디저트 ‘티라미수’ 부드럽고 달콤한 맛, 사르르 흘러내리는 질감의 디저트. 티라미수다.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 곳곳에서 때아닌 티라미수 타령이 한창이다. “티라미수 케익 티라미수 케익~”하는 노랫말에 맞춰 간단한 춤을 추는 영상이 릴스와 틱톡, 쇼츠 등 쇼트폼 플랫폼을 점령했다. 원곡은 2015년 인디밴드 위아더나잇이 발표했던 ‘티라미수 케익’.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재미있고 쉬운 안무가 더해지면서 우연찮게 챌린지 바람을 탔다. 덕분에 앞으로 티라미수를 보면 이 곡을 자동반사적으로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 한동안 아메리카노 커피 하면 밴드 십센치가 떠올랐던 것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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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飮啖稗說 정력엔 ‘펄떡펄떡’ 꼬리? 몸통이 억울하겠네 다닥다닥 이어지는 간판의 행렬 속. 무심코 한 곳에 눈이 갔다. ‘살아 있는 비아그라.’ 그로테스크한 기분이 들었으나 간판의 홍수 속에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혹시 장어집인가’ 싶었는데 맞았다. 웬만한 중장년층에게 장어는 스태미나를 충족시켜주는 보양식으로 통한다. 기력이 떨어지는 여름철엔 특히 장어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을 비롯해 좋은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먹고 나면 기력이 생기고 든든하다. 그뿐인가.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지닌 진미인지라 많은 미식가를 유혹한다. 숯불 위에서 자글자글 연갈색 빛으로 익어가는 장어는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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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飮啖稗說 고운 자태에 씐 음심 복숭아는 억울해 ‘도화살’이라는 말이 있다. 사주·명리에서 많이 쓰는데, 일반인에게도 꽤나 익숙하다. 예로부터 도화살이 있는 사람은 남성 혹은 여성에 대한 편력이 강한 것으로 여겨졌다. 도화살에는 성적 방종, 음란, 색기, 호색 따위의 의미도 따라붙는다. ‘도화살(桃花煞)’에서 ‘도화(桃花)’는 복숭아꽃을 의미한다. ‘도색잡지’ 혹은 ‘도색영화’라는 단어도 있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나 중년층 이상에게는 익숙하다.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 등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색잡지의 대표격이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곤 했던 이 잡지를 수완이 좋아 손에 넣은 아이들은 성적 호기심이 들끓던 또래 사이에서 종종 권력자가 됐다. 여기서 ‘도색’(桃色)의 뜻은 복숭아 혹은 복숭아꽃 빛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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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飮啖稗說 아…왠지 모르게 연상되는 ‘그것’ 넷플릭스 콘텐츠 목록을 탐색하다 한 제목에 눈길이 머물렀다. ‘소시지 파티’. 혹자는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머릿속 ‘음란 마귀’를 흔들어 깨우며 민망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제목. 맞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의미다. 무대는 대형마트의 식품매장. 주인공은 길쭉한 프랑크 소시지 ‘프랭크’와 그의 여자친구인 핫도그번 ‘브렌다’이다. 인간들에게 선택돼 마트 밖으로 나가는 것이 천국의 삶이라고 믿고 있는 식료품들에게 어느 날 천국의 실체가 까발려지면서 이에 맞선 식료품들의 파란만장한 모험기가 펼쳐진다. 앙증맞은 캐릭터가 나선 애니메이션 영화이긴 하나 B급 유머와 질펀한 ‘섹드립’이 판을 친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과격한 난교 장면에서 쏟아지는 대사들을 듣고 있노라면 어질어질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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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飮啖稗說 (4)이토록 요염한 ‘굴’이라니 며칠 전 숙취로 쓰린 속을 달래려 시원한 굴국밥을 입안으로 퍼넣고 있는데 문득 메뉴판이 눈에 와 닿았다. ‘굴보쌈-계절 메뉴’. 미친 듯 먹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생굴을 먹었던 것이 지난해 김장할 때, 그리고 올 초 친구네 집들이에서 이렇게 두 차례였다. 아직 3월인데 혹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소용없었다. 유년 시절, 어른들의 식생활은 이해 안 되는 것투성이였다. 그중에서도 굴은 첫손에 꼽을 만했다. 콧물처럼 물컹하고 냄새도 비린 걸 어쩜 저렇게 맛나게도 먹는지. 당신들만 먹으면 될 것을 왜 자꾸 권하는지. 어릴 때부터 식탐이 많아 신기한 먹거리가 있으면 일단 입에 넣고 봤는데 굴은 좀처럼 적응이 안 됐다. 당최 이해 안 되던 그 마음이 무색하게도 20대 후반 어느 시점부터인가 나 역시 굴을 즐기고 있었다. 누구네 집 어린 딸내미가 굴을 잘 먹는다는 둥, 일곱 살밖에 안 된 녀석이 굴을 꿀떡꿀떡 삼킨다는 것 따위가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을 보면 굴은 소위 ‘어른’의 음식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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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飮啖稗說 가슴으로 마시고 사랑에 취하다 소위 ‘로맨틱한 작업’을 할 때 가장 어울리는 술은 뭘까. 시큼털털한 막걸리나 강하고 거친 보드카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게다. 경우에 따라 ‘작업’에 방점을 둔다면 테킬라를 꼽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와인 아닐까. 와인은 ‘남녀상열지사’에 가장 어울리는 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사에서 최고의 멜로 드라마로 꼽히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는 잉그리드 버그먼에게 다음과 같이 속삭인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Here’s looking at you, kid). 지금도 회자되는 이 명대사가 나온 장면에는 스파클링 와인의 일종인 샴페인 ‘멈 코르동 루즈’가 함께했다. 작품에 등장한 또 다른 샴페인 ‘뵈브 클리코’도 중요한 사랑의 매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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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은 말한다 “○○딸기 주세요”라고…내 입에 맛는 ‘빨간 맛’을 찾아라 500g 한 팩에 1만5000원. 몇번 만지작거리다 눈 딱 감고 집어 든다. 주머니가 얄팍해도 기꺼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 빨갛고 영롱한 빛깔.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마성의 향과 맛. 그렇게 딸기 앞에 속절없이 굴복하고 만다. 딸기는 겨울인 지금이 절정인 과일이다. 시장과 마트 매대의 널찍한 자리는 딸기 차지다. 호텔마다 경쟁적으로 내놓는 ‘딸기 뷔페’는 1인당 10만원대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카페나 디저트 업계를 휩쓸고 있는 것도 딸기다. 망고니 샤인머스캣 등 특정한 절기를 풍미하는 과일들이 제법 있지만 뭐가 됐든 딸기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 호불호가 거의 없고 가장 수요가 높은 과일이라는 딸기. ‘국민 과일이 딸기인가’라고 질문한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겠다. 딸기의 연간 시장 규모는 생산액 기준으로 1조5000억원이다. 이는 과일과 채소류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이인하 육종팀장은 “단위면적당 소득이 높은 작물이라 귀농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작목이 딸기”라며 “이 때문에 딸기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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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울진의 빨간 맛을 알아? 울진의 겨울 맛 철 만난 ‘게 판’ 홍게는 억울하다. 크기나 맛 모두 대게에 뒤질 바 없는데도 그간 꽤나 평가절하당해왔다. 아마도 몇 마리에 1만원씩 트럭에 쌓여 팔리는 싸구려 홍게가 쉽게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덩치에 비해 부실한 살, 인상을 절로 쓰게 하는 짠맛. 양손을 버려가며 번거롭게 껍데기를 까더라도 딱히 먹을 게 없는 것이 홍게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겨울 이맘때, 울진에서 만나는 홍게는 당신이 알던 홍게가 아니다. 당당하고 늠름한 외형만큼이나 실팍하고 차진 살, 달고 진한 맛에 놀라게 된다. 원래 홍게가 이런 맛이었나 싶다. 울진 후포항 왕돌회수산 임효철 사장은 “살이 없는 ‘물게’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겼을 것”이라며 “살이 꽉 차는 요즘은 홍게가 오히려 대게보다 좀 더 비싸다”고 말했다. 대게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 말까지, 홍게는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연중 잡힌다. 그중 제대로 된 맛을 보려면 1~3월이 최적기다. 이 때문에 울진군은 매년 2, 3월경 대게와 홍게 축제를 연다. 정식 명칭은 ‘울진 대게와 붉은 대게 축제’다. 홍게를 붉은 대게라 이름 붙인 것도 싸구려 물게 때문에 평가절하된 홍게의 이미지를 쇄신하자는 의도에서다. 올해는 2월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축제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