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인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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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그리고 제스처만 남았다 “게임은 끝났는데 질 수 없다는 제스처만 남았다.”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미니마 모랄리아>에 이런 문장이 있다. 그가 적은 맥락과 무관하게 이 문장을 곱씹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떠올렸다. 지난 7일 기자회견 후 윤 대통령은 몇 개의 조치를 취했다. 쇄신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 고개를 끄덕여줄 수 없다. 그보다는 무언가를 하긴 한다고 내보이는 ‘제스처’에 가깝다고 본다. 대통령실은 공천개입 의혹을 ‘매정’하지 못해 받은 연락 문제로 치환하더니 윤 대통령 부부가 오래 쓰던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고 알렸다.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된 강기훈 선임행정관은 음주운전 징계를 마치고 복귀한 뒤 “가장 자유대한민국을 걱정하시고 사랑하시는 분은 대통령님”이라는 입장문을 남기고 떠났다.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라는 흔한 문구, 의례적 반성도 없었다. 꾸준히 설득한 결과로 거취를 정리했다는데, 꾸준한 설득까지 필요했던 저간의 사정이 뭘까 의아해진다. 이런 게 쇄신의 시작이라면 남은 조치에도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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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이 권리 주체일까…‘자연을 위한 법적 담론’ 학술대회 ‘자연을 위한 법적 담론’을 주제 삼아 지구법학(Earth Jurisprudence)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지구법학은 인간 뿐 아니라 자연계 모든 존재를 고유한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식하는 새로운 법적 패러다임으로 기후위기가 심화하며 조명받고 있다. (재)지구와사람의 지구법학회와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자연을 위한 법적 담론’ 학술대회가 오는 15일 서울대 우천법학관에서 개최된다고 지구와사람이 11일 밝혔다. -
기자칼럼 이토록 분리된 세계 두 달간 두 개의 세계를 살았다. 정치부 일과 창간기획 ‘쓰레기 오비추어리’ 시리즈 준비를 병행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지구 전역을 돌며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물건들의 생애를 다루는데, 기획기사와 전시회를 함께 준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을 짚다가 헌 옷 수출선 항로를 확인하고, 한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 결과를 기다리며 전시작을 만드는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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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윤 대통령 “위대한 업적, 국가적 경사”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두고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며 축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한림원의 선정 사유처럼, 작가님께서는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며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적었다. -
쓰레기 오비추어리② 배송 즉시 버린다…‘딜리버-스루’ 시대 서울에 사는 A씨(37)는 지난 4월 4일 중국 전자상거래사이트 ‘타오바오’에서 옷 12벌과 양말 10켤레를 주문했다. 민무늬 긴팔 상의는 흰색 2벌, 검정색 2벌, 파랑색 1벌 등 총 5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한 벌에 35위안(6600원)이라 부담은 느끼지 않았다. 재질이 조금 다른 상의는 노랑·분홍·회색으로 3벌, 무릎 위로 오는 치마는 검정색과 회색으로 2벌을 골랐다. 5개월이 지난 9일 현재 12벌 중 9벌은 폐기됐다. 색색으로 산 상의 8벌은 모두 버려졌다. 일부는 배송 직후였다. -
창간기획 ‘쓰레기 오비추어리’…짧게 살고 오래 죽는다 ■프롤로그 지난달 11일 새벽 인천항을 떠난 폴레간드로스호에는 중고의류로 가득 찬 컨테이너가 실렸다. 다음달 말 도착할 최종 목적지는 나이지리아 오네항이다. 한국에서 버려진 옷들이지만 ‘한국 옷’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타국 원료로 중국, 캄보디아 등에서 제작된 뒤 한국 소비자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종 폐기될 물건들이다. -
기자칼럼 아무래도 투 트랙은 없다 지난 5월8일 아침,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날이다. “선배, 혹시 내일 전세사기 관련 질문이 나올까요? 피해자 지원 활동하는 분이 물어보시네요. 8번째 사망자가 나왔어요.” 그분이 듣고 싶던 대답은 “장담은 못하지만 나올 수 있습니다. 질문 기회가 오면 제가 물을 거라서요”였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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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수정’ 주도한 18년 전 인사들···윤 정부 역사교육 정책 핵심으로 등극 윤 정부서 발탁된 뉴라이트 인사들은 누구 2006년 11월 30일, 뉴라이트 학자들 모임인 교과서포럼의 여섯번째 심포지엄이 열렸다. 일제강점기는 ‘근대로의 이행과정’, 4·19혁명은 ‘학생운동’, 5·16 쿠데타는 ‘혁명’으로 기술한 ‘대안교과서’ 시안을 공개한 직후였다. 토론자에는 박지향·허동현·김낙년·김주성·김용직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발제자에는 김영호 당시 성신여대 교수가 포함됐다. 행사는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들의 항의로 폭력 사태까지 번진 끝에 중도 취소됐다. 심포지엄은 무산됐지만 이들의 시각은 이후 출범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수정’ 시도에 반영됐다. -
뉴라이트, 윤 정부 ‘전면에’···역사 기관 25개 요직 장악 윤석열 정부의 역사·역사교육 관련 기관 임원 중 최소 25개 자리를 뉴라이트나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이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과 임원들을 ‘우편향’ 인사들로 속속 교체하는 과정이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라이트 인사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역사 수정’ 움직임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기자칼럼 ‘보디가드’ 정치 10년도 더 된 일이다. 첫 정치부 출근을 앞두고 막막해할 때 선배가 말했다. “사람의 가장 저열한 욕망부터 가장 고귀한 욕망까지 볼 수 있는 곳이야.” 멋진 인수인계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어렵다. 아무래도 타인의 근원적 욕망 같은 건 잘 안 보인다. 서로의 욕망을 자극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일을 꾀하는 동네라는 것 정도를 겨우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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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대통령은 무엇을 두려워하나 보름 전까지 대통령실을 출입했다. 2년 사이에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을 하던 곳에 가벽이 서고, 어딘지 조악해 보이는 조화가 붙었다가, 완전한 벽으로 막히는 것을 봤다. 마지막 날에도 청사 조경 작업이 한창이어서, 수시로 변하는 공간에 ‘의식을 지배받지 않고’ 변함없이 남아 있는 건 대통령뿐인가 싶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참패 뒤 그간 하지 않던 것들을 했지만, 동시에 무엇도 하지 않았다. 첫 영수회담은 협치 가능성을 탐지하는 수준에도 못 미쳤다. 대통령실 인사·조직을 통한 쇄신 효과는 ‘낙선자 회전문 인선’에 소멸됐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핵심 의혹들을 해소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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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윤건영 “악어의 눈물…파멸을 빌드 업하는 건 윤 대통령”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파멸로 이르는 빌드 업(build-up)을 스스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권의 채 상병, 김건희 여사 특검법 추진을 두고 여당이 ‘탄핵을 빌드 업한다’고 비판하자 파멸 빌미를 쌓는 것은 윤 대통령 자신이라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