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사전조율 본격 시작 “국정현안 가감없이 의제로 삼자”

대선 후보자 토론회가 열린 2022년 2월25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후보자 토론회가 열린 2022년 2월25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 일정·형식·의제 등을 조율하기 위한 협의가 23일 본격 시작됐다. 첫 준비회동에서 양측은 민생 정책을 포함한 국정 현안을 가감없이 논의한다는 큰 원칙에 공감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 등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들이 의제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의제 조율 과정부터 협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이날 오후 1시58분부터 40여분간 국회에서 2 대 2로 대면 준비회동을 열었다. 대통령실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1비서관, 민주당에서는 천준호 당대표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화해 이른바 영수회담(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단독 회동)을 제안한지 나흘 만이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자료를 통해 “시급한 민생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중요한 국정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기로 했으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회담 일정은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권 실장 명의 공지문에서 “시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중요한 국정 현안을 가감 없이 본회담의 의제로 삼자고 논의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구체적 논의 결과를 두고는 말을 아꼈다. 권 실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 분위기는) 진지했다”면서 “영수회담 준비 속성상 (구체적) 회동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의 중요성과 민감성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각자 준비 상황을 점검한 뒤 2차 준비회동을 열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날 회동에서 회담 의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민주당의 의견을 듣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종 조율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 회담은 당초 예상보다 늦춰져 다음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양측이 ‘가감 없는 논의’ 원칙에 공감해 이번 회담이 그간 실종된 협치의 첫발이 돼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은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이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하며 “자주 만나 국정을 논의하자”고 했고, 이 대표는 전날 이번 회담이 “정치복원의 분기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정책뿐 아니라 국정 현안을 의제에 포함해 회담 테이블에 광범위한 주제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전날 “듣기 위해 (용산으로) 초청한 것이니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밝히면서 의제 확장을 위한 분위기도 어느 정도 조성된 상태다.

회담에서 논의될 ‘민생 정책’에는 민주당의 총선 공약인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안이 우선 포함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13조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청할 수 있다. ‘채 상병 특검법’도 다뤄져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강하다. 윤 대통령의 지난 2년 국정운영에 대한 사과와 향후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구할지도 주목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생경제 회복 조치라든지 국정기조 전환에 대한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4차례의 민생토론회에서 도출한 입법 과제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크다.

신임 국무총리 인선도 회담에서 거론될 거란 관측이 많다. 윤 대통령이 차기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구하면서 향후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의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후보 추천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민심을 반영한 개각’ 등 큰 원칙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의제 조율 과정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은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다. 김 여사 문제는 그간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서 건드릴 수 없는 ‘역린’으로 평가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의제화 찬반이 엇갈린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 관련된 문제를 회담 의제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야당이 그동안 주장하고 또 국민들한테 크게 호응을 받았던 소위 ‘이채양명주’가 있다”며 “총선 민심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풀어나가야 될 문제들, 이런 것들이 당연히 의제로 올라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양명주란 이태원 참사, 채상병 순직 및 외압 의혹, 양평고속도로 게이트(김 여사 일가), 명품백 수수 의혹(김 여사), 주가 조작 의혹(김 여사)의 앞 글자를 각각 따서 만든 줄임말이다.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5개 중 3개다. 민주당이 여권의 실정을 부각하며 대여 공세에 활용해 온 구호이기도 하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가 먼저 김 여사 특검법을 회담 의제로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 문제는 (윤 대통령이) 사실상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이) 대표가 말씀 하겠느냐”며 “다만 전체적으로 국민에 대한,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문제를 자신이 있다면 털고 넘어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 이런 정도 얘기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김 여사 특검법을 의제로 올릴 지 여부에 대해선 고민중인 단계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 여사 특검법) 그 문제에 대해선 최종적으로 어떤 의사 결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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