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지시엔 ‘의문’을 품어라

백승찬 선임기자
[책과 삶] 불합리한 지시엔 ‘의문’을 품어라

진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 지음 | 손화수 옮김
자음과모음 | 468쪽 | 2만2000원

2014년 노키아 최고경영자 스티븐 엘롭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열망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e메일을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이후엔 ‘전략’ ‘가장 많은 가치’ ‘미래’ ‘생산성’ 같은 어휘들이 이어졌다.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정작 발신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기 어렵다. ‘더 많은 일’은 무엇인지, ‘전략을 가시화’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호하다.

인류학 전공자로 노동·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전작 <가짜 노동>에서 직원을 바쁘게 하지만 정작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직장 문화를 지적했다. 끝없는 회의, 불필요한 서류 작업 등의 문제점을 말했다. 후속작 <진짜 노동>에서 그는 엘롭의 메일이 ‘훌륭하고 전문적’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현대사회의 노동이 많은 경우 이와 같다는 것이다.

뇌르마르크는 이번에는 노동 환경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조금 더 실질적인 조언에 초점을 맞춘다. 불합리하게 여겨지는 상사의 지시나 조직 문화를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짐작하는 대신, 의문을 가져보면 좋다. ‘혁신’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 멀쩡한 조직을 뒤엎지 않아도 된다. 실제적 효과가 의문인 ‘프로젝트’를 만드는 데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업무를 다 마쳤다면 막연하게 오후 6시까지 자리를 지키는 대신 오후 2시에도 “일 다했으니 퇴근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는 이를 위해 ‘디지털 솔루션’을 한 방안으로 든다. 인간적 불안감으로 막연히 거부하는 대신, 전산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면 가짜 노동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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