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문규
경향신문 기자
경향신문 문화부에서 출판과 학술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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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1960년대 자카르타, 그곳에도 광주가 있었다 우리는 ‘자카르타’를 알지 못한다. 세계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인도네시아가 ‘제3세계’ 국가들의 결속을 다진 ‘반둥 회의’ 개최국이라는 정도는 알 수도 있다. 하지만 반둥 회의 이후 자카르타에서 벌어진 반공 대량학살의 여파가 동남아시아를 넘어 라틴아메리카까지 휩쓸며 ‘자카르타’가 학살의 은유가 됐다는 냉전사에 대해선 들어본 바 없다. 21세기 한국에도 ‘망령’처럼 남아 있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은폐한 세계사적 비극이다. -
금요일의 문장 왜 독수리는 날개 펴지도 못하는 공간에 갇혀 있어요? 독수리사 앞에서 나는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독수리는 겨울철새이며 몽골이 번식지입니다. 주로 먹이경쟁에서 밀린 어린 독수리들이 한국에 오지요. 봄이 되면 다시 몽골로 돌아갑니다.” 수달사 앞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수달의 세력권은 강을 따라 40킬로미터 이상이고 포식자로서 자신의 영역을 알리기 위해 높은 바위에 똥 자리를 만듭니다.” … 몇몇 아이가 아기 낙타처럼 계속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럼 왜 독수리는 날개를 펴지도 못하는 좁은 공간에 갇혀있어요?” “선생님! 그럼 왜 수달은 작은 욕조에 살아요? 똥 눌 바위는 왜 없어요?” 아이들의 궁금증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 어크로스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갈비 사자’로 불린 ‘바람이’를 구조한 수의사이다. 그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야생동물을 구조해 야생 복귀를 돕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은 동물원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도록 애쓴다. 그의 글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만의 감동을 선사하는 동시에 돌봄과 책임,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그는 ‘사람 살기도 힘든데 무슨 동물까지 챙기느냐’는 이들에게 ‘동물이 살 만하다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되묻는다. 동물을 대하는 마음과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
성찰의 힘이 필요한 시대, 10주기에 다시 읽는 신영복의 말과 글…‘신영복 전집, 다시 읽기’ 출간 ‘시대의 지성’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1941~2016)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가 고초를 겪었던 시대와 달리 한국 사회는 민주화됐고, 광장에 모인 시민의 힘으로 무도한 지도자를 두 번이나 끌어내렸다. 그러나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인 주장들이 사회 일각에서 확산되면서 그가 평생 강조했던 ‘성찰’의 의미를 되새겨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대도 사회도 변했지만, 그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 고 이우영 작가 유족 최종 승소 만화 <검정고무신>의 저작권을 둘러싼 고 이우영 작가의 유족과 출판사 간 소송이 7년 만에 종결됐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12일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8일 형설출판사의 캐릭터 업체인 형설앤 측과 장모 대표가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원심 판단에 중대한 법리 오해나 쟁점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2심 판결이 확정돼 <검정고무신> 관련 법적 다툼은 사실상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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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 7년만에 종결…고 이우영 작가 유족 최종 승소 만화 <검정고무신>의 저작권을 둘러싼 고 이우영 작가의 유족과 출판사 간 소송이 7년만에 종결됐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12일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8일 형설출판사의 캐릭터업체인 형설앤 측과 장모 대표가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원심 판단에 중대한 법리 오해나 쟁점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돼 <검정고무신> 관련 법적 다툼은 사실상 종결됐다. -
‘괴랄’해진 웃음, 더 대담해진 무대…코미디언 이창호와 만난 뮤지컬 <비틀쥬스> 100억년간 이승과 저승 사이에 끼인 사고뭉치 유령 비틀쥬스는 인간에겐 보이지 않는다. 죽도록 외로운데, 이미 죽어서 죽을 수도 없는 그가 푸념한다. “근데 같이 춤추고 노래하면 뭐해, 내가 같이 있는 줄도 모르는데. 왜? 내가 쌩지랄을 해도 날 보질 못해.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투명하다는 거야. 그리고 투명하다는 게 어떤 거냐면…. 어, 저기 차은우다!” 멈칫하다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 “이봐 이봐 이봐, 나 투명해졌지.” -
새해 벽두부터 불붙은 코스피…투자서 판매도 불티나 새해 벽두부터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경제서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소설 역시 연초부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교보문고가 9일 발표한 1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올해 소비 경향과 경제 향방을 예측한 <트렌드 코리아 2026>이 4위를 차지했다.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는 9위를 기록했다.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은 14위, <자본주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공부>가 15위에 올랐다. (28위)과 <이코노미스트 2026 세계대전망>(31위)도 상승세다. -
책과 삶 상상 (불)가능한 ‘미국 없는’ 세계질서 새해 벽두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시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흔들었다.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의 북극 영토인 그린란드를 병합하기 위한 미군 활용 가능성을 언급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인 유럽 국가들을 발칵 뒤집어놨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미국 및 서구 중심의 세계질서가 더 이상 예측 가능하거나 안정적이지 않다는 사실만 선명해졌다. -
2025 한국춤평론가상 작품상에 김성한 세컨드네이처댄스컴퍼니 예술감독 한국춤평론가회는 2025년 한국춤평론가상 작품상에 김성한 세컨드네이처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의 ‘슬리핑 뷰티 part 2’를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한국춤평론가회는 “김성한 안무가가 현대무용의 실험적 소통과 시대적 담론을 조화롭게 구현했다”며 “지난 20년간 세컨드네이처댄스컴퍼니를 이끌며 실존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과 사회 이면을 통찰해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
참호라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참혹한 전쟁의 민낯…‘벙커 트릴로지’ 연극 <벙커 트릴로지>는 관객을 1차 세계대전의 참호로 이끈다. 극장 문이 열리면 비좁은 통로를 지나 객석으로 입장하게 된다. 객석과의 구분이 별 의미 없는 어두침침한 무대 위 소품은 탄약박스와 투박한 테이블 정도. 관객은 몸부림치고 절규하는 배우들 곁에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숨죽여 지켜보는 목격자가 된다. <벙커 트릴로지>는 참호를 공통의 배경으로 삼아 세 편의 고전 <모르가나>, <아가멤논>,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작 공연이다. 각각 ‘아서 왕의 전설’, 그리스 비극 ‘아가멤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원작으로 하며, 세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원작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관람에는 무리가 없다. -
같은 작품, 다른 무대 어디서 볼까…<바냐 아저씨> <백조의 호수> 2026년 공연장에도 ‘같은 작품, 다른 무대’가 이어진다. 국내 주요 공연장·단체 라인업에서 같은 작품을 선보이는 경우가 눈에 띈다. 같은 작품을 올린다고 같은 공연은 아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를 옮기는 방식에 따라 무대는 달라진다.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관객의 즐거운 고민이 시작됐다. ■‘반야 아재’와 ‘바냐 삼촌’ 국립극단과 LG아트센터는 ‘공교롭게도’ 같은 작품으로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난다. 올해 5월 헨리크 입센의 <헤다 가블러>를 올린 데 이어 내년 5월에는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을 각각 선보인다. 올해 국내 대표적인 공연 단체들의 ‘맞대결’은 공연계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당시 SNS 언급이 크게 늘었고, 기사도 많이 나오면서 홍보 효과는 컸다”며 “연극이 대중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상황에서 관객의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
책과 삶 말괄량이 삐삐의 어머니는 그렇게…전쟁을 살아냈다 “작가가 된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지금은 <삐삐 롱스타킹>을 수정하고 있는데, 이 말썽꾸러기가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1945년 6월2일) <린드그렌 전쟁 일기 1939-1945>는 어린이 문학의 대표적인 고전 ‘삐삐’ 시리즈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쓴 일기를 원문 그대로 엮은 책이다. 전쟁을 기록한 일기를 읽는다는 건, 한 사람이 견뎌낸 어려운 시절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거대한 인류사적 사건을 응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전쟁이 발발한 1939년 9월부터 1945년 12월 종전까지 일기장 17권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