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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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혁신’이라 쓰고 ‘안전인력 감축’이라 읽는다 [주간경향] 대통령의 말에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담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이라고 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엿새만인 지난 11월 4일에는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정책 구상을 뒷받침하는 것은 인력과 예산이다. 하나라도 부족하면 행정수반이 아무리 반복해 강조했더라도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안전’ 약속은 얼마나 진정성을 담보하고 있을까.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혁신 계획을 뜯어보면 안전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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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억’으로 이재명 겨누는 검…‘50억’은 뭉개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마침내 이재명 대표를 수사 가시권에 뒀다. 지난해 9월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를 겨냥한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진 지 1년 2개월 만이다. 변호사·회계사·기자 등이 모인 ‘대장동 일당’은 민관합작 법인의 지분 7%만 가지고도 개발수익 4040억원을 챙겼다.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도움 없이 이런 사업이 가능했겠느냐는 의혹이 일었다. 10여년간 위법의 경계에 있었음에도 법망을 피한 대장동 일당의 배후에 고위 법조인들의 조력이 있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한때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선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대장동 일당의 공모에 의한 범죄로 잠정 결론냈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검찰 수사팀이 재편되면서, 보다 직접적으로는 유 전 본부장이 입장을 바꾸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수사에 새 물꼬를 튼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이라는 ‘지방자치권력 유착범죄’의 정점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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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이라는 대리기사 알고리즘, 단협에 넣기까지” [주간경향] 지난 10월 26일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 승차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업체 카카오모빌리티가 처음으로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단체협약은 법으로 다 정할 수 없는 ‘일터의 질서’를 노사가 합의해 결정한 것을 말한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일이니 대수로울 게 없다. 노사가 근로계약으로 엮여 있지 않은 플랫폼업계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이번 카카오모빌리티 노사의 단체협약 체결은 한국 전체 플랫폼업계를 통틀어도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한다. 플랫폼 중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모빌리티 서비스로 범위를 좁히면 세계적으로도 노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례가 거의 없다.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거대 산업의 노사관계에 이정표가 될지도 모를 협약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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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에 가린 '언제 터져도 당연한' 사고 [주간경향] 지난 11월 4일 밤 11시쯤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이날도 사고 현장을 방문했던 천정대 한국진폐피해자협회 정선지회 소장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지금 나왔습니다. 2명 다 살아 있습니다. 건강도 양호한 것 같습니다. 들것을 가져갔는데 자기들이 걸어서 나가겠다고 했답니다.” 10월 26일 오후 6시쯤 갱도 입구가 매몰돼 고립된 광산 노동자 박정하씨(62)와 박모씨(56)는 이날 아흐레 만에 지상으로 돌아왔다. 기적 같은 생환이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슬픔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이들의 생환 소식은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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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생활 20년···그는 죽어서도 외로웠다 [주간경향] “탈북자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40~50년 뒤의 미래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이동했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서 겪는 속병이 곪아터지지 않게 치유하고 싶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의 아파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북한이탈주민 김모씨는 201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입국 8년차였던 그는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통일부는 그해 처음으로 탈북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심리상담과 정착 지원을 위해 1기 전문상담사 30명을 선발했다. 북한이탈주민 출신 전문상담사는 7명이 뽑혔다. 김씨도 그중 한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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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내전 중···우크라이나 같은 지원 필요하다” [주간경향] 몇해 전만 해도 미얀마의 근현대사는 한국과 비슷한 방향으로 향하는 듯 보였다. 1940년대 외세로부터의 독립, 1960년대 군부쿠데타와 장기간의 군사독재, 1980년대 민주화운동은 닮은꼴이었다. 미얀마 군부가 1990년 민주진영이 압승을 거둔 선거결과를 부정하면서 군사독재가 연장됐지만, 2010년부터는 결국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진행됐다. 2020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두면서 민주주의는 뿌리를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군부는 또 선거결과를 부정하고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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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카톡카톡' 방해돼" "학생만 폰 압수 불합리" [주간경향] “모든 학생에게 모든 시간에 휴대전화를 규제한다는 건 학생이 아니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죠. 직장인이 업무시간에 휴대전화를 보면서 ‘딴짓’한다고 해서 업무효율이 떨어지니 휴대전화 압수한다고 하지 않잖아요. 영화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타인의 시청을 방해하니 휴대전화를 압수한다고 하면 누가 동의할까요?”(박지연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수업시간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있어도 학생이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선생님이 (사용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뺏다가 신체접촉이라도 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업 중에 벨이 울리고 ‘카톡카톡’ 알림이 울리는데 제지를 안 하면 다른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업권이 침해됐다고 문제 제기를 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책임은 학교 현장이 모두 감당해야 합니다.”(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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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의지는 있나 [주간경향] “(일회용컵에) 라벨지를 붙이는 방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거 누가 붙입니까? 가맹점에서 알바생들이 붙이지 않습니까? 알바생이 라벨지를 잃어버리면 누가 책임집니까? 탁상행정 아닙니까?”(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맞습니다. 내가 와서 보니 그렇게 돼 있었습니다.”(한화진 환경부 장관) 지난 10월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의원의 “탁상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에 부처 장관이 “탁상행정이 맞다”고 긍정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탁상행정으로 지목된 정책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다. 정책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살 때 보증금 300원을 내야 한다. 이 보증금은 컵을 반환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 일회용품 감축을 위해 2020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됐다.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6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는데, 정권교체 이후 시행일자가 오는 12월 2일로 한차례 연기됐다. 환경부는 최근 이 정책을 12월 2일 시행하기는 하되,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만 시행하기로 범위를 좁혔다. 반쪽짜리 시행으로 사실상의 정책 후퇴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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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나누는 가족, 파산만으로 재기 쉽지 않다” [주간경향] 고령층의 빚 문제는 청년의 빚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고령 채무자 중에는 자식의 빚을 떠안은 이가 적지 않고, 부모의 빚을 대신 감당하는 청년 채무자 역시 적지 않다. 어떤 가족은 부를 물려주며 경제공동체의 이점을 누리는 반면, 어떤 가족은 빚을 나누고 물려준다. 갚지 못하는 빚은 세대의 문제라기보다는 계급의 문제에 가깝다. 감당 못 할 빚을 이고 있는 노인과 청년은 안정적인 소득원이 없다는 점에서 닮았다. 노인은 근로 능력이 없고, 청년은 질 좋은 일자리가 없다. IMF 때 지게 된 빚을 수십년째 갚지 못하고 고령층에 이르러 파산하게 된 노인들의 문제는 코로나19 기간 빚을 지게 된 청년들의 미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20대 가구주의 평균 부채액은 8801만원으로 2017년 대비 24% 증가했고, 같은 기간 30대 가구주의 평균 부채액도 62% 증가했다.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렸지만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 비중은 2030세대에서 6.6%로 여타 연령층(5.8%)보다 높게 나타났다(한국은행, 2021년 4분기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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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갚으려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주간경향] 윤성훈씨(72·가명)는 2017년 빚을 졌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다니던 아들이 다달이 갚겠다며 손을 벌렸다. 수중에 목돈은 없었는데 “껄렁거리는 애도 아니고 지 책임은 완수했던” 아들을 믿고 빚을 냈다. 윤씨가 홀로 살고 있는 국민임대주택 보증금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1400만원을 빌렸다. 아들의 회사가 문을 닫기 불과 몇 달 전이었다. 하루아침에 실직한 아들은 백방으로 새 일자리를 구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하루는 차를 끌고 윤씨의 집에 오더니 “직장 구하러 멀리 가는데 기름값이 없다”고 했다. 윤씨는 자신의 카드를 아들에게 건넸다. “이것도 다 갚아야 하는 빚이니 많이 쓰지는 마라. 밥은 굶지 마라”고 했다. 한동안은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전해졌다. 어디서 얼마치 기름을 넣었는지, 어디서 뭘 먹었는지, 아들이 카드를 쓸 때마다 카드사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고는 카드사에서도, 아들에게서도 아무런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아들이 카드빚만 1700만원을 냈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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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째 ‘시행령 통치’···막을 방법 없나 [주간경향] 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룰(rule)’을 정할 권한은 어디에 있을까. 제헌헌법부터 모든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법률을 실제로 시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 규정은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대통령령, 부령 등 이른바 행정입법이다. 법률에서 모든 사항을 규정하기 어렵고, 사회상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있어 행정부에 일부 권한을 위임했다. 집행하는 행정부가 룰을 만드는 데까지 관여하면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대한민국 헌법을 만들 때부터 나왔다. 법체계상 하위법인 행정부의 명령이 국회가 만든 법률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헌헌법 초안을 논의하기 위해 1948년 6월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법조인 출신 서순영 의원은 정부가 광범위한 부입법권(대통령령·부령 등)을 보유한 점, 법률안 제출권을 정부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국회와 정부의 권한 불균형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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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 어디로…쪼그라든 내 고향 군산 올해 3월 기준 전국 113개 시군구가 소멸위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2022).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이 소멸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다. 20여년 전 떠나온 기자의 고향도 예외는 아니다. 인구 30만명을 바라보던 중소 산업도시 전북 군산은 2015년 이래 인구가 지속 감소해 지난 7월 기준 26만3700명까지 내려앉았다. 20~39세 인구는 감소세가 지속되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도시의 평균 연령은 2015년 40.7세에서 2021년 44.5세로 증가했다. 가족들과 고향을 찾는 추석 명절은 지방소멸의 현실을 느끼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해가 다르게 메말라가는 고향 풍경 그 자체가 한국 지방소멸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각자의 고향은 지금 얼마나 빠르게 소멸해가고 있을까. 각 지역의 특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지방’을 꿰뚫는 공통점이 있다. 지방 인구를 빨아들이는 비대한 수도권은 지역의 ‘저출산·고령화’를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다시 지방의 인력을 유출하는 원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