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롤드컵’ 거리응원

이명희 논설위원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 4, 10. 올해 ‘리그오브레전드(LoL·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만든 기록이다. 동시 접속 1억명·누적 시청 4억명, 그리고 단 10분 만에 서울 고척스카이돔 좌석이 매진됐다고 한다. 롤드컵은 9개 지역의 22개 클럽이 챔피언 자리를 놓고 다투는 e스포츠 대회다. 월드컵 축구만큼 인기가 있어서 ‘롤드컵’으로 불린다.

지난 주말 대한민국은 롤드컵 열기로 뜨거웠다. 19일 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고척스카이돔은 행사 시작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e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거리응원이 열렸다. ‘원정 응원’을 온 국외 팬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인파가 최대 약 1만명에 달했다. CGV는 전국 100여개 상영관에서 결승전을 생중계했다. 수많은 팬들이 ‘페이커’ 이상혁이 뛰는 T1이 중국팀 ‘웨이보 게이밍(WBG)’을 꺾고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그나저나 남들이 게임하는 걸 보는 게 왜 재미있을까. 게임 팬이 아니라면 이 열기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롤은 5명씩 팀을 이뤄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경기 장면이 생중계되는 것은 다른 스포츠와 비슷하다. 하지만 큰 화면으로 경기를 지켜보면 더 실감나고, 같이 응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바로 이 ‘직관의 맛’ 때문에 결승전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암표가 수백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e스포츠도 다른 스포츠처럼 악성 팬들은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엔 온라인에서 유행처럼 선행을 ‘인증’하는 팬들이 많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인 일본 오타니 쇼헤이가 “남이 버린 행운을 줍는다”는 의미로 늘 쓰레기를 줍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필시 한국팀 우승엔 좋은 기운을 몰아준 팬들의 지분도 있을 테다.

월드컵으로 광장을 붉게 물들이고 하나가 됐던 2002년은 모두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판타지 같은 날들이다. 20여년이 넘은 지금, 롤드컵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변하지 않는 건, 스포츠는 승패와 상관없이 열정을 불사를 때 모두의 축제가 된다는 사실이다. 모두의 축제가 된 마당에 롤드컵 우승이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지켰다’는 말은 어쩐지 촌스럽다. 내년엔 영국 런던에서 결승전이 열린다. 팬들에겐 또 가슴이 웅장해지는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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