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홍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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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꽃샘폭설 자고 일어나니 눈 세상이었다. 꽃샘추위가 찾아온 18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폭설이 쏟아졌다. 봄을 알리는 절기인 춘분을 코앞에 두고 곳곳에 대설특보가 내려졌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 광주는 ‘가장 늦은 대설특보’ 기록을 15년 만에 갈아치웠다. 3월 중순에 추위와 폭설이 한꺼번에 찾아온 건 영하 40도의 찬 공기를 머금은 강한 소용돌이가 북극에서 내려오고, 그 소용돌이의 중심이 한반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 강북구는 11.9㎝의 적설량을 기록했고, 경기 남양주와 이천, 의정부 등에는 10㎝가 넘는 눈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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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봄’이 오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각본대로 흘러갈 것 같던 ‘탄핵심판 드라마’가 예상을 살짝 비켜갔다. 구치소에서 ‘대통령직 파면’ 통보를 받을 줄 알았던 윤석열이 풀려났다. 구속 기간 산정 문제로 석방됐을 뿐인데도 내란 우두머리는 개선장군인 양 득의양양했다. 웃음기 띤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고 간간이 주먹을 불끈 쥐거나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탄핵 반대 세력은 ‘왕의 귀환’이라며 반겼다. 윤석열은 석방 직후 낸 메시지를 통해 “불법을 바로잡아준 재판부 결단”에 감사하고,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다 고초를 겪는 분들의 석방을 기원한다”고 했다.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결딴낸 데 대한 사과는 없었다. 많은 시민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이 모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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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럼프의 ‘직거래 외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는 눈은 다면적이다. 막말 잘하고 허세에 찌든 정치인이란 비판과 영리하고 계산이 치밀한 사람이란 평가가 뒤섞인다. 예측이 힘들고, 냉온탕을 오가는 말이나 행동의 맥락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란 데는 견해가 일치한다. 집권 2기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서는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그에겐 ‘내 편, 네 편’은 없고 오로지 ‘거래’만 있다. 그동안 미국이 지켜온 보편적 가치·규범 존중이나 동맹과의 협력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로 인해 서방의 단일대오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직거래 담판을 시작한 것 역시 트럼프식 외교의 대표적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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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박사 ‘백수’ 지난해 최악의 청년실업 문제로 골치를 앓던 중국에서 ‘란웨이와(爛尾娃)’란 신조어가 유행했다. 직역하면 ‘썩은 꼬리를 가진 아이’라는 의미로, 고등교육을 받았는데도 끝 무렵이 좋지 않음을 뜻한다. 이 말은 ‘짓다 만 아파트’ ‘마무리가 좋지 않은 집’이란 뜻의 ‘란웨이러우(爛尾樓)’에서 유래했다. 자금부족으로 시공이 중단돼 방치되거나 미분양된 아파트에 빗대 화려한 스펙을 지니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학력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부모에게 기대 생계를 꾸리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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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1.5인자’ 머스크 권력은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수직적인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속성상 부자나 형제지간이라 해도 나눌 수 없다. 혹여 권력자가 이런저런 이유에서 자신의 힘과 권한을 나눠주다간 2인자가 어느새 권력자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동서고금의 최고권력자와 2인자 사이엔 늘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돼왔다. 물론 철저하게 몸을 낮춰 권력자를 모신 2인자들도 있다. 대표적 인물이 중국의 저우언라이 총리다. 그는 평생 마오쩌둥 밑에 있었지만 굴종에 가까운 처신으로 1인자를 모셨다. 그 덕택에 숙청을 피해가며 27년간 국무원 총리 자리를 지켰다. 반대로 비참한 말로를 겪은 2인자도 적지 않다. 린뱌오 국방부장은 마오쩌둥이 대약진운동 실패로 궁지에 몰렸을 때도 변함없이 그를 지지했다. 그 공로로 후계자에 지목됐지만, 권력투쟁 와중에 마오의 의심을 피하지 못한 채 비행기로 도주하다 몽골 사막에 추락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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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플라스틱 빨대 2019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선대본부장인 브래드 파스케일은 종이 빨대로 음료를 마시던 도중 짜증이 밀려왔다. ‘몇 모금 마시지도 않았는데 눅눅해지고 금세 찢어지다니…’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트럼프 로고를 새긴 플라스틱 빨대를 선거 캠페인에 도입해보면 어떨까.’ 지지자들에 보낸 e메일에서는 ‘음료를 마실 때 젖으면서 흐물흐물해지고 이상한 맛이 나는 종이 빨대’에 대한 반감을 자극했다. ‘진보적인 종이 빨대는 쓸모없다’며 환경 문제를 우선 가치로 두는 민주당 조롱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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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이번에도 부끄러움은 우리 몫인가 예로부터 명절이나 뜻깊은 행사,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면 정성을 담아 선물을 건넸다. 설이나 추석에 아이들에게 빔을 해 입혔고, 동문수학하는 벗이 학문에 정진하길 바라며 붓이나 벼루를 선물하기도 했다. 임금은 가죽으로 만든 갖옷을 신하들에게 하사해 노고와 충성을 치하했다. 주는 사람은 고마움을 전하고, 받는 이 역시 물질적 가치보다 선물에 담긴 진심에 감사를 느꼈다. 그에 더해 주고받는 이들 사이에 공유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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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공감 제로, 그리고 재난의 ‘데자뷔’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상관없었다.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걷고 또 걸었다. 삼보일배와 오체투지,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목소리를 냈다. 생업을 접은 지도 오래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1년여간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모든 걸 바쳤다. 하루아침에 희생된 생때같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단 한순간도 멈출 수 없었다. 이태원특별법이 사고 발생 후 15개월 만인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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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소통 부재와 집단사고 1961년 4월 J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 붕괴를 위한 작전을 승인했다. 쿠바인 망명자 1500여명을 중심으로 병력을 편성해 쿠바를 침공,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린다는 계획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마이애미 군사기지에서 이들을 훈련시켜 게릴라전에 투입하고 공중지원을 통해 피그스만을 건너 공격하기로 했다. 케네디는 게릴라가 상륙하면 쿠바 내부에서 호응이 있을 것이란 CIA의 보고를 철석같이 믿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망명자 부대는 해안에 상륙하자마자 곧바로 발견돼 맹렬한 반격을 받고 궤멸됐다. 쿠바 내 호응은 없었다. ‘피그스만 침공’은 미국 역사상 가장 처참한 실패 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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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셋이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둘이 하자는 쪽을 따라가는 게 상식이다. 두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혼자서 옳다고 우기면 ‘왕따’ 내지 ‘손절’이다. 지난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3%에 머물렀다. 그 전주 조사보다 3%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58%로 집계됐다. 집권 초반을 제외하면 지난 1년6개월 동안 지지율은 50%는커녕 40%도 넘지 못했다. 두 명은 잘 못했다고 손가락질하는데 한 사람만 박수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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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가인과 조무제, 그리고 이균용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1887~1964)은 법관의 표상으로 추앙받는다. 단지 ‘첫’ 대법원장이란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법률가로서, 나라의 큰어른으로서 값진 자취를 남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법률 초안 대부분이 가인의 손길을 거쳤고, 사법부 독립의 기틀을 마련한 것도 그가 이뤄낸 성취 중 하나다. 후세가 그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법률가로서 업적과 능력 때문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 절제와 함께 청렴한 삶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존경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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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네 탓, 남 탓, 전 정권 탓 “남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안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2010년 1월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버락 오바마가 국민 앞에 섰다. 직전 연말 성탄절에 일어난 항공기 테러 미수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한 남성이 미국 여객기 안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사건에 미국은 경악했다.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278명의 승객이 탄 비행기에 폭탄을 지닌 테러범이 어떻게 탈 수 있었는지, 보안검색 시스템은 작동하고 있었는지 등 책임소재를 놓고 여론이 들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