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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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윤석열 이후’를 묻는 시민들에게 치열한 대선 레이스에 집중하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풀려나 활개 치며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한데 매우 불편하다. 내란 혐의를 받는 부하들은 구속 수감된 채 재판을 받는데, 정작 우두머리는 차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서 출퇴근하듯 오가며 법정에 선다. 파면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착각한다. 등 떠밀려 탈당하면서도 일말의 반성이나 사과도 없다.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고도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처럼 개 끌고 산책하고, 영화 보러 다닌다. 울화가 치미는 것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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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5·18기념식장서 쫓겨난 인권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 11월 독립 국가기관으로 출범한 이후 한국 사회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군 인권 보호 강화, 노동 인권 개선, 사회적 약자 인권 증진, 국제 인권 기준 도입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호주제 폐지 의견을 비롯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개선, 국가보안법 폐기 권고, 사형제 폐지 의견 표명 등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의견과 권고를 냄으로써 인권 향상에 진일보한 결과물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여적 이제 6명 남았다 14살의 어린 나이에 중국의 위안소로 끌려가 3년 동안 참혹한 고초를 겪었던 이옥선 할머니(97)가 지난 11일 세상을 떠났다. 한평생 고통의 기억을 품고 살았지만, 끝내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는 듣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이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단 6명만 남았다. 평균 연령은 95.6세에 달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잊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
여적 제주 해녀의 ‘특별한 유전자’ ‘해녀’는 제주의 푸른 바다 아래에서 삶을 이어왔다. 산소 공급장치 하나 없이 바다에 몸을 던져 전복과 소라, 해삼, 미역 등을 건져 올렸다. 17세기 조선시대 유배 생활을 하던 왕족 이건이 편찬한 <제주풍토기>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여기서는 해녀를 ‘바다에 들어가 미역을 채취하는 여자(採藿之女 謂之潛女)’라고 소개한다. 화산섬 제주, 척박한 땅은 그들에게 바다를 삶의 터로 열어주었다. 해녀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 엄마처럼, 그저 평범한 어머니이자 아내였다. 거친 파도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해녀들의 긴 숨결엔 포기하지 않는 생명력이 배어 있다. -
여적 앨커트래즈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섬 앨커트래즈는 예로부터 전략적으로 뛰어난 요새로 꼽혔다. 샌프란시스코가 한눈에 보이는 천혜의 지형 덕분에 한때 미합중국 육군 기지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앨커트래즈가 진정한 ‘악명’을 떨치게 된 것은 1930년대 ‘탈출이 불가능한’ 연방교도소로 활용되면서부터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바다 위의 철창이었던 셈이다. -
여적 워런 버핏의 은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CEO는 유년시절부터 ‘경제관념’이 유별났다. 버핏의 평전 <스노볼>을 보면, 하루는 친구들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자 버핏은 계산기까지 꺼내 “지금 이 돈으로 영화 보면 50년 뒤엔 몇 배가 손해인지 알아?”라며 거절했다. 매우 검소했고 단 1센트를 쓸 때도 신중했다고 한다. 버핏이 견지한 투자 원칙의 핵심은 바로 ‘가치 투자’다. 기업의 적정 가치보다 낮은 가격의 주식을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가 이끈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주식을 사들여 장기 보유하며 수익을 냈다. 1990년대 후반 벤처붐이 일며 기술주 주가가 치솟을 때에는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투자를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여적 콘클라베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의 cum(함께)과 clavis(열쇠)의 합성어인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했다. 선거인단인 추기경들이 모여 외부와 차단된 투표장인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문을 걸어 잠그고 차기 교황을 뽑는 회의를 뜻한다. 비밀이 철칙같이 지켜져 추기경들은 교황 선출 시까지 외부와 절대 소통할 수 없다. 800년에 걸쳐 거의 변함없이 지켜져온 선출 절차다. -
여적 “비문엔 프란치스코만…” 2013년 3월13일 열린 콘클라베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이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박수갈채 속에서 브라질의 우메스 추기경이 그를 따뜻하게 포옹하며 말했다.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십시오.” 그때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머릿속에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가톨릭 수도회인 작은형제회 설립자이자 ‘가난한 자들의 벗’으로 칭송받은 성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였다. 교황직 수락 의사를 밝힌 후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하지 않고 ‘프란치스코’라고 답했다. -
경향의 눈 다 끝났다고? 아직은 아니야 윤석열이 파면되기만 하면 달라질 거라고 믿었다. 착각이었다. 12·3 내란부터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기까지 123일 동안 불면의 밤을 버텨왔는데도 바뀐 게 없다. 탄핵의 ‘약발’은 며칠 가지 못했다.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윤석열은 일주일을 관저에서 뭉개더니 마치 환영식에 나온 개선장군처럼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사저로 돌아갔다. 주먹을 불끈 쥐고 지지자들을 향해 웃어 보이는 모습은 지난달 서울구치소 석방 장면을 빼다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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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연경의 ‘해피엔딩’ 김연경은 늘 ‘최초’였고 ‘최고’였다.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이자, 세계가 인정한 레전드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김연경을 가리켜 “10억분의 1(의 선수)”라고 평가했고, 지오반니 귀데티 전 세르비아 감독은 “축구로 치면 리오넬 메시 이상”이라고 극찬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정상에 오른 뒤 은퇴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코트에 작별을 고했다. 김연경이 이끈 흥국생명은 지난 8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정관장과의 최종 5차전에서 3 대 2로 승리하며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5개 세트 모두 2점 차로 갈린 명승부였다.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로 챔프전 MVP에 뽑힌 김연경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은퇴한다”면서 “마지막 경기에서의 내 모습을 팬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정상에서 은퇴하게 돼 정말 좋다”며 웃었다. 스포츠 스타의 라스트댄스가 해피엔딩이 된 것이다. -
여적 논술의 전범, 헌재 결정문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지난 4일 인천 안남고 1학년 학생들은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헌법을 짓밟은 대통령이 파면되는 역사적 순간을 TV로 목도하고, 민주주의 의미를 새겨보는 ‘계기교육’을 체험한 것이다. 계기교육은 교육 과정에 없는 소재나 주제를 교육할 필요가 있을 때 진행하는 비정규 수업이다. 시청 후 학생들은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이 학교처럼, 전국 10개 시도에서 ‘윤석열 탄핵’ 계기교육이 학교 재량으로 이어졌다. 박수가 터진 교실도 많았고, 진지한 작문·토론도 이어지면서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이 이뤄졌다. -
여적 광기에 죽어가는 가자 어린이들 막 걸음마를 뗀 아이가 갑자기 떨어진 미사일에 맞았고,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는 폭격에 집이 무너져 엄마와 함께 목숨을 잃었다. 하얀 천에 덮인 주검들 앞에서 살아남은 가족은 통곡하고, 안치소에서 어린 딸의 얼굴을 확인한 아버지는 오열했다. 휴전을 파기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하면서 ‘지옥도’가 다시 펼쳐졌다. 많은 어린이가 무너진 건물에 깔려 숨졌다. 현장을 목격한 기자는 “이 참극을 설명할 단어가 없다”고 전했다. 1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의 민간인 436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183명이 어린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