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민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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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이번에도 부끄러움은 우리 몫인가 예로부터 명절이나 뜻깊은 행사,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면 정성을 담아 선물을 건넸다. 설이나 추석에 아이들에게 빔을 해 입혔고, 동문수학하는 벗이 학문에 정진하길 바라며 붓이나 벼루를 선물하기도 했다. 임금은 가죽으로 만든 갖옷을 신하들에게 하사해 노고와 충성을 치하했다. 주는 사람은 고마움을 전하고, 받는 이 역시 물질적 가치보다 선물에 담긴 진심에 감사를 느꼈다. 그에 더해 주고받는 이들 사이에 공유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선물 하나 때문에 나라가 온통 난리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 문제가 여론을 들쑤셔놓았다. 지난해 11월 한 인터넷 매체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김 여사가 2022년 9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재미동포 목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 핸드백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김 여사는 “이런 걸 자꾸 왜 사오느냐”면서도 선물은 거절하지 않았다. 목사의 주장에 따르면 약 10차례 김 여사에게 면담 요청을 했으나, 두 차례 명품 선물을 준비했을 때에만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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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공감 제로, 그리고 재난의 ‘데자뷔’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상관없었다.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걷고 또 걸었다. 삼보일배와 오체투지,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목소리를 냈다. 생업을 접은 지도 오래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1년여간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모든 걸 바쳤다. 하루아침에 희생된 생때같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단 한순간도 멈출 수 없었다. 이태원특별법이 사고 발생 후 15개월 만인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특별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2022년 10월29일 밤을 떠올렸다. 늦은 시간 느닷없는 재난경보로 시작된 그날의 기억은 전대미문의 참사라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충격과 함께 슬픔이 밀려왔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이런 생각들이 분노의 감정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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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소통 부재와 집단사고 1961년 4월 J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 붕괴를 위한 작전을 승인했다. 쿠바인 망명자 1500여명을 중심으로 병력을 편성해 쿠바를 침공,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린다는 계획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마이애미 군사기지에서 이들을 훈련시켜 게릴라전에 투입하고 공중지원을 통해 피그스만을 건너 공격하기로 했다. 케네디는 게릴라가 상륙하면 쿠바 내부에서 호응이 있을 것이란 CIA의 보고를 철석같이 믿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망명자 부대는 해안에 상륙하자마자 곧바로 발견돼 맹렬한 반격을 받고 궤멸됐다. 쿠바 내 호응은 없었다. ‘피그스만 침공’은 미국 역사상 가장 처참한 실패 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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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셋이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둘이 하자는 쪽을 따라가는 게 상식이다. 두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혼자서 옳다고 우기면 ‘왕따’ 내지 ‘손절’이다. 지난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3%에 머물렀다. 그 전주 조사보다 3%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58%로 집계됐다. 집권 초반을 제외하면 지난 1년6개월 동안 지지율은 50%는커녕 40%도 넘지 못했다. 두 명은 잘 못했다고 손가락질하는데 한 사람만 박수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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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가인과 조무제, 그리고 이균용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1887~1964)은 법관의 표상으로 추앙받는다. 단지 ‘첫’ 대법원장이란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법률가로서, 나라의 큰어른으로서 값진 자취를 남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법률 초안 대부분이 가인의 손길을 거쳤고, 사법부 독립의 기틀을 마련한 것도 그가 이뤄낸 성취 중 하나다. 후세가 그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법률가로서 업적과 능력 때문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 절제와 함께 청렴한 삶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존경받았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인 김병로>(2017)에서 해방 후 미 군정청 경무부장이던 조병옥(1894~1960)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가인이 ‘공직자 부패와 권력남용이 만연했던 시절 청렴강직의 표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늘 근검절약의 모범을 보였고, 청탁을 배격했다. 판사를 비롯해 사법부에 몸담은 사람에게는 스스로 몸가짐을 깨끗이 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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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네 탓, 남 탓, 전 정권 탓 “남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안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2010년 1월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버락 오바마가 국민 앞에 섰다. 직전 연말 성탄절에 일어난 항공기 테러 미수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한 남성이 미국 여객기 안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사건에 미국은 경악했다.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278명의 승객이 탄 비행기에 폭탄을 지닌 테러범이 어떻게 탈 수 있었는지, 보안검색 시스템은 작동하고 있었는지 등 책임소재를 놓고 여론이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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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누구를 위한 ‘헌법 정신’인가 ‘검사 윤석열’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계기는 2013년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였다. 박근혜 정권 시절 당시 증인으로 나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가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던 의원들을 향해 말했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상관의 지시라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일사불란하게 따르는 검찰 조직문화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민들은 그의 ‘사이다 발언’에 환호했고 윤석열 검사는 일약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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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반복되는 ‘부조리극’ 언제쯤 막 내릴까 가끔씩 만나 속마음을 터놓곤 하던 동창으로부터 며칠 전 전화가 왔다. 대충 안부를 묻고 나더니 그가 한마디 툭 던졌다. “요새 나라 돌아가는 꼴이 우리 대학 다닐 때 같아….” 장황한 설명이 뒤따랐지만 그 친구의 얘기는 시위를 통제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행태가 1980년대와 비슷하다는 내용으로 요약됐다. 군 출신과 안기부가 장악했던 요직이 검찰로 대체됐을 뿐, 언론 길들이기나 정부에 반대하는 의견에 ‘색깔론’을 씌우는 걸 보면 ‘전두환 시대’로 퇴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요즘 우리 사회 전반은 그 친구의 말처럼 과거 보수정권 때와 매우 흡사한 양상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집회의 자유 제한’ 문제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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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어느 노동자의 죽음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간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1만3195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36명꼴로 스스로 삶의 끈을 놓았다는 얘기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4.1명(연령표준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1위다. 2017년까지 리투아니아에 이어 2위였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1위에 오른 뒤 불명예의 자리에 계속 눌러앉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의 누군가 삶을 등지고 있을지 모른다. 얼마 전에는 전세사기 피해에 괴로워하던 젊은이가 극단적 선택을 하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던 아이돌 스타가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잇따랐다. 10대 여학생이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서 투신하면서 이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실시간 생중계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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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국민이 ‘실험 대상’인가 일본에서 과로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였다. 노동자가 장시간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거나 무리하는 바람에 돌연사하는 일이 늘어나면서다. 나보다는 조직을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 거품 붕괴로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일손이 부족해져 업무량이 가중된 게 원인이었다. ‘일 중독’이 칭찬받는 이상한 기업문화도 과로사를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일본어로 과로사를 뜻하는 ‘카로시(Karoshi·かろうし)’란 단어가 2002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될 정도였다. 상황이 악화되자 일본 정부는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거쳐 2014년 11월 뇌출혈, 심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까지도 과로사에 포함시킨 ‘과로사 등 방지대책추진법’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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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국민은 피곤하다 물가안정은 역대 정부가 공히 역점을 쏟은 정책 가운데 하나였다. 1970~1990년대 경제 부처는 물론 관공서를 총동원해 물가잡기에 나서곤 했다. 일선 공무원을 중심으로 단속반을 구성하고 음식점·서비스업소를 직접 찾아가 일제단속을 했다. 가격이나 요금을 과다하게 올리면 행정지도를 하고 이에 불응하면 위생검사와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등 제재를 가했다. 당시엔 짜장면, 설렁탕, 비빔밥 등 음식값은 물론 심지어 다방 커피값까지 물가단속의 타깃이 됐다. 이·미용료, 목욕료, 세탁료, 자동차학원 수강료까지 실생활과 관련 있는 대상은 거의 망라했다. 1976년엔 경제기획원 산하에 ‘물가안정위원회’를 설치해 특정 분야의 물가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공공요금을 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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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닥공’ 정부 최강희 감독은 극단적인 공격 축구를 선호하는 사령탑이다.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상징되는 그의 축구는 화끈한 공격 전술로 일관한다. 이는 ‘골을 내주지 않으려고 수비 중심의 플레이를 펼치다 보면 경기 내용이 나빠진다’는 그의 축구 철학에서 비롯됐다. 교체카드 대부분은 공격 자원을 투입하는 데 소모한다. 최 감독은 전북 현대의 지휘봉을 잡은 뒤 ‘닥공’을 앞세워 팀을 6차례나 K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공격 일변도의 ‘닥공’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8개월간의 행보와도 닮았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무조건 직진이다. ‘수비 불안’의 위험은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당연히 물러섬이 없다.